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51화 (5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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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50회 축하메시지 감사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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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님.

이것은 무엇이던가. 누군가에게 복종할 때 부르는 칭호가 아니던가.

더군다나 미소녀에게 그렇게 불리는 것은 전국, 아니 세계의 모든 남자가 원하는 로망 중의 로망.

그리고 미연시와 같은 꿈의 세계에서만 보는 희귀한 칭호.그런데 이런 왕따이자 폐인인 나에게 정말로 꿈인지 조차 모를 현실로 닥쳐왔다.

그것도 절대 여신이라 불리고 있는 지현누나에게.

주위 사람들은 모두 '멍~'하니 이 상황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었다. 리더도 광신도들도 그리고 지현누나를 보기위해 찾아온 남학생들도. 모두.

"주인님."

혹시나해서 다른 사람을 부르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싱긋 미소짓고 있는 그녀의 검은 눈동자는 정확하게 나를 보고 있었다.

'에..나..?'하고 손가락으로 내 자신을 가리키자, 그녀는 살며시 끄덕거리며..

"주인님. 들어오세요."

나 정말로..누나에게 주인님 소리 듣는 거 맞아?

그녀는 따라오라는 듯 천천히 3-A반으로 가고 있었다. 나도 그것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3-A반으로 들어갔다. 나도..이런 꿈을 바라고 있었던 남자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복도에 남겨진 남자들은 그대로 '석화'가 되었다.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교실로 들어오고나니 천국이나 다름없다. 미소녀들의 메이드차림. 정말..파라다이스다.

2D의 세계와 별반 차이가 없지 않은가..

내가 들어온지 머지않아 앞문이 열리면서 손님 접대가 시작되었다. 미소녀들의

'어서오세요~'라는 합창을 들으면서 행복해하는 남자들의 몽롱한 모습이...

몇 분 흘러가지도 않고 자리의 객석은 꽉 찼다. 메이드 옷을 입은 여자선배들이 바쁜 듯 뛰어다니고 있었다.

"주인님.."

"…어…어…응?"

깜빡했다. 지현누나가 계속 옆에 있었던 사실을..

"…안 받아주시는 거에요…? 저를…"

크리티컬 데미지. 지현누나의 '필살! 초롱초롱 눈빛'이 다시 한번 작렬하면서 주위 사람들 모두 넉다운. 대상자인 나도 넉다운 될 뻔하였다.

"아…아니…"

뭐라 말해야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누나의 예상치 못했던 이미지 탈피에 패닉이 된 상태..

"그냥 정우라고 불러 하하…아하하…"

머리를 긁적거리며 멋 쩍은 웃음을 지었다. 문화제때문에 주인님이라며 억지로 그러는 거 알고 있으니까 나한테까지 부를 필요는 없었다. 남동생인데..주인님이라니..

"주인님은…주인님인걸요…혹시…제가 싫으세요…?"

아니요. 절대 싫지 않습니다. 오히려 분에 넘치는 행복입니다.

슬픈 눈빛을 지으며 누나가 '싫으세요?'라고 말하는 순간 다른 메이드들의 접대를 받고있던 몽롱한 모습이었던 남자들도 갑자기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저 새끼 죽여..'

'죽이자.'

'감히 여신님에게 해서는 안 될 망발을…'

'동생이면 다야? …죽이자'

주위사람들의 시선 모두 도끼눈이 되어서 나를 불타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이고 뜨거워라,..

"일단 앉자…서 있기도 뭐하잖아?"

여자의 변신은 무죄라지만 이것은 완전히 유죄다 유죄. 그것도 강력범죄. 어떻게 이렇게까지 바뀔 수가 있냐고..일단은 앉으면서 침착히 얘기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나는 의자에 앉았다. 그런데 그녀가 가까이 붙으며 내 옆에 앉았다.

침착히 얘기할 수가 있겠냐고!!!!!!!!!!

으..그렇게 쳐다보면 진짜..침착하자 침착해..정우야..여기는 네 세상이 아니란다..그냥 꿈이야 꿈..자기최면으로 중얼중얼.

"그러니까…어떻게 된 거야?"

일단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아직도 얼떨떨하고 믿기지가 않으니..

"보시다시피 나는 메이드예요. 주인님의 명령을 듣는 메이드."

어째 어감이 이상하다? 뭐라도 명령을 내리면 모두 들을 것 같은..그런..지금 뭔 생각하고 있는거야.

"존댓말하지 마. 나는 손님이전에 '동생'이야. 말 놔."

누나에게서 존댓말을 듣고 있으니 듣기가 거북하다. 나에게 이렇게까지 대할 필요는 없다. 나는 오히려 그런 것이 더 좋았다.

"놓을 수 없어요. 주인님이니까."

아니, 그렇게 고집부리면 안되죠 지현누나..여태까지 봐 왔던 지현누나와 판이하게 다른 이미지에 너무 정신적으로 공황상태였다.

"아니. 말 놓는 게 나을 거 같아. 일단은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지도 모르겠고..그러니까 상황설명 좀 해달라고."

"보시는 바와 같이."

절.대.로. 누나는 말을 놓지 않을 모양이었다. 졌다..졌어..

"후…"

기나긴 한숨. 이것은 행복한 것이 너무 지나쳐서 한숨이 나올만큼 그런 상황이었다.

"주인님…"

걱정스럽다는 듯이 나의 옆에서 보고 있는 그녀. 하..부담스러워..

"…왜 여기에 오라고 했어?"

내가 여기에 오면서 가장 묻고싶었던 질문을 던졌다. 대체 왜, WHY? 나를 불렀냐 이거지..

"…하고 싶었으니까요…"

그러니까..뭘 하고 싶었는데요…

"주인님에게…봉사를 하는…"

아니, 자꾸만 위험수위의 발언을 늘여놓지 마시고요..

"그러니까…나한테 보여주고 싶었던 거지…?"

내 나름대로 결론을 내려서 정의. 그런데 내가 생각해도 이것은 아니었다.

....끄덕

사실이었습니까요!!!!!!!!!!!!!

"고마운데…누나 이런 거 하지 않아도 충분히 예쁘니까…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솔직한 나의 감상을 말했다. 그냥 교복을 입어도 이미 여신인데..메이드면 뭐..말 다했다.

"정말…내가 예뻐……요?"

'요'는 안 하는게 나았을 텐데.

"이쁘다니까? 지금 복도 앞에 줄 서 있는 남자들 모두 누나보겠다는 생각으로 왔어. 남자들 모두 누나가 정말로 이쁘다고 생각해. 나도 그렇고."

"…"

얼굴이 발그레. 완전 사랑고백에 부끄러워하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었다. 누나...원래 이런 사람이었나...

"그러니까. 메이드 같은 거해서 주위 사람들 기절시키지 말라고.. 안해도 예쁘니까."

"…응"

드디어 응이라고 말하네.

"그럼..누나의 모습도 다 봤으니..이만 갈게."

너무 오랫동안 앉아있었다. 다른 메이드들은 사람들의 지명을 받느라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누나가 계속 나를 상대하고 있었으니..심지어 누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줄줄이 서서 번호표를 뽑는 상태까지 이르렀다.

"잠깐…"

"저기 봐. 누나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그녀가 그들을 한 번 바라봤을 뿐인데 그들은 단번에 도미노처럼 기절했다.

"지금 누나 일하고 있잖아? 방해하고 싶지 않아."

"…"

"그러니까 일 잘하고 와. 이만 갈게."

"…응"

"그리고…"

나는 그녀의 귀에 대고 귓속말을 했다.

'만약에 시간남으면 옥상으로 와.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나는 그렇게 말하고 3-A반 뒷문을 빠져나갔다.

뒤에서는 그녀가 그 소리를 듣고 너무나도 기쁘다는 듯이 웃고있었다는 것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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