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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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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누나와의 관계는 예전관계로 돌아왔다.
아니, 더 악화되었다고 하는 것이 더 옳은표현일지도 모른다.
내가 나가라고 차갑게 말한 이후, 나는 누나와 말 한마디도 나누지 않음은 물론이고 누나의 모습조차도 보지 않았다.
간단하게 말해서, '남남'관계가 되버린 것이다. 나와 누나의 관계는.
그 날, 민정이가 나에게 언니와 무슨 일 있었냐고 물었지만, 나는 아무 말 없이 민정이에게 저녁만 해주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새벽마다 하던 미연시 히로인 공략도 하지 않고, 나는 그 날 새벽에 조용히 새벽거리를 돌아다녔다.
오직 가로등이 길거리에 빛을 쬐이고 있었고 간간히 지나가는 자동차들과
몇몇 술 취한 취객 아저씨와 몇몇 닭살돋는 커플들을 바라보며 아직 봄이 채오지 않은
늦겨울의 거리를 걷고 있었다.
pc방에 갈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결국 가지않고 인근 공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공원에 있던 나는 하늘을 쳐다보는데 내가 있는 서울은 빌어먹게도 별이 보이지 않았다. 이놈의 도시는 그런 낭만적인 감상조차도 할 수 없었다.
다행히도 '알'이나 '동물'을 가진 사람들을 보지않는다는 것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조금이나마 이런 시간에는 '내가 평범하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기에 나는 혼자서라도 외롭더라도 슬퍼하지 않고 허무해하지 않는다.
아니다....슬프다. 외롭다.
누군가에게 위로를 받고 싶다.
누군가가 나에게 와서 '괜찮으세요?'라고 말한다면, 나는 그 한마디에 만족하고 감사한다.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내가 누나에게 했던 행동들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회가 들었다.
왜 후회를 하고 있는 것일까..정작 잘못한 것은 지현누나였는데도 왜 내가 잘못했다고 판단하는 것일까..
'나는..해야 할 행동을 했을 뿐이야..'
결국 자기만족과 자기합리화로 이런 생각을 떨쳐버린다.
날씨가 춥다.
좀 더 따뜻하게 입고 올걸 그랬나..
이런 상황에 있을 때마다 끝없는 공상에 잠기곤 한다. 새벽은 너무도 길다.
이런 새벽을 보내기에는 공상만한 시간보내기가 어디있겠는가?
어디서 시작해볼까..공상의 시초는 어느 한 '시각'에서 부터 시작하고 그 시각에서 시작된 여러 섞여버린 내 생각들이 하나로 정리돼서 무한한 공상을 이루어낸다.
그런데 떠오르지 않았다. 내가 구석진 방에서 항상 이렇게 시간을 보내었는데도..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 머릿속이 너무나도 새하얗다.
'그냥..걷자..그냥 떠돌아다녀보자..'
나는 정처없는 발길을 돌리며 멍하니..그저 멍하니..떠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렇게 떠돌아다니며 시간을 보내다보니 어느 덧 검은 새벽이 군청색의 하늘로 바뀌어 있었다.
이제..학교 가야하는 건가..
나는 집으로 돌아가서 겉옷을 벗고 조용히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그 날 따라 나는 유난히 일찍 집을 나왔다. 가족들의 얼굴을 보기가 싫었다.유난히도..
새벽등교..
나는 혼자서 교문 앞에서 기다리다가 수위아저씨가 문을 열어주고나서야 학교로 들어갈수 있었다.
내가 몇 반이었드라..아...2학년..C반이었나..
학교 안에 들어가 계단을 오르고 C반이라고 쓰여진 교실을 찾아서 문을 열고 맨 뒤쪽 창가가 보이는 구석자리에 앉았다.
그 창가에 앉아서 옆을 바라보니 붉은 하늘이 있있다. 아침 해가...조금씩 기지개를 키고 일어나 세상을 비추기 시작했다.
나는 교실의 전등스위치도 안 키고 조금이나마 이런 붉은하늘이 떠오르는 순간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오는 졸음에 나는 천천히 몸을 내맡겼다.
"얘 누구야?"
"그러니까..누구일까?"
"어제 오지 않은 애 같은데..누구지?"
"이렇게 자고있으니 원..개학식 때부터 안나왔잖아?"
"이름이 뭐였지..아..박정우였나?"
"설마..그 놈..?"
"아..'그 사건'..?"
"이 놈이 그거야?"
"얘 왕따라던데.."
"하긴..그럴 만도 하지.."
"얘..안 좋은 소문도 많고..오타쿠라는 얘기도.."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는데, 말수도 없었고, 친구도 별로 없는데다가..그리고.."
"야 선생떳다. 앉아."
"아..조용조용.."
"차렷. 경례."
"안녕하세요."
"그래.. 아침들 잘 잤고?"
"..."
"역시나..엎어져 있는 애들 깨우고.."
"출석부 여기있어요."
"아..흠..1번."
"예"
"2번"
"예."
......................................
"12번"
"예."
"13번."
"...."
"13번? 박정우? 얘 또 안왔나...개학식때부터 안오더니.."
"여기 있어요."
"어디?"
"지금 자고 있는데..."
"깨워."
"어이..일어나."
"흐...음....."
"안 일어나는데요."
"등짝 한번 때려라."
짝!
"....."
"이제야 일어났냐?"
"..."
"13번 박정우. 맞지?"
"..예."
"개학식 때 왜 안왔지? 말도 하지 않고.."
"아파서요."
"...알았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말도록 하고.. 그럼 결석계 제출하도록."
깨어난 나는 비몽사몽한 상태로 아침조회시간을 듣는 둥 마는 둥 했고,
내가 학교에 나오자 뒤에서 수군수군거리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보나마나 나에 대해서 험담하고 있는 거겠지..역시나..이런 것에는 적응이 되었다.
그리고..
"어이 박정우."
역시나..쉬는 시간에 이놈들 오는 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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