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30화 (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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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벌써 30회입니다.. 프롤로그부터 시작하면서 허접작품이라서 그런지 지적도 많이 있었긴 하였지만 그래도 이 작품에 대한 관심과 애정어린 질책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작품을 읽어주시면서 코멘트와 추천과 선작을 해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리면서..

Part 3.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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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상한 대로 학교를 등교한 후에 수업시간 마다 자습을 하였다. 일부 선생들은 학생들이 자습을 한다고 얘기해도 이에 아랑곳없이 시험범위와 상관없는 진도를 나가는 경우가 있긴 하였지만 대부분 선생들은 자습시간을 주었다.

나도 이런 시간을 이용해서 집에서 가져온 영어문제집과 수학문제집을 풀고 있었다. 내가 공부를 하고 있자 학생들은 '시체가 부활했다!'라거나 '심지어 공부하고 있다!'라거나 '잠신이 오랜 수면에서 깨어나 우리들 앞에 강림하셨다!'라는 오버하는 발언을 하고 있거나 '이건 여자아이돌 그룹과 데이트 하는 확률이다!'라는 어처구니없는 말까지 오가고 있었다.

1학년 때 같은 반 애들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시험기간에만 1교시부터 7교시까지 계속깨어있지..저 녀석..'하고 넘기고 있었지만 1학년 때부터 봐온 선생들이 아니라서 그런지 모두 의아해 하고 있었다. 심지어 종례시간때에는 담임한테 칭찬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얼떨결에 같은 반 놈들한테 박수를 받는 상황에 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고작 잠을 자지않았다고 박수를 받는 경우는 처음 겪어본다. 이거..박수 받아야할 상황인가..?

이러한 조그만 사건들을 겪고 난 뒤 나는 집으로 돌아와서 민정이 먹을 밥만 챙겨주고 바로 방에 들어가서 cd플레이어를 꺼내 귀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면서 노트에 한 글자 한 글자 적어놓으며 기나긴 밤과 새벽을 보내고 있었다.

그렇게 보낸 지 3일이 흘렀다. 가족들의 얼굴도 잘 보지 못하고 방에만 있으면서 공부를 한 지.. 오늘은 시험 첫째 날이다. 일본어와 한국지리를 보는 날. 어제까지 한국지리의 시험범위를 모두 달달 외워왔는데 잘 보겠지..라는 미련한 생각과 함께 자명종이 울리자 내 방을 나섰다.

쏴아쏴아..끼릭.

나는 샤워부스에서 끝없이 나오는 물줄기를 맞다가 수도꼭지를 돌렸다. 앞머리를 걷어올리고 거울을 바라보니 회색의 눈동자와 눈 밑에 짙은 다크써클이 있는 또다른 나가 거울을 통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온통 젖은 몸에는 칼에 찔린 상처와 구타로 인한 피멍들이 있었다. 이러한 상처들은 '과거의 아픔을 상기시켜주는 상처들'이었다. 지우려고 해도 지울 수 없는 과거의 흔적들..

나는 수건으로 몸과 머리카락을 닦다보니까 이제야 일어난 건지 지현누나가 화장실로 들어가려고 하고 있었다.

"안녕."

나는 오랜만에 먼저 인사해보았는데 아직도 어색하기 그지 없다.

"응…"

아직 피곤한건지 눈을 비비며 인사를 받아주고 있는 지현누나.

그러고보니까..누나의 얼굴을 본 지 꽤 되었네..3일 전에 우연히 아침에 한번 보고 나서 인사 한 번 하고 바로 학교로 등교한 이후로 나는 한번도 누나의 얼굴을 보지 않았었다. 화해는 하였지만, 아직도 과거가 남긴 상처들의 후유증때문에 우리들은 아직 서로 '적응'해야 되었다. 그래도, 지금은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엉킨 실들을 조급함 없이 천천히 순서대로 풀어헤치듯이 우리들도 천천히 관계를 회복해가면 되었기에..

나는 몸과 머리카락을 모두 말리고 시험기간 전에 볼 과목교과서들을 가방에 챙기고 컴퓨터용싸인펜과 수정테이프를 챙겼는지 필통을 확인해보고 난 뒤에야 나는 학교에 등교할 수 있었다. 따뜻해진 날씨 덕분에 목도리를 둘러매고 가지 말까하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기침은 여전히 하고 있어서 목도리를 둘러매고 신발장에서 신발을 신고 있었다.

"정우"

화장실에서 씻고 나온 지현누나가 나를 불렀다.

"…"

"시험…잘 봐…"

"어…"

시험 잘 보라는 누나의 말에 나는 '응'이라고 말해야 했지만 놀라서 '어'라고 말해버렸지만 현관문을 나서면서 누나가 해준 말에 조금은 시험을 잘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우리학교 남학생들 모두 폭발적으로 감동하고 눈에 불을 켜고 시험을 볼수 있게 할 만큼 이 말은 너무나도 효과가 클 것이기 때문에. 아마도.

그런 것보다 나와 그녀 사이에 벽 하나가 허물어진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등교를 하고 시험 보기 전에 주어지는 자습시간에서 시험과목 교과서를 보면서 계속 보았던 내용을 복습하며 시험준비를 하였다.

머지않아 감독관교사와 학부모감시관이 들어오고 엄숙한 분위기에서 시험이 시작되었다. 2학년에 들어오면서 보는 첫 시험. 괜찮게 볼 수 있을까?

시험이 종료되는 차임벨과 함께 학생들의 한숨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 앞 좌석 옆 좌석 뒷 좌석 모두 끼리끼리 모여서 잘 봤냐느니 나는 못봤다 너는? 이라느니 이번 문제 어렵다느니 시험지 답이 뭐냐느니 저마다 시험을 잘 봤을까라는 기대하는 거라기 보다는 조금 만 더 노력하면 잘 볼수 있었을 텐데..라는 후회가 저마다 하는 말에서 담겨있는 것 같았다.

이제야 첫째 날 시험이 종료되었다. 아직 시험기간은 한참이나 남았다.

아직도 누구인지도 모르는 회장이 시험의 답안지를 나눠주자 모두 학생들이 채점을 하기 시작했다. 동그라미와 사선이 그들의 시험지에 그려지고 있었다. 다행히도 나는 일본어는 당연히 만점받을 것 같았고, 한국지리는 서술형 한개와 객관식 한개만 틀렸다. 이정도면 시험 잘 봤어. 누나의 말이 도움이 되었나보다.

이 기세로, 시험을 보면 이번에도 성적이 잘 나올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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