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57화 (57/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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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Hypocri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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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잘 가라!"

"예 안녕히가세요."

"수고했다"

"네"

"허허~ 밤길 조심하고"

"예. 할아버지."

"왠만하면 할아버지라고 부르지는 말거라…"

"할아버지 맞구먼 뭘. 60대면 다 할아버지지."

"그래도…청춘이잖아요?"

"그것도 그렇지! 껄껄껄!!!"

"저 놈의 주책은 정말 막을 수 없다니까…"

"그럼 할아버지 가 볼게요."

"그래 세희야 잘 가보거라."

"어이~ 신입 잘 해줬어. 정말로 놀랐다니까? 동석이를 이길 줄은…"

"아까 전부터 계속 얘기해주셨잖아요…치킨파티 때도 계속…"

"하도 놀라우니까 그렇지."

"원래 쟤가 좀 호들갑이 심해."

"뭐라고?"

"농담이야 농담.어쨋든 정우 잘 가고"

"예. 그럼 가 볼게요."

즐거웠던 치킨파티가 끝나고, 스포츠센터가 문을 닫는 10시. 먹은 치킨을 모두 정리 한 뒤에 라켓을 매고 아저씨들과 할아버지 그리고 아줌마들과 함께 스포츠센터의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같은 방향인 사람들끼리 모여서 가고 서로 뿔뿔이 흩어졌다. 나 역시도 인사를 한 뒤에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고 있었다.

"정우야."

느닷없이 뒤에서 다가오고 있는 소녀. 이제 질끈 묶었던 갈색머리도 풀어헤친 긴 머리였다. 머리를 풀어헤쳐서 순간 못 알아봤지만은 그 소녀가 연세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머리를 푸니까..예쁜 얼굴이 더 돋보이는 것 같았다. 그녀 역시 라켓을 맨 채로 내 옆에서 걷고 있었다.

"같은…방향이야?"

"응. 나도 사무실…아니 집으로 돌아가야 되서."

"그래?"

"어디 학교 다녀?"

"그건 왜…?"

"아니. 그냥 궁금해서"

"한국고"

"헤에…너도 한국고였구나"

"너도?"

"그냥…대부분 한국고길래…나 역시…"

"…?"

"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

"내일도 올 거야?"

"당연히 와야지. 돈이 아깝잖아?"

"그렇구나…"

"나는 이쪽방향이야 너는?"

"나는 저 사거리쪽으로 가야 돼."

"그럼…잘 가라"

"응… 정우 너도…잘 가"

나는 세희랑 헤어진 뒤 집으로 돌아갔다. 스포츠센터가 가까이 있어서 집으로 빨리 돌아오고 현관문을 열고나니 거실에는 민정이와 지현누나도 이제야 온 듯 쇼핑백들을 소파에 두고 있었다.

"어 오타쿠 왔네."

"잘 갔다왔어?"

"어"

"오타쿠 우리 옷 사왔는데 좀 봐줘"

"내가 왜?"

"그러니까 말이지…지현언니가 옷 사면서 계속…"정우가 예쁘다고 말해줄까?"라고…웁!"

"아니 정우. 아무것도 아니야."

"?"

"으응. 일단 운동하고 왔으니까 씻고 와."

"콜록콜록. 죽을 뻔 했잖아! 그리고 그런 말 하는 게 뭐 어때서?"

찌릿.

"히익! 잘못했어요…"

뭐야. 내가 들어오자마자 왜 자매끼리 콩트하고 있어? 그리고 왜 누나가 민정이 입을 왜 막는거지? 분명히 내가 뭐시기 하다고 얘기했는데…잘못 들었나? 뭐 별거 아니겠지…

나는 땀에 젖은 추리닝을 빨래통에 넣고 샤워를 했다. 그런데 모르고..갈아입을 옷을 안 가지고 왔네…그냥 수건 2개로 하나는 머리 말리고 하나는 하반신 가리고 그러면 되겠지 뭐…

나는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면서 화장실 문에 나왔다. 거실에서는 민정이와 지현누나가 평소 집에 있으면서 입는 옷들을 입고 있었다.

"오타쿠! 어라…"

"…!!"

왜 둘 다 얼굴이 빨개져있냐. 지현누나는 홍당무 다 됐네.

"헤에…"

민정양? 왜 저의 몸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계시는지요?

"오타쿠…은근히 몸 좋네…삐쩍 말라서 못 알아봤지만…"

"…"

나는 계속 새벽마다 운동을 하고 있으니까 그렇지. 그렇구나. 민정이는 내 몸을 본 적이 없었지…

"맨날 미연시해서 운동따위는 전혀 안하게 보이더구만…언제 운동했어?"

"새벽에 찔끔찔끔 하는데?"

"그런데 복근이 있어?"

당연히 매일하고 있으니까. 그러다보니 생긴 거겠지.

"그리고 칼 자국이랑 멍이 왜 이렇게 많아? 맨날 어디서 쌈박질 하고 왔어?"

칼 자국은 자살하려고 하다가 생긴 거고요. 멍은 맨날 맞아서 그래요.

"정우…"

"응?"

"밥 먹었어?"

"응"

"뭐?"

"스쿼시하다가 아저씨들이 치킨 사주던데"

"치킨?"

"응. 어떤 아저씨랑 시합했는데 그 후에 치킨먹었는데? 누나는 뭐 먹었어?"

"민정이랑 같이 먹었어"

"그럼 내가 밥 안 차려줘도 되겠네."

"응…그리고…스쿼시 재미있었어?"

"나야 스쿼시 계속하고 있었으니까. 재미있지."

"정우가 스쿼시한다는 거 몰랐었는데…"

"나야 얘기 할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렇구나…"

"어이 오타쿠."

"응?"

"지현언니랑 그렇게 화기애애한 대화하지 말고 우리가 새로 사온 옷좀 봐주지?"

"민정아! 그…그건…"

"뭐야 지현언니. 오타쿠한테 보여주고 싶지 않았어?"

"그…그러니까…"

"에이. 빼지 말고…"

"…내가 뭐 어쩌라고?"

"그냥 우리 옷 입은 거 봐주기만 하면 돼."

"너가 어울린다고 생각한 옷들만 골라왔을 거 아니야?"

"그렇긴 하지만…다른 사람의 감상평이라고나 해야할까…이런 감상평을 맡해줄 사람이 오타쿠 밖에 없어서 정말로 안타깝지만…뭐 어쩌겠어?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괜찮다느니 예쁘다느니 그런 말들을 들어야 밖에 산 옷들 입고 돌아다닐꺼 아냐?"

"여태까지 옷들 잘 사고 잘 입어왔으면서 이제와서 나한테 감상평을 말해달라니 뭔 말이야 대체"

"바보 오타쿠!!!!"

퍽!

"끄헉…!"

"흥이다. 내가 말한 게 잘못이지. 옷 입은 거 감상평 말해달라고 한 내가 바보였다 쳇! 언니 들어가자."

"…정우…괜찮아…?"

괜찮을리가 있겠습니까요..

"하하…괜찮아…나는 감상평 말해달라고 해도 그냥 예쁘다는 말 밖에 못해줘. 솔직히 말해서 민정이도 누나도 모두 예뻐서 뭐라고 더 이상 말 못해. 그리고 내가 옷 입는 거에 대해서 뭘 알겠냐만은…"

"…"

"그래서 뭐라 딱히 할 말이 없으니까 나는 방에 들어가 있을게. 그럼 씻고 자."

"…응"

그녀는 뭔가 아쉽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는 화장실에 들어갔다.

창고같은 방에 들어오며 또다시 찾아온 새벽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생각을 해야만 했다. 일단 운동하고, 미연시 메인히로인 공략 좀 하고…그리고 주말이니까 알람종 시계를 조금 늦게 맞출까? 어차피 주말에는 모두 늦게 일어나는 편이니까…그래서 일어나는 시각에 맞춰서 밥을 하고…오후에는 메인히로인 공략끝내서 게임 정리하고 또다른 게임 시작하고…저녁 8시 되서 스쿼시치러 가고…모레 학교 가는 거 준비하고…

침대에 누워있으면서 내일 무엇을 할 것인지라는 계획(대부분 노는 것 뿐이었다)을 짜기시작했다. 나에게 시간은 널리고 널렸는데 더욱이 내일은 일요일이었다. 그래서 예상보다는 쌓아두었던 미연시게임들이 빨리 공략이 될 것 같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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