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37화 (37/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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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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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아~~~!!!!!!!!!!!!!!!!!!!"

종 치자마자 학생들의 환호소리가 복도는 물론이고 학교 전체에 울려퍼졌다. 오늘 드디어 지긋지긋하던 시험이 끝난 날이었다.

나는 그러한 들뜬 분위기에 상관없이 시험종이를 가방 속에 넣고 하교준비를 하였다. 시험이 끝난 거면 그냥 끝난거다. 라는 생각이라서 학생들과 덩달아서 환호를 지르거나 날뛰는 그러한 오버하는 행동을 보이지 않았다.

이래저래 힘든 시험이었다. 고2에 들어오면서 처음보는 시험은. 감기에 걸려서 학교를 못나와 최하점을 받지 않나, 고질병이던 영어는 고쳐지지 않질 않나 어쨋든 여태까지 봐온 시험들 중에서는 최악의 성적을 받을 것이 틀림없었다.

성적을 걱정하고 있는 나와는 다르게 나중에 나올 성적표에 대한 생각을 일단 제쳐두고 오늘을 즐기고자 학생들은 pc방이나 노래방으로 직행하기 위해서 끼리끼리 모여서 상의하기 시작했다. 여자애들은 대부분 노래방으로 남학생들은 바로 pc방으로 가는 것이 하굣길의 양상이었다.

"야 오늘 카오스나 스타할래?"

"노래방 땡기자!"

대한민국 어디서나 학창시절에 시험 끝나고 난 풍경은 똑같지 뭐.. 종례시간 때에는 담임이 그동안 시험치느라 고생이 많고 오늘은 푹 쉬어두고 내일부터 다시 학업에 열중하자는 흔하디흔한 말을 한 채 우리들은 가방을 싸고 학교에서 빠져나왔다.

그리고 종례를 한 이후에 안경 낀 전형적인 타입의 우리반 회장이(아직도 나는 누군지 몰랐다) 내일 본격적으로 문화제에 대한 준비에 돌입하겠다고 학생들에게 전하였으나, 그것이 우리반 놈들에게 들렸을지나 모르겠다. 일단 노는 데 급급할 뿐이었으므로..

나는 혼자서 학교 교문을 빠져나왔다. 어차피 친구도 없는 데다가 집에 돌아가서 점심이랑 저녁에 먹을 반찬들을 장 봐야했기 때문이었다.

대형할인마트에서 장을 봐오고 집에 도착하고 나니 아무도 없었다. 지현누나는 시험 끝나고 친구들이랑 놀러 갔을 것이고.. 민정이는 뭐..똑같지..

일단 나는 청소부차림으로 에이프런과 두건을 매고 청소를 시작했다. 아무도 없고 감기도 거의 다 나은 것 같으니 오랜만에 밀린 집안일을 하기 시작했다. 집이 엄청 넓어서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그래도 시간 때우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집 청소를 하고 엄청나게 쌓인 빨랫감을 빨고 이제 어느 정도 집안일을 했으니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미연시공략에 들어가볼까.

이런저런 이유로 미연시를 미뤘었는데 역시나 참아온 보람이 있다. 아직 하지도 못한 게임이 내 게임 파일에 쌓여있었다. 일단 잠시 접어두었던 게임의 세이브파일을 열면서 나는 새벽까지 계속..밥도 먹지 않고 미연시 공략에 빠져들었다.

으..몸이 뻐근하다. 역시 컴퓨터에 오래앉아 있다보니까 힘들어..미연시 공략을 하는 데 필요한 것은 '머리'가 아니라 '체력'이라는 것을 몸소 실감한다. 노가다야 노가다...

오늘은 그만할까..어차피 시험도 끝났으니 시간은 남아도니까..서브히로인 모두 다 공략하고 메인히로인도 거의 다 넘어온 상태니..

방을 나와보니 역시나 거실은 어둡기만 했다. 기지개를 켜며 베란다에 나가본다. 할 짓도 없으니 경치구경이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창문을 통해서 보이고 있는 아파트와 공원 그리고 몇몇의 빌라들을 보고 있었다.

그런 새벽을 보내면서 또다시 하루는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에…오늘 문화제기간 중에 우리반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토의가 있겠습니다…손을 들고 무엇을 할 것인지 의견을 발표해 주십시오…"

아침조회시간이 끝나고 HR시간. 우리반 회장과 부회장이 주최하고 담임선생이 집회한다는 전제 하에 문화제에 대한 토의가 있었다.

"메이드카페!!!"

"동물찻집!!!"

"연극"

"카페"

"유령의 집"

의견을 발표하라는 말이 무섭게 있는 말 없는 말 모두 내뱉고 있는 우리 반 놈들..

특히나 남학생들은 메이드카페니 동물찻집이니 마니악한 것을 하자는 의견을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있었다. 메이드카페야 우리 학교의 전통이니 뭐라 할 말이 없겠지만은 동물찻집까지 나오는 건 뭐야? 설마 동물 코스프레를 한 여학생들을 보고 싶다는 그 욕망 하나로 소리지르고 있는거야?

"조용! 조용!"

열기가 고조된 나머지 진정시키기 위해 회장이 조용히하라면서 교탁을 두드리고 있었지만은 저들끼리 더 신났다. 회장의 말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저마다 자기 할 말만 하고 있었다. 결국 담임선생이 나서고나서야 진정이 되었지만은..

"흠흠..일단 순서대로 의견을 발표해주시기 바랍니다.."

"저요!'

"나!"

후..회장님. 저는 당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지만은 왠지 모르게 불쌍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왜일까요?

칠판에는 '메이드카페'와 '동물찻집' '연극'등 자기가 하고 싶어했던 문화제 중 할 것들이 모두 나열되어있었다. 그런데 이거..다수결로 정해야 되는 거 아닌가?

"일단 후보를 두 가지로 좁히겠습니다..거수를 통해서 일단 두 후보를 선정하고 그 후에 무엇을 할 것인지 다수결로 선택을 하겠습니다."

남학생들은 '메이드카페' 여학생들은 '연극'으로 둘로 나뉘어서 후보들이 좁혀졌다. 나야 뭐 상관없지 어느 쪽이 되더라도 참여를 안하니까..나는 될 대로 되라는 식이였다.

물론 몇몇의 일부 남학생들은 아직도 '동물찻집'에 버닝하고 있는 중이었다.

공교롭게도 남학생 17명 여학생 17명 아무리 다수 결로 선택을 해도 메이드카페와 연극 둘 중 도무지 무엇을 선택할지 갈릴 수가 없었다. 이건 뭐 남학생vs여학생인 것도 아니고.. 귀찮아라..투표하기도 귀찮아졌다.

결국 메이드카페 16표, 연극 17표 기권 1표로 연극으로 결정.

"기권 누구야!!!!"

남학생들은 기권표를 누가했는지 무슨 탐정수사를 하겠다고 공언을 하고 저마다 했느니 안 했느니 하는 마피아게임이 벌어졌다. 정작 지들끼리 싸울 뿐이었지 범인인 나는 점심시간까지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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