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33화 (3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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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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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단순한 꿈인지 기억인지 구분을 하지 못하였다.

누군가가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주변에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 사람들이 있었다.

피가 모이고 모여서 웅덩이가 되어 그들을 적시고 있었고 그들은 두려움에 사로잡혀서 그를 바라보았다.

"큭큭큭..."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는 '그'. 마치 악마가 씌워져있다는 듯이 더 이상 '인간의 미소'라고 볼 수 없는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공포

그들의 눈빛은 그걸 알려주고 있었다. 자신이 지금 살고있지만 반드시 저 자식은 죽여버릴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더욱 더 전신이 후들거리고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있었다.

얼굴에 흘러내리고 있는 피를 손으로 닦아서 햝았다.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 못하는 행동.

"낄낄낄낄... 크하하하하!!!!"

말 같은 건 하지 않았다. 혼자서 '그'는 웃고있었다. 그것도 광소(狂笑)를...

쾌감과 희열에 사로잡혀서 미친 듯이 웃어보였다. 주변의 사람들이 더욱 더 공포에 질리고 두려워 하도록...

그것은...바로...

눈을 번쩍 뜬다. 젠장..'악몽'이었잖아..역시 밤에 잠을 자면 안되었다. 자꾸만 '악몽'을 꾸게되니..

내가 어떻게 되었드라..? 공부하고 있다가..눈이 뱅글뱅글 돌아서..갑자기 아래로 떨어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깻어?"

내 옆에는 민정이가 있었다. 어라..왜 이렇게 주변이 밝지...설마...'아침'인가?

주변을 두리번두리번..어라? 아침이면..시험이고..나..학교 가야 되는 거 아니었나?

"이제야 깻냐고 바보오타쿠!!!"

퍽!

으아...갑자기 얼굴에 주먹 한방이 날라왔다. 여자의 주먹이라도 얕보면 큰 코다친다.

"으앗! 무슨 짓이야!"

"내 말 계속 씹고 있었잖아!! 폐인 불면증 오타쿠!!!"

"내가 언제 씹고있었냐?"

"방금 전 까지 계속 씹었잖아!!!"

퍽!

으..데미지 누적..상당히 아프다. 민정녀석 왜 아픈 사람을 그렇게 때리고 난리야..

"끄으…이제야 조금 정신차리네…"

"이제야 정신차려? 밤 늦게 돌아오고보니까 오빠가 방바닥에 쓰러져있어서 언니랑 같이 소파에 옮긴 이후로 여태까지 계속 누워있었어."

"…그랬었나…지현누나는?"

"지현누나는 시험보러 학교갔지. 언니가 오빠는 오빠담임한테 아파서 쉰다고 얘기할테니 오빠는 오늘은 쉬고 있으라고 얘기했어."

"설마…너 새벽부터 계속 간호해주었던 거냐…?"

"흥! 착각하지말라고. 간호라면 지금까지 지현언니가 했어. 사실 언니도 오빠 간호때문에 학교 쉬려고 했는데 내가 간호할테니까 언니는 시험보러 가라고 했을 뿐이야. 겨우 오타쿠 하나 때문에 언니 시험 망칠 수 없는 노릇이고…그래서 내가 대신 봐.준.거야."

"그거…고맙네."

"고마워하지마. 누가 오빠 간호 해준대? 나는 다만 오빠가 쓰러지면 밥을 못해먹으니까 빨리 나으라고 그런 것 뿐이야."

"라면이라도 못 끓여먹냐?"

"못 끓여먹어!! 언니가 나보러 절대로 라면이라도 끓이지 말랬어."

"…하긴…그렇겠네…"

퍽!

"또 왜 때려!"

"오빠야말로 왜 수긍을 하고 있는건데!!!"

"누나의 말이 사실이잖아."

퍽!

"으앗!"

"그게…사…사…사실이긴 하지만 오타쿠한테 그런 말 듣긴 싫어!"

퍽!

"그만 때려!!"

"호오~그러셔요~ 지금 옆에서 간.호. 해주고 있는 게 누구더라?"

"간호 안 해줘도 되니까 그만 때려!"

"싫은데~"

나는 쉬고 싶었지만 장장 그 누구가 학교 갈 때까지 계속 괴롭힘을 받아야했다.

"…이건 뭔 꼴이다냐"

집 안에는 혼자 누워있었다. 시험은 안 보고..민정이한테 계속 맞고..비참한 내 신세..

아직도 민정이한테 맞은 부분이 쑤신다. 왜 이렇게 쎄? 이 녀석.. 지현누나한테 무슨 수련이라도 받았나?

째깍째깍..

시계는 초침이 흘러가는 소리와 함께 집 안은 고요했다. 결국 지현누나한테 못 볼꼴 보이고 말았구나..아아~지현누나가 걱정하는 거 절대로 보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지..

돌아오면 한 소리 듣겠네...누나한테..여태까지 거짓말 한 것이냐고 아픈데 왜 계속 참고 공부하고 시험보고 있었냐고..또다시 누나는 자기 탓을 하겠지..모든 게 내 탓이라고..

그러니까 절대로 보여주긴 싫었단 말이다. 자책하는 누나를 보기가 싫어서..

그래도..아픈 덕분에 나는 오랜만에 가족에게서 '간호'를 받았다. 나를 그렇게 싫어하던 민정이가 직접 나를 간호를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지현누나가 새벽까지 공부도 안하고 계속 나를 보고있었다고 생각하니 기쁘기도 하였다.

아니아니, 그런 걸로 기뻐하는게 아니잖아? 결국 누나한테 피해를 끼쳤잖아?

나는 가족이 간호해줘서 기쁘다는 감정과 가족들에게 결국 보여주고 말았고 그로 인해서 피해를 끼쳤다는 한탄이 마음 속에서 뒤엉키고 있었다.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 사람마음이라지만, 지금 나의 마음도 알다가도 모르겠다.

그 때 누군가가 현관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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