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35화 (35/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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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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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떴다.

소파에서 상반신만 일어나 두리번두리번. 둘러보니 거실에는 조용함과 함께 밤이었는지 어둑어둑했고

tv 위에 매달려있는 자명종은 째깍째깍하는 소리와 함께 초침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그렇구나. 나는 계속 잠들어 있었구나..

옆에는 없을 줄 알았던 누나가 간호하다가 지쳐버린 듯 소파에 엎드려서 자고 있었다. 자고 있는 와중에도 잡고 있는 내 손을 놓기 싫은 듯 여전히 꽉 잡고 있었다.

그녀는 계속 내 곁에서 있어주었던것이다. 손을 조심조심 그녀의 손에서 빼놓으려고 했다. 그녀는 불편하게 잠이 들었기 때문에 그녀를 편히 자게하기 위해서 나는 그녀를 소파에 눕히려고 했다. 그녀는 새벽부터 계속 깨어있었으니까..내가 아프다는 이유 하나로..

"가지마..정우..가지마.."

손을 풀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악몽을 꾸는 듯 가지말라며 필사적으로 내 손을 놓으려고 하지 않았다. 너무나도 신경쓰게 만들어서 나에 대한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의 손은 내 손이 아플정도로 더욱 더 꽉 쥐고 있었다. 나를 더 이상 놓치기 싫다는 듯 더욱 더..

"나는 여기 있으니까…누나…"

"정우…"

그녀는 그제야 안심한 듯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 때문에 나는 좀 더 그녀가 깊이 잠들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한 1시간 쯤은 멍하니 있었다. 잠을 잘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그냥 소파에서 잠이 든 누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시 손을 천천히 빼서 그녀의 손을 빠져나갔다.

나는 누나를 안아서 들어올렸다. 이건 뭐 공주님 안기인가..조금 얼굴이 빨개졌다.

나 지금 누나한테 무슨 짓을 하고 있는거야?

아니아니..그냥 누나를 편하게 재우려고 그러는 것뿐이니까..흠흠..그런 것 뿐이니까..

사심이 조금(그렇게 믿고 싶다) 들어간 채로 나는 그녀를 소파에 눕혔다. 행여 2층 침대에 올릴려고 별 수를 쓰다가 깨우는 수가 있으니까..

안아들어올리는 순간에 나는 그녀가 가볍다라는 것을 느꼈다. 나도 몸무게가 나가지 않는 편인데 쉽게 들어올릴 수 있을 정도로 깃털같이 가벼웠다. 어떻게 몸이 이렇게 가벼울 수가 있는지 목마도 태워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지금 뭔 생각하는 거야. 빨리 눕혀야지..

그녀를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 내가 내 방에서 가져온 꼬장꼬장한 이불이긴 하지만 따뜻하면 됐지 뭐..

어두움만이 있는 이 거실에서 그녀가 편히 잠들수 있도록 거실의 전등을 키지않고 나는 내 방으로 조용히 들어갔다. 그녀가 노곤해진 몸을 쉬게 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고마워'라는 그녀에게는 들리지 않을 말을 말해주면서...

다시 시험공부모드에 들어갔다. 하루 빼먹은 거는 어쩔 수 없다. 젠장..뭐 보는거였지..?

어쨋든 그것은 최하점을 받아야되는 것은 확실하였고 다른 과목에서 만회를 하면 되었다.

조금 성적이 안나오겠네..이래봐도 성적은 좋은 편이었는데..

내 방 안에 있는 알람종을 다시 새벽 6시에 맞춰놓고 노트와 시험과목의 교재들을 펼쳐보았다. 미연시를 할 때의 집중력모드로 ON!

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전혀 집중되지 않는다. 아직은 감기의 영향이 큰 탓이었을까 두통과 열 기운이 남아있는 것 같았다. 고개를 뚜둑뚜둑 스트레칭을 하면서 참아내고 노트에 열심히 필기를 하기 시작하였다. 가족들이 내게 간호를 해준 것에 무언가 답례라도 해야되지 않겠는가? 아프다고 징징거리다가 성적 안 좋으면 실망할 것이 뻔하고..

그러면 나는 새벽부터 간호해준 누나와 민정이를 볼 면목이 없어지니까...

시험이 시작되었다. 이번에 보는 시험은 경제와 영어였다. 경제야..암기과목이고..

영어시험은 언어시험인지 암기과목시험인지 모르는 교과서랑 교재 본문외우기다.

이거는 영어시험을 보는 그런 의도랑 전혀 틀리는 거다.

문법과 독해시험을 보던 중 중간에 들려오는 영어듣기평가. 20점짜리다.

영어듣기평가야 수업시간 때 들려주던 것(참고로 나는 계속 자고있었다.)이었으니까 두번 들려주니 쉬운 것인데..나는 한번만  들으니 안 들리는 부분이 꽤나 많이 있었다.그래서 내 귀를 믿고 대충 때려맞춰본다. 영어듣기평가는 일단 반포기상태에서 시작.

독해야 어느 정도 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문법이었다. 문법을 모르니 뭐 할수가 있겠나?

내가 성적이 좋은 편이었지만 유독 취약한 과목이 있었는데 그게 바로 영어다.

끄아..모르겠다. 본문에서 관계대명사와 접속사랑 전치사를 세개가 한 세트가 되어서 푸는 오지선다형 문제와 문장배열하는 문제가 나의 머릿속을 가장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

일단 패스하고 다른 문제를 살펴봐도..거기서 거기인 문제들. 아놔...

시험을 잘 보자고 다짐을 해보았건만 결국 영어시험은 이러한 나의 바램을 전혀 들어주지 않았다. 에휴..

조금은 무거운분위기로 하교를 했다. '내일 잘 보면 되지!'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자.

라곤 해도 침울하다. 상당히 우울해. 아무리 '아팠다'는 핸디캡이 있었지만..

시험은 이틀 남았다. 중간고사라서 다른 예체능과목이 이론시험을 안보기 때문이었다.

기말 때 예체능까지 본 다면, 더욱 더 귀찮아지는 것이 현실. 그래서 OMR카드에 검정색싸인펜을 한줄로 마킹하는 스킬을 써주시는 분들이 많다.어차피 대학가는 데 필요없어서 대충대충하는 것이 기말고사의 양상이다.

뭐 그것을 이용해 점수를 많이 따는 인간들이 더러 있긴 하지만 그것은 소수이고.. (그 중에 나도 포함되어있었다.)

남은 이틀 일단은 분발해야겠지. 아직 시험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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