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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골병사는 던전을 지키지 못했다-142화 (142/458)

143화 No Sugar in My Coffin (7)

“어휴.”

- 화르르!

레나가 한숨을 쉬며 양초를 켰다.

아이작의 혼에 불길을 다시 한 번 체험시켜 줘야겠다는 강렬한 의지를 뿜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작은 그걸 신경 쓸 정신조차 없는 듯했다.

절망과 불안이 반쯤 섞인 목소리가 메달에서 들려왔다.

= 이곳은. 원래 결계가 있어야할 자리다.

“결계라고?”

= 그래. 너희는 처음부터 진법의 사문死門으로 들어왔다. 반드시 죽는 문이지.

‘사는 문은 어딘데?’

= 그런 건 안 만들었다. 손님이라고 해 봐야, 신전에서 나온 집행관들밖에 없으니까.

레나가 끼어들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멀껑히 살아 있는 게, 정상이 아니라는 거예요?”

= .어. 미망述妄에 빠져 기운이 완전히 꺾인 채, 반쯤 미친 채로 사냥당해야 되지. 그런데. 아까부터 줄곧 똑바로 걸어가고 있다고. 이대로라면 교단 지역을 완전히 벗어나버린다.

“당당하시기도 해라. 우릴 잡아 줘야 될 결계가 없어졌다는 거죠?”

= 그래. 뒤로 십 분 정도 돌아가라. 그리고 오른쪽으로 가. 진짜 교단의 위치를 알려 주마.

뭘 걱정하는 건지, 놈의 목소리는 몹시 어둡고 진지했다.

진실을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쉽게 믿음이 가진 않는다. 이것도연기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건 또 어떻게 믿고. 어쩌죠? 일단 불부터 붙이고 시작할까요?”

tt ㅇ , ,

ㅍ.

나는 망설였다.

촛대는 유효한 성물聖物이다.

영혼을 울부짖게 만든다.

하지만 고문이 꼭 100% 효과가 있다고 볼 수는 없었다.

레나는 밤새 녀석을 고문했다.

그녀의 생각대로 일이 흘러갔다면,

아이작은 진작 이곳의 진실을 털어놓았을 거다.

“잠시만.”

예메라의 은촛대를 들고 다가오는 레나를 제지했다.

“아이작, 그렇다고 쳐도. 내가 네 말을 어떻게 믿으라는 거지?”

=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 빨리.

내 후손들이 어떻게 됐는지 조사해다오. 부탁이다.

“방금 사기 쳐 놓고 믿으래. 스승님, 우리 그냥 가요. 아무래도 제국수도로 갔다가. 여긴 천천히 확인하는 게 좋겠어요.”

- 부르르!

메달이 웅웅 떨리더니, 다급하고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제사를 바치는 왕, 말파스의 이름에 대고 서약한다! 나는 네게 진실만을 말하리라!

- 우우우응.!

그 순간이었다. 서늘한 기류가 메달 주위를 감싸고 흘렀다. 뭔지는 몰라도 어떤 맹세가 이루어졌다는 느낌이 들었다.

tt ㅇ , ,

f.

“괜찮을까?”

“뭘 하긴 한 것 같은데요. 사제들 같은 경우는, 자기가 섬기는 신의이름을 걸고 한 서약이 절대적이라고 들었어요. 하지만.

- 톡톡.

레나가 메달을 치며 말했다.

“이 사람, 사제 맞을까요?”

“일단 맞는 것 같은데.

아이작이 내 몸에 들어왔을 때 봤던 상태창이 떠올랐다.

<제사 특성: 말파스의 대제사장>

<기뻐하십시오. 당신은 말파스의 가장 총애 받는 대제사장입니다.)

‘마왕을 섬겨도, 사제는 사제지.’

“뭐, 한번 믿어 보자고.”

= 고맙다.

우리는 아이작의 안내를 따라 한참을 걸었다.

왠지 녀석에게 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놈은 온갖 주술을 다 사용했지만,

결국 내 몸을 빼앗는 데 실패했다.

레나의 반응도 조용했다.

그녀가 불안해하면 꼭 무슨 일이 생겼지만, 이번에는 내 의견을 얌전히 따라오고 있다.

아이작이 말한 방향으로 십 분 정도 걸었을 때였다.

“여기 보세요!”

앞장서서 걷던 레나가 무언가를 발견한 듯했다. 나도 그녀 쪽으로 서둘러 따라갔다.

‘토템?’

그 자리에 있는 건 2미터 정도의또 다른 토템이었다.

손을 앞으로 모은 개 모양 토템은 몸이 대부분 짓뭉개져 있었다.

등에 달린 여섯 장의 날개는 아랫부분만 남기고 다 깨지고, 얼굴도 뭔가로 속이 깊이 긁어내져 참담한 모양새였다.

= 조슈아.! 내 조슈아가.!

메달이 부르르 떨렸다. 아이작은 한참을 서럽게 통곡했다.

듣는 나조차 먹먹한 기분이 들 정도로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모른척하고 그냥 걸을 수가 없었다.

“잠깐 쉬지.”

바닥에 주저앉았다.

얌전히 따라오고 있는 밤톨이의 머리를 몇 번 쓰다듬었다.

- 달각! 달각!

녀석은 자신도 함께 모험에 참여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 기쁜 둣, 아주 활기가 넘쳤다.

= 살아 있을 때는. 그런 크기였다.

문득 아이작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소리지?”

= 조슈아. 내 작은 친구였다. 지금네 곁의 그 녀석만 했어. 죽은 뒤에도 내 곁을 떠나지 않기에 토템을 만들어 넣어 줬었지. 혹시 아직 있을까 했지만.

냇물 소리, 바람 소리, 벌레 소리가 적막한 숲속에서 간간이 울려왔다. 고요 가운데 아이작의 절망이 잔잔히 전해졌다.

내 몸을 탈취했을 때.

놈이 밤톨이를 해치지 않은 이유를 왠지 알 것 같았다.

“.개였나 봐요? 개는 불쌍하네.”

레나가 끼어들었다.

= 조슈아는. 결계의 심장이었다.

이게 파괴됐다는 건.

아이작은 말을 삼켰다.

= 가자. 안내하마.

녀석은 필요한 말만 하며 우리를 빠르게 안내했다. 수풀이 우거진 완만한 구릉을 지났을 때였다.

“끊겼잖아?”

더 이상 길이 나오지 않았다.

깎아지른 절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맞게 데려온 거 맞아?”

= 이 아래로 내려가라.

“.무슨 헛소리지?”

= 일단 보고 말해라. 멍청한 놈.

앞쪽에서, 주위를 면밀히 살피고 있던 레나가 내게 소리쳤다.

“인공적인 흔적이 있는데. 스승님! 여기. 암벽이 일정하게 파여 있어요!”

= 반만 닮지?

“.좀 닥쳐 봐.”

나는 아래를 돌아보며 물었다.

“안전한 거냐?”

= 물리적인 함정은 없다. 결계가 깨진 이상 그냥 걸어가면 된다.

“내가 먼저 내려가지.”

“.알겠어요. 조심하세요.”

무리 없이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레나가 고집을 피워서 내허 리에 암벽등반 끈을 묶었다.

밤톨이에게도 따로 끈을 묶었다.

- 달각! 달각!

‘용감하군.’

녀석을 안고 안으로 내려갔다.

밤톨이는 조금도 겁내는 기색이 없었다.

아래는 까마득했지만, 떨어진다고 죽을 것 같지는 않았다.

‘체력. 반 정도 깎이려나.’

- 툭. 투둑!

잡고 디딜 홈이 많아 쾌적했다.

아래로 30미터 정도를 내려가자 뚫려 있는 커다란 구멍이 보였다.

= 여기다.

“으음.”

직경 2미터 정도.

커다란 구멍이지만, 안쪽으로 쑥들 어간 곳에 있어서 발견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맞은편에 산봉우리도 없었다.

‘천혜의 요새로군.’

- 달그락!

나는 가볍게 반동을 줘 안으로 들어갔다. 허리에 줄을 연결한 레나도곧 안으로 들어왔다.

“와. 절벽 가운데에 이런 데가 있네요!”

이런 데가. 이런. 데가.

그녀의 목소리가 동굴 안에 울려 퍼지다 안쪽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레나는 육포를 씹으면서 배낭에서촛대와 커다란 양초를 꺼냈다.

- 화록!

“졸지 마요. 탐험용이니까.”

직경 2미터 정도의 구멍은 안으로 들어갈수록 점점 더 넓어졌다.

“에이, 필요 없겠네.”

레나가 양초를 가볍게 불어 꼈다.

햇빛이 닿지 않는 장소까지 들어갔지만, 동굴 곳곳의 야광석들이 희미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안으로 십여 분을 더 들어갔을 때였다. 앞쪽이 커다란 바위 무더기에 완전히 가로막혀 있었다.

바위 하나하나의 길이가 인간 키의두 배를 넘을 것 같았다.

그마저 하나둘이 아니었다.

스물이 넘는 커다란 바위가 빼곡히 늘어선 채 앞을 향하는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뭐야?”

= .원래 없던 것들인데. 이걸 넘으면. 문이 나올 거다.

아이작의 목소리에서 한층 더 짙은 불안이 느껴졌다.

레나가 배낭에 손을 넣었다.

“폭탄 가져왔어요. 계속 터트리고조금씩 치우면 될 것 같아요.”

“음. 잠시만 뒤쪽에 있어 줄래?”

레나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무언가를 떠올린 듯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갔다.

“.그럴게요.”

이번 생에서 처음 레나를 만났을때, 사람 키만 한 바위를 반으로 갈라 버렸던 게 떠올랐다.

‘그걸 생각하려나.’

“조금 더 뒤로.”

“조금 더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고개를 가웃했다.

“흐.”

하지만 내 말대로 한참을 더 뒤로 물러섰다.

‘저 정도면 되겠지.,

“검기.”

[검기 Lv.l 최대출력.]

- 우우우우응!

대검이 먹이를 달라는 둣 울었다.

연푸른 기운이 칼날에 피어올랐다.

오랜만에 내 손으로 발동하는 검기였다. 실처럼 흐르는 얇은 기운이서로 휘감겼다.

“산성.”

[산성酸性 Lv.5를 발동합니다!]

- 치이이이이익!

푸른 검기를 투명한 녹색 기운이 휘감는다. 뭐든 녹여 버리는 파괴력강한 연기가 강렬하게 피어올랐다.

하지만 그라스미어의 3대 영주가 만들었다던 대검은 끄떡없었다.

나는 아이작에게 물었다.

“막혀 있으니. 흡착으로 당길까?”

= 돌가루 잔뜩 뒤집어쓰고 싶으면 맘대로 하든지. 검기를 써서 조금씩 부수면서 밀어내라.

“흠. 충고 고맙군.”

물론 곧이곧대로 따를 생각은 별로 없었다.

는 부풀어진 듯 이글거렸다. 힘이 제어되는 기분 좋은 감각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질풍.”

[질풍Blast Lv.l을 발동합니다!]

[격발 Lv.2 & 질풍 Lv.l을 혼합사용합니다!]

[숙련도가 매우 낮습니다.]

[마력 소모량이 300% 상승합니다.]

[너울거리는 불꽃 - 격발의 플레어Lv.l을 발동합니다!]

온몸에 새겨진 <회로>가 뜨겁게 달궈지고 있었다.

한순간도 지체하지 않았다.

양손으로 꽉 쥔 대검을 있는 힘을다해 앞으로 내리쳤다.

[참격 Lv.2를 발동합니다!]

기이한 소리를 내며 강렬한 화염,

산성, 바람의 충격파가 앞으로 쏟아졌다. 온몸에서 힘이 쑥 빠져나가는 느낌이었다.

- 콰과과광!

거대한 암석들이 돌먼지가 되어 사방으로 폭발했다.

- 투둑! 투두두두둑!

암석 아래 있던 동굴 바닥이 터져나가며 들썩였고, 천장에 박힌 야광석들이 그 자리에서 튀어나와 어지럽게 바닥에 떨어졌다.

- 휘이이잉!

희뿌옇게 피어오른 돌먼지는 검압에 밀려 동굴 양옆으로 완전히 밀려나 있었다.

앞을 바라봤다.

암석들 사이로 직경 2미터 정도의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부서지지 않은 부분들도 까맣게 그을리거나 조금씩 부서져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

새롭게 만들어진 길 너머.

커다란 새가 중앙 원판에 새겨진 석문이 보였다.

“.된 거냐?”

= .황당한 놈, 방금 벌인 짓으로,

네 몸에 흐르던 루-륨을 한 번에 절반은 소모했을 거다.

“반이나 썼다고? 그 많던 양을?”

과한 느낌이었다.

아이작이 내 몸에 부은 루-륨의 양은 2리터가 넘는다.

여섯 기의 골렘에 있던 마력액을 전부 내게 털어 넣었다.

= 멍청한 소리. 초반 회로 코팅에 거의 전부를 썼다. 원래 길 뚫는 게힘들지. 남은 건 얼마 없었어.

그 순간이었다.

“너. 너무해요!”

뒤에서 레나가 괴로운 표정으로 나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뭔가 단단히 잘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다행히 호감도가 떨어졌다는 메시지는 떠오르지 않았다.

“어떻게 따라가라구요.! 제가지 켜 드릴 기회가 없잖아요!”

띠링! 하는 소리와 함께.

레나의 머리 위에 반투명한 상태창이 떠오르고 있었다.

[레나가 당신의 실력을 절대적으로 신뢰합니다!]

[모든 종류의<교육>효과가 향후 크게 상승합니다.]

[안목을 넓혔습니다.]

[레나의<검술>에 대한 이해도가 크게 상승했습니다.]

[체계적으로 교육할 경우, 더 빠른 속도로 검술 랭크가 올라갑니다.]

‘음. 좋은 거겠지?’

잔뜩 삐친 표정. 그러나 호감도 하락은 없었다.

그녀와 적당히 대화를 나누고 있을때, 아이작이 담긴 메달이 부르르 떨렸다.

= .문 안 여냐.

‘깜빡했네.’

= 왼쪽으로 두 바퀴를 돌려. 뱀에새 부리를 고정시키고 아래쪽 육망 성을 눌러라. 그다음은 오른쪽으로두 바퀴 반을 돌리고.

“그냥 부수면 안 되냐?”

“알았다고.”

결국 나는 한 번도 실패하지 않고퍼즐을 풀어냈다. 아이작이 하나씩 천천히 말해 줬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결과였다.

- 쿠궁!

딱 맞춰진 석문 안쪽에서 무언가기관이 돌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 띠링!

[D플러스랭크의 퍼즐을 한 번에 해결했습니다.]

[경험치가 상승합니다.]

[퍼즐 해제 Lv.O을 획득했습니다.]

[스킬 레벨 상승에 따라, 퍼즐에서힌트를 얻을 확률이 증가합니다.]

‘의외의 소득이군.’

상태창을 바라보고 있던 순간.

- 쿵! 우르르릉.!

동굴 전체가 울리기 시작했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석문은 원래 그렇게 나눠져 있었던둣, 네 부분으로 나뉘며 천천히 동굴 벽 속으로 사라져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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