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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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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해. 다음 대사 말히지 않고."
그녀는 계속 얼굴이 홍당무였다. 이런 말하는 내가 더 부끄러운데 말이지..지금 나도 차마 얼굴을 들기가 힘들단 말야..그래도 아무것도 아닌 척하고 다음대사를 말하라고 하였다.
"ㄴ…ㄴ…노…놔…놔주…"
"…왜 그래?"
아직도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것인지 떨면서 고개를 숙이고 말하고 있는 누나. 역시 너무 느끼한 말이었나? 지현누나도 갑자기 제대로 말하지 못하게 할 만큼?
"놔…놔…놔줘요…"
도무지 안되겠다. 계속 떨면서 말하고 있는 지현누나. 나는 여기까지만 하기로 마음먹었다.
"…후 여기서 그만하자."
"…?"
더 이상 진도가 나갈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누나는 말도 제대로 나오지도 않고 있었고, 사실 연습을 하는 데는 혼자서 충분하였기 때문이다. 누나랑 같이 연습을 하면서 상대역이 있어 대본외우는 데 도움이 많이 되긴하였지만 누나한테 더 폐를 끼칠 수는 없었고 무엇보다도 지금 이런 상태이니…
"이제부터는 혼자 할 수 있어."
"…내가…목소리를 떨어서 그런거야?"
"그런 것도 조금 있긴 하였지만 지금까지 충분히 도움이 되었어. 누나한테는 더 고생을 시키고 싶진 않아."
"말했잖아…?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고…"
"누나가 연극을 좋아한다는 것은 이제 알겠지만 이것은 내가 해야할 것이지 누나가 해야하는 것이 아니잖아? 누나도 누나의 일이 있기도 하고…그러니까 여태까지 도와줘서 고마워 이제는 더 이상 도와주지 않아도 돼."
"…그래도…나는…"
"괜찮아"
"…"
"시간도 많이 늦었어. 누나도 피곤할텐데 들어가서 쉬어 나는 대본 좀 더 외우고 있을게."
"…미안…내가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아서 괜히 네가…"
"그런 거 전혀 없어. 누나도 누나네 반 문화제 준비도해야하고…그럼 방에 들어갈게. 잘 자."
"…응"
누나는 뭔가 슬픈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방에 들어갔다. 원래 이랬어야했다. 누나가 도움을 줄 필요는 없었다. 아직까지 남은 기간은 이제..4일인가? 조금..빨리 해야겠네..
새벽에도 외운 나는 학교에 있는 동안에도 대본외우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쟤 왜 이렇게 열심히하지?"
"몰라. 원래 하고 싶었나봐"
"그래서 기권표를 던진건가…"
"그런 건 전혀 아니라고보는데? 저 자식 원래 귀찮아하는 성격이거든. 선택할 것이 없으니 귀찮으니까 기권표를 던진 거고 갑자기 연극을 하라고 떠넘겨지니까 피할 수도 없으니 후딱 끝내려고 하는 것 같은데?"
"나도 동감. 저 자식이 저렇게 열중하고 있는 것은 처음보지만, 저 자식의 성격은 대강 파악하고 있으니까"
별 희한한 꼴을 다 본다는 듯 나를 쳐다보고 있는 같은 반 놈들. 뭐야? 사람 열심히 하는 거 처음 봐? 왜 동물원에서 동물 쳐다보듯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거야?
학교 수업시간에도 대본을 외우느라 깨어있는 것을 본 선생들은 요새 개과천선을 했다느니 모범생이라느니 모세가 강을 갈라놓은 것처럼 기적이라느니 수군수군거리고 있었다.
또 저렇게 문화제에 열심히 하려는 것은 처음본다고 나에 대한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비록 선생들의 수업을 하나도 듣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쳇바퀴같은 그러한 일상의 구조는 문화제가 시작되기 전까지 계속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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