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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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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뭐하고 있어?"
모처럼 옥상 위에서 햇살 받으면서 자고 있더니만 누구야..대체..
졸린 눈으로 뒤로하고 서서히 눈을 떴는데...
너무도 가까이 얼굴을 들이밀어주신 덕분에 누군지는 모르겠다.
"오. 깻네."
그러니까..대체 누구냐..넌..
"왜 아무 말 안해? 적어도 안녕이라고는 인사는 해야 예의 아니야?"
"...너 누구야..?"
"기억도 안 나나 보네. 나야 나. 잘 모르겠어?"
face to face의 가까운 거리에서 이 이상한 여자는 갑자기 나를 모르겠냐면서 호들갑이다.
"...!!"
거리를 벌려서 그 여자의 얼굴이 들어왔다. ..아는 얼굴이다. 확실히..만나기 아주 싫은 얼굴이라는 것도..
"여기서 왜 궁상떨고 있어? 변태오타쿠."
"...너한테 들으니까 심히 화가나는데?"
"헤에..그랬었어?"
"나도 화도 낼 줄알고 웃을 줄도 아니까 감정없는 인형처럼 취급하지마."
"아니..난 또 '그 때'이후로 한번도 얘기를 못했는데..우연히 옥상 위에서 도시락 먹으려고 위에 올라와보니 모처럼 자고 있는 네가 있지 뭐야? 그래서 깨운 것 뿐이야. 별 다른 뜻은 없어."
"그래서..무슨 용무로?"
"오랜만에 '안녕'이라고 말하고 싶어서."
나는 심히 안녕하지 못하다.
"고작 인사하려고 귀찮게 나를 깨웠냐?"
"에이~ 설마 그럴 리가. '그 때'의 후유증이 아직도 남아있나 해서.."
"..."
"후유증 전혀 없다는 눈치인데..그래..이제는 모두 다 기억에 묻고 일어날 수 있어?"
"더 이상 그거에 관해 얘기하기는 싫은데."
"흐응~ 모두 다 잊은 거야? 아니면 잊은 '척'하는 거야?"
이래서 이 여자 만나기 싫었어..
"어이. 정시하."
"왜~ 박정우군?"
"더 이상 그 얘기에 대해서 말하지 마라. 너가 더 이상 얘기했다가는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흐응..'그 때'처럼?"
쾅!
나도 모르게 옥상 건물 벽에 이 여자의 어깨를 잡고 구석으로 몰아세웠다. 왠만하면 여자한테 이러기는 싫었지만, 이 여자는 도무지 해결이 안될 것 같으니까.
"어머. 무례하네.."
"네가 지금 당장 꺼져준다면 풀어주지."
"아니..이런 것도 나쁘지 않아. 정우군. 내가 싫어?"
"당연하지."
"아니 나는 갑자기 벽에 내몰길래 '키스'라던가..갑자기 '강간'하려고 하는 짐승인 줄 알았지. 그런데 아니려나..정우군은 그 정도로 대담하지 않으니까."
"미안하군. 나는 싫어하는 여자한테 그렇게하기는 싫거든."
"헤에..남자들은 보통 이렇게 아무도 '없고' 단 '둘'이 있을 때 그렇게 변하던데..너를 계속 좋아해왔다고..갑자기 발정나서 덥치는 거 말이야."
"당해봤냐?"
"..글쎄..? 어떨까나?"
"다시 한번 말하지. 당장 꺼.져."
"싫.은.데."
"...!!"
"후후..어쩔꺼야? 때리기라도 할 거야? 아니면 이런 나쁜아이한테 벌 줄거야?"
"후우.."
나는 천천히 그녀의 어깨에 잡고 있던 손을 내려놓았다.
"어머.. 풀어주네? 나는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뭘 기대 하고 있는거야?
"네가 꺼지기 싫다면 내가 가지."
"잠깐만."
"또 무슨 일 있냐?"
"이런 행동 굉장히 버릇없다는 거 알고있어?"
"내가 버릇이 있든지 없든지 뭔 상관이야? 나는 네 얼굴 보기 싫으니까 가는 것 뿐이야."
"...아직도 잊지 못했나보네."
"..."
"뭐 됐어..애초에 친한 척 인사한 내가 잘못이지..그래..당장 원하는 대로 꺼져줄게. 박.정.우.군."
"..."
그녀는 옥상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갔다. 알 게 뭐야. 이딴 여자.
지현누나도 그렇고 이 여자도 그렇고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거야?
에라 모르겠다. 잠이나 자자.
나는 다시 옥상 바닥 위에 철퍼덕 누우며 눈을 감았다.
♪~♬~♬~
어라..종 쳤나..
머리를 긁적긁적 거리며 나는 다시 일어났다.
계단을 내려가고 교실로 돌아와보니 반 학생들이 한 곳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뭐야..왜 갑자기 사람 뚫어지게 단체로 쳐다봐. 기분나쁘게..
"너..그 동안 어디갔었냐?"
우리 반 남자 A의 질문.
"너..굉장히 심각하던데.."
우리반 여자 C의 질문.
심각하다고..? 대체 뭐가...
"너..지현 누나가 심각하다는 표정으로 우리 반에 와서 너 찾았어."
"지현..누나..가?"
언제부터 이렇게 나한테 관심을 가지고 있었는지 누나가 찾아왔다고 한다.
알 게 뭐야.
"상관없어."
"어이. 정말로 심각했다니까? 그런 표정 처음 봐.뭔가 허둥대고..초조한 모습.."
"별 일 아니야."
나는 그렇게 말하고 구석진 창가에 있는 내 자리에 앉았다.
내가 아침부터 누나한테 코빼기도 비추지 않으니까 또 가출한 거라고 생각했나보지..
초조하면서 불안해 했다고? 그런 표정을 지을 리가 없잖아? 나한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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