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14화 (14/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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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2. Regr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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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있다.

나에게 쌀쌀맞고 냉정하게 굴던 그 박지현이 아니다.

지금 내 눈앞 에 보이고 있는 것은 나의 말 한마디에 가슴아파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여리디 여린 소녀였다.

하지만 오히려 그녀가 아닌, 내가 울어야되고 화내야 할 입장이다.

어째서 그녀가 울고 있는 것일까? 서러워서?

갑자기 개기는 동생 때문에 자신의 신세를 비관하고 있는건가?

10년. 그 시간동안 내가 봐온 '박지현'이라는 사람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유독 나에게만은 차가웠고, 단 한번도 그녀가 나에게 감정표현이라는 것을 하지도 않았다.

그 날, 나에게 보여주었던 미소는 '거짓'이었다.

그 날의 행복했던 기억조차도 내가 꾼 '꿈'에 불과하다고 이제는 그렇게 믿고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흔들린다. 누나의 흐느낌을 보고 있으면서..

그녀는 내가 어떻게 하기를 바라고 있는 건가..

지금이라도 무릎꿇고 용서를 비는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일까?

내가 떠난다고 하니까..슬퍼하고 있는 것일까?

설마 그 동안의 시간들을 후회하고 있는 것일까?

알 수 없다. 하지만 이 순간 만큼은 누군가가 내게 말해줄 것이다.

"너가 잘못했다" 라고.

나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더욱이 나는 사람과의 소통을 하지 않아서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옳은 행동일지 모르겠다.

"흐…흑…"

여자의 눈물은 무기라고 말했다. 확실히 무기다. 그것도 핵폭탄급 무기.

나의 10년동안의 얼어붙던 마음도 단숨에 녹여버리는 그런 무기.

하지만 그 내 마음을 녹이는 것에 대해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그래, 이것은 조그마한 복수였다. 10년의 시간에 대한 복수. 그렇게 생각하자.

눈물 한 방울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나는 너무나 그녀가 원망스러우니까.

눈물 한 방울과 10년 동안의 시간은 너무나도 천지차이니까.

나는 조용히 수건으로 눈물방울이 고인 물 웅덩이를 닦고 차갑게 돌아섰다.

"장 봐올게."

나는 더 이상 그녀의 모습을 보면 흔들릴 것 같아서 재빨리 현관문 밖을 나섰다.

하지만 문을 나서고 장을 보러 가는 내 마음은 무겁기 그지 없다.

어찌됬건 나는 울렸다. 가족을. 그것도 여자를 말이다.

여자를 울린 쓰레기라고 나를 욕해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미우나 고우나 가족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 관계를 깨고 싶다고 말했다.

울분에 북받쳐서 수 없이 많은 폭언들을 그녀에게 쏟아부었다.

나는 그녀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하지 않고 돌아섰다.

그것이 비록 내가 잘못되었다고 할 지라도...나는 그럴 수 밖에 없었다.

나는 그 구석지고 냄새나는 방에서 오랫동안 울었으니까.

그 시간에 대해서 보상을 받고 싶었다. 나의 잃어버렸던 평범한 10년의 시간을.

그런 마음은 단순한, 아주 단순한 나의 어리광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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