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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Reg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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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들어오지 않는 건가…지현 누나…
반드시 만나야 한다고 점심 때에도 다짐을 했건만,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이 자꾸만 들었다. 어디로 가버린 거지…
딸칵하는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열렸다. 설마..지현누나인가?
나는 방을 잽싸게 뛰쳐나오며 거실로 나와보니..뭐야..민정이인건가..괜히 날뛰었잖아.
"오타쿠. 언니 아직도 안왔어?"
"어."
"대체 몇 일째야..오늘 지나면 4일 째지? 경찰에 신고라도 해야하나..이렇게 집 밖을 나돌아다닌 적은 없었는데..분명히 외박을 할 때면, 연락을 하는 언니인데..아무 연락도 없고..핸드폰은 꺼져있고.."
나는 핸드폰이 없었다. 친구도 가족들도 나랑 연락하지않는데 뭣하러 필요가 있겠냐고 하면서 핸드폰을 사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간단히 연락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나는 하지 못했다. 참고로 나는 까먹고 있었다. '전화기'로 얼마든지 전화 할 수 있었음을..
나는 현대문명의 혜택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문화지체였다. 아마 미연시의 세계에만 빠져있어서 생긴 폐해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지만, 나는 오래 전에 딱 한번 민정이에게 전화를 한 것을 빼고는 전혀 한 적이 없었다.(그것은 기억도 나지 않는 까마득한 옛날의 일이었다. 아주.)
그러다보니, 나와 그들의 '소통의 수단'이 없어진 것이다.
"일단 실종신고라도 해볼까? 이렇게 들어오지 않는 것보면 무슨 일 있는게 확실해. 그리고 언니를 알고있는 내 친구들에게도 말해주었더니 전혀 못 봤다고 하던데…"
"…"
"오타쿠. 왜 그렇게 멍하니 있어. 언니를 빨리 찾아야 될 거아냐? 에휴. 가족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자빠져 있으니 원.이런게 오빠야? 이런게 가족이야? 내가 얘기했잖아. 오빠와 언니는 싸우고 있어도 항상 '가족'이라고. 그런데 왜 그렇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어? 벌써 까먹은 거야? 응?"
민정이도 심히 걱정을 하고 있어서 나에게 있는 말 없는 말 전부 다 쏟아붓고 있다.
나도 알고 있다. 알고 있어. 정말로 알고 있다니까.
"오타쿠. 빨리 나가서 찾아보자 응? 이렇게 멍하니 있지만 말고. 언니를 빨리 찾아야 할 거 아니야!!!"
민정이는 그렇게 쏘아붙인 후에 자기 방으로 들어가더니 나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뭐하고 있어? 바보오타쿠. 나가자니까. 아님 이렇게 있을래? 뭐 됐어..재촉한 내가 잘못이지...나라도 찾을게. 빌어먹을 오타쿠는 이 집 지키기나 하고 있어!"
쾅!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나도 서둘러서 내 방에 들어가 목도리를 둘러매고 추운데 따뜻하게 입고가지 않은 민정이 때문에 코트 한 벌 더 들고 현관문을 잠그고 뛰어갔다.
"오타쿠. 왜 따라왔어? 집에서 따뜻하게 있지?"
"이렇게 여자아이 혼자서 밤거리를 싸돌아다니면 위험하니까."
"뭔 개소리야. 나도 내 몸 하나 지킬 자신은 있어. 오히려 오타쿠가 걱정이야 이렇게 맨날 미연시나 처 하고 있으니까 몸이 비실비실해서 위험한 놈들 만나면 나 버리고 도망가버릴지나 몰라? 언제부터 내 걱정을 해주었다고 난리야 난리는."
나는 이런 민정이의 차가운 말을 무시하고 코트 한 벌을 내밀었다.
"…? 뭐야 이 허름한 거는."
"너 지금 옷상태를 봐라. 아무리 3월 다 갔다지만 겨울이야 지금은. 겨울인데 이렇게 얇게 입고 가는 사람이 어디있냐? 내 방에서 가져온 것이라서 마음에 들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감기 걸리는 것보다 나을 듯 싶어서 가져왔다."
"…퍽이나 고맙네."
좋은소리는 듣지못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민정이는 이러한 투덜거림에도 춥긴 추운가본지 내가 내민 코트를 입고 있었다.
밤거리를 헤매었다. 화려한 조명이 이 밤거리를 수 놓고 있었고 달리는 차 경적소리가 시끄럽게 울린다. 정말로, 우리는 수 없이 돌아다녔다. 발길 닿는 대로 아무렇게나. 그녀가 있을 법한 장소를 찾아내어서..
그러다보니 어느 덧 밤은 새벽이 되고 손목에 찬 시계의 분은 어느 덧 '12'를 향해 가고 있었다.
"… 너 먼저 돌아가 있어."
"싫어. 더 찾을 거야. 언니가 혹시 여기 가까운 어딘가에 있을 지 모르잖아?"
"12시야. 잠을 자둬. 내가 찾을 테니."
"퍽이나 찾겠다. 이 바보오타쿠. 어떻게 찾아낼려고? 어디있는지는 알기나 해?"
"너야 말로 모르고 있잖아. 그리고 시간이 늦었어. 지금부터 위험하단 말이다."
"싫다고 얘기했잖아? 나는 걱정이 된다고..3일 동안 윗 침대에 언니가 없다는 생각에 혹시 언니가 어딘가에서 위험에 처해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에 내가 얼마나 밤을 새웠는지 알아? 싫다고. 언니가 없다는 것이...둘이서 자던 넓은 방에 혼자서 잘 생각을 하니 너무 외롭단 말이야.."
"돌아가 있어. 너는 내일 학교가야 돼."
"오빠야 말로 학교가잖아? 그것도 나보다 일찍."
"나는 잠을 잘 수 없어. 그것을 알고 있을텐데? 새벽에 거리를 돌아다니다보니까 이곳 지리는 왠만하면 다 알고 있어. 그리고 너랑 같이 찾고 있다가 위험한 일에 휘말리게 되면 나도 너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해. 이것은 '오빠'로써의 명령이야. 돌아가. 집 앞까지 배웅해줄테니까."
"싫다고!!"
"돌.아.가.라.고. 얘.기.했.지!!"
나는 결국 성질을 내고야 만다. 민정의 고집불통을 왠만하면 양보해주었지만, 오늘만큼은 양보해줄 수 없다.
"…!!"
이러한 반응에 민정이도 조금은 당황한 듯, 나를 얼빠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너가 이렇게 노력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적어도 자기 자신에 대한 생각을 좀 해주었으면 해. 아무런 생각하지도 않은 채 부딪혔다가는 오히려 너만 상처입고 말아. 나는 가족이 더 이상 상처입은 꼴이 보기 싫어. 너가 나를 '가족'이라고 생각을 해주었는지 모르겠지만은, 나는 적어도 너를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돌아가."
"…"
민정이는 나의 의외의 발언에 충격을 먹었지만, 조금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고집을 꺾고 나의 말을 들어주었다. 나는 잠시 집에 돌아가서 민정이가 방에 들어가서 불을 끄고 잠을 자는 것을 보고나서야 안심하고 다시 집을 나올 수 있었다.
언제부터, 나는 그들을 생각해주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어둡고 깊고 깊은 새벽의 조용한 거리를 혼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결국, 나는 시계가 6시가 될 때까지 이제는 어디인지 모르는 거리를 돌아다니며 어디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지현누나를 찾고 있었다.
결국은 새벽 때의 일은 헛탕을 쳤지만 그래도 오늘은, 학교를 가지 않기로 하고 아예 찾는 데에 열중을 하자고 생각하며 나는 서울의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 까짓 무단결석. 알게뭐야. 나는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앞에 닥치고 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밑도 끝도 없이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 덧 아침 해가 밝아오고 낮이 되고 어느 샌가 해가 보이지 않고 어둑어둑해져 있었다.
그녀를 찾아헤맨지 어느 덧 24시간이 흘렀다. 결국은 찾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조금이라도, 0.000001%의 가능성이라도 믿고 싶었기에 나는 밥도 굶은 채 하염없이 누나를 찾아 헤맸다.
콜록콜록..
이제는 감기까지 들었나보다. 하기야..24시간을 추운 데 계속 돌아다니고 있었으니.. 걸리지 않을리가 있겠나..
빠른 걸음으로 사람이 있는 지하철, 시장등 휙휙 지나가면서 그녀를 찾고 있다.
'이제는 쉴 때가 되었잖아? 너는 많이 지쳐있어...그까짓 말 한마디 하고 싶어서 그녀를 계속 찾고 있는거야? 너도 알고 있잖아? 절대로 찾지 못한다는 것을 말야.'
머리 안에서, 마음 안에서 유혹의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그 달콤한 유혹이 나의 몸을 더욱 더 피로하게 만들었다.
안된다. 휩쓸려서는 안된다. 이런 유혹에.
나는 잠깐 슈퍼에 들어가서 조그만 생수병을 점퍼주머니에 넣은 채로 목마를 때마다 마시며 돌아다니고 있었다. 차디찬 동상에 걸리기 직전인 추운 손과 이미 동상에 걸려버린 발.얼굴이 빨개지고 있었고 땀이 목을 타고 흘러내린다.
이러다가 찾지 못하겠어. 누나를. 이제 왠만한 곳은 다 찾아보았어. 그런데도 없어.
어디 있는 것이지? 생각해내라. 누나가 있을 만한 곳을..
손이 시렵다. 너무나도 시려워서 얼음이 되어 한 방 치면 깨질 것만 같다. 추워서 손의 살은 모두 텄고 통증이 밀려오고 있었다.
이런 차갑디 차가운 손을 누군가가 잡아주었으면 하였다. 문득 생각이 났다.
그 사진앨범 맨 마지막 페이지에 있던 누나와 함께 손을 잡고 찍은 사진.
"…!!!"
그 때, 누나와 함께 있었던 바닷가가 머릿 속을 스쳐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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