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38화 (38/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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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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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제 준비는 당연히 여학생들 중심으로 진행이 되어갔다. 여자 부회장이 중심이 되어서 연극에 대한 계획을 설정하기 시작했다.

연극 제목을 뭐라고 했는지는 모르겠다만은 중세시대 공주와 그 공주를 지키는 기사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여학생들이 중심이 되다보니 연극내용도 그렇게 되는 것이었다.

물론 삼각관계라는 사골로 우려먹은 듯한 소재도 등장하였지만.. 결국은 기사와 공주가 서로 이루어진다는 해피엔딩이었다.

이 연극의 극본을 누가 맡았는 지 모르겠지만은 뭐 신선한 이야기 소재 없어? 이런 거 정말로 너무나도 흔한 거잖아.

연극의 제목과 내용이 결정되었겠다, 다음에는 배우들을 설정하고 무대 장치 스태프들을 정하는 일이었다. 나야 그냥 잡일 도와주는 들러리로 설정되는 줄 알았지만은 어째 나는 '배우'였다. 그것도 주연급 배우. 설마 기사? 라고 하기에는 내가 너무 음흉하게 생긴 탓이었을까.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의 사랑을 방해하는 '젊은 백작이지만 느끼하고 음침하고 간악한 공주의 혼약자'로 설정이 되었다. .....이건 뭐다냐...

남자학생들은 기권표를 냈더니 꼴 좋다고 비웃어대고 있었고 여학생들은 딱 적격이라면서 간절한 눈빛(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으로 맡아달라고 하고있다.. 귀찮은데...

그렇다고 빠지기에는 좀 그렇다. 어쨋든 나 때문에 연극으로 설정이 된 것이 아닌가. 뭐 대충대충 하다보면 되겠지.(참고로 이 이야기의 배우들을 선택할 때 가장 먼저 선택된 것이 나였다)그리고 두 학생이 여자주인공과 남자주인공이 선택되자 그들은 서로 안하겠다가 내빼다가 학생들의 부추김에 결국 넘어가서 선정이 되어 서로 어색하게 웃고만 있었다. 그리고 공주의 어머니와 아버지인 왕비와 왕 이라던가 기사의 친구들인 기사단 그리고 공주의 시종등 조연배우들도 선정이 되었다.

이제는 중세시대 무대장치를 만들 때였다. 문화제 시작까지 앞으로 일주일. 얼마남지 않은 기간동안 주연급배우의 긴 대본을 달달달 외워야만 했다. 집에서까지..나는 미연시공략하면서 조용하게 보내고 싶었단 말이다!!!!

"푸하하하!!!! 진짜로 오빠한테 딱 어울린다.이 배역"

집에 돌아온 나는 소파에서 대본을 외우고 있었다. 내가 a4 몇장으로 이루어진 대본을 읽고 있자 한번도 나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던 민정이가 대본을 빼앗아들더니 내가 '악역'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자 신나게 웃어대고 있었다.

으..참자 참아..

"그런데 왠일로 오빠가 연극에서 배우를 다 한대? 오빠 이런 거 나가기 싫어하잖아?"

그러게나말이다. 나도 그냥 구경만 하는 들러리인줄 알았지.

"오~ 공주.나의 사랑을 받아주시오~"

민정이는 나의 대사를 느끼하고도 완벽하게 소화를 하면서

"오빠도 이런 대사 하겠네?"

"…"

나는 절대로 하기 싫다. 절대로.

잠을 잘 수 없었던 터라 나는 계속 대본외우기에 집중하였다. 하기 싫지만 그래도 즐거운 문화제인데 애들의 신나는 분위기에 찬 물을 끼얹을 수는 없는 노릇.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대사대본을 소파에서 앉은 채로 외우고 있었다.

"대사…잘 외워져가?"

지현누나가 샤워 한 뒤에 자려고 한 모양인지 수건을 닦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일주일이란 기간이 있으니까 그 동안 외워지겠지."

"민정이한테 들었어. 연극에 주연배우로 나선다면서?"

"그래봤자 악역이지만."

"대본…보여 줄 수 있어?"

"여기."

그녀는 나에게서 받은 대본을 말 없이 몇 분동안 훌훌 넘기면서 읽다가..

"정말로 이런 배역 맡은거야?"

"나의 이미지에 정말로 맞다고 생각했나보지. 나야 항상 머리카락을 가리고 폐인처럼 보이니까..그래서 이 배역으로 바로 나로 점찍더구만."

"…전혀 안 맞는데…너는 기사가…어울려…"

악역을 맡았다고 하니까 오히려 너는 주인공에 어울린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거짓말을 했지만서도 위로의 말을 보내주는 지현누나.

"괜찮아. 나도 …어느 정도 이 배역에 맞다고 생각했으니까…원래 귀찮았지만 그래도 나도 반의 구성원인데 이 정도라도 해야된다고 생각하지 뭐. 누나네 반은 뭐한대?"

"메이드카페."

"크헉!!"

이건 정말로 중대사중의 중대사다. 지현누나네 반이 메이드카페라고? 그럼 설마..지현누나가.....

"누나…혹시 손님서빙 하는 거야?"

"…글쎄…나도 잘 모르겠어…"

아니 분명히 한다. 3학년의 음흉한 남자들이 분명히 시킬 것이 뻔하다. 문화제에서 우승한다는 명목 하에 분명히 지현누나를 메이드 옷을 입힐 것이 분명하다. 이거..문화제 우승은 따논 당상이잖아? 이건 결정타라고 결정타.

아무리 우리학교에 미소녀가 많다지만 우리학교 자타공인 여신인 지현누나보다 못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인근지역은 물론이고 팬클럽까지 있는 누나다. 이 소문을 듣는다면...으..상상만 해도...

"…그…그렇구나. 하하…"

솔직히 나도 보고싶다. 누나가 메이드하면서 '주인님'하면서 서빙하는 거. 아무리 2D세계를 사랑하고 있는 나라지만 2D의 미소녀들과 비등할 정도로 누나는 미인이었다. 그런데 이 놈의 광신도들과 팬클럽때문에 볼 기회조차도 없으니..쩝...뭐 포기하자..

"그런데…대본 외우는 데 상대역 필요하지 않아?"

"아니 전혀."

"나도…연극해보고 싶었는걸. 그래서 연극하려고 했는데…"

넵. 누나를 따르고 있는 남자와 일부 여자 광신도들 덕분에 메이드카페로 직행한 거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안 되다보니까…나도 이런 배역…해보고 싶었는데…"

하항. 결국에 대본연습을 도와주겠다는 것을 핑계삼아서 자신도 배우를 해보고 싶다는 말을 빙빙둘러서 말하고 있었구만 이거. 나야..심심하지 않고 좋지.

그런데 지현누나. 은근히 소녀틱한 취향이 있다? 공주배역을 맡고 싶었다니..취미가 취미인지라...이런 거 전혀 관심없을 줄 알았는데..여자는..여자인가?

그래서 지현누나와 나는 밤 늦게까지 대본 말하기로 새벽을 보냈다. 그런데..누나가 상당히 진지하게 대사를 말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이 직접 연극을 하고 있다는 듯 실감나게 감정을 잘 전달하고 있었다. 대체 못하는 게 뭐야? 누나는.. 요리 빼고..

"아 여기야 여기 나무는 이쪽으로 갖다 놔. 모조 칼이랑 기사제복 등은 여기다 두고."

문화제준비에 한창인 우리반은 소품과 무대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어떻게 칼이랑 드레스와 제복등을 구했는지 정말로 용할 정도였다. 그 만큼 이 연극을 확실히 하겠다는 아이들의 노력이 보이고 있었다.

무대장치 준비도 순조로히 진행중. 배우들은 대사 대본을 외우면서 무대제작에 도움을 주고 있었다. 다른 반 사정도 마찬가지. 문화제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카페라든가 포장마차등 음식점은 물론이고 귀신의 집등 문화제의 단골손님이란 단골손님은 모두 나오고 있었다.

여전히 연극의 두 주인공은 어색하고 부끄럽게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남녀칠세부동석이라는 말이 이 때 나오는 말일까. 교과서를 읽고있다고 해도 믿을 정도였다. 그에 비해 나는 나 자신의 본능이라도 나왔다는 듯 대사가 정말로 간악한 백작이라도 되어서 말하 자 애들이 놀라워했다. 역시 이런 이미지에 맞는가보다 나란 인간은...음흉하면서도 간악한...

결국 나쁜 놈이라는 소리다.

앞으로 본격적인 문화제가 시작될 때까지 5일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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