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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230화 (완결) (230/230)

회귀한 탑 등반자 230화

230화 최종장 (2)

그의 등장에 다들 긴장한 눈빛으로 서 있었다.

준석은 데카인을 향해 데스칼을 겨누며 나지막이 말했다.

“너희들, 천천히 힘을 드러내겠다는 생각은 하지도 마. 처음부터 전력을 다해야 할 거야.”

모두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놈이 어떤 수를 숨기고 있던 소용없을 거다.’

회귀 전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자신에게는 신좌조차 끌어내릴 수 있는 힘이 존재하고, 하나하나 무시 못 할 힘을 가진 동료들이 있었다.

어느덧 가까이 접근한 데카인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입을 뗐다.

“놀랍구나. 이렇게 많은 인원들이 최상부까지 도달하다니. 칭찬을 해 주어야 마땅하다.”

“너한테 칭찬 들을 생각은 없는데?”

준석이 입을 열자 데카인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오호. 네놈은…….”

데카인은 마치 모든 것을 들여다보듯 형형한 눈빛을 띠었다.

“신기하군. 어찌 하찮은 피조물 따위가 그런 강대한 힘을 지닌 것이지? 최상부에 도달한 것이 마냥 운은 아니었군.”

그가 양손을 펼치며 말을 잇는다.

“하나 딱 거기까지다. 이곳이 네놈들의 무덤이 될지어니.”

촤르르!

하얗고 검은 쇠사슬이 일행들의 몸을 속박하려고 들었다.

차앙!

그러나 준석이 직접 나서서 속박 마법을 파훼시켜 버렸다.

“전부 공격!”

그가 외치자마자 일행들이 데카인을 향해 달려 나갔다.

“아우우우!”

다칼은 마안을 사용해 데카인의 움직임을 둔화시켰다.

그 사이에 일행들의 총공격이 이루어졌다.

콰가가가가강!

준석의 말을 귀담아들었던 일행들 모두 자신의 전력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지만 보호막으로 총공격을 막아 낸 데카인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서 있었다.

“겨우 이 정도인가.”

만약 전생에 상대했던 데카인이라면 이번 공격만으로도 피해를 입어을 것이다.

하나, 자신이 하드 모드를 선택하면서 데카인 역시 모종의 변화가 있는 듯했다.

준석은 시전이 끝난 마법을 퍼부었다.

다크 저지먼트.

데카인 주변이 검은 구름으로 가려지며 그 안에서 수없이 천둥 번개가 내려쳤다.

“크하아악!”

순수한 어둠이 담긴 번개를 직격으로 맞은 데카인이 고통의 비명을 질렀다.

데카인은 빛과 어둠을 동시에 다루는 존재.

본래 두 속성을 가지고 있으면 한쪽의 속성이 강하기 마련이지만. 그는 그 무엇에도 치우쳐져 있지 않았다.

그것이 장점으로 발휘될 수도 있지만 단점이 되기도 한다.

특히 상대가 더욱 강력한 속성의 힘을 가지고 있다면 완벽한 밸런스로 보이던 것이 순식간에 무너져 버릴 것이다.

“크아아아!”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다크 리바이브.

준석은 본연의 힘으로 끌어낸 마법을 연달아 사용했다.

“크억!”

데카인의 팔과 다리게 감전이라도 된 듯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그 틈에 일행들의 폭격이 이어진다.

쿠과가가가가강!

먼지가 휩싸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자 준석은 바람을 불러일으켜 시야를 확보했다.

“쿨럭……!”

데카인이 검붉은 피를 쏟아 내고 있었다.

“어찌해서…… 네놈이 본연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지!?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본연의 힘을 알고 있나. 희한하군. 그건 신좌들도 잘 모르는 힘일 텐데 말이야.”

“하나. 그뿐이다. 그런 나약한 피조물의 몸으론 오랫동안 본연의 힘을 견뎌 낼 수 없을 것이다!”

데카인이 기합을 내지르며 양팔에 무기를 꺼내 들었다.

장검과 단검을 꺼내든 그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검을 휘둘렀다.

보이지 않는 경계선.

“으아아악!”

“끄윽!”

유희를 비롯한 다른 일행들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데카인이 검을 휘두른 자리에 붉은 실선들이 생겨난다.

퍼펙트 힐.

준석은 일행들을 치료하며 곧장 반격을 가했다.

콰아앙! 콰과가가강!

순간 이동으로 가까이 접근한 그가 데카인을 근접 마법으로 몰아붙였다.

하지만 무기력하게 당했던 초반과 달리 데카인은 준석의 공격을 받아 내고 있었다.

금세 몸이 회복된 일행들이 싸움에 끼어든다.

“커허억!”

끝내 데카인이 나가떨어진다.

별빛들이 빛나는 바닥에 처박힌 그가 이를 꽉 깨물며 분신을 소환했다.

“저 건방진 것들에게 절망이 무엇인지 보여 줘라!”

수백이 넘는 분신이 일행들을 덮친다.

본래 분신을 사용하면 본체의 전력이 줄어들지만 데카인은 달랐다.

분신뿐만 아니라 본체의 전력도 그대로 유지를 할 수 있었다.

‘그래. 내가 알던 데카인은 저런 모습이었지. 이치에는 맞지 않는 불균형의 힘을 아무렇지도 않게 사용하는.’

어찌 보면 신좌보다 더욱 상대하기 까다로운 힘들을 가지고 있었다.

“끄억! 애들아!”

분신에게 집중 공격을 당한 하성태가 도움을 요청했다.

“내가 갈게!”

유희가 그를 도우러 간 사이에 각자가 살아남기 위해서 혈투가 벌였다.

준석은 진리의 눈을 활성화하여 금방 본체가 무엇인지 찾아냈다.

‘나도 질 수 없지.’

[클론 소환석을 사용합니다.]

[사용자를 스캔합니다.]

[클론이 소환됩니다.]

그와 완전히 똑같은 힘을 지닌 클론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완성된 십멸장의 ‘조건부 효과’가 발동됩니다.]

그의 지배하에 놓여 있는 악마들을 차례대로 소환했다.

수천이 넘는 악마들은 마치 명령을 기다리듯 질서 정연하게 서 있었다.

“녀석의 분신을 하나도 남김없이 소멸시켜라.”

“왕이시여, 명을 받드나이다.”

악마들이 일행들을 도와 분신들을 제거해 나가기 시작했다.

이어서 준석은 자신의 클론에게 얘기했다.

“넌 본체를 상대해.”

“그러지.”

똑같이 생긴 자신에게 대답을 들으니 기분이 묘하긴 했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클론이 본체를 상대하는 동안 준석은 메나이어 배지를 이용해 동료들에게 보호막을 걸어 주었다.

마나가 고갈되지 않는 이상 그것이 동료들을 보호해 줄 것이다.

그리고 전장의 광휘 토템을 사용해 주변 환경을 바꾸려고 했지만 거절 메시지가 떴다.

[이곳은 전장의 광휘 토템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아쉽지만 사용을 포기해야 했다.

‘이제 남은 건…….’

준석은 커다란 마법진을 생성했다.

악마들이 돕고 있긴 하나, 데카인의 본체나 마찬가지인 강력한 분신들이기 때문에 여전히 상대하기 벅차 보였다.

그렇기에 방법을 떠올렸다.

하이소울 어셈블.

강력한 영혼들을 이곳으로 집합시켰다.

동시에 그들의 육신도 강제로 끌어왔다.

‘좋아.’

[황혼의 죽음 목걸이 ‘저물지 않은 황혼’ 효과가 발동합니다.]

멋대로 소환된 영혼들이 육신을 얻어 부활했다.

“누가 감히 이 몸을 소환하느냐! 소환한 자를 갈기갈기 찢어 죽여 주겠다!”

영혼들 중에는 과거의 영웅이라고 불렸던 헤라클레스도 같이 섞여 있었다.

그는 소환한 자를 죽이겠다고 말했지만 소환자를 보는 순간 그런 소리가 쏙 들어가 버렸다.

준석은 모르고 있었지만, 이미 저편에서는 그를 새로운 죽음의 신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저 녀석들의 목을 따라!”

헤라클레스가 죽은 자들의 선봉장이 되어 분신들을 공격해 나갔다.

고대에 이름을 날렸던 영혼들이 활개를 치니 분신들이 힘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준석은 그 광경을 지켜보다 클론과 싸우고 있는 본체에 집중했다.

그는 클론과 팽팽한 싸움을 이어 가고 있었다.

처음에 그놈이 맞는지조차 의문이 들 정도로 뛰어난 실력과 힘을 구비했다.

“저게 하급 신좌 정도라고? 아니야…… 저건…….”

말문을 잇지 못한 준석은 데스칼로 죽음의 기운을 끌어모았다.

동료들을 지키기 위해 잠시라도 분신을 상대할 병력을 소환했지만, 결국 본체를 죽이면 끝나는 싸움이었다.

‘단숨에 끝내자.’

오래 잡아끌 필요도 없었다.

녀석을 죽이고 오랜 숙원을 이룬다.

그는 모든 힘을 검에 담아 넣었다.

파스스스슷!

그 어떠한 신좌도 막지 못할 어마 무시한 힘이 자그만 검에 모이자 주변의 공간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그 뿐이 아니라 힘의 압력 때문에 시간마저 느려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모든 것이 느리게 흐른다.’

데카인의 세세한 움직임이 잡혔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데카인은 클론을 상대하다가 말고 도망을 쳤다.

“캬하아아앙!”

그때 다칼이 나타나 데카인의 목을 물었다. 그리고 녀석이 벗어나지 못하도록 어둠으로 몸을 속박했다.

것도 모자라 마안의 힘을 최대로 사용했다.

-준석! 지금이다!

차앙!

그러나 데카인이 단숨에 속박에서 벗어나 버린다.

[동행자가 신화 스킬을 사용합니다.]

다칼의 등에서 신성한 날개가 튀어나왔다.

전신이 하얗게 변한 그는 도망치는 데카인을 다시 꼭 붙잡았다.

지금이다!

준석은 데스칼을 정면으로 내질렀다.

고요한 죽음처럼 쭉 뻗어 나간 어둠의 줄기가 데카인의 심장을 관통한다.

“크어어억…….”

그를 붙잡고 있던 다칼이 뒤로 물러나며 앞발로 찍어 눌렀다.

쿠아앙!

직격으로 면상을 맞은 데카인이 땅으로 떨어졌다.

다크웨스트림.

준석은 가까이 다가가 그의 상태를 확인했다.

“허어억, 허억…….”

거칠게 숨을 내쉬는 그는 가슴을 부여잡은 채로 다시 일어서려고 하고 있었다.

털썩!

그러나 온몸에 힘이 빠져 일어서질 못했다.

“다 끝났어.”

꽤 허무하게 끝내 버린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미 예정되어 있던 일이었다.

자신이 하데스라는 신좌를 넘어선 순간부터 데카인은 그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

다만 데카인이 마지막에 보여 줬던 힘은……

“어째서…… 어째서 그댄 멀쩡한 것이지? 인간의 몸으론 도저히 본연의 힘을 견딜 수 없을 텐데.”

“글쎄. 그런데 본연의 힘을 견딜 수 있는지 없는지는 나한테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

그가 원하는 것은 그저 지구가 정상화되는 것뿐이었다.

준석은 데카인을 내려다보았다.

다 죽어 가는 그를 보고 있으니 그도 결국 탑에 조종당하는 필멸자에 불과했다.

아마 이렇게 죽고 나서 또다시 누군가가 이곳까지 올라오길 기다릴 것이다.

‘더는 나와 상관없는 얘기지만.’

“죽어라.”

푹!

전생을 포함하면 수십 년을 기다려 온 소원이었기에 일말의 망설임 따위는 없었다.

분신들이 하나둘씩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들과 격렬한 싸움을 벌이던 일행들은 이내 준석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최상부를 공략하는데 걸린 시간은 겨우 10분 남짓.

하지만 최상부에 도달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5년.

그리고 준석이 층을 전부 클리어하는 데까지는 걸린 시간이 무려 35년이었다.

끝은 짧았지만 그 과정은 길고 길었다.

“후우~.”

준석은 싸늘한 주검이 된 데카인을 바라보다 이내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이제 슬슬 모습을 드러내시지?”

탑을 향해 소리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이었다.

“설마 이제 와서 소원을 들어주지 못한다는 개소리를 지껄이진 않겠지?”

도중에 탑의 개입이 사라지며 그토록 바라던 소망을 이루지 못하는 건 아닐까 걱정한 적이 있다.

하지만 100층으로 강제로 끌고 온 것은 분명 데카인이 아닌 탑이었다.

무엇보다 시스템이 건재하다는 건 탑 또한 아직 건재하다는 뜻이다.

마지막 보스를 죽였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자 유희가 의문을 느끼며 그에게 말했다.

“방금 죽인 놈이 진짜인 거 맞아?”

진리의 눈으로 보았으니 틀림없었다.

“이놈이 진짜야.”

“그럼, 왜 아무런 반응이 없지? 메시지가 뜨는 것도 없고.”

이대로 영영 이곳에 갇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돌았다.

“이 대체 무슨…….”

그때.

스윽.

분명히 죽었다고 생각한 데카인이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다만. 이전과는 느낌이 확연히 달랐다. 마치 광대한 우주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진리의 눈으로 바라본 그의 육신은 시커멓게 생겼던 이전과 달리 무지개처럼 형형색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넌…….”

“이렇게 직접 보는 건 처음이군, 선택받은 등반자여.”

준석은 그 말을 듣고는 확신했다.

저자가 바로 탑의 주인이라는 사실을.

“항상 그대를 지켜봤지. 과연 어디까지 성장할 수 있을지. 그리고 탑을 이어받을 자격이 있는지.”

“뭐……?”

준석은 순간 잘못 들은 줄 알고 다시 되물었다.

“그대는 이미 충분한 자격을 갖추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으나 차차 모든 진리를 깨우쳐 올바르게 세상을 이끌어 갈 수 있을 테지.”

“대체 무슨 개소리를 하는 거야! 탑을 이어받는 것은 뭐고! 세상을 이끌어 간다는 건 또 뭐야! 애초에 난 그런 걸 원한 적이 없다고!”

“그렇지. 제안을 한 적이 없으니 그댄 원한 적도 없지. 처음 이곳으로 초대했을 때 문구를 기억하나?”

잊을 리가 있나.

죽어 가고 있는 세상을 구원해 준다는 말에 이 빌어먹을 탑에 들어온 것인데 말이다.

“약속은 지키도록 하지. 그대가 살던 세상은 구원받을 것이다. 인류는 이전처럼 살아갈 수 있게 되겠지. 하나 머지않아 모든 것이 파괴될 것이다.”

“파괴되다니. 무슨…….”

“세상의 섭리대로 흐르는 것일 뿐이지. 탑은 우주의 균형을 맞추는 핵심부. 그 핵심부가 무너지게 되면 우주의 균형 또한 무너지게 될 것이고. 이는 파멸을 뜻한다.”

탑의 주인이 무엇을 전달하고자 하는지 이해한 준석은 표정을 굳힌 채 말을 꺼냈다.

“지금 내게 협박을 하는 건가? 탑을 이어받지 않으면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고.”

“협박이라니, 당치도 않다. 그저 앞으로 일어날 현실을 알려 주는 것일 뿐.”

“왜 하필 나지? 대체할 인력은 얼마든지 있을 텐데. 특히 한가하게 놀고먹는 신좌들이 많이 있잖아. 그놈들을 데려다가 왕좌에 앉히면 되지. 굳이 나일 필요는 없지. 거기다 계속해서 네놈이 해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

“나에게도 거스를 수 없는 섭리라는 것이 존재하지. 이 몸의 소멸은 확정된 일. 그리고 그대 말고는 대체할 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신좌는 그저 탑에 귀속되어 있는 존재. 한번 귀속되고 나면 다신 자격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 얘긴 내가 신좌가 되었으면 자격을 잃었다는 말인가.’

“탑주는 진리를 깨우쳐야 하는 존재. 진리를 깨우치지 못했다면 탑주가 될 수 없다.”

준석은 진리의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이 눈 또한 탑이 쥐어 준 것이지만 그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결국엔 탑을 물려받을 수 있는 게 나뿐이라는 건가.’

일행들의 의견을 들어 보고 싶었던 준석은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주변은 시간이 멈춘 듯 모든 게 멈춰 있었다. 일행들 또한 아무런 미동도 하지 않았다.

생각해 보니 그가 나타난 순간부터 주변이 이상하리만큼 고요했다.

“저들은 그대 덕분에 자격을 갖추고 오른 것일 뿐. 본래라면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지.”

‘한마디로 자격을 갖추지 않았으니 입을 다물고 있어라 이건가.’

준석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완전히 제멋대로군.”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중요한 이 순간을 다른 누군가에게 방해받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이 모든 게 정해져 있었던 건가? 내가 탑에 들어오게 된 것도, 회귀를 하게 된 것도.”

“탑에 들어온 것은 그대의 선택이다. 그리고 회귀는 그대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 것이지.”

“잠깐. 그럼…… 회귀 전에 봤던 그놈은…….”

“데카인은 나의 자그만 영체. 어찌 보면 그때 마지막에 전달한 말도 내 뜻이라 할 수 있겠지.”

“어쩐지…….”

준석은 싸우는 중간중간에 말이 안 된다는 생각했다.

신좌들조차 막아 내기 어려운 신기의 공격을 잘만 받아 냈으니까.

“선택하라. 이대로 탑주의 자리를 건네받아 그대가 살던 세상을 영원히 지켜 낼 것인지. 아니면 탑주의 자리를 포기하고 세상을 파멸의 끝으로 몰아넣을 것인지.”

“내가 탑주가 되면 어떻게 되지? 난 원래 있던 곳으로 못 돌아가는 건가.”

“그리되겠지.”

“그렇다면 답은 정해졌네.”

짧은 침묵이 흘렀다.

이내 준석은 탑의 주인에게 말했다.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겠어.”

“……세상이 파괴되어도 상관없다는 것인가. 진리를 보았다면 알고 있을 터인데.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고 있어. 하지만 방금 한 선택을 바꾸지는 않아.”

그가 그토록 노력을 해 왔던 이유는 탑의 주인이 되고 싶어서가 아니다.

그저 이전에 살았던 평범한 삶을 다시 새롭게 이어 나가고 싶을 뿐이었다.

“후회하지 않는가.”

“안 해. 어차피 세상이 멸망할 때쯤이면 난 죽고 없겠지. 만약 그때도 날 원한다면 한번 찾아와. 어쩌면 생각이 바뀌어 있을지도 모르잖아?”

탑의 주인이 씨익 웃었다.

“여지는 남겨 두겠다는 것인가. 좋다. 그대가 원하는 대로 해 주도록 하지.”

탑의 주인이 조용히 팔을 들어 손가락을 튕겼다.

그 순간 다시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이어서 탑의 주인은 가까운 곳에 포탈을 소환했다.

“저 포탈을 타면 그대가 살아가던 지구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잠깐! 지구는…….”

“당연히 이전의 형태로 되돌려 놓았다. 다시 엉망이 되지 않도록 잘 가꾸어 나가 봐라. 그리고 일행들에게는…… 귀찮게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설명할 필요가 없다니. 그게 무슨…….”

“그럼 나중에 보도록 하지.”

탑의 주인은 자기 할 말만 하고 사라져 버렸다.

“준석아!”

유희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형님!”

“준석 씨!”

하성태와 오진하를 비롯해 다른 일행들도 그를 부르며 다가왔다.

“잘 해결돼서 정말로 다행이야.”

“저 포탈만 타면 드디어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갈 수 있는 겁니까?”

“야호오~!”

탑의 주인이 어떤 수를 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행들은 탑을 클리어했다는 사실과 그 보상으로 지구가 이전의 모습을 되찾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리고 포탈의 존재도 인식하고 있었다.

그렇게 다들 기존의 삶으로 돌아갈 것을 기대하며 기뻐하는 동안 단 한 명만은 웃지 못했다.

“다칼.”

“크르릉.”

-어느덧 작별을 할 시간이군.

낙원으로 가고자 했던 다칼은 드디어 영원의 안식에 들 수 있었다.

하나 준석은 얘기했다.

“너도 같이 가.”

“크응?”

-어디를 말인가.

“어디긴. 내가 살던 곳이지. 이전에 얘기했잖아.”

-으음……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만, 결국 나중에는 안식에 들지 못한 순간을 후회하게 될 거다.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돼.”

-그게 무슨 뜻이지?

준석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내가 책임지고 안식에 들게 해 줄게.”

자신이 탑주가 되면 그를 낙원으로 보내는 것은 숨 쉬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일 것이다.

-마치 뭐든지 할 수 있는 신이 된 것처럼 말을 하는군.

“어쩌면 정말 그리될 수도 있거든. 그리고 미안하지만 지금 당장에 낙원에는 못 가.”

-뭣이!?

주변에는 이지 난이도 때 보았던 풍경은 보이지 않았다.

그 얘긴 즉 낙원으로도 향할 수 없다는 뜻이다.

-분명 낙원이 있을 거라 하지 않았나!

“그랬지. 근데 어찌 된 영문인지 그때와는 풍경이 달라.”

-그럼 그대가 힘을 써서 날 낙원으로 보내는 방법도…….

“미안하지만 나도 난이도가 다른 타차원의 공간으로는 이동이 불가능해.”

사실은 힘을 쓰면 가능도 하겠지만 준석은 그를 보내기가 싫었다.

그런 그의 마음을 눈치챈 것일까?

-하아~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그대와 함께 가는 수밖에.

준석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손을 뻗었다.

“캬아웅!”

다칼은 그의 손을 타고 어깨에 올라탔다.

준석은 언제나 그랬듯이 편안하게 자리에 착석한 다칼을 보며 흐뭇하게 웃고는 주위를 살폈다.

모두들 그가 움직이길 기다리고 있었다.

“준석 씨가 먼저 가세요.”

“그래. 먼저 들어가. 우릴 여기까지 이끌어 준 주인공께서 먼저 첫발을 들이밀어야지.”

준석은 포탈 앞에 섰다.

한걸음만 나아가면 그토록 원하던 삶이 기다리고 있다.

“후우~.”

이제야 소원을 이루었는데, 발이 잘 안 떨어지는 것은 왜일까.

뒤를 돌아보자, 그동안 탑에서 지내 왔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대부분 안 좋은 추억들로 가득했지만 거기에는 자신의 대부분의 삶이 담겨 있었다.

‘막상 떠나 보내려니 아쉽네.’

설마 이런 기분을 느낄 줄 몰랐는데.

준석은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짓곤 이내 다시 앞을 내다봤다.

여태 해 왔던 것처럼 뒤는 돌아보지 말자.

그저 앞을 향해 나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럼. 가 볼까.”

그는 곁에 서 있는 유희의 손을 꼬옥 붙잡으며 새로운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뗐다.

(회귀한 탑 등반자 완결)

^공^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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