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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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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과 같은 시간이 흘렀다.
1학기 초 부터 이런 이슈가 될 만한 사건에 벌써 휘말릴 줄이야..1학년 때처럼 조용하게..
욕은 먹고 있지만..그것과는 상관없이..자유로운 학교생활이..하고 싶었는데 말야.
그 날, 2-c의 수업은 하지 않았다. 패싸움에 참여했던 남학생들의 중징계로 인한 학생부 강제이송을 통해
얼마 남지 않은 나를 포함한 남학생과 구경만 하고 있던 여학생들로만으로는 수업진행이 힘들어 졌기 때문에 우리는 자습을 할 수 있었다.
나는 모처럼 수업을 안 했기 때문에 7교시까지 내내 잠을 잤지만..
이로써 나의 이미지는 더욱 급감. 이제는 바닥 of 바닥 이었다.
언제부터 이미지관리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학생들은 나를 보면서 대놓고 욕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뭐 그런거 있잖은가..
뒤에서 수군수군하며 남의 험담을 들여놓는거..욕 할거면 앞에서 하든가..
겉으로는 나에게 착한 척하면서 정작 나에 대해 얘기하고 있을 때면 수많은 험담과 욕들이 오간다.
차라리 앞에서 욕을 듣는게 편했다. 앞에서 들으면 그 사람이 나를 확실하게 싫어한다는 것을 알 수 있으니까..
그런데 뒤에서 욕을 하면 내가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한다는 것에 대해 의문점을 가게 만든다.
정작 뒤에서는 험담하고 있으면서도, 내 앞에서는 착한 척을 하고 있을 때마다 이 사람이 나를 싫어하는 것인가 아닌 가 하고 긴가민가 해 진다.
물론 어렸을 때부터 욕과 폭력에 찌들어서 아무렇지 않은 나였기에 웃음 지으며 넘길 수 있었지만, 이런 나를 볼때마다 씁쓸해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있잖아.. 쟤.."
또다시 나에 대한 험담이 오갔다. 애써 무시하고 조용히 책을 가방에 넣고 있었음에도
서로 조용조용히 내가 들리지 못하게 말하는 소리가 너무나도 확성기처럼 크게 들렸다.
그들을 조용히 바라본다.
그들이 내가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음을 알고 재빨리 욕을 멈춘다.
그런다음에 다른 애들을 보면서 재밌는 얘기라든가 그 애에 대해서 라든가 재빨리 화제전환을 한다든가 아니면 바로 말을 멈추고 내 얼굴을 무시하고 서로 간의 대화를 끊어서
내가 의심할 수 없게 만든다던가.. 둘 중에 하나였다.
나는 다시 피식 웃고 있었다. 나는 원래 이런 놈이라고..다시 재확인을 한다.
이런 외로움과 고통 속에서 살고 있어도 적어도 나를 다정히 대해주었던 할머니와..
그리고 가족 중 유일하게 나에게 따뜻한 관심을 기울였던 맨 위의 누나..
나는 그들에게 종종 죽고 싶다고 얘기했었다.
어렸을 때부터 손목을 그어도 보고
빠른 물살에 일부러 빠져보고 한강 다리 위에서 투신해보고
13층 건물옥상에서 떨어져도 보고
수면제를 엄청나게 들이켜도 보고
스스로 칼로 배를 찔러도 보고
밧줄에 목매달아 죽으려고도 해보고
엄청나게 빨리 달리는 고속도로에 뛰어들어도 보고
일부러 물에 묻은 채로 전봇대 위로 올라서 감전되어 죽으려고도 해보고
가족에게 아무 말 하지 않고 집을 나가서 복통과 배고픔을 참고서 굶어 죽으려고도 해보고 별의 별 짓 다해봤다.
'신'이라는 놈은 이렇게 죽으려고 온갖 노력을 하는 이 인간의 생명줄을 끊어놓지 않았다.
너무나도 외로움에..슬픔에..찌들어 살아서 더 이상 살기가 싫었다.
그래서 이런 노력을 해봤는데 결국 헛수고.
그런데 그들은 이러한 얘기를 듣고 말 없이 나를 감싸안아주었다.
어린나이에 힘들어했다고..할머니의 위로와 맨 위에 있는 누나의 충고.
"절대 죽으려고 하면 안돼... 더 이상은.." 그 간절한 목소리.
할머니는 이제 없다. 그 작은 구멍가게에서 반찬을 살 일도 없었다.
지금은 과거의 기억이 모두 지워진 채 살아가고 있는 전당포의 집만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누나는 우수한 성적으로 미국 해외유학 중이다. 결국, 나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학교 옥상에서 누워 있다보니 쌀쌀한 겨울 날씨와 묘하게 조합이 되어 햇살이 빛을 쬐이고 있었다.
"여기서..뭐하고 있어...?"
멀지 않아서 태양이 보이지 않도록 빛을 가리며 절대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과 학교옥상에서 조우하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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