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34화 (3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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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안녕하세요. 허접작가 Scribbler입니다...

요새 정우가 겪은 '그 일'이라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코멘트를 통해 달아주시는데요..

'그 일'은 차차 밝혀질 예정입니다.. 이 일은 '정시하'와 깊은 관련성이 있어서..

그래서..조금은 여유있게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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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현관문을 열었다.

분명히 지현누나겠지..이토록 이른 시간에 들어오는 사람은 중간고사를 같이 치르고 있는 누나 뿐이니까..

기나긴 검정색 색머리에 깊고 깊은 검정색 눈동자. 바라보는 사람이 넋을 나가게 만들 그러한 외모의 미소녀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거, 바라보는 나도 묘하게 떨리고 있었다..친누나인데도...

하지만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는 너무나 슬픈눈빛이었다. 조금은 화난 듯도 하였다.

"거짓말했구나… 나 한테…"

"…"

누나가 나 걱정하는 거 절대로 보기 싫었으니까. 더 이상 나한테 신경쓰지 않았으면 했다.

그녀가 자신때문에 감기걸린 것을 알고 있어서 나를 무척이나 걱정해주고 있었으니까..

나는 그런 그녀에게 괜찮다며 계속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계속 아팠으면서…쓰러질만큼 고열이었으면서…겨우 나 하나 찾으려고 하룻동안 추운데 계속 돌아다녔으면서…게다가 쉬었으면 되었는데… 내가 있을지도 확실히 모르면서 바닷가까지도 오고…그러면서 괜찮다고…아프지 않다고…너 새벽동안 얼마나 힘들어했는지 알아? 계속 고통스러워 했어…그리고 밤에 잠을 못자는 데…아픈 와중에도 계속 악몽을 꾸고 있었으면서…대체 왜…거짓말 했어…"

말을 하는 데 울먹거리고 있었다. 눈동자에 물기가 촉촉히 있었다. 자신때문에 동생이 아파하고 있다. 그에게 계속 상처를 주었었는데..나는 또 그에게 상처를 입히고 있었다..그 런 자책감때문에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하하…겨우 그런 일 하나가지고 울먹거리고 그래? 괜찮아…좀 자고나니까 괜찮아졌어.아픈 것이 한 두번도 아니고 적응이 되서 그런지 금방금방 회복이 돼. 이것 봐. 쌩쌩하잖아? 그런데도 누나 걱정하게 만들었네…미안…"

나는 아프다는 거 아무렇지 않다는 듯, 쿨하게 웃는 척하며 팔을 붕붕 돌려보며 괜찮다고 말하고 있다.

"그냥…아프다고 하면…되었을텐데…나 때문에…"

"누나 때문에 아픈 거 아니야. 내가 운이 안좋아서 감기에 걸렸을 뿐이지 누나랑 전혀 상관이 없다니까? 그러니까 나 때문에 울지마. 괜찮으니까,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그냥 누나는 시험 잘 보면 돼…"

"그렇지만…"

"나는 괜찮아. 누나때문에 쓰러진 것이 아니야. 다 나 때문이니까…"

"정말로…괜찮은 거…맞지?"

"응"

"…거짓말…전혀 괜찮지 않으면서…"

"거짓말아니야."

"내가 걱정해 할까봐 또 숨기는 거지?"

"…정말로 괜찮아…누나도 나 간호하느라 새벽부터 피곤할 텐데 누나도 쉬어야지… 나는 계속 쉬었잖아? 누나도 방에 가서 쉬어"

"아니, 이대로…"

"…?"

"나는 계속…너한테 있을거야…"

"…!"

"계속 아파왔으니까 너는…10년 동안의 시간도 그리고 지금도 모두 나 때문에…그래서 너한테 있어야돼…'누나'로서…책임져야 돼…그리고…"

그녀는 '그리고'라는 말 뒤에 무엇인가를 간절히 말하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결국 나는 듣지 못했다.

화해를 한 이후에 나는 그녀와 나 사이의 아직도 두꺼운 벽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을 허물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냉정히 대하지 않고 평범하게 나를 대해주는 그녀가 되어서 감지덕지라고 여기고 있었다.

더 이상의 '선'을 넘을 수 없을 지라도, 나는 이 정도에서 만족하고 있었다.

아직도 차가운관계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정도로 회복한 것이 어디인가? 그 어렸을 적의 다정했던 남매로 되돌릴 수는 없지만 나는 그녀와 어느정도 말을 할 수 있다. 그것으로 되었다. 하지만 그 10년의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으니까..

시간이 많이 흘러서 벽이 허물어지더라도 그 시간은 잊어버릴 수 없다.

나에게나, 그녀에게도 그 시간은 너무나도 영향이 컸으니까..

그래서 나는 예전보다는 나아졌지만 조금 차갑게 그녀를 대하였다. 아니 그렇게 대할 수 밖에 없었다. 바닷가에서 손을 잡고 새벽기차를 타던 일을 생각하니 부끄럽기도 하고 아직은 '후유증'이라는 것이 나의 마음속에는 남아있었다. 화해는 하였지만 조금은 냉냉해진 관계, 그것이 내가 생각하던 나와 그녀의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어리석게도 그녀도 나와 같은 생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와 다르게 화해를 한 이후에 어렸을 적의 다정했던 관계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었음을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울먹거리고 있었다. 겨우 감기걸려서 쓰러진 것을 가지고..진심으로..자기의 일인듯 아파해주고 있다..화해를 하기 전에도..내가 아파서 계속 간호하고 있었지..누나는..

'언니는 다정한 사람이야.'

그래..다정한 사람이야..나의 누나는..너무나도..따뜻해서 내가 타버릴것만 같아..

누나는 식탁에서 의자를 갖고와서 나의 옆에 앉았다. 천천히 머리를 쓸어올리며 나의 회색빛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도 보기 싫은 얼굴임에도 그녀는 나의 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의 손을 잡았다. 밖에 있다가 돌아와서 그런지 그녀의 손은 차가웠다.

차갑다..하지만..

'따뜻해…'

이대로 시간이 멈춰서 그녀의 손길을 계속 느끼고 싶었다. 비록…잠깐일지라도…

그러나 머지않아 나는 눈을 감았다. 헤어나올 수 없는 잠으로..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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