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20화 (2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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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Reg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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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등교하는 내내 마음은 무거웠다.

'정우야..미안해..'

누나의 그 말 한마디가 자꾸만 아려왔기 때문이었다.

역시..미웠지만 '가족'이라는 존재는 알 수없는 이끌림이었다.

가족끼리 관계가 완전히 틀어져서 그 이후 한번도 보지 않고 살아왔어도

만약에 그 가족 중 누군가가 위험하다고 하니까 어떻게든 손을 빌려주는 것.

그러한 것이 '가족'이라는 존재였다.

학교수업에서도 자지않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더 이상 눈만 뜨고 있을 수는 없다. 다시는 누군가를 잃기는 싫다.

그것이 비록 내가 미워하는 사람이었을지라도, 나는 그 사람을 잃기 싫다.

'정'이라는 것을 주었으니까.

내가 어렸을 적에는 친하게 지내었지만 10년동안의 시간은

내가 이 가족의 안에 있는 '이방인'이 된 시간.

비록 나란 존재는 하찮고 쓸모없는 존재라고 가족들이 생각할 지라도 한 지붕아래 살아오면서

'미운 정'이라도 들었으니까.

나는 더 이상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 했던 후회를 반복하긴 싫으니까.

하지만,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가장 중요하고도 코 앞에 닥친 문제가 나를 괴롭히고 있다.

무슨 수를 쓰긴 써야할 텐데..맨 땅에 헤딩이라도 해야되는 데 그 맨 땅이라는 곳도 장소를 잘 정해야 헤딩이라도 할 수 있지, 잘못했다가는 머리에 피범벅나는 사태가 일어난다.

누나와는 더 이상 대화할 수 없다.

사람의 '감정'에 대해서는 대화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

대화를 통해서 이 사람이 어떤 기분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대충이라도 알아낼수 있었다.

그런데 그것조차도 하지 못한다.

솔직히, 나는 대화를 할 수는 있었지만 대화를 하기에는 좀 그렇다.

누나는 나 때문에 수 차례나 울었고 나는 무슨 배짱으로 누나에게 다가간단 말인가.

최악의 상황.

나는 혼자서 모든 것을 해야만 했다.

게다가 불안했다.

오히려 혼자서 날뛰다가 되려 누나에게 더 위험하게 될 까봐.

수업을 들은 적도 거의 없었지만 오늘만큼 수업의 내용은 완전 강물에 흘려보내듯

한쪽 귀에 듣고 한쪽 귀에 흘려보낸다.

학교에 있는 내내 나는 해결책을 찾기위해 있는 머리 없는 머리 다 써야만했다.

"차렷 경례."

"안녕하세요."

"아 오냐. 수업하는 데 뭐 지장 없었고?"

"네."

"좋아. 그럼 의자올리고 가도록.아 그리고 박정우?"

"…네?"

"너는 잠깐 교무실로 따라오고. 이상."

"…"

"차렷 경례."

"안녕히계세요."

의자에 올리는 소리와 함께 시끌벅적하며 우루루 교실 문을 빠져나오는 우리 반 놈들.

그런데 나는 뭣 때문에 갑자기 교무실로 따라오라는 거지?

나는 아무 말 없이 내려가는 담임선생을 따라서 교무실로 내려갔다.

교무실에 들어서자, 학교 선생들도 나를 보더니 술렁인다.

"'저 아이'가 '그거'예요?"

"저런 문제아. 빨리 내쫓아야 되는데.."

"하지만 별 다른 지장없이 보내고 있잖아요? 성적도 우수한 것 같고.."

"'그 사건'만 뺀 다면 조용한 아이인데..게다가 지현학생의 친동생이기도 하고."

"성적만 좋음 뭘해.학교 애들도 저 놈을 안 좋게 보고 있잖아?"

"역시 '그 사건'의 영향이 큰 가요.."

"우리 학생부에서도 다른 노는 놈들이 아닌 저 놈을 가장 지켜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위험'하니까요."

"조금 말 낮춰서 말하세요. 다 듣잖아요."

어이 당신들. 나 이미 다 듣고 있거든? 아주 확성기로 울린 것 같이 펑펑 잘 들려.

결국은 교사나 학생이나 모두 내 험담을 하느라 여념이 없다.

나에게 '학교'라는 곳에서도 아무 설 데도 없는 자리였다.

교사들도 다들 내가 '자퇴'하길 바라고 있는 눈치. 누가 모를 것 같냐고.

나는 그런 것을 내색하지 않고 담임이 있는 자리에 있다.

"앉아라."

"…"

"무슨 일로 불렀는지 알지?"

"모르는데요."

내가 알 리가 있나.

"너의 수업태도가 대단히 안좋다는 선생님들의 말씀이 있었어.맨날 엎어져 자고 있고, 깨워도 아무 응답없이 멍하니 있고."

아항. 결국 구실이었구만. 이런 사소한 꼬투리에도 나를 물고 늘어지려는 거.

맨날 자고 있어도 나를 내버려두면 될 것 가지고 선생의 역할을 다 하는 척 담임한테 이르고 있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닌, 수 명의 선생들이.

게다가 개학한 지 별로 지나지도 않았는데..역시 더럽다.

"…"

"맨날 엎어져 잘 거면 집에서 계속 자야지. 왜 학교에 나와? 수업을 들을 생각이 있는거냐 없는거냐? 뭣하러 아까운 학비내고 다녀?"

내가 묻고싶다.

나라고 뭐 좋아서 학교다니는가? 맨날 욕 먹고 있는데.

게다가 좋아서 맨날 엎어져 자는 건 줄 알아? 아무런 속사정도 모르는 주제에..

"죄송합니다.."

일단 분위기 맞춰줘야지. '선생'들의 말은 따라야했으니까.

비록 '어른'들의 말이 틀렸다고 할 지라도 무조건 비위에 맞춰주고,따라야되는 이런 빌어먹을 사회.

"뭐 잘못한 거 알았으니 되었다..되도록이면 엎어져 자서 선생들의 눈에 띄지않았음 한다. 그럼 가봐."

"네.. 안녕히 계세요."

꾸벅하고 인사를 하고 나간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홱하고 돌아서고 싶지만,

이곳은 교무실. 또 꼬투리 잡힐 것이 뻔하니까.

결국 기분만 더럽힌 채, 아무런 해결책도 찾지 못하고 돌아온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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