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62화 (6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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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Hypocri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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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르륵하는 소리와 함께 우리 학교 교복을 입은 갈색머리의 아리따운 소녀가 들어왔다.

"…!!!"

전원 정적과 침묵. 환호했던 분위기는 어디가고 교실 안은 모두 침만 꼴깍 넘어가는 소리와 함께 입을 굳건히 닫고 있었다.

어째서 이 녀석이 우리 반에 들어온 거냐..그것도 내가 아는 얼굴이..

"연세희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그녀는 꾸벅 인사하며 자기소개를 했다. 그 자기소개에 정신을 차린 우리 반 놈들은 단체로 소리를 지르며 그녀를 환영하고 있었다. 특히 남학생들은 책상을 쿵! 쿵!하고 조금 열렬히(?) 입으로 호루라기를 불며 열광. 남자라는 놈들은..예쁜 여자보면 사족을 못 쓰지 뭐..(나도 남자지만..)

"원래 1학년 때에도 다녔는데 연예활동으로 바빠서 그 동안 등교를 못했었다. 그런데 휴식기가 생겨서 복학을 하게 된 것이다. 오랜만에 와서 이 학교에 적응이 잘 안될 것이니 모두 도와주도록 하고. 그럼 세희. 어디에 앉을 거냐?"

'내 옆 자리에!'

'제발…'

심히 그녀가 부담스러워해 할 정도로 남자들의 눈에는 빛이 나왔다. 모두 자기의 옆자리에 앉아달라는 무언의 압력. 나는 그냥 저 녀석이 왜 여기에 있는 건지 곰곰이 생각만 하고 있었다.

"저 뒤에 앉을게요"

'안 돼~~!!!!"

뒤에 앉겠다는 소리에 남자들 전원 고개를 푹 숙였다. 남학생 모두 OTL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녀는 또각또각하고 자신감있는 발걸음으로 뒤로 오기 시작했다. 남학생 여학생 모두 경외의 시선으로 바라보고있는 것을 즐기고 있다는 듯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보니...내 옆자리였잖아..?

게다가 그녀는 나를 보더니 반갑다는 듯 싱긋 미소짓고 있었다.

"에…그럼 조회시작하겠다…그런데 너네들 전학만 보고 있을 거냐? 조회하지 말까?"

모두 그녀에게 집중되어있다가 담임선생의 조회시작을 알리는 말에 아쉬운 듯 아침조회에 집중하였다.

"그럼 출석 먼저 부르도록 하겠다… 1번…"

담임의 조회시간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 반 학생모두 세희의 책상으로 몰려들었다. 새로 온 학생에 대해서 얼마든지 궁금해할수 있었다. 그런데 옆반은 물론이고 2학년 전원이 모두 우리반으로 몰려들어오는 것 같았다.

시끄러워 죽겠네..이봐..나 자야된다고?라고 해도 전혀 안 들을 것 같지만.

"진짜 피부 좀 봐. 왜 이렇게 깨끗해?"

"햐…진짜야? 이거 믿어도 돼? 꿈이 아니지?"

"꿈 아니야. 현실이야 현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가 있냐?"

"나도 믿기 힘들다. 진짜로…"

"TV에서나 볼 법한 애가 우리 반에서 같이 공부한다는 것이 믿겨지지가 않아…"

"역시 실물이 예뻐…"

"우오!!!!!"

"우오!!!!!"

이봐 우리 반 지현누나의 광신도들. 왜 이렇게 열광하고 있어?

"으…왜 이렇게 시끄러워…"

"야 저리 꺼져봐! 헉! 미안…"

심지어 그녀의 옆에 앉아있던 나를 자기가 앉겠다고 꺼지라고 나보러 말했다가 금방 나를 알아보고는 바로 꼬리 내리는 학생들까지 있었고 사인 한 장 받아보겠다고 우르르 몰려드는 몰상식한 놈들까지 생겨났다. 갈 수록 붐벼..대체 저 녀석이 뭐냐고..

"남자친구 있어? 만약에 없다면 이상형은?"

"남자친구는 없어…이상형은…자상한 남자가 좋아. 외모라든가 능력같은 것보다는 나한테 잘해주고 다정하게 대해주는 남자. 나는 그런남자가 좋아."

"번호 있으면 번호 좀…"

"좀 있다가 줄게 너무 사람이 많아서…"

"나도!"

"나도!"

얼씨구? 아예 단체로 '나도!'라고 말해보지 그래?

"남자친구 없으면 나랑 사귀어줘!"

"오! 오자마자 고백이야?"

"멋진데?"

"하하…"

수업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는데도 그녀를 에워싼 무리들은 돌아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쉴 틈 없는 질문공세에 그녀도 힘들어하고 있는 것지만 애꿏은 질문에도 밝게 웃으며 넘겼다. 제발 좀 자게 해줘..졸려 죽겠는데..에휴..

결국 그 무리들은 선생이 오고나서 20분이 지나서야 모두 물러갔다.그리고 나는 드디어 그들이 가서 마음편히 잘 수 있었다.

톡톡.

누구야..모처럼 마음 편히 자고 있는데 깨우는 사람은?

톡톡.

귀찮아..내가 일어날까보냐..선생이라고해도 안 일어난다. 졸려 죽겠는데..

쿡쿡.

이제는 옆구리를 찌르네? 으..짜증나게...

쿡쿡.

에휴..그냥 무시하자..무시하다보면 포기하겠지..

꾸욱!

크헉...내 발...대체 누구냐!!!!!! 누가 나의 신성한 잠(?)을 방해하고 있는 거냐!!!!

나는 고개를 들었다. 눈을 뜨고보니 선생과 같은 반 놈들이 나를 놀랍게 쳐다보고 있었다.

"오!!! 시체가 부활했어!!!!"

"잠의 신이 강림하셨어!!!"

"시체!! 무슨 마법으로 일어난거냐?"

"세희야. 정말 잘했다. 내가 깨워도 절대 안 일어나는 놈이 일어나다니…"

"세희가 깨운거야?"

"저 녀석도 예쁜 여자가 깨운 것이라서 일어난 거겠지"

전혀 안 그렇거든요? 누가 내 발을 세게 밟았는지 확인하려고 그러는 것 뿐이거든요?

그런데..세희야..잘했다..?

옆을 끼긱끼긱하고 고개를 돌려보니 연세희가 싱글벙글 미소지으며 정말 얄밉게 쳐다보고 있었다.

네 녀석이었냐!!!!!!!!!!!!

나는 애써 무시하고 잠을 자려고 책상에 엎드렸지만 옆에 있는 굴러들어온 불청객 덕분에 수업시간내내 비몽사몽한 눈으로 수업을 들을 수 밖에 없었다.

♬~♩~♪~♩~

"그럼 여기까지만 하겠다. 반장?"

"차렷. 경례"

"안녕히가세요."

드디어 끝났다...드디어 잠을 잘 수 있다...그런데...이 놈들 또 몰리고 있잖아!!!!!

아놔!!! 젠장!!! 무슨 오늘 액땜 하는 날도 아니고..대체 왜 이러는거야!!! 그리고 이 녀석이 뭐길래 대체 2학년 전원이 모이는 거야?

나는 결국 궁금하다못해 같은 반 남학생 한 명 아무나 붙잡아서 물었다.

"어이"

"왜 시체? 잠이나 잘 줄 알았더니?"

"지금 잠을 잘수가 있는지 상황을 봐라."

"하…그렇구만…시체의 잠을 깨우는 특효약은 소음이었구만…"

"그게 아니라!!!"

"그럼 뭐?"

"이번에 새로 들어온 저 녀석"

"너도 연세희에 관심이 있는거냐? 여자친구도 있는 자식이…"

"오해의 소지가 될 말을 하지 마라. 여자친구 없어"

"에이~~"

어째 단체로 말하고 있다?

"어이어이. 오해라고"

"에이~~우린 다 알고 있어~~"

단체로 야유를 부린다. 아주 결혼까지하라고 하지? 이놈의 정시하때문에..젠장..

"에휴…어쨋든…이번에 새로 온 애한테 왜 이렇게 사람이 몰리냐?"

"사람이 몰리냐니? 당연한 거 아냐?"

"뭐가 '당연한' 거야?"

"너 설마 몰라?"

"당연히 모르니까 질문하고 있는거 아니냐고…"

"에엑~~?? 진짜 진짜로 연세희에 대해서 몰라?"

"모른다고 했지"

"너 TV에서 못 봤냐? 뭐 예능프로그램이라던가…음악순위 프로그램이라던가…"

"전혀. 그런 거 본적이 있어야지…"

"너 정말 21C의 청소년 맞냐?"

"청소년 맞으니까 학교에 다니고 있는거지"

"진짜로 TV안보는 구나…"

어이 이보슈? TV 안보는 사람 처음보슈? 나는 TV라던가 전화기라던가 핸드폰이라던가 전자기기를 거의 사용해본적도 없는 사람이거든? 청소기와 세탁기는 사용해봤어도..

"시체…"

"잠신…"

단체로 안쓰러워하고 있다. 나를 뭘로 보고 있는거냐..

"어쩐지…1학년 때부터 옷이 후줄근 했었는데…"

"그러니까…얼마나 촌스러워서 보기가 싫었는데…"

"미안하다…우리가 너를 잘못본거 같아…"

이보게들? 대체 무슨 말 하고 있는 거야?

"흑흑…"

심지어 울고있다. 내가 안쓰러워서 울고있다.

"…앞으로 얘한테 매점 빵 하나 씩 사주는 거 어때?"

"찬성!"

"찬성!"

엥...? 매점 빵...? 설마...

"너…가난했었구나…TV도 없고…휴대폰도 없고…옷도 후줄근…가방도 낡았고…신발은 다 찢어졌고…"

"진짜 불쌍하다…우리 300원씩 모아서 도와줄래?"

"너 그거 신청했냐? 기초생활수급자를 위한 장학금혜택?"

"…"

이건....뭐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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