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9화 (9/318)

0009 / 0318 ----------------------------------------------

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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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 박정우."

어쩐지 왜 안오는 가 싶었다.

우리 반 놈들도 갑자기 교실로 들어오는 수십 명의 학생과 대치하는 나를 바라보며 의아해하는 눈길과 뭔가 흥미진진하다는 듯 구경거리 삼아 모두 지켜보고 있었다.

"또..무슨 일이야?"

정말 징글징글하게도 나를 찾아왔다. 그래서 왠만하면...알려지긴 싫었는데..

"너가 지현누나(지현이)를 소개 시켜준다매?"

"내가 언제 그럤냐?"

"...그..그건.."

어째 말소리도 이구동성으로 떨릴 수가 있단 말이다!!

"에엑~~~!!"

이건 뭐 예상된 반응. 당연히 궁금증이 일어날 수 밖에 없겠지. 저마다 자신들의 추측(억측이다.)를 들어놓으며 나에 대해 이것저것 얘기하고 있을 것이 뻔하다.

주제는 단 하나, 어째서 왕따로 취급된 놈이 어째서 우리학교의 여신을 소개시켜줄 수 있느냐는 거다.

우리학교의 여신, 즉 지현 누나는 우리 학교는 물론이요, 인근지역, 또는 서울에서 공인된 여신이다. 소문으로는 팬클럽까지 있을 정도란다..

성적우수에 교우관계도 원만. 게다가 교사에게까지 신뢰를 받고 있는데다가 도도하고도 청순한 외모로 남성들과 심지어 여성들조차도 열광하고 있는 박지현이라고 뭇 학생들은 말하고 있는데...

어떻게해서 그런 이미지를 쌓아올린 건지 잘 모르겠다만은..어쨋든 우리 학교의 최고 아이돌이다.(솔직히 나는 그런 얘기들을 들을 때마다 어이가 없었다.)

어째 나를 제외하고 3남매는 그렇게 신의 축복을 받았는지 원.. 그들이 받아야 할 저주를 내가 온통 뒤집어 쓴 것 같았다.

"그러니까..내가 얘기해줬잖아? 안 된다고.."

"그런 게 어딨냐. 너는 지현누나(지현이)의 친동생이잖냐? 그러면 왠만한건 다 알고 있을 거 아냐? 그래서 우리들도 공유 좀 해달라는 거지."

나와버렸다. 내가 친동생이라는 사실을.. 그러면 다시 또 한번

"에엑~!!!!"

완벽한 시나리오. 완전 뮤지컬이나 다름없다.

"왠만한건 얘기해줬잖아? 취미는 '합기도'랑 독서, 좋아하는 것은 조용히 있기. 뭐 그런거.. 다 얘기해줬잖아?"

그렇다. 지현누나의 취미는 '합기도'다. 사실 너무나 예쁜 탓이어서 그런지 남성들의 위험에 노출되기 쉽상이라서 자신의 몸을 지키라고 딸 사랑에 부모님이 체육관에 보냈는데 그만 거기에 취미들여서 유단자 자격증까지 따신 누나였다.(나는 덕분에 전치 6개월을 질 수 있었다.)

"우리들은 박지현에 대해서 새로운 정보를 원한단 말이다!!"

얼씨구? 우리 반 애들 아주 메모를 하느라 난리 났네.

"원해!"

"원해!"

종교집단이구만..이거..아주 광신도 납시셨네. 이제는 이런 행위에 우리 반 애들까지 동참해서 '원해!'이러고 있다.. 하아..

"아니..무엇보다..내가 소개를 시켜 줄 수는 있는데.."

"시켜 줄 수는 있는데...?"

왜 갑자기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거야. 아니..갑자기 초롱초롱한 사슴눈망울이 되어서 불쌍하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다 보여.

"너네 모두 소개 시켜 줄 수는 없잖아? 조용한 것을 좋아하니까..누나는..소개를 받으려면 1명을 알아서 정하라고."

술렁술렁.

나는 이걸 노렸다. 물론 그들은 박지현 하나 때문에 하나로 응집될 수 있었지만 박지현 하나 때문에 와르르 쉽게 와해가 되기 쉬웠기 때문이다.

"우리는..소개..받으려는..것이..아니라.."

어이어이..당신..소개 받으려는 것이 아니라면서 목소리는 왜 떨고 있슈?

"뭐?"

"새로운 정보..좋아하는 음식..장소..뭐 그런거.."

"옳소!"

"옳소!"

와~ 되게 응집력 좋네. 이걸로 와해시키려는 나의 노력은 되려 응집력이 강화되버리는 역효과였다. 이놈들은 내가 폐인이고 오타쿠이고 왕따이고 이런 걸 알면서도 나에게 접근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할 따름이었다. 내가 학교 여신의 친동생이라는 이유로만으로도..

이럴 때만 접근하는 거지만..

"후..어이..너네 지현누나 좋아하지 않아? 그러면 사귀고 싶은 마음 강할 거 아냐? 게다가 누가 말했지? 소개시켜달라매? 소개 시켜 줄 수는 있는데 1명만 해서 소개 할 수 있다는 거지. 뭐 그것도 누나가 받아들이기 나름입니다만은.."

나는 최대한 이 조직을 와해시키려고 노력해본다. 가뜩이나 누나와 나와의 관계는 북풍한설 맨 바람 쌩쌩부는 차가운 겨울같은 관계였는데..내가 뭔 놈의 양심으로 소개 시켜준다고 할 수 있을까..? 솔직히 내가 소개시켜준다는 말 한마디도 꺼내지도 않았는데 지들 멋대로 소개시켜준다고 윽박지르고(그것은 내가 약자라고 생각해서 협박한 것이다.)

되도 안되는 이유 붙여서 지현누나랑 엮이려는 속셈 다 알고 있어.

웅성웅성. 좋아좋아... 단 1명만 뽑히게 되어있다고..싸워라..싸워서 1명만 쟁취하는 거야..

그런 다음에 나는 얼굴에 철판깔고 누나한테 소개시켜주고 그러면 땡.(어차피 차일테니까.)

그러면 나는 폐인 오타쿠라고 욕은 먹고 있어도 조용한 학교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좋아. 말싸움 시작했고..와해되는 거야..

그런데 이제는 패싸움 분위기 까지 나네? 조금은 위험할지도...

"지현이의 3학년 팬클럽 회장인 내가 되어야해."

"무슨 소리! 연상연하가 대세잖아. 나 2학년 회장인 내가!"

"나보다 더 늙었으면서..1학년 회장인 내가.."

아주 학년별로 회장이 다 있고 아무것도 모르는 1학년까지 팬클럽이 있을 줄이야..

재주도 좋아. 지현 누나.

선후배 사이도 상관없다. 학교 최고의 미소녀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은 시작되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우리 반에서 싸우냐.. 운동장에서 싸우지 복잡하잖아..

결국 그 날의 사건은 학생의 연락을 받은 학생부선생의 개입으로 인해 우리 반 학생 포함 및 팬클럽 학생 수 73명 모두 중징계처벌을 받는 것으로 일단락되었다.(정작 싸움의 주최자인 나는 걸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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