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18화 (18/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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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Reg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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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것이 언젠가 현실이 될 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신이 된다던가, 뭐 자신이 만화캐릭터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무슨 신기한 능력을 갖고 있다던가. (나는 예외지만.) 절대로 이루어질 리 없는 그런 생각을 제외한

현실적인 '만약에…~했다면…"하는 생각들.

누군가를 좋아해서 그 누군가와 연인이 된다는 것.

장사가 잘 못되었는데 장사가 잘되어서 분점까지 낸다는 것.

취업난이 되지도 않는데 어느 유명 대기업에 취직을 한다는 것.

공부를 못했는데 갑자기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에 입학한다는 것.

그런 '만약에…'였다.

그것이 비록 누군가에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할 지라도, 그것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정말로 현실로 되버릴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이없는 상상을 했던 것이다. 만약에 또다시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주위에 누군가에게 '알'이 생긴다면 어찌 할 것이냐고.

나는 그것이 언제까지나 '가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때 나는 생각했다. '아무리 발버둥쳐봐도 나는 그들에게 도움도 주지 못하고 기억해 주는 것 밖에 없다.'라고...

과거에, 나에게 정을 주었던 사람이 그랬던 것처럼.

심장이 쿵하고 떨어졌다. 어째서 나에게 또다시 이런 시련이 오는 건가.

현실적인 죽음이 아닌, 더욱 더 고통스럽고 끔찍한 '존재가 잊혀진다.'

이대로 가다간, 민정이도 서현누나도 그 광신도들도 믿어주던 학교 선생님들도,

그리고 어디선가에 있는 그녀의 팬클럽회원들도. 모두 그녀를 잊어버린다.

오직 그녀의 존재를 '나'만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심장의 고동이 극한으로 요동친다.

두려워하고 있다.

초조해하고 있다.

불안해하고 있다.

그녀에게 남겨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에 대해서.

어째서일까. 나는...

그녀가 원망스러웠지만,

그녀가 냉정하게 굴었지만,

그녀가 증오스러울 정도로 가식적이었지만,

그녀가 후회하는 것을 비웃었지만,

그녀가 눈물 흘리는 것조차도 받아주지 않았지만,

'그녀의 존재가 잊혀진다.'라는 사실에 식은 땀이 흐르고, 내가 서 있던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못했다.

이런 무슨 모순적인 감정일까.

나는 그녀를 싫어한다. 아주 극히도. 10년 동안의 시간이 너무나도 고통스러워 그녀와 나 사이의 감정의 골이 바다의 심해처럼 깊음에도

또다시 나에게 '주위사람의 죽음'이라는 것이 찾아왔을 때

나는 절망했다. 평생 잊지 못할 '후회'라는 것이 또 하나 생긴다.

나는 또다시 이런 고통을 아무것도 못하고 지켜봐야만 한다는 것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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