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45화 (4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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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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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그 누구도 깨어있지 않은 시간.

나는 구석진 방에 있었다. cd플레이어라는 구시대의 유물과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이라는 것을 듣고 있었다.

잔잔한 클래식. 나의 마음을 고요하고 평안하게 만든다.

그 선율의 흐름때문이었을까 뭔가의 행복감에 도취되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오늘도 알람종소리와 함께 방에서 나왔다. 샤워를 한 뒤에 앞치마를 두르고 밥을 식탁에 차렸다. 그렇다. 오늘도 일상은 그렇게 시작되고 흘러간다.

조금의 '변화'가 있었긴 하였지만...

문화제 2일 째, 오늘은 학교에 늦게 등교했다. 교문에는 외부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을 정도로 사람들은 바글바글하였다. 우리학교 문화제가 아무리 인기가 있었다고 하지만은 이렇게까지 인기가 많을 줄은 몰랐다. 1학년 때에는 문화제 때에 학교를 빠져먹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왔냐."

"오 왔다 왔어."

"너 어제 갑자기 없어졌더라?"

"그러게 우리끼리 자축연하고 있다보니까 너가 없어진 것을 늦게 눈치챘지만.."

"말 없이 사라지는 게 어딨냐 치사한 자식."

교실에 들어오자마자 반갑다는 듯이 아이들이 나를 맞아주었다. 어라..?

분명히 나는 어제 조용히 사라지고 없었다. 솔직히 나도 그들도 서로에게 방해가 될 것이다라는 생각에 없어지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서 학교 후문으로 빠져나갔다. 그것을 그들이 알아도 그냥 아무렇지 않게 넘길 줄 알았는데.. 어째서...? 왜 나를 반겨주는 거지...?

"햐~ 어제 연극 굉장했지?"

"그러니까 자축연열고 있는 데 사람들이 들어와서 정말로 좋았다고 막 그래."

"특히 너 찾는 애들이 많았어. 그렇게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것을 보고 감동먹었다고."

"악역연기가 너무 멋졌대. 우리들은 어색하게 연기했지만 실제로 그러는 것 같이.."

"너가 연극을 주도했어. 솔직히 말하자면."

"연극 시작하는 데 늦게와서 짜증나긴 하였지만 그것을 다 만회할 정도로. 우리끼리도 너가 이렇게 잘해줄 줄은 몰랐다니까?"

"여자주인공은 좀 불편해하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사실이잖아?"

"하긴…그렇게 느끼한 대사를 듣고있으면 상대방으로서도 고역이지 확실히."

"그래도 그 애도 놀라워했어. 계속 연기가 완벽했다고 자축연에서 말했지 아마?"

"보통 문화제에서는 어색할 수 밖에 없는 연기였을 텐데..라고 말이지. 특히나 너 같은 역할이라면 더욱 더."

"그런데 너가 없어진거야. 주인공인 너가 말이야."

"왜 없어졌냐?"

"…"

처음이다. 사람들의 칭찬을 듣는 것이..

어렸을 적부터 외면받으며 살아왔던 나였다. 그 누구의 인정도 없이 나는 혼자서 살아왔다. 어느 누구도 나를 보면 거부를 하였지 받아들여주지는 않았다.

처음으로 나는 그들에게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 때'이후로 나는 학교에서 완전히 소외대상이었다. 한마디로 '투명인간' 그 자체.

그래서 학교애들도 나에게 하는 것은 오직 멸시의 시선들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뒷담화 뿐이었다. 그런데..연극 한 번 하였다고 이렇게까지 인정을 받는 것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벌써 입소문 타기 시작했어. 오후6시 시작이라서 학교 애들이 많이 귀가한 상태였는 데 관중들은 대부분 외부인들이었지 아마..?"

"그 때 본 사람들 모두 다시보겠다고 난리야."

"이거..우리가 우승하는 거 아니야?"

"오늘도 잘 부탁한다. 히어로!"

"단숨에 히어로로 격상이네 시체에서"

"우리 연극을 살린 히어로.. 이의 없음!"

"그리고 미안했어…"

"…?"

주위의 순간 정적.

"사실 너.. '그 사건'의 주인공이라서 그런지 다가가기가 무척 꺼려졌어. 그래서 그것에 대해서 주위 사람들도 욕을 많이 했고. 그리고 너가 말도 잘 없었고 항상 얼굴을 가리고 있으니까 뭐라고 해야할까..'거부'하고 있다고 해야되나..우리들도 '그 사건'때문에 너를 싫어하기도 했었고..그리고 이 연극의 배역을 너로 결정했을 때, 우리 남자들이 반대를 많이 했었어. 여학생들 마음대로 악역을 '너'로 설정해버렸으니까 말이야..그리고 나는 1학년 때 너랑 같은 반이었잖아? 너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있었으니까.."

"…"

"그리고 이런 거에 전혀 관심없을 줄 알았어. 우리는 그저 펑크만 안 내었으면 했었지. 그리고 예상대로 펑크 낼 줄 알았는데 너가 늦게 도착한거야."

"…"

"그리고 잘했어. 너. 엄청나게 의외였지만..그리고 너가 그렇게 열정적으로 하는 면도 있는 줄은 몰랐어."

"…"

"그래서 너가 위험한 애는 아니었구나..하고 생각했어. 주위를 맴도는 아웃사이더가 아닌 우리 2-C반 평범한 13번의 '박정우'였구나..하고.."

"…"

"미안해. 우리들이 너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고 소문에 휘둘렸나 봐. 이렇게 조용하고 말을 하진 않지만 착한 애라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어..미안.."

"…"

"나도 너에 대해서 잘못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나도 소문에만 휘둘려서 나쁜 놈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미안해…"

나에게 저마다 나쁘게 나를 나쁘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사과하고 있었다. 폐인이자 오타쿠이고 '그 사건'의 원인인 것을 알면서도 나에게 말을 걸어주고 있다.

나에게는 변화가 찾아왔나 보다. 변함없는 일상, 항상 반복되게 돌아가는 쳇바퀴의 묘한 뒤틀림.

'변화'라는 것은 그런 것이었다. 특히나 사람과 사람사이에서는..

"그러니까, 오늘 연극도 잘해보자고 '박정우'"

"아아…"

나는 그들에게 미소를 지어주었다.

절대 그들이 볼 수는 없겠지만...나름대로의 성의의 미소를.

문화제는 더욱 더 열기는 고조되고 첫날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다 보니 그에 따라 시끌벅적한 문화제는 여전히 현재진행중이었다.

배고프다. 뭐라도 먹을까?

나는 우연히 음식점을 하고 있는 교실에 들렀다. 순수하게 배가 고파서.

"어서오세요~"

여학생들이 귀여운 차림으로 하고 손님들을 맞아주고 있었다. 역시 우리 학교의 여자들은 모두 다 예쁘단 말이야..그런데...메이드 카페였나...아니다..그냥 음식점이었다.

나는 여자애들이 나를 봐도 아무런 반응도 해주지 않자 그냥 다행이다라는 생각으로 의자에 앉아서 메뉴판을 지켜보고 있었다. 음..뭘 먹지..

그런데 뭔가 어색하다. 하긴..나 혼자 와서 그런가?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2명이상씩 앉아서 웃으며 떠들고 있었다.

"무얼 주문하시겠어요?"

나긋나긋한 여자의 목소리와 귀여운 복장. 이래서 남자들이 많이 찾아오는구나..

"정.우.군~♡ 무얼 주문하시겠어요?"

"…!!!!!!!!!!!!!!!"

"우리 가게에 온걸 환영해~ ☆ 정.우.군~♡"

기나긴 생머리의 2학년 중에서 가장 예쁘다는 그녀가 웨이트리스 복장 차림으로 나를 맞아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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