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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221화 (221/230)

회귀한 탑 등반자 221화

221화 신좌에 오르시겠습니까?

과연 신좌의 격에 도달하면 어떻게 될까?

어떤 큰 변화를 겪지 않을까.

어쩌면 신좌가 되지는 않을까.

회귀 전에도 회귀 후에도 끊임없이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되물어 본 질문이었다.

만일 그 일이 실제로 들이닥쳤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도 했다.

나름대로 생각을 정리해 두었다고 생각했으나, 막상 실제로 겪으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조금은 기뻐할 법도 한데. 오히려 표정이 어둡군. 무슨 다른 걱정이라도 있는 건가?

다칼의 말에 정신을 차린 그가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걱정이라기보다는 머릿속이 복잡해서.”

-복잡할 필요가 있나. 가장 큰 문제였던 하데스를 물리쳤고, 이제 층을 오르기만 하면 되는 일인데. 대체 뭐가 복잡하다는 것인가?

“탑이 방금 내게 신좌 자리를 제안해 왔어.”

-아.

의외로 다칼의 반응은 담담했다.

마치 예정된 일이 기어코 벌어졌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다지 놀라지도 않네.”

-언젠가는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 생각했다.

“신좌의 격에 도달하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고 있었다는 거야?”

-그럴 리가. 오랜 세월을 살아왔지만 등반자들 중에 신좌의 격에 도달한 자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저 그대가 자격을 갖춘 자라는 호칭을 받은 순간부터 혹시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하기에는 전조 현상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그대는 신좌가 될 생각인가?

다칼의 질문에 준석은 다시금 메시지를 바라봤다.

[탑을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세상의 한 축이 되는 절대적 신좌 자리에 오르시겠습니까?]

신좌 자리에 오르게 되면 탑을 오르는 걸 포기해야만 한다.

그 뜻은 그토록 열망해 왔던 목표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물론 자신이 신좌가 되면 새로운 힘으로 지구를 구원하고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을 터다.

하지만 그가 탑을 오르며 깨달은 것은 누구보다도 자유로워 보이는 신좌들조차도 무언가에 얽매여 있다는 사실이었다.

정확히는 탑에 구속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실상은 그게 아닐 수도 있지만 그에게 있어 신좌 자리는 일종의 족쇄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준석이 다시 이 자리까지 달려온 이유는 신좌가 되기 위해서가 아닌 정상에 오르기 위해서였다.

정상에 올라 데카인에게 한 방을 먹여 주고 이전의 삶으로 돌아간다.

순간 신좌의 자리가 탐나고 욕심도 났지만 그는 처음 목표했던 바를 잊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내가 신좌 자리에 오르는 건 단순히 내 의지를 반하는 일만이 아니야.’

낙원에 데려다주기로 했던 다칼과의 약속을 져 버리게 된다.

또한.

준석은 기절해 있는 유희를 바라봤다.

반드시 같이 꼭대기까지 올라가 원래대로의 삶으로 돌아가기로 한 친구와의 약조도 어기게 된다.

이외에 자신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오진하도 있었다.

‘더 이상 나 하나만의 문제가 아니지.’

곧 준석과 다칼이 서로를 바라본다.

“다칼, 내가 어떤 선택을 해도 후회하지 않겠어?”

-그대가 신좌가 되겠다면 굳이 말리지는 않겠다. 하지만 우리들이 한 약조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군.

더없이 진중한 답변이었다.

“후우~.”

길게 숨을 내쉰 준석이 단호한 눈빛으로 짤막히 말했다.

“신좌가 되지 않겠어.”

[다신 기회가 없을 수 있습니다.]

[정말로 신좌 자리를 포기하시겠습니까?]

“난 신좌가 되려고 이곳까지 온 게 아니야. 자리가 비거든, 다른 사람이나 알아봐.”

[신좌 자리를 포기하였습니다.]

[자격을 갖춘 자라는 호칭이 사라집니다.]

[자신의 신념을 지켜냅니다.]

[지고한 탑 등반자라는 칭호를 얻습니다.]

“지고한 탑 등반자?”

처음 보는 칭호에 정보창을 열람해 보았지만 아무런 기능도 주어져 있지 않았다.

“뭐라도 있을 줄 알았더니, 깡통이구만.”

실망하는 것도 잠시.

스으으-

코앞으로 하데스가 사용했던 데스칼이 공중에 떠다니고 있었다.

갑자기 하데스가 되살아났을 리는 없고, 주인을 잃은 데스칼이 스스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었다.

‘저것만 있으면…….’

만일 데스칼을 가질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거머쥘 수 있으리라.

준석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내뻗었다.

파지짓!

손으로 붙잡은 데스칼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파지지짓! 파지짓!

“크윽.”

주인이 아닌 자가 자신을 붙잡았으니 거부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차츰차츰 수그러들기 시작한다.

어느 정도 치명상을 입을 각오를 하고 있던 준석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데스칼을 내려다봤다.

[데스칼이 당신을 새로운 주인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등반자들 중 최초로 신기를 획득합니다!]

[당신이 신기를 획득한 사실이 신좌들에게 빠르게 퍼져 나갑니다!]

[상당수의 신좌들이 신기를 획득한 것에 대해서 큰 우려를 표합니다.]

[일부 신좌들이 당신을 공포의 대상으로 여깁니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준석은 그 누구보다도 놀라고 있는 중이었다.

‘날 주인으로 받아들였다고?’

그저 이대로 내버려 두기엔 아까워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을 뿐인데, 그것이 뜻밖에 결과로 나타났다.

신기는 신좌조차도 죽일 수 있는 힘을 가졌기 때문에 아무나 다룰 수 있는 무기가 아니었다.

특히나 신기에게 인정을 받지 못하면 무기에 잠재된 힘을 끌어 낼 수가 없다.

자칫 되레 신기에게 공격을 당해 치명상을 입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준석이 놀란 것은 다른 이유에서였다.

한 번 주인이 정해지면 절대로 주인이 바뀌지 않는 것이 신기라고 들었건만, 그 상식이 깨져 버린 것이다.

데스칼이 자신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자신을 하데스로 착각해서? 아님 다른 이유 때문에?

신기에게 직접 물어도 대답을 들을 수는 없기 때문에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신기가 앞으로 큰 도움이 되어 줄 것이란 점이었다.

‘근데 검이라는 게 아쉽네.’

“응?”

사라락!

갑자기 데스칼의 형태가 바뀌었다.

검이었던 것이 순식간에 지팡이로 변했다.

‘뭐야. 방금 내 생각을 읽은 건가?’

테스트를 해 볼 겸 다른 모양을 떠올리자 데스칼은 금세 자신이 원하는 형태로 변화했다.

무기가 생각을 읽는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면서 약간의 꺼림칙함도 들기도 했지만, 무기가 주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전투할 때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자유롭게 형태 변화가 가능하다니, 왜 이것이 최고의 무기인지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다.

“준석 씨!”

저 멀리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선을 돌리자 오진하가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그는 다가오자마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어디 다친 데는 없습니까!?”

“어깨가 뻐근하긴 하지만, 이외에는 딱히.”

“하~ 다행이네요. 그런데 유희 씨는 어디에……?”

“저쪽에.”

오진하는 유희가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하곤 헐레벌떡 달려가며 소리쳤다.

“유희 씨!”

“걱정하지 마. 그냥 잠이 든 것뿐이니까.”

내버려 두면 금방 의식을 되찾으리라.

“케헹!”

-내 안부는 묻지도 않는군.

오진하에게 삐친 다칼은 고개를 홱 돌려 버렸다.

한편 오진하는 두 일행이 무사했다는 것에 안심하며 긴장하고 있던 두 어깨가 풀어졌다.

이내 표정이 밝아진 오진하가 준석에게 여태 그런 관경은 처음 보았다며 자신이 보았던 전투에 대한 감상을 하나하나 말로 전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신이 어떻게 싸웠는지 전혀 관심이 없던 준석은 오진하가 하는 말에 대충 대답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더 이상 경기장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밖에 초토화된 곳이 여러 곳 보였으며 사상자도 만만치 않게 발생했다.

하지만 신좌와 싸우며 이 정도의 피해로 그친 거면 선방했다고 봐도 무방했다.

애초에 제국이 통째로 날아갈 뻔하지 않았는가.

준석은 이 정도로 끝나 참으로 다행이라 여기며 곧 유희를 업고 경기장을 벗어났다.

* * *

제국의 외곽에 위치한 단층 저택.

외곽에 떨어져 있어 저택 내부는 낡고 오래되어 보였다.

조금 더 깨끗하고 넓은 곳을 찾는다면 중앙에 위치한 곳으로 향해야 했지만 제국민들의 관심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조용하고 관심의 눈길이 닿지 않는 곳을 찾다가 기어코 찾아낸 곳이 이곳이었다.

나는 포근한 침대에 편안히 누워 있는 유희를 바라봤다.

금방 깨어날 줄 알았던 유희는 예상과 다르게 사흘이 넘어서도 깨어나지 않았다.

원인은 불명.

그동안 유희를 깨우기 위해서 온갖 치유 마법을 걸어 봤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현재로서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지켜보는 것뿐.

“야! 이제 그만 일어나. 무슨 겨울잠을 그렇게 오래 자!”

대답이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알면서도 답답함에 혼잣말을 중얼거려 본다.

“하아~.”

마음속 한구석에서는 이대로 영영 안 깨어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가기도 했다.

“크릉.”

-반드시 깨어날 거다. 자네만큼은 아니지만 그녀 역시 누구보다 강인한 정신력을 지녔으니 말이야.

옆에 같이 있던 다칼이 내게 위로를 건네 왔다.

평소라면 감흥도 없는 얘기였을 테지만 지금은 큰 버팀목이 되는 기분이었다.

“그래. 반드시 일어날 거야. 반드시…….”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 그녀가 깨어나지 않는다면…….

뚜벅, 뚜벅.

그때 오진하가 음식을 가지고서 방 안으로 들어왔다.

“뭐라도 드세요.”

“됐어.”

“며칠 동안 아무것도 안 드셨잖아요. 간병도 체력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밥이 입에 넘어가질 않았다.

그리고 굳이 밥을 먹지 않아도 더 이상 굶주림을 느낄 일은 없었다.

비록 신좌 자리를 포기하긴 했어도 쌓아 놓은 격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신좌의 격을 얻어서 그런 것인지는 몰라도 몸에는 여러 변화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배고픔을 느끼지 않는 것이다.

물론 배가 고프지 않다고 하여 영영 음식을 먹지 않을 생각은 아니지만, 지금은 입맛이 돌지 않으니 굳이 먹을 생각도 들지 않는다.

하나 오진하는 포기치 않고 말했다.

“준석 씨가 좋아하는 불고기랑 밥. 된장찌개까지 끓여 뒀으니까. 정성을 봐서 한 입이라도 드세요.”

“으음…….”

어디서 재료를 구해 온 것인지 모르겠지만 간만에 된장찌개 냄새를 맡아본다.

순간 한 입만 먹어 볼까 하다가 다시 거절하려는 순간.

“나중에 누구 때문에 밥도 못 먹었다고 하지 말고 먹어.”

재빠르게 고개를 돌렸다.

내내 눈을 감고 있던 유희가 어느새 밝은 미소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이 푸석푸석한 게 물도 안 먹었네. 으이구~ 곰탱아.”

자신이 죽을 뻔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별일이 없었던 것처럼 말을 하는 그녀.

“왜 이리 얼어붙어 있어? 무슨 귀신이라도 본 사람처럼.”

이내 유희가 다가와 내 이마에 꿀밤을 먹였다.

“얼음, 땡.”

그녀의 귀여운 장난에 머리가 살짝 밀린 나는 안도함과 반가움이 동시에 겹쳐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김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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