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41화 (4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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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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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르르릉..삐르르릉...

새벽 6시를 알리는 알람종의 소리가 울려퍼졌다. '삑'하고 알람종을 끈 뒤 오늘부터 시작하는 문화제에 교복을 입고 학교로 등교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그렇다. 오늘부터였다. 결국은 연극을 하게 되었다. 이 날이 오고만 것이다.아놔...

연극은 첫째 날과 둘째 날 오후 6시에 시작되었다. 그렇다면..나는 밤 시간을 반납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하루종일 학교에 있어야 되는거잖아!!! 젠장....내 시간..내 히로인...

문화제가 시작되는 기간에 하기 위해서 하드디스크에 열심히 꿍쳐든 미연시가 몇 기가던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시간이었는데..

그리고 연극을 하자니 막상 사람들의 앞에 서려니 부끄럽기도 하였고 무엇보다 무언가를 던지지나 않았음 하였다. 샤워를 하고 민정이와 지현누나가 먹을 밥만 차리고 오늘 해야한다는 생각에 한숨을 푹푹쉬면서 집을 나왔다.

교문에 들어가고보니 감시하는 학생부도 선생도 없다. 나도 아침 일찍 등교를 하는 것이었는데 언제 일어났는지 학생들이 모여서 문화제준비를 하고 있었다.

포장마차를 세우려고 기구들을 정비하고 가스 불이 되는 지 확인을 하면서 이후에 들어오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심지어 자리를 놓고서 반들끼리의 신경전도 있었다. 반 대항전이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거두어야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반 대항전에서 우승한다고 해서 한 학급이 제주도나 해외로 가는 여행을 간다는 스케일이 크게 포상해줄 정도로 우리 학교의 재정상태는 넉넉한 것이 아니다. 대체 무엇때문에 저렇게 매달리는 것인지 이해가 안되었다.

"오늘부터 문화제가 시작되는데, 즐겁고 그리고 무엇보다 다치지않고 안전하게 문화제를 보내길 바란다. 무엇보다 문화제 우승을 위해서 열심히 해보자."

"와!!!"

담임선생의 격려와 함께 조회시간이 끝났다. 오전 9시 때에는 문화제개최식이 있었기 때문에 1시간동안 여윳시간이 남아있었다.

"야 오늘 뭐할거야?"

"그러게..어디 가지.."

"PC방 가고 싶은데..연극하기 귀찮아.."

"가고 싶은데 못 나가잖아..에휴.."

남학생들은 이런 문화제를 보내야 된다는 것에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사실은 그렇다. 나도 그중 한명이었으니까. 이런 축제기간이면 슬그머니 빠져나가는 학생들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우리 학교는 선생들은 물론이고 운동부원까지 동원해서 철저히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위해서 감시망을 쳐놓았다. 비밀루트인 학교 뒷담에도 정문 인근에 있는 개구멍에도.

그래서 걸리기만 하면 끝장이었기 때문에 아이들도 포기를 하고 어떻게 보내야 할 것인지 저마다 고민하고 있었던 것이다. 오후 4시면 공식적인 일정이 끝나지만 우리반 같은 경우에는 오후 6시부터 연극공연이 있었기 때문에 밤 까지 남아있지 않으면 안되었다.

반면에 여자아이들은 어떻게 보낼 것인지 저마다 신나게 떠들면서 즐거워하고 있었다.

문화제개최식이 끝난 이후에는 본격적인 학생들 자유의 시간이었다.(그렇다고해서 학교 밖을 빠져나갈 수 없었지만은..)선생들의 간섭도 없을 뿐더러 무엇보다도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하는 축제였기 때문이었기 때문에 앞으로 3일동안 학생들은 학교에서 자유롭게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개최식이 끝나면 외부인에게 차단되어있던 교문이 열리게되어서 외부인들도 이 문화제에 참여할 수 있었다. 뭐 문화제보려고 학교 땡땡이친 학생들이 대부분이긴 하였지만 학생들의 축제에 인근에 살고 있는 사람들도 참여를 하였다.

"이번 문화제는 어떨까나.."

"야 그거 들었어? 박지현이 있는 반에서 메이드카페를 한대!!!!"

"젠장!!! 빨리 가야돼!! 사람들 몰리기전에!!!"

"나는 정시하가 좋던데..이쁘고..뭔가 매혹적이야."

"걔..뭔가 소문이 안좋다던데..이쁘기야 하지.."

"이번 1학년 중에 예쁜 애들 없냐? 조사좀 해봐."

"이번에야말로 여자친구를 만들고 말테다!!!"

"꿈깨라 꿈 깨. 너가 할 수 있을 것 같냐?"

"ㅠㅠ.."

"이번에 어디갈래? ? 유령의 집?"

"자기가 가고 싶은대로."

"아잉~♡"

"아놔..이런 데서도 연애질이냐..누구는 18년째 여자친구없는데.."

"흑! 우리는 영원히 솔로인가? 나랑 같은 신세이신분?"

"저요!"

"저요!"

"나도요!"

"여자친구 없는 외로운 분들. 솔로부대를 만들어 이 빌어먹을 연인들에게 정의의철퇴를 내려주십니다!!!"

"와아!!! 우리는 무적의 솔로부대!!!"

"와아!!! 그런데..어째 씁쓸해지는 이유는 뭘까?"

나는 개최식이 끝나고 강당 밖을 나와서 학교를 배회하고 있었다. 지나갈 때마다 학생들이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위해서 홍보활동을 하고 있었다.

"1학년 C반에서 유령의 집 합니다. 연인들끼리 오시면 더 좋아요~"

"달고 맛있는 솜사탕 팔아요~ 단돈 500원~ 500원 치고 엄청 큽니다 커요~"

"대박을 노리고 있는 당신!! 두번 다시 찾아올 수 없는 찬스가 오고 있습니다!! 궁금하신 분은 강당 뒷쪽에 있는 뒷산쪽으로 와서 확인해시길.."

"학업이나 어떠한 사정때문에 스트레스를 자꾸 쌓이신 분들은 학교 본관 옆 자전거 보관대에 오셔서 그동안 묵은 스트레스를 한 방에 싹~~"

"혹시 여자친구나 남자친구가 없어서 옆구리가 시리십니까? 여기 2-F반에서 단체소개팅을 하고 있으니 함께 팔짱을 낄 사람을 원하고 계신 분들은 지금 당장 모이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선착순이라 나중에 오면 퇴장조치를 하니 먼저 간 사람이 임자입니다!!!"

"어이~귀여운 소녀들에게 '주인님~'을 듣고 싶은 남자들은 모여라!! 여기 3-C에서 천국을 만날 지어니.."

"아아. 마이크테스트 마이크테스트~ 에... 방송실에서 알려드립니다. 문화제개최로 인해서 사람들이 많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서 분실물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으니 여기 있으신 분들께서는 자신의 물품관리를 철저히 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만약 분실물이 있는 사람들은 학교 현관에 있는 분실물보관함에서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지구멸망이나 외계인과의 소통에 대해서 궁금하신 분들께서는 학교 별관에 있는 화학실험실에서 자세한 것을 들을 수 있습니다."

"오후 2시에 강당에서 공연이 있습니다. 많이 보러와주세요~"

북적북적하고 시끄러운 학교분위기. 하지만 나에게는 이런 말이 통용되지 않지만..

혹시나해서 문어빵가게에 가보았다.

"어서오십시오!!! 어라.."

"…박정우"

"그 놈인가.."

역시나 내가 오면 이 모양 이 꼴. 나는 전혀 문화제에 동참할 수 없었다. 학생들은 모두 즐거워하고 재미있게 보내는 이 문화제인데 나 혼자서 지내야만 했다. 길을 지나갈 때마다 나를 알고있는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 나를 바라보면서 어김없이 뒷담화. 내가 이곳에 있을 자리는 없다. 그냥..쉬어야겠다..어차피 연극은 오후 6시에 시작이니까..

나는 옥상으로 가기위해서 계단으로 올라가려고 했으나 교실에서 저마다 진행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교직원용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서 5층까지 간 뒤에 옥상으로 갔다.

당연하게도 옥상문은 철컥철컥하고 열어보아도 열리지 않았다. 선생들이 옥상이 열려있는 것을 바랄 리가 있겠나..다 옥상에서 담배피고 막 그러지.. 그래도 나에게는 수가 있지.

바로 1학년 때 행정실 서랍장에서 슬쩍한 나의 비밀무기. 옥상열쇠.

나는 옥상문을 끼익하고 열고 다시 문을 잠갔다. 탁 트이고 넓디넓은 옥상에서 나는 철퍼덕하고 누워버렸다. 봄이와서 따뜻했다. 더 이상 차가운바람이 아닌 산들산들한 묘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고 따뜻한 햇살이 나를 쬐이고 있었다.

새벽 6시까지 대본만 외우느라 계속 고생도 했으니 잠이나 자볼까..어차피 깨어있다고 해도 뭐 할게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런 것을 알기나 하듯이 나는 옥상에서 누워서 잠이 들었다.

따뜻하지만 아무도 없는 이곳에서. 외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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