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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223화 (223/230)

회귀한 탑 등반자 223화

223화 토르의 힘

기간트 해머.

하늘을 뒤덮을 정도로 큼지막한 형태로 변한 망치가 준석을 향해 거침없이 떨어진다.

파지지짓!

동시에 망치에서는 자기장이 뿜어져 나와 주변의 공간을 봉쇄했다.

준석은 지팡이 끝에 마나를 응집시켜 강력한 파동을 일으켰다.

곧게 뻗어 나간 파동이 자기장을 무너뜨리고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는 망치를 걷어 냈다.

망치가 튕겨져 나올 거라곤 생각지 못한 안수찬은 놀란 얼굴을 하다가 곧바로 망치의 크기를 줄여 다른 공격을 선보였다.

콰지지지지지!

한눈에 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기류가 흘렀다.

푸르게 빛나던 망치가 붉게 변하며 안수찬의 두 눈도 벌겋게 번뜩였다.

전신에서는 뜨거운 열기와 더불어 고압의 전기를 마구 뿜어냈다.

준석의 표정도 진지하게 변했다.

라스트헤드!

안수찬은 모든 힘이 집중된 망치를 있는 힘껏 던졌다.

콰앙! 콰가가가가!

날아가는 망치의 힘이 얼마나 묵직하고 살벌한지 지나가는 곳마다 모두 초토화되어 버렸다.

준석은 코앞까지 다가온 망치를 보며 순간이동을 사용했다.

20여 미터 떨어진 거리에 나타난 그가 자신이 서 있던 곳을 응시한다.

목표물이 사라진 망치가 힘을 잃기는커녕 더욱 빠른 속도로 그를 쫓고 있었다.

안수찬은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나지막이 말했다.

“피해 봐야 소용없을 겁니다. 맞기 전까지 따라갈 테니까.”

이를 알듯 준석은 지팡이를 공중에 띄우고서 마법을 시전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

땅에 있던 흙들이 하나로 뭉쳐 망치로 날아들었다.

팡!

하지만 그것만으로 막아 내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흙기둥이 계속해서 날아들었다.

처음에만 속도가 붙지 않았을 뿐.

수십 개가 넘는 흙기둥이 망치를 막아섰다.

“……!?”

심지어 안수찬을 향해 흙기둥이 날아오기도 했다.

손으로 흙기둥을 걷어 낸 그는 인상을 찌푸렸다.

무차별적인 다중 공격인 줄 알았는데 정교하게 힘을 집중시킨 공격이었다.

어느덧 망치의 속도도 느려져 있었다. 준석은 그 틈을 이용해 땅에서 거대한 흙손을 만들어 위로 솟구치게 했다.

흙손이 단숨에 망치를 움켜잡자 흉포하게 주변을 위협하던 전기가 말끔하게 잠식했다.

이어서 준석이 손짓하자 주먹으로 말아 쥐었던 흙손이 펼쳐졌다.

퉁!

그 위에 얌전히 놓인 망치를 안수찬에게 되돌려 주자, 그의 얼굴이 붉어진다.

방금 전에 날린 일격은 자신이 해낼 수 있는 최고의 공격이었다.

그런데 그 공격을 쉽사리 막아 내 버렸으니,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이 정도로 차이가 났단 말이야?’

패배하더라도 어느 정도는 대등한 싸움을 펼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건만.

준석의 여유 넘치는 표정을 보고 있자니 그 격차를 다시금 실감했다.

‘더 해 봐야 의미가 없겠어.’

자존심이 상하지만 안수찬은 패배를 인정하려고 했다.

[전투에 미친 투신이 힘을 빌려주겠다고 말합니다.]

[전투에 미친 투신이 조금 더 싸워 보라고 외칩니다.]

탑의 제약이 사라지며 신좌가 계약자에게 자신의 힘을 전달하는 것쯤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다만 보통의 등반자가 신좌의 힘을 받아들이게 되면 신체가 버티질 못해 최악의 경우 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한번 더 싸움의 의지를 불태울 수 있으리라.

‘과연 힘을 빌려서 싸우는 게 의미가 있나?’

안수찬은 속으로 회의감이 들었지만 이대로 끝내기에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아마 지금의 순간을 놓치게 되면 다시는 그와 싸울 일이 없을 것이다.

[전투에 미친 투신이 힘을 빌려 쓰는 것 또한 자신의 실력이라고 말합니다.]

‘그래. 어찌 보면 힘을 빌려 쓰는 것 또한 내 실력이지.’

시작하기에 앞서 전력을 다하기로 약속했다.

그렇다면 해 볼 수 있는 일은 전부 해 봐야 하지 않겠는가.

“힘을 빌려줘!”

이번에는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지만 토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어렴풋이 상상할 수 있었다.

콰르르르릉!

하늘의 먹구름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곧 천둥이 크게 번쩍이고 수천, 수만에 이르는 번개가 조용히 내려쳤다.

순간 먹구름 사이로 토르의 형상이 드러나며 한 손에 번개를 쥐고 있었다.

이후 던지는 자세와 함께 모습을 감추었다.

콰가가강!

대기를 뜨겁게 달굴 정도의 열기를 품은 번개가 안수찬을 향해 떨어졌다.

망치를 든 손을 위로 뻗어 번개를 받아 낸 그는 여태껏 느끼지 못했던 미지의 힘과 마주했다.

마치 자신이 무적이 된 것처럼 지금이라면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신좌의 힘을 받아들였군.”

이를 눈치챈 준석은 처음으로 신기의 힘을 끌어냈다.

스아아아-

먹구름 때문에 어두웠던 배경이 아예 시커멓게 변해 버렸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그곳에 안수찬이 들고 있는 망치만이 반짝일 뿐이다.

“크으으!…….”

안수찬은 손끝에 전해져 오는 찌릿한 통증을 느끼며 직감했다.

신좌의 힘을 통제할 수 있는 건 길어 봐야 1분 정도라는 것을.

그 이후가 되면 몸이 망가질지도 몰랐다.

‘한 방에 끝내야 돼!’

그는 어떤 기술로 공격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고민은 길지 않았다.

결국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공격은 라스트헤드뿐이었으니까.

“우오오오!”

토르가 전해 준 힘을 망치에 끌어모으기 시작한다.

잠시 후, 그 힘의 여파가 만들어 낸 블랙홀이 주변에 있던 어둠마저 빨아들이고 있었다.

이전과 똑같은 공격이라고는 볼 수 없는 압도적인 힘이 느껴진다.

준석은 데스칼을 치켜들며 근원의 힘으로 흙을 생성했다.

상대가 죽여야 될 적이었다면 주속성인 어둠을 이용해 상대를 소멸시켰겠지만 안수찬과는 그저 대련을 하는 것뿐이다.

흙은 전기와 완벽한 상성을 이룬다.

준석은 안수찬의 공격을 완벽히 상쇄할 생각이었다.

흙의 세례를 퍼붓자, 준비가 끝난 안수찬도 망치를 던졌다.

파지지짓!

준석을 향해 날아오는 망치는 공간을 왜곡시키고 있었다.

‘어둠뿐만 아니라 모든 물질을 흡수하고 있어.’

그러며 망치가 가진 힘은 더욱 강력해지고 있는 중이었다.

준석의 생각과는 다르게 흙의 세례가 튕겨져 나가고 있었다.

‘저걸로만 막는 건 불가능해.’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전력을 드러내는 수밖에 없었다.

다크스롬.

근원의 힘으로 만들어 낸 소멸기 스킬을 사용했다.

찰나, 망치가 있는 곳이 하얗게 번졌다가 되돌아왔다.

툭.

힘을 잃은 망치가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허억, 허억…….”

더 이상 공격할 힘이 남아 있지 않은 안수찬이 힘겹게 숨을 내쉰다.

그는 준석을 바라보더니 짤막히 얘기했다.

“제가 졌습니다.”

털썩!

그러고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버렸다.

“후우~.”

준석은 기절해 있는 안수찬에게 다가가 말한다.

“하여간. 적당이란 게 없다니까.”

* * *

그가 의식이 깨어난 건 그로부터 한 시간이 지난 후였다.

“정신이 듭니까?”

“여긴……?”

낯선 천장을 보며 어리둥절해하는 안수찬을 보며 말문을 뗐다.

“제가 머물고 있는 집입니다.”

“반가워요.”

같이 있던 유희가 그에게 인사를 건넨다.

“처음 뵙겠습니다~.”

“캬앙~!”

오진하가 인사하는 것에 이어 다칼도 아는 체를 했다.

안수찬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그들의 인사를 받으며 기억을 되새기듯 머리를 문질러 댔다.

나는 그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뭘 어떻게…….”

“계속 혼자서 층을 올라갈 생각은 아니겠죠? 알다시피 미션을 보면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할 겁니다. 그러니까. 저랑 함께 하시죠.”

“예?”

“애초에 패배한 사람이 승리한 사람의 말을 듣는 거 아니었습니까?”

“아니,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아. 그리고 이전에 내기에서 져서 저한테 진 빚도 있고.”

“어. 그건 맞는데. 저기…….”

쉴 새 없이 몰아붙인 나는 그에게 공식적으로 미션 공유를 제안했다.

순간 그는 멍한 표정을 지었지만 결국에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뚝배기 브레이커’를 파티로 받아들였습니다.]

[뚝배기 브레이커와 미션 공유를 하게 됩니다.]

더 이상 무를 수 없는 내 파티의 일원이 되었다.

“파티에 들어오자마자 이런 얘기를 하기는 좀 그렇지만 수찬 씨가 해 줄 일이 있습니다.”

“할 일?”

나는 곧바로 파라크 산맥에 대한 얘기를 꺼내 들었다.

“그러니까, 거기에 가서 두 일행과 합류하라?”

“네. 수찬 씨라면 금방 점령할 수 있을 겁니다.”

“뭐. 가는 건 어렵지 않은데. 뭔가 깨어나자마자 거칠게 몰아붙이시네요.”

“원래 삶이란 게 그렇죠.”

나는 안수찬의 어깨를 툭툭 두들기곤 잘 부탁한다는 한마디와 함께 방을 빠져나왔다.

이후 그와 몇 마디를 섞고 나온 유희가 내게 말했다.

“저 사람만 보내도 될까?”

“그건 걱정하지 마. 실력은 충분해.”

그의 합류로 인해 오히려 예정을 보다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그래. 네가 그렇게까지 얘기하면 확실한 거겠지. 그래서 넌 앞으로 어떻게 할 거야?”

“89층 지역으로 가 봐야지.”

나는 다칼을 쳐다봤다.

그곳에는 태양과 달이 동시에 떠 있는 곳이 존재한다.

아마 우리를 벼르고 있던 르켈라가 모습을 드러낼 터.

다칼과 르켈라의 전투는 피할 수 없는 싸움이었다.

“김유희.”

“응?”

“길드원들이 동부 점령을 끝내고 돌아오면 남부로 가라고 전해 줘.”

“서부는 어떻게 하고?”

“그건 내가 마무리를 지을 거야. 그리고 남부 점령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북부다.”

북부는 모두가 함께 모여서 점령을 할 예정이었다.

그만큼 북부를 뚫어 내기가 어려웠다.

물론 지금이라면 혼자서도 가능할 것 같기도 하지만 끝까지 방심은 금물이다.

“아무튼. 그 말을 전하려고 왔어. 도중에 해프닝이 있긴 했지만.”

“알았어. 길드원들이 돌아오면 그렇게 전할 게.”

“아. 그리고 카밀 제국의 악마들 중 한 백여 명쯤 선발해서 북부로 파견 좀 해 줘.”

“파견 목적은?”

“교란. 카밀 제국에서 악마들을 환영한다는 문구를 다는 거지.”

“그런다고 그들이 올까?”

“그냥은 안 오겠지. 혜택을 준다고 해. 물론 처음에는 의심을 하겠지만 지속하면 하나둘 넘어오기 시작할 거야. 그리고 그 안에 스파이도 섞여 들어오겠지. 그 스파이를 걸러 내서 잘만 이용하면 북부와의 전쟁을 유리하게 이끌고 갈 수 있을 거야.”

“일단 시도는 해 볼게.”

“그래. 실패해도 되니까 큰 부담은 가질 필요 없어.”

“응.”

“그럼 이제 그만 본분으로 돌아가 볼까.”

유희는 왕이 되고 난 뒤에 오랫동안 자리를 비워 두었다.

아마 내신들의 인내심도 한계에 도달했으리라.

나는 유희를 보내고서 오진하에게 말했다.

“우리도 떠날 채비하자. 아공간에 식량 좀 비축해 둬.”

“언제 떠날지 몰라 이미 해 뒀습니다.”

“그래?”

“네. 부엌에 가보시면 준석 씨 것도 준비해 뒀으니까. 챙기기만 하면 됩니다.”

“고마워.”

나는 부엌에 있는 음식들을 챙겨 들곤 밖으로 나왔다.

이곳에서 어물쩍거리고 있을 생각 따윈 없기에 곧바로 89층 지역으로 공간이동을 준비했다.

“크르응.”

-이제 곧 놈을 만나겠군.

다칼도 르켈라와 만날 것이란 걸 기정사실화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평소 긴장을 하지 않던 다칼의 눈빛이 날카롭고 털은 곤두서 있었다.

다칼을 바라보던 나는 곧 정면을 마주 보며 주문을 끝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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