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54화 (5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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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4. Hypocrisy

허접작가 Scribbler입니다..

어제부터 신종플루에 걸렸습니다..ㅠㅠ..그래서 타미플루를 열심히 복용 중인데요..

(그럼에도 글을 쓰고 있습니다..)

그래서..손과 발 잘 씻으시고 저 처럼 감기 걸리지마시고 건강관리에 힘쓰시길 바라며 54회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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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시작 전에 동석이아저씨라고 불리는 사람과 악수를 한 뒤, 사방이 벽으로 된 코트에서 절반으로 코트를 가른 선을 기점으로 나는 오른쪽에, 아저씨는 왼쪽에 섰다.

"오 시작되었다. 시작되었어!"

"몇대 몇으로 예상하고 있어?"

"글쎄...15:8 정도 일까나..세희는 어떻게 생각해?"

"보면 알겠죠..지금은 예상할 수 없어요.."

"세희 말대로 시작해봐야 아는 거야! 어이 신입! 지면 알지?"

"정우야 잘 해라~"

"동석아~ 지면 굴욕이다. 굴욕!"

"오랜만에 재밌는 경기를 볼 수 있겠구만..껄껄껄.."

"동석이..오랜만에 게임하는 거지?"

"예. 저희 중에서 동석이형을 상대할 사람은 없으니까요..늘 혼자서 했죠.."

"저 녀석이 저래봐도 주말 8시부의 에이스지 에이스."

"정우"

"네?"

"게임은 단판승부. 15점 내기다. 알겠지?"

"네"

"일단 볼을 달구어보자고."

시합시작 전에 고무공이 잘 튀지않기 때문에 몸도 풀 겸 연습랠리(번갈아가면서 오랫동안 치는 것)를 하며 볼을 달구어서 잘 튀도록 만들어야했다. 몇 분동안 공을 번갈아가면서 친 뒤, 나는 공을 잡았다. 잘 달구어졌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야말로. 잘 부탁한다."

일단은 약하게 서브를 하면서 탐색전을 펼쳐볼까..?

나는 오른쪽 서브포인트에서 약하게 롱 서브를 해서 뒷벽에 반동이 되도록 쳤다. 당연하게도 아저씨는 백핸드로 터닝 샷(뒷벽에 반동되는 공을 몸을 돌려서 치는 기술)을 해서 일직선으로 앞벽 맨구석으로 보내서 공이 옆벽 아슬아슬하게 닿도록 쳤다. 역시..잘하는 데..?

중앙에 있던 나는 바로 왼쪽 뒷벽 맨구석으로 빠르게 이동해서 뒷벽에 반동되는 공을 터닝샷해서 반대편 오른쪽 맨 뒷벽 구석으로 보내었다.

"호오.. 제법이야."

"그러게.. 8년이라는 게 괜히 헛말이 아니었구먼.."

"정우. 제법인데?"

이제 아저씨는 어떻게 할 것인가.. 터닝샷해서 칠 것인가..아니면 보스트(옆의 벽을 쳐서 그 반동으로 앞 벽으로 낮게 공을 보내는 기술)를 할 것인가..나는 판단을 잘해야만 했다.

아저씨는 공을 터닝 샷해서 일직선으로 오른쪽 구석 옆벽 아슬아슬하게 닿게끔 쳤다. 이 아저씨..컨트롤이 장난이 아니야.. 내가 치기 힘든공을 보내고 있잖아..

나는 뒷벽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똑같이 오른쪽 벽으로 일직선 터닝샷. 랠리 시작이네..

스쿼시는 오랫동안 번갈아가면서 치다가 상대방 실수가 나오기를 기다려야하기 때문에 체력소모가 장난이 아니었다. 그래서 스쿼시가 다이어트운동에 적격이라고 말하지 않던가..

계속 중앙에 있다가 오른쪽 뒷벽으로 이동해서 번갈아가면서 치는 터닝샷을 했다. 오른쪽 벽으로만 랠리를 하였다. 한 20번 번갈아쳤을까..나는 승부를 내야겠다고 생각해서 반대편 뒷벽으로 공을 보냈다.

하지만 아저씨는 그럴 줄 알고 있었다는 듯 중앙에서 반대편 왼쪽 뒷벽으로 이동해서 반동되는 공을 앞벽 밑에 있는 아웃선 아슬아슬하게 낮게 내리찍는 고난도 기술인 킬샷을 구사했다. 젠장..이 아저씨 노리고 있었어..

나는 그것을 받아치지 못하고 1점을 아저씨에게 헌납하고 말았다.

"1:0!"

"드디어 점수 얻었네…"

"동석이…잘 찔렀는데…"

"어이 신입! 제대로 하라고! 난 너한테 걸었다!"

후..어려운 상대 만났네..이거.. 그런데..이렇게까지 칠 필요가..

"제대로해라. 나는 적어도 '진심'으로 상대하고 있으니까."

그러니까..연습시합인데 처음부터 진지하게 상대할 필요가 있겠냐고요.. 그것도 오늘 처음 만난 사람한테..

이어지는 아저씨의 서브. 나와 똑같이 약하지만 길게 보내는 롱서브를 구사할 줄 알았다.

파캉!!!!!!!!!!

강력한 파공음과 함께 앞벽을 치고 빠르게 나의 뒤를 지나치는 공.장난 아닌데..?

"2:0!"

"왜 이렇게 멍하니 있어?"

"신입!!!"

"흐응…동석이 아저씨 진심으로 하고 있네…"

"정우 쫄 필요없다!! 한 방 날려!!"

"동석 이 기세다!!! 계속 몰아붙여!!"

"껄껄껄!! 청춘이야! 청춘!!"

"왜 이런데서 청춘이 나오는 거야?"

"그러게나 말이다!! 껄껄껄껄!!!"

"할아버지…"

"흠흠…경기나 제대로 보자구…"

이어지는 아저씨의 서브. 역시 강력하고 빠른 공이 왔다. 나는 발리(바운드 되지않은 날아오고 있는 공을 바로 치는 기술)로 되받아쳤다.

하지만 공의 위력이 너무 센 탓일까 라켓이 밀리면서 약하게 공을 앞벽으로 보냈다.

이런..찬스다..

아저씨는 바로 앞벽으로 오더니 휘두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킬샷..하겠군...

나는 뒤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킬샷이 올 것이라는 예상해서 낮게 깔리는 공을 받아칠 준비를 했다. 하지만 아저씨는 킬샷을 하지 않고 드롭 샷(공에 회전을 줘서 약하게 앞벽을 치고 바운드가 될 때 앞벽 가까이 갑자기 떨어지는 기술)을 했다. 한 마디로 '낚인 것이다.'

"3:0!"

"신입!!!! 뭐하고 있냐고!!!!"

"어이. 그렇게 소리 지를 필요 없잖아?"

"내 돈이 걸린 일인데 소리 안 지르게 생겼냐?"

"정우!! 힘내라!!"

"동석이…역시나 잘하는 구만. 상대방의 예상을 모두 간파하고 드롭 샷을 하다니…"

"…그래도 이렇게까지 몰아붙일 필요는 없는데…아직 어리잖아요?"

"그 만큼 정우한테 흥미가 있는 것이 아닐까?"

"저희야 모두 3년 정도 쳤는데, 동석이 형님은 7년 쳤나..?"

"비슷한 기간을 쳤으니, 자신의 실력을 가늠하고 싶은 거 겠지..아직 어린아이지만…"

"저렇게 진지한 동석이아저씨는 처음 봐요."

"…8년을 쳤다고는 하지만…어려서…밀리는 구만"

"체급자체가 틀리니까. 저 아이가 키는 크지만 삐쩍 말랐잖아?"

"괜히 신입한테 걸었나…에휴…"

"그렇게 한숨 지을 필요는 없잖아? 어차피 즐기자고 하는 시합인데 뭘."

"그래도 이런 많은 사람한테 치킨과 맥주를 쏴야하잖아?"

"그래도 새로운 사람이 들어왔으니 그것으로 만족해야지."

벌써 3점이나 잃었다. 다른 사람과 처음하는 시합이었지만은 선생님과 게임을 하면서 나름대로 자신은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 빨리 3점을 잃을 줄은 몰랐다. 그저 나는 이 시합을 즐기고자 했을 뿐인데..저 아저씨는 진심으로 대회에서 치는 것처럼 나를 상대해주고 있었다. 이 시합에 임하는 '마음가짐'부터가 틀렸던 것이다.

"…"

라켓에 공을 튀기며 아저씨는 '장난하지말고 진심으로 해라.'라는 눈빛으로 나를 보고있었다. 그래요..응해드리죠..진심으로 상대하겠습니다..

이번에도 강력한 공이 날아왔다. 하지만 나는 발리를 하지 않고 뒷벽에 반동되기를 기다렸다가 아저씨가 아까 전에 했던 것처럼 똑같이 백핸드로 한 방에 킬샷을 날렸다.

파캉!!!!

강력한 소리와 함께 낮게 깔리는 공. 아저씨는 너무 빨라서 근처에 다가가지도 못했다.

"3:1!!!"

"오 신입!! 좋아 만회하는 거다!!"

"좋아 좋아!!"

"제대로 재밌게 흘러가겠구만!! 껄껄껄!!"

"이제야 제대로 하겠다는 생각이 든 거냐?"

"아저씨가 진심으로 상대하고 있으니 말이죠…원래 연습시합이고 처음 하는 것이라서 그냥 즐기자는 태도로 시합을 하려고 했는데…아저씨가 초반부터 강력하게 나오시니…"

"그 태도. 계속 게임을 하면서 유지하기 바란다. 나도 필사적으로 할 테니까."

"…저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얼마든지 와라!"

파캉!!!!

나는 왼쪽 서브포인트 지점에서 약하고 높은 롱서브가 아닌 있는 힘껏 강력하게 쳤다.

게임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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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실제로 스쿼시를 치고 있어서 이 작품에 스쿼시라는 운동을 넣고 싶었습니다..

사람들한테 별로 알려지지 않은 비인기종목이긴 하지만 상당히 재밌습니다.

발리라든가 보스트같은 스쿼시의 전문적인 용어를 써서 독자님들이 어려워하실 줄 모르겠지만은요..(괄호쳐서 풀이는 해놓았지만, 이해가 안 가실수도 있습니다.)

뭔가 현실감있게 진행하고 싶어서 그런 것이니 넓은 마음으로 이해를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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