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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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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애들도 그제야 긴장을 풀고 기지개를 쭉 늘어지게 하며 공부 잘하는 아이의 시험지를 보기 위해 우르르 몰려들었다.
다행히도, 이번 과목은 잘 보았다. 오늘도 망쳐버리면 어떡하지 라는 불안함에 더 시험을 집중력있게 본 것 같았다. 내일이면 학생들 모두 이러한 고통에서 해방되어서 펑펑 놀 시간이 되었다.
지현 누나 잘 봤으려나?라고 생각해도 분명히 잘 보았겠지..전교권이니까..
고3의 1학기 중간고사. 이제 누나와 함께하는 학교생활도 얼마 남지 않았다.
예전에는 그런 거 무슨상관이야라고 했을 거지만 누나랑 화해하고 나니 곧 있으면 끝난다는 생각에 아쉬움이 절로 묻어났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어떠하냐는 것에 따라 그 사람을 생각하는 자신의 태도도 달라진다. 무척 신기한 일이다. 처음에는 철천지원수였다가 갑자기 화기애애해져서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사람들의 감정이라던가 대화를 배워갔다. 여태까지 사람들과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하던 내가 조금씩은 그것에 대해 알게되고 그리고 알아간다.
그래서 사람은 '사회라는 것을 이루어서 살고있는 동물'이라는 말을 한 것이구나..
이제는 사람들의 안에 있는 '알'과 '새끼 동물'을 볼 때마다 '왜 이 사람은 어떠한 감정때문에 알이 생긴것일까?'라는 의문점을 던지게 되었다.
감정의 지나침으로 인해서 그 남은 감정들이 응집되어 하나로 모인 집합체. '알'
나는 그것을 볼 때마다 고통스러웠다. 과거의 기억. 언젠가 알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구멍가게의 할머니처럼 그렇게 처참하게된다는 것에 끔찍해했고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
무엇보다 '존재가 없어진다.'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고 아무도 볼 수없고 아무도 그들을 느낄 수 조차 없는 상태.
'혼자'가 되어버린 거다. 외로움과 고독에 휩싸여 떠도는 알에서 부화한 '검은동물'은 사람들에게 존재가 잊혀진 채 유유히 떠돈다. 자신이 진정으로 죽게될 때까지..
혼자만의 길, 그 누구하나도 알아주지 않는 외로운 길을 혼자서 걷고있다. '동물'이 되어서..
지현누나에게도 '후회'라는 감정이 지나쳐서 '검은 새'가 되었다. 그 '새'는 '용서'라는 것을 통해 구원받아서 없어졌다. 반면에 내가 막지 못했던 구멍가게의 할머니에게서 태어난 것은 '검은 돼지'였다. 감정에 따라서 '동물들'의 종류도 달라진다.
회색빛 눈을 통해 바라보는 세계는 너무나도 슬프고 외롭고 어지러운 세계.
외톨이였던 나는 그러한 세계를 볼 수 있었다. 그 이면의 세계에서 떠돌고 있는 동물들을 보면 나는 '동질감'을 느낀다.
'외로움'이라는 쓸쓸함에.
나를 봐줘. 알고 있어줘. 기억해줘. 비록 나의 존재가 없는 것이라도...
그런생각을 하다가 하굣길을 걸으면서 나는 검은 돼지를 보았다. 할머니에게서 태어난 돼지...
할머니의 존재를 지워버린 돼지..그런 돼지라는 것을 나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돼지가 천천히 나에게 걸어왔다. 이제는 나는 그 돼지에게서 공포심을 느끼지 못하였다.
나에게 다가온 돼지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사람들이 이상해하며 나를 바라본다. 그렇지 나는 허공에서 손짓을 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똑똑히 보인다. 나를 뺀 누구라도 볼 수 없지만..나 혼자만이 그들을 바라볼 수 있고 기억해 줄 수 있다.
나는 그 때처럼 다시 돼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 때처럼 두려움에 휩싸여서 그런 것이 아닌...
'너는 비록 아무도 기억해 주지 않을지라도, 나는 기억해주고 계속 바라보고 있어. 그러니까.. 외로워 하지마.'
돼지가 알아들을 수는 없겠지만 나는 그러한 말을 말해주고 싶었다. 그 돼지도 나의 그러한 마음을 알기라도 한다는 듯 조금은 미소를 짓는 듯하였다.
말로는 통하지 않는 것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무언'은 통할 수 있다.
문득 누군가가 한 말을 기억했다.
'당신이 죽은 이후에 가장 바라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저에게는 명예도 재산도 아무것도 필요없습니다. 다만 저라는 사람을 가끔가다가 '아.. 이런 사람이 있었지..'하고 누군가가 기억해주는 것. 그것말고는 더 이상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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