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60화 (6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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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Hypocri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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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

다시 반복되는 일주일의 월요일 아침, 등교준비를 하고 있던 나에게 지현누나가 찾아왔다.

"…무슨 일이야?"

"학교…같이 가자…"

"…빨리 준비하고 있을게 현관문에서 기다려줘."

"응!"

그녀는 밝게 미소지으며 화답하였다. 나하고 같이 등교하는 것이 기쁜 건가..?

그녀와 같이 등교한 것은 바닷가에서 돌아온 이후 그 다음 날에 같이 등교한 것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때도 그녀를 4일만에 돌아오는 그녀를 반겨주는 무리때문에(특히 광신도들)제대로 대화도 나눠보지도 못하였지만..오랜만이고 하니.. 그리고 나 같은 폐인오타쿠가 이런 미모의 여학생하고 언제 같이 등교를 해보겠냐고..(어차피 친남매)

신발을 신고 집을 나오니 그녀가 가방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다. 교복을 입었어도 그녀는 확실히 여신이라고 할 만 하였다. 오히려 그 교복때문에 외모가 더 돋보였다.

"오래 기다렸지?"

"으응. 별로 안 기다렸어…"

"그럼 가자"

그게 나와 그녀가 나눈 대화의 전부였다. 집을 나오고 30분동안 나와 그녀는 아직도 뭔가 말하기 어색한 듯 말 없이 학교로 등교했다. 언제까지 이렇게 어색하게 지내련지..참 갑갑하기만 하였다. 화해도 했는데..

학교 교문에 들어서자 많은 인원들이 모여있었다. 무엇인지 대문짝만한 알림판과 같은 것이 붙어서 그 주위로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왜 이렇게 사람들이 모여 있지?"

"가…볼래?"

"누나야 괜찮다면"

"궁금하기도 하고…"

"그럼 가면 되지 뭐."

알림판과 같은 것에는 사진들이 붙여져 있었다. 사진들을 보면 문화제때 찍은 사진들인 듯 싶었다. 그리고 학생들이 사진들 중 투표를 하고 있었다. 아마 문화제 베스트 사진 콘테스트같은 것이었을 것이다.

"박지현이다"

"진짜…"

"으어!!!!! 여신님 강림하셨다!!!"

"우오!!!!!!!!!!"

"그런데 그 옆에 있는 떨거지는 뭐야.."

"뭐야 기생충이야?"

"야 조용히 해. 박정우잖아."

"헉…"

"그 놈?"

"젠장…"

"친동생이니까 같이 온 건가?"

"동생이라고 해도 저렇게까지 붙어있을 필요는 없잖아? 연인도 아닌데."

"저 자식이 대체 뭔데 여신님이랑 붙어있어?"

"그러니까…동생이라는 것 빼고는…문제아이고…"

"진짜 저 앞머리 가린 것 보면은 꼴 보기 싫어"

"얼굴에 화상있대."

"꼴 좋네 뭐. 어차피 꼴불견인데…"

"조용히 말해. 저 자식 화나면 어떻게 되는지 알잖아?"

"화나라고 그래!"

"야! 우리 다 죽일 일 있어? 개념 없이 굴지말라고!"

역시 나를 반겨주지 않는다. 문화제때 연극을해서 조금이나마 이미지개선을 했다지만은 안 본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리고 무엇보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혐오감이 들겠지..그리고 '그 사건'이 가장...나라는 사람에 대한 인식을 확정지은 것이겠지..

"…가자"

"…지현누나?"

"가자. 이런 데에 괜히 왔나 봐"

그녀는 내 손을 잡고 학교건물로 들어갔다. 분명히 보고 싶어했을 텐데..사진 콘테스트.

"보고 와."

"안 봐"

"나는 괜찮아. 보고 와"

"내가 안 괜찮아!"

"…!!"

"욕 먹고 있잖아! '그 사건'때문에 매일매일 학교에서…주위에서도 심지어 선생들까지도 왜 이딴 동생을 두었냐면서…게다가 의절하라는 소리까지 나왔어. 너는…계속 학교에서 상처받고 있잖아…계속…줄곧…"

"…괜찮아. 이미 적응되었어"

"…거짓말"

"1년 이상 계속 욕 먹으면 한쪽 귀로 듣고 한쪽 귀로 흘리게 돼. 일상이 되어버린거야. 뭐라고 해야할까..이제는 허허 웃을 수가 있다고 해야하나? 욕을 먹는 건 당연해. 그것은 씻을 수 없는 나의 '과오'이니까…절대로 잊을 수 없는…"

"나는 그 일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해…나도 어디까지 소문으로만 들었어. 모두 너가 잘못했다고…당장 퇴학처리하라고…아직도 선생들이 열 내더라. 이런 놈을 왜 학교에 두냐면서…"

"…"

"그러니까…내가 괜찮지 않아…"

씁쓸히 웃는다. 선생도 학생들도 모두 거부한다. 조금은 '변화'가 찾아오는가 했더니 나의 자만이자 오만이었다. 잊을 수 없는 것이다. 과거의 시간은.

'외톨이는 계속 외톨이이다…인가…'

그래도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이 있다. 함께 아파해주는 사람이 있다. 아무도 나를 좋아해주지 않더라도 함께 있어줄 사람이 있었기에..나는 괜찮다. 아니 웃을 수 있다.

'가족'이라는 존재가 있어 나는 버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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