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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Reg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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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등교하는 내내 마음은 무거웠다.
'정우야..미안해..'
누나의 그 말 한마디가 자꾸만 아려왔기 때문이었다.
역시..미웠지만 '가족'이라는 존재는 알 수없는 이끌림이었다.
가족끼리 관계가 완전히 틀어져서 그 이후 한번도 보지 않고 살아왔어도
만약에 그 가족 중 누군가가 위험하다고 하니까 어떻게든 손을 빌려주는 것.
그러한 것이 '가족'이라는 존재였다.
학교수업에서도 자지않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더 이상 눈만 뜨고 있을 수는 없다. 다시는 누군가를 잃기는 싫다.
그것이 비록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었을지라도, 나는 그 사람을 잃기 싫다.
'정'이라는 것을 주었으니까.
내가 어렸을 적에는 친하게 지내었지만 10년동안의 시간은
내가 이 가족의 안에 있는 '이방인'이 된 시간.
비록 나란 존재는 하찮고 쓸모없는 존재라고 가족들이 생각할 지라도 한 지붕아래 살아오면서
'미운 정'이라도 들었으니까.
나는 더 이상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 했던 후회를 반복하긴 싫으니까.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가장 중요하고도 코 앞에 닥친 문제가 나를 괴롭히고 있다.
무슨 수를 쓰긴 써야할 텐데..맨 땅에 헤딩이라도 해야되는 데 그 맨 땅이라는 곳도 장소를 잘 정해야 헤딩이라도 할 수 있지, 잘못했다가는 머리에 피범벅나는 사태가 일어난다.
누나와는 더 이상 대화할 수 없다.
사람의 '감정'에 대해서는 대화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대화를 통해서 이 사람이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대충이라도 알아낼수 있었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하지 못한다.
솔직히, 나는 대화를 할 수는 있었지만 대화를 하기에는 좀 그렇다.
누나는 나 때문에 수 차례나 울었고 나는 무슨 배짱으로 누나에게 다가간단 말인가.
최악의 상황.
나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해야만 했다.
게다가 불안했다.
오히려 혼자서 날뛰다가 되려 누나에게 더 위험하게 될 까봐.
수업을 들은 적도 거의 없었지만 오늘만큼 수업의 내용은 완전 강물에 흘려보내듯
한쪽 귀에 듣고 한쪽 귀에 흘려보낸다.
학교에 있는 내내 나는 해결책을 찾기위해 있는 머리 없는 머리 다 써야만했다.
"차렷 경례."
"안녕하세요."
"아 오냐. 수업하는 데 뭐 지장 없었고?"
"네."
"좋아. 그럼 의자올리고 가도록.아 그리고 박정우?"
"…네?"
"너는 잠깐 교무실로 따라오고. 이상."
"…"
"차렷 경례."
"안녕히계세요."
의자에 올리는 소리와 함께 시끌벅적하며 우루루 교실 문을 빠져나오는 우리 반 놈들.
그런데 나는 뭣 때문에 갑자기 교무실로 따라오라는 거지?
나는 아무 말 없이 내려가는 담임선생을 따라서 교무실로 내려갔다.
교무실에 들어서자, 학교 선생들도 나를 보더니 술렁인다.
"'저 아이'가 '그거'예요?"
"저런 문제아. 빨리 내쫓아야 되는데.."
"하지만 별 다른 지장없이 보내고 있잖아요? 성적도 우수한 것 같고.."
"'그 사건'만 뺀 다면 조용한 아이인데..게다가 지현학생의 친동생이기도 하고."
"성적만 좋음 뭘해.학교 애들도 저 놈을 안 좋게 보고 있잖아?"
"역시 '그 사건'의 영향이 큰 가요.."
"우리 학생부에서도 다른 노는 놈들이 아닌 저 놈을 가장 지켜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위험'하니까요."
"조금 말 낮춰서 말하세요. 다 듣잖아요."
어이 당신들. 나 이미 다 듣고 있거든? 아주 확성기로 울린 것 같이 펑펑 잘 들려.
결국은 교사나 학생이나 모두 내 험담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나에게 '학교'라는 곳에서도 아무 설 데도 없는 자리였다.
교사들도 다들 내가 '자퇴'하길 바라고 있는 눈치. 누가 모를 것 같냐고.
나는 그런 것을 내색하지 않고 담임이 있는 자리에 있다.
"앉아라."
"…"
"무슨 일로 불렀는지 알지?"
"모르는데요."
내가 알 리가 있나.
"너의 수업태도가 대단히 안좋다는 선생님들의 말씀이 있었어.맨날 엎어져 자고 있고, 깨워도 아무 응답없이 멍하니 있고."
아항. 결국 구실이었구만. 이런 사소한 꼬투리에도 나를 물고 늘어지려는 거.
맨날 자고 있어도 나를 내버려두면 될 것 가지고 선생의 역할을 다 하는 척 담임한테 이르고 있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수 명의 선생들이.
게다가 개학한 지 별로 지나지도 않았는데..역시 더럽다.
"…"
"맨날 엎어져 잘 거면 집에서 계속 자야지. 왜 학교에 나와? 수업을 들을 생각이 있는거냐 없는거냐? 뭣하러 아까운 학비내고 다녀?"
내가 묻고싶다.
나라고 뭐 좋아서 학교다니는가? 맨날 욕 먹고 있는데.
게다가 좋아서 맨날 엎어져 자는 건 줄 알아? 아무런 속사정도 모르는 주제에..
"죄송합니다.."
일단 분위기 맞춰줘야지. '선생'들의 말은 따라야했으니까.
비록 '어른'들의 말이 틀렸다고 할 지라도 무조건 비위에 맞춰주고,따라야되는 이런 빌어먹을 사회.
"뭐 잘못한 거 알았으니 되었다..되도록이면 엎어져 자서 선생들의 눈에 띄지않았음 한다. 그럼 가봐."
"네.. 안녕히 계세요."
꾸벅하고 인사를 하고 나간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홱하고 돌아서고 싶지만,
이곳은 교무실. 또 꼬투리 잡힐 것이 뻔하니까.
결국 기분만 더럽힌 채, 아무런 해결책도 찾지 못하고 돌아온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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