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색빛 세계와 검은 동물들-3화 (3/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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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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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회색'의 눈동자를 볼 때마다 나도 모르게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나는 '평범한'사람이 아니다.

자꾸만 얼굴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이 머리에 스쳐지나갔다.

그만두자. 자꾸 그런 생각을 해도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을 뿐더러 정신상태에도 이롭지 않으니까..

주위 사람들의 이상한 시선을 받으며 화장실에서 터덜터덜 나오며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계를 보니 벌써 7시..30분..등교시간이 50분까지였던가? 거리가 먼 학교라서 지각인건 당연지사였다.

후..그냥 오늘은 가지말자..하고 생각하며 지하철 계단을 오른 뒤에 방향을 선회하였다.

벌써..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내가 '회색'의 눈을 갖게된지..

내가 '회색'의 눈동자가 되었을 때, 얼마나 주위사람들이 무서워했던가.

그들에게 있어서 나는 '돌연변이'이자 '이방인'이 되는 순간이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과거회상을 해보았다. 회색의 눈동자를 갖게된 계기부터, 그 후에 지속된 외로움.. 그리고 그 '사건'..

젠장..나도..여느 평범한 사람들처럼 살고 싶었는데 말이지..

집 앞에서 딸깍하고 현관문을 열어보니 거실에는 지현누나가 깨어있었다.

기나긴 검정색의 머리카락에 연예인 저리가라 할 정도의 엄청난 미모.. 성적우수에 몸매 는 뭐..속옷모델(?) 뺨친다..(나도 표현을 왜 이딴 식으로 하는 지 모르겠다.)

민정이도 그렇고, 지현누나도 그렇고..마지막으로..맨 위에 있는 누나도.. 모두 외모가 완전 미연시에서나 볼 법한 그러한 외모. 2D의 세상을 매일보는 나에게 있어서 3D의 기준은 무엇인지 모르겠다만은.. 나의 기준으로는 어쨋든 초미소녀자매..

사람들은 질투어린 시선으로 이런 자매에 끼어있는 나를 바라보고 있지만..

(특히 미연시에 찌들어있는 사람들에겐 '자매덮밥이다!'하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을것이다.)

게임이랑 현실이랑 다르지 않은가? 게임에서는 오빠 혹은 남동생을 배려해주고...

이런저런(?)짓도 하는 행복한 상황이...특히 나같은 경우엔 모든 남성들의 이상향,'하렘'이...에휴...

'미연시 매니아'(?)라고 지칭할 수 있는 나에게는 현실과 게임의 차이는 너무나 하늘과 땅 차이였다.

지현누나를 보자면..일단 메인히로인으로서의 조건은 모두 클리어였다. 하지만...성격..성격..성격!!!!!!

"왜 학교 안갔어?"

아아..타이밍 안좋다.. 자다가 바로 일어난 지현누나는 엄청난 포스다. 이런 이상한 것들을 볼 수 있는 회색의 눈동자로도 보이지 않는, 그러나 식은 땀이 뻘뻘 흐르면서 뭔가에 묶인 듯이 움직일 수 없는 이 포스.. 아.. 어쩌란 말인가...

"아..아..아니..뭐..."

덜덜덜....

잘못 말했다가는 기본 전치 3주 이상이다.(실제로 나는 병원에서 6개월 동안 죽치고 있는 적도 있었다.)

"응?"

위기상황.위기상황.나의 머리에 빨간 신호등이 켜졌다.그리고 지현누님의 포스가 급작스럽게 더 증가하셨다. 머리를 굴려야 돼..굴려야 돼..이 상황에서 타개할 방법!!!

"아. 오늘 개교기념일이야."

아니잖아!!!! 내가 뭔 소리를 떨고 있는거야!!!!!

"개학식 첫날부터 개교기념일이라..호오.."

아니야!!!!! 젠장... 어떡하지..어.째 포스가...더...아놔...

"아니!!! 잘못말했어. 아하하하..."

...결국 자폭이잖아...

"그럼?"

"그..그러니까..오늘은..."

"응..?"

"지하철 화장실에서 토하고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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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개막장의 길을 달리고 있음.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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