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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226화 (226/230)

회귀한 탑 등반자 226화

226화 다칼 vs 르켈라 (2)

채앵!

칼날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리고, 준석은 한쪽 눈썹을 들썩이며 말했다.

“아~ 아깝네.”

눈 깜짝할 새에 하얀 불꽃을 두른 흑색창이 나타나 다칼의 일격을 막아 냈다.

르켈라가 신기를 꺼내 든 이상 쉽사리 공격을 허용해 주지 않을 것이다.

본래는 그녀가 신기를 꺼내기 전에 승부를 냈어야 한다.

‘그래도 상처를 입혀 놓았으니 그나마 다행인가.’

훙, 후웅-

마안의 힘에서 풀려난 르켈라가 창을 능숙하게 다루었다.

이내 차가운 눈빛을 하며 뒤로 젖혔던 팔을 정면으로 내뻗었다.

슈아아악!-

그러자 창끝에 있던 하얀 불꽃이 물줄기처럼 뻗어 나갔다.

“크헹!”

다칼이 재빠르게 피해 봤지만 공격이 닿는 속도가 조금 더 빨랐다.

다칼은 등에 입은 상처를 애써 무시한 채 어둠으로 변신했다.

“또 기습 공격인가? 설마 똑같은 방식이 통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르켈라가 이동하는 어둠을 향해 창격을 내질렀다.

쿠하아앙!

다칼이 공격을 정통으로 맞고서 어둠의 형태를 제대로 유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르켈라가 입꼬리를 올리며 연달아 창격을 날렸다.

콰가가가강!

마치 폭발이 일어나듯 공기를 찢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어마 무시한 공격이 다칼의 목을 옥죈다.

“준석 씨!”

다칼이 걱정이 된 오진하가 소리를 쳐 보지만 준석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되레 웃고 있었다.

[동행자가 만월의 갑주 조건부 효과 ‘만월’을 발동합니다!]

[동행자가 ‘만월’의 효과로 신체 능력이 월등히 상승합니다!]

만월이 발동하며 다칼의 신체가 변하기 시작했다.

“아우우우-!”

다칼은 공중에서 한 바퀴 돌며 두 앞발을 힘껏 휘둘렀다.

[동행자가 만월초식을 사용합니다!]

챠차차차창!

어둠의 초승달이 수많은 창격을 받아 내고 있었다. 그러나 신기의 힘을 이겨 내기는 역부족이었다.

다칼이 계속해서 만월초식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점차 밀리고 있었다.

‘때마침 만월이 발동한 건 좋았지만 이대로는 다칼이 다친다.’

무슨 수를 쓰지 않는 한 다칼은 반드시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다.

만일 그런 상황이 온다면 준석은 직접 나설 생각이었다.

르켈라에게 나서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그것은 입 발린 사탕에 불과했다.

그녀와 굳이 약속을 지켜야 될 이유는 없었다.

표정이 어두워진 다칼이 두 눈을 번뜩였다.

‘무슨 수라도 떠올린 건가?’

순간 다칼의 목 부근에서 보름달 문양이 생겨났다.

이번에도 똑같은 만월초식을 사용했지만 이전의 것과는 달랐다.

어둠으로 둘러싸여 있기만 하던 초승달 공격에 푸른빛의 형상이 에워싸고 있었다.

그 기운을 감지한 준석은 미소를 머금었다.

‘제법인데?’

달의 여신의 힘을 담아낸 만월초식은 신기와도 견줄 만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예상대로 여신의 힘이 담긴 만월초식은 창격을 뚫어 내고 르켈라에게로 날아가고 있었다.

르켈라는 뜻밖에 들이닥친 공격에 서둘러서 방어자세를 취했다.

그 사이, 다칼은 온몸에서 시커먼 연기를 내뿜어 르켈라의 시야를 가렸다.

“이까짓 허접한 수로 내 눈을 속일 수 있을 것 같으냐!”

신좌로서 초월적인 감각을 가진 르켈라는 눈으로 보지 않고도 다칼이 어디에 있는지 감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곧 당황한 얼굴로 소리쳤다.

“이게 무슨……!”

다칼의 위치가 파악되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연기가 있는 곳에 전부 다칼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각 생명은 고유의 기운을 가지고 있다.

그 기운을 감지해 다칼이 어디에 있는지 파악하던 르켈라는 처음 맞닥뜨리는 상황에 어떻게 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다.

“어디냐! 어디야!”

르켈라가 마구잡이식으로 공격을 내질렀다.

그녀가 애꿎은 곳을 노리는 사이에 다칼은 조용히 뒤에서 일격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화륵!

다칼이 입에 머금은 불꽃에는 태양과 달의 힘이 섞여 있었다.

이전에 집어삼킨 태양의 일부와 페르라가 쥐어 준 힘이 하나로 융화되어 갔다.

거기다.

“오호.”

준석은 감탄을 금했다.

“저게 가능하다고?”

기본적으로 속성은 섞이기가 어렵다.

두 개의 속성만 합쳐도 커다란 반발이 일으킬진대.

세 개라면 어떨까?

형태를 유지하기는커녕 곧바로 터져 버리리라. 하지만 다칼은 그 어려운 일을 시도하고 있었다.

태양과 달, 그리고 어둠을 한데 묶어 에너지를 형성했다.

기묘한 빛을 내고 있는 에너지는 한눈에 봐도 심상치 않아 보였다.

‘저걸 르켈라에게 맞춘다면…….’

어쩌면 소멸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준석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정통으로 맞아야 가능한 얘기이다.

‘맞추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지.’

적이 어디에 있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던 르켈라가 그 에너지를 감지하곤 기어코 다칼의 위치를 찾아냈다.

“쥐새끼, 거기 있었구나.”

화가 잔뜩 난 르켈라가 머리 위로 거대한 태양을 소환했다.

여태껏 봐 왔던 크기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거대하고 웅장했다.

“그 누구도 영생을 짊어진 신수를 죽인 적이 없지. 그래서 궁금하군. 과연 신좌의 모든 힘을 담아낸 공격을 버텨낼 수 있을지 말이야.”

스아아아-

태양의 에너지를 흑색 창에 전부 빨아들이고 있었다.

‘끝낼 생각이군.’

태양의 에너지도 모자라 달을 소환해 달의 에너지도 흡수하기 시작한다.

그녀가 준비를 끝내기 전에 다칼이 먼저 공격을 해야만 했다.

‘그래야만 승산이 있어.’

다칼도 이를 인지하고 있는 듯 때마침 입에 물고 있던 에너지를 정면으로 쏟아 냈다.

“쯧.”

르켈라는 인상을 구기며 덜 준비된 공격으로 다칼의 공격을 맞이했다.

콰우우우우웅!

두 에너지가 격돌하며 순간 주변에 흑백 현상이 벌어졌다.

이질적인 힘이 뒤섞이며 세상의 색이 뒤틀린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시작일 뿐이었다.

쿠구구구-

온 대지가 흔들리고 하늘에는 균열이 일어나고 있었다.

“크흐윽…….”

싸움을 지켜보던 오진하는 강하게 온몸에 짓눌려 오는 무거운 중력을 느끼며 표정이 시시각각 변했다.

다운 그레비티.

준석은 주변에 무거워진 중력을 낮추었다.

“후우~.”

오진하가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이어서 눈앞의 광경을 지켜봤다.

두 에너지의 격돌은 팽팽함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에 자존심이 상한 르켈라는 얼굴을 붉혔다.

미물이라고 표현한 신수와 대등한 승부를 겨루고 있으니 자신이라도 쪽팔릴 것이다.

하나, 준석은 상황을 지켜보며 다칼이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지금이야 어떻게든 버티고 있지만 갈수록 다칼의 기력이 떨어져 결국엔 나가떨어지고 말리라.

다만 지금은 서로가 생생함을 유지하고 있어 한동안 힘겨루기가 이어질 듯싶다.

[힘을 중시하는 자가 신좌를 상대로 버티는 신수를 보며 연신 감탄을 표합니다.]

[힘을 숭배하는 자가 역시 저 신수가 탐난다며 혀를 날름거립니다.]

“이것들이! 아직도.”

준석이 발끈하자 두 신좌가 재빠르게 해명을 했다.

[힘을 중시하는 자가 그저 감탄을 한 것뿐이라고 말합니다.]

[힘을 숭배하는 자가 탐난다고 해서 꼭 그게 납치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시도하기만 해 봐. 그땐 아주 반쯤 죽여 버릴 테니까.”

신좌의 눈치를 봐야만 했던 이전과는 아주 다른 상황이었다.

두 신좌도 약한 편에 속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데스의 명성과 힘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게 사실이었다.

“준석 씨!”

옆에 있던 오진하가 준석의 어깨를 툭툭 치며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건…….”

힘겨루기를 하는 와중에 불청객이 끼어들었다.

붉고 노란 머릿결과 푸른 날개를 지닌 요정 하나가 몰래 다칼에게 접근하는 중이었다.

준석은 저 요정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요정이 들고 있는 하얀 불꽃을 두른 창은 르켈라가 지닌 신기와 비슷했다.

‘가디언.’

힘의 천칭저울.

이전에 싸운 가디언들과는 모습이 사뭇 달랐지만 힘의 크기는 그들을 합친 것보다도 컸다.

“어디에 숨어 있다가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싸움을 방해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딱!

준석이 그저 손가락 하나를 튕겼을 뿐인데.

파아앙!

요정은 이 세상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러자 부하를 이용해 기습을 노리던 르켈라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노오오옴! 감히 싸움을 방해하다니! 처음에 한 약속을 잊은 것이냐!”

“아니, 기억하고 있지. 근데 너랑 다칼이 싸우는 것을 방해하지 않겠다고 했지. 잔챙이까지 손을 안 댄다고는 안 했다고?”

“그런 것은 궤변에 불과하다!”

“궤변은 무슨. 사실을 말한 거구만. 왜 여유가 없어져서 그런가. 머리가 안 돌아가네.”

“뭐, 뭣이!”

발끈한 르켈라가 준석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지금이야!

준석은 그 틈을 타서 다칼에게 신호를 보냈다.

신호를 전달받은 다칼이 마지막까지 숨기고 있던 힘을 전부 끄집어냈다.

콰가가가가가!

다칼의 공격이 르켈라의 공격을 밀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부족해 보였다.

‘도울 수밖에 없나.’

그때. 다칼의 등 위로 푸른빛의 형상이 드러났다.

그 형상은 뚜렷하지 않았지만 마치 페르라의 전신을 보는 듯했다.

그런 착각은 준석만 한 것이 아니었다.

“페르라!?”

대치 중이던 르켈라가 그 형상을 바라보며 경악했다.

위이이잉-

잠시 후, 다칼의 몸이 푸른색으로 발광했다.

그리고 다시 힘을 잃어가던 에너지가 더욱 강력해진 형태로 르켈라의 공격을 밀어냈다.

“안, 안 돼에!”

피할 새도 없이 다칼의 공격을 정통으로 맞은 르켈라가 비명을 지르며 모습이 사라져 갔다.

‘끝난 건가…….’

기적을 일으킨 다칼은 어느덧 빛을 잃고 몸집이 줄어들고 있었다.

“다칼!”

준석은 다칼에게 뛰어가 상태를 살폈다.

“케헤엑, 케헤엑…….”

모든 힘을 쏟아부어서인지 상당히 지쳐 있는 상태였다.

퍼펙트 힐.

준석은 지쳐 있는 다칼의 피로를 덜어 주기 위해 치유 마법을 시전했다.

하나, 다칼은 도중에 치유를 거부하고 앞으로 나섰다.

준석은 그를 말리지 않은 채 뒷모습을 바라봤다.

저 멀리를 응시하는 다칼.

시선을 따라가자, 그곳에는 흉측한 모습을 한 르켈라가 서 있었다.

그 공격 속에서도 살아남은 것이다.

그러나 온몸이 너덜너덜하고 초췌한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이 상태가 좋아 보이질 않았다.

다칼은 움직이기도 힘든 몸으로 전력을 다해 르켈라에게 달려갔다.

“오, 오지 마라! 오지 말란 말이다!”

기세에 밀린 르켈라가 두 손을 뻗어 소리쳐 보지만 다칼은 절대로 멈추지 않았다.

콰직!

다칼은 단숨에 르켈라를 집어삼켜 버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뒤로 젖혀.

“아우우우우!”

구슬픈 울부짖음 소리를 냈다.

마치 달의 여신 페르라를 애도하는 듯하다.

이를 바라보던 준석은 머릿속으로 페르라의 모습을 떠올리다 이내 눈앞에 뜬 메시지를 쳐다봤다.

[동행자가 신좌인 태양과 달을 지배하는 자를 집어삼켰습니다.]

[동행자의 격이 몰라보게 상승합니다!]

[동행자에게 ‘신을 잡아먹는 늑대’라는 이명이 주어집니다.]

[동행자에게 이명이 주어지며 그동안 잠재되어 왔던 신수의 힘이 개방됩니다.]

[동행자가 ‘신화’ 스킬을 획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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