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47화 (47/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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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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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우 아니야? 왠 여자?"

"그러니까. 저 애...정시하 아니야?"

"저렇게 예쁜 애가 박정우 저 놈의 여자친구야? 에이 설마.."

"여자친구 아니라면 팔짱을 왜 끼겠냐? 생각을 좀 해봐라."

"저 둘. 1학년 때부터 묘하게 붙어있었는데..결국 그런 것이었나.."

"저 부러운 자식...지현누나와 함께 사는 것도 부러워 죽겠는데 이제는 미인 여자친구까지.."

"진짜 뻔뻔하다. 저 새끼.."

"그러니까..'그 사건'때 말이지?"

"그런데 그 '사건'이 뭐야? 궁금하게 시리.."

"조금 모여봐. 얘기해 줄테니까.."

주위사람들은 팔짱을 끼고(강제로...)있는 우리들을 보며 아니꼬운 말들이 오가고 있었다.

"신경 쓰지마…"

시하는 그 소리들이 모두 들리고 있다는 듯 나에게 신경쓰지말라며

"이런 놈들한테 모처럼의 데이트 방해받고 싶지 않으니까."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을 본 인간들은 모두 부리나케 자리를 피했다. 어째 눈빛만으로 인간들을 제압하냐..진짜 무슨 판타지도 아니고..

"가자~ 정우군. 앞장 설 거지~ ^^?"

바로 나를 볼 때는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안면을 확 바꾸더니 앞장서라는 말까지 하고 있었다. 여자란 생물은 정말 무서워..정말로..

그녀는 애써 웃으려고 하였지만 눈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이 때 내가 해주어야 할 말은 무엇이었을까. 울지마라고 서줍잖은 위로라고 보내야 할까 아니면 차갑게 돌아서야 했을까. 나는 그 사이에서 우물쭈물 거리고 있었다.

"뭐야…이럴 때 잡아줘야 되는 거 아냐? 꼭 내가 잡아달라고 해야되겠어?"

"…"

"여자 울렸으면 책임을 져야 될 거 아니야?"

"…뭔 책임?"

"나 울렸잖아"

"…그래서?"

"그러니까 책임 지라고"

"어떻게 책임져야 되는 데?"

"오늘 하루 데이트해. 나랑 같이. 니가 좋든 싫든."

설마..이것까지 계산해놓고 운 것은 아니겠지요? 정시하양? 그렇다면 너무 무서운 사람이야..

"싫다고 한다면?"

"거부권없어. 너는 무조건 나랑 데이트해야해."

"내가 왜 해야되는데?"

"내가 정했으니까."

이 놈의 이기주의는 어째 고쳐지질 않냐..

"어이..그런 천상천하유아독존 시대는 갔다고.."

"그러면 여자울린 벌은 어떻게 감당할 건데? 키스라도 해줄래?"

"…뭐?"

"데이트 하기 싫다며. 그러면 키스해.나에게. 진심을 담아서."

그게 더 싫다. 싫어하는 사람이랑 키스라니..게다가 내가 싫어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키스해달라는 그 저의는 대체 뭐야?

"그것도 싫어? 그러면 나랑 '그 짓'할래?"

"…!!!!!"

"왜 얼굴 빨개져? 남자와 여자만 있으면 하는 게 뭐야? '그 짓'아냐? 러브호텔 당장 갈까? 얼마든지 할 수 있는데..아님 단 둘밖에 없는데 지금? 원래 이럴 때 남자가 발정나야 되는 거 아니야?"

"대체 나한테 왜 그래? 뭐 원한이라도 졌냐?"

"그것도 싫다면 데이트 해.내가 지금 이렇게 원하고 있으니까."

도무지 물러서지 않는다. 하여간 내가 아는 여자들은 죄다 고집불통이야. 아놔..

"너…나에 대해서 원한 졌냐고 물었다."

"아니. 원한 같은 거 없어. 나는 너랑 데이트하고 싶어. 그 뿐이야."

"헤어진 남자친구에게 그렇게 해도 되냐?"

"얼마든지. 그리고 나는 너와 헤어졌다고 생각안해."

"니가 나보러 필요없다고 얘기해 놓을 땐 언제고 지금 이제와서 나한테 들러붙는건데?"

"나는 언제고 너한테 붙어있었어. 지금까지. 너는 몰랐겠지만."

"…지금 뭐라했냐."

"계속 붙어있었어. 어제 정말 끝내주더라. 자기 친누나랑 그렇게 붙어다니고. 아예 사귀고 있다고 그러지 그래? 가까이 붙어서 단 둘이 밤의 길을 걸으면서 귀가라..정말 로맨틱하지 않아?"

"…!!!!!"

"왜. 정곡에 찔렸어? 어머~ 안됐네~ 단 둘이 있고 싶었는데 제 3자가 봐 버리고 말았으니..방해해서 미안했네~"

"…설마 계속 따라다닌 거냐?"

"글쎄? 어떨까나~"

"지금 당장 말해. 여태까지 나한테 계속 붙어있었냐고…말해!!!!!!!!!!!!!!!"

"소리 지를 필요 없잖아. 그리고 얘기해줬잖아? '나는 항상 너의 곁에 있었다고'…"

"…!!!!!!!"

"그렇게 놀랐어? 귀엽네~ '우리' 정우군~♡"

"그만해라…이런 장난…지금 나 놀리고 있는거지?"

"어머~ 안타깝게도 그건 '진심'이야."

"거짓말…"

"내가 지금 거짓말 하는 눈으로 보여?"

"…"

"나를 똑바로 봐. 거짓말 하는 것 처럼 보여? 이렇게 너를 원하고 있는 나를 봐. 외면하지 말고 똑바로 봐. 제대로 된 '나'를 바라봐 줘..."

"어째서…너는 그렇게까지…"

"정말 모르겠어? 아니면 '모르는 척'하고 있는 거야?"

"…"

"그러니까 데이트 해. 지금 당장.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

"지금 여기서 죽겠어."

그녀는 칼을 빼들고 스스로 목을 찌르려고 하고 있었다.

"안 찌를 것 처럼 보이지? 그런데 착각하지마. 나는 정말로 여기서 죽을거야."

고작 데이트 안 해준다고 자살하려는 인간이 어디있냐고 묻는다면 여기라고 말해주고 싶다.

"10초 줄게. YES야 NO야? 선택해!"

동시에 양자택일을 강요하는 그녀. 지 맘대로야 지 맘대로..좀 생각할 시간 좀 더 달란 말이다!!!

"어이 지금 칼이나 치우고 얘기해."

"10…9…8…"

"그러니까 치우고 얘기하라고!!!'

"5…4…3…2…"

"그러니까!!!"

"…1 안녕 정우군."

그녀는 단숨에 가녀린 손으로 칼을 역수로 쥔 채로 자신의 목을 궤뚫으려고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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