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39화 (39/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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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끄어..오랜만에 뵙습니다...

사실 공부를 안 한다고 부모님께서 컴퓨터를 금지시키셨기 때문에...ㅠㅠ;;(사실 지금도 몰래하고 있습니다..)

독자님들께 늦게 연재하는 것에 대하여 사죄의 말씀을 드립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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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 후 늦게까지 무대장치와 배경을 만들다가 해가 뉘엿뉘엿 지고 나서야 집에 들어올 수 있었다. 준비는 확실히 진행되고있었고 연극하는 당일 날에는 나름대로 좋은 공연을 펼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이미지가 타르타로스보다 깊고도 깊은 지하였기 때문에 이 악역을 해서 욕을 먹는 다고 해도 '허허..그러겠거니..'하고 아무렇지 않게 웃어 넘길 수 있을 것이다. 라고 그렇게 바라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었어!! 바보 오타쿠!!!"

퍽!

오자마자 상큼하게 현관문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주먹으로 복부를 가격해주시는 우리의 착하신 동생 민정님. 젠장...

"얼마나 배를 쫄쫄 굶으면서 기다렸는지 알아? 응?"

아 요리 못하였지. 이 0.01%부족한 완벽하디 완벽한 유전자들께서는.오죽했으면 나에게 있는 힘껏 주먹으로 가격할 수 있을까.

"알았어. 알았다고. 당장 밥 만들어 주면 될 거 아냐? 그런데,연극준비하느라 늦는다고 분명히 얘기를 했을텐데?"

"아. 그랬었나."

역시 내 말을 한 귀에 듣고 한 귀에 흘렸구만..

"그건 그렇고, 지현누나는?"

"지금 장 보러 갔는데? 자기가 요리하겠다고.."

절대 사양이다. 내가 하고 말지.

"누나 돌아오면 내가 밥 차려놓을테니까 tv나 컴퓨터 하면서 기다리고 있어."

"그러지 뭐."

쿨하다. 정말 쿨해. 배고파 할 때는 언제고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민정.

내가 들어온지 별로 지나지 않아서 지현누나가 비닐봉지 몇 개를 들고 들어오고 있었다.

"왔어?"

"아. 비닐봉지 줘 내가 요리할게."

"응."

그녀는 반찬 거리가 든 비닐봉지들을 내가 건네주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나는 앞치마를 두르고 밥을 차리기 시작했다.

식탁에 지현누나와 민정이가 먹을 요리를 내놓고 나는 반찬과 밥을 쟁반에 담아서 내 방으로 들어갔다. 방불을 키고 밥을 먹으면서 대본 외우기에 한창이었다.

너무나도 길다. 이 대본. 대체 몇 시간 공연 인지 a4용지가 몇 장이나 되는지 모르겠다.

뭐 5일 남았으니까. 될대로 되라라고 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할 것 같았다.

연극 할 때에는 대사를 모두 외워서 해야되니까 한 자의 오타라도 있으면 안되었다. 그리고 실수를 할 때마다 에드리브를 할 수 있는 재치가 있어야되겠지만은 고등학생의 그냥 즐기자고 하는 문화제에 그런 것까지도 따질 필요는 없었다.

나야 이 대본에 충실하기만 하면 그만이니까.

한 30분쯤 흘렀을까, 똑똑하는 노크소리가 들렸다. 음악을 들으면서 대본을 외우고 있던 나여서 노크소리가 몇번 더 울리고나서야 노크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누구세요?"

"정우"

지현누나다. 아직 '정우야'라는 친근한 말투를 사용하기에는 아직은 어색하고 딱딱하지만 예전보다는 부드러워진 목소리로 '정우'라고 부르고 있었다.

"무슨 일인데?"

"대본…같이 연습하자고…"

"괜찮은데…누나 고생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같이 해준다면 쌩유베리감사지. 그런데 누나도 문화제 준비하느라 바쁠 텐데 어째서 내가 하는 것에 도움을 주려는 것인지..누나에게 계속 신세지기에는 꺼림칙하였다.

"괜찮아…내가 하고 싶은 일인걸."

"…"

정말로 하고 싶었나보다. 연극. 어제부터 대본연습을 하자고 하던 누나였지만 연극을 하고 싶었다는 핑계아래 세상만사 귀찮아하던 남동생이 연극을 한다는 것에 일부 흥미를 가져서 같이 연습을 하자고 한 줄 알았던 누나였다. 그런데 오늘도 연습을 하자는 것을 보면 진심이었다.

나는 문을 열고 거실로 나와서 a4묶음의 대본을 누나에게 건넸다.

"흐음…?"

어째 민정이가 묘한 눈초리로 거실에서 지현누나와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별 신경쓰지는 않았다.

"공주. 어째서 내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 것이오?"

아..정말로 적응이 안된다. 간악하고도 음흉한 젊은 백작을 연기하는 데 이런 대사는 너무나 고역이었다. 으..뭔가 필사적인 말이면서도 왜 이렇게 느끼함이 가미된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읽고 있는 이 부분은 젊은백작의 마음을 담고 있었다. 간악하면서도 음흉한 젊은 백작이 한 여자에게만큼은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부분.

"저는…당신의 사랑을 받아줄 수 없어요…"

지현누나는 사내들이 바라보면 정말로 안아주고 싶다!라는 표현을 들을만큼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째서…나는 모든 것을 갖고 있소. 부도 명예도 권력도 그리고 다른 귀족들과 다르게 '젊음'이라는 것도이 있소. 나는 이것이 정략결혼이라 할 지라도 나는 공주와 혼인한다는 것에 얼마나 기뻐했는지 아시오? 그런데…거절이라니…"

"백작의 마음은 잘 알겠어요. 하지만 저에게는 따로 사랑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부분에서 살짝 떨리는 목소리의 지현누나였다. 감정표현 정말 잘한다..

대사 하나하나에도 감정을 실어서 전달 할 수 있는 것. 캬..

"누구요? 이런 나를 제쳐두고 당신의 마음을 가져간 그 사내는…"

젠장..내가 봐도 정말 눈꼴시렵다. 이런 대사를 만들 수 있는 우리반의 누군가가 정말로 대단하기만 하다.

"말해줄 수 없어요…하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좋은 사람이에요…"

"…나보다 더 좋은 사람이라고…"

나는 그 아래에 있는 대사를 하려다가 잠깐 멈칫하고 말았다.

(공주의 양팔을 잡고 벽으로 끌고가면서)"왜!!!! 나는 그 남자보다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있어. 어째서 그런 나를 거부하고 있는 거지? 무엇을 해야 그 남자보다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는거지? 알려줘"

"…"

"…그래도 당신이 만약 계속 그 남자에게 마음이 쏠려있다고 하더라도…"

잠깐 심호흡. 그 이어지는 대사는 정말로..한 순간 멍 때리게 만들었다.

"나는 당신을 가지겠어"

이 대사를 하면서 하는 행동은 공주에게 양팔을 붙잡은 채로 강제로 다가가면서 키스를 하려고 하는 거였다. 아놔...

연극 당일날 이런 대사를 하면서 키스를 하려고 하는 거야? 아무리 키스는 안한다지만 같은반 여자애에게 이런 행동을 하려니 바로 관객석에서 있는 거 없는 거 나에게 모두 투척할 것만 같고 공주역의 여자애가 싫어서 싸대기를 때릴 것만 같은 불길한 느낌이...

그리고..누나의 얼굴은 왜 빨개져있는거야? 고작 대사 한마디했다고..

대사를 하려고 하지만 떨려서 잘 나오지도 않았다. 아까 전에 그렇게 잘하더니 갑자기 왜 그래? 내 대사가 이럴 것이라는 것은 적혀있어서 잘 알고 있을텐데..

거실의 분위기는 한순간에 냉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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