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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220화 (220/230)

회귀한 탑 등반자 220화

220화 하데스와의 대격돌 (3)

손끝에서 흘러나온 기적을 일으키는 힘이 따스하고 포근하게 유희를 감싸더니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혹시나 스킬이 안 통할까 걱정됐는데. 어렵사리 얻은 일회용 스킬인 만큼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였다.

준석은 치유되어 가는 유희에게서 시선을 떼고 지팡이를 든 손을 쳐다봤다.

한계를 넘어선 무게를 지속해서 들고 있었으니,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그나마 신기의 힘을 잃으면서 이전보다 무게가 가벼워졌지만 이미 누적된 피로까지 어찌하지는 못했다.

당장이라도 지팡이를 손에서 놓고 싶었지만 승부를 보기 전까지는 놓을 수 없다.

그렇다고 지팡이를 공중에 띄운다면 신기의 힘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리라.

“크윽!”

‘조금만 더 버텨!’

준석은 반대 손으로 떨리는 팔을 붙잡고서 체내에 남아 있는 마나를 지팡이에 끌어모았다.

우웅!

지팡이 끝에 뾰족하게 생긴 빛의 형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우웅!

그 형상은 점차 크기를 키워 나갔으나, 하데스가 만들어 낸 검에 비하면 초라해 보일 정도였다.

‘내가 가지고 있는 마나로는 부족해!’

지금의 빛으로는 절대 하데스의 공격을 받아 내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한 준석은 여태껏 시도해 보지 않았던 일을 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지팡이에서 흘러나오는 마나를 이용해 보는 거야.’

지금까지는 지팡이에서 흘러나온 마나를 체내에 흡수하고 그걸 마법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전투를 해 왔다.

마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든 다음에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였다.

외부에 퍼져 있는 마나를 사용할 수 있었다면 진작에 마나의 제약에서 벗어났으리라.

그가 하데스에게 대항할 힘을 키우는 사이.

구아아아아앙-!

모든 것을 파괴시킬 거검은 거침없이 땅으로 떨어지는 중이었다.

그때.

“쏴라!”

“어떻게든 막아!”

경기장에 숨어 있던 강자들이 튀어나와 거검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하지만 신좌와 그들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하며, 그 격의 차이는 절대로 메울 수 없었다.

콰가가강!

먼지만 휘날릴 뿐.

거검의 속도를 늦추기는커녕 아무런 변화도 주지 못했다.

“이제는 웬 벌레 놈들까지 꼬이는구나!”

하데스의 한쪽 눈에서 해골의 형상이 불꽃처럼 타올랐다.

“크허어억…….”

“어억!”

공격을 가했던 이들이 하나둘씩 숨을 헐떡대며 쓰러져 나갔다.

준석은 눈살을 찌푸렸다.

나서 준 것은 고마우나, 괜한 목숨만 쓸려 나갔을 뿐이다.

“크릉, 캬하아앙!”

그 와중에 또 다칼이 나섰다.

“다칼!”

이미 힘을 많이 소모했을 터.

탓!

준석은 아직 완성되지 않은 빛의 검을 가지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준석! 그것으론 막을 수 없다!

“나도 알고 있다고! 그런 것쯤은!”

-한데 왜 나서는 것인가! 내가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 보겠다. 그 틈에 더 힘을 집중시켜서!

“함께 꼭대기까지 가기로 한 거 아니었어?”

다칼 혼자서 저 거검에 대항했다가는 강제로 휴식기에 들어가야 할 정도로 공격은 무지막지했다.

다칼은 감동한 표정으로 준석을 바라봤다.

하지만 다음 말에 다칼의 표정이 금세 구겨졌다.

“그동안 너한테 투자한 게 얼만데, 여기서 리타이어하게 내버려 둘 순 없지!”

-잠깐이나마 감동한 내가 한심하군.

“그러니까 혼자서 끌어안을 생각 말라고!”

어느덧 코앞까지 다가온 거검을 보며 준석은 지팡이 끝에 모인 빛의 검을 휘둘렀다.

거검에 닿기 직전.

파직, 파지지짓!

강렬한 스파크가 사방에 튀었다.

콰아아우웅! 콰아아앙!

이어서 들려온 충격음은 인간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컸다.

“크으으!”

인간을 초월한 준석도 양쪽 귀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귀에서 느껴지는 고통 따윈 신경 쓸 틈이 없었다. 양손으로 쥐고 있는 지팡이를 붙잡고 있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무거워!’

정면에서 거검과 맞부딪힌 그는 지금의 빛의 검으로는 거검에 대항하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예상한 것보다 그 차이가 더 큼을 체감했다.

그아아앙-

점점 몸이 밀리기 시작한다.

“캬하아아앙!”

다칼이 곁에서 힘을 보태자 거검의 속도가 늦춰지고 있었다.

기어코 대치 상태에 이르렀으나, 아주 잠시 시간을 벌었을 뿐이다.

‘서둘러야 해!’

준석은 근원의 힘을 이용해서 지팡이에서 흘러나오는 마나를 마법으로 변환시키는 작업을 시도했다.

근원의 힘을 다루지 못했을 적에 외부의 마나로 마법을 시전해 보려고 한 적은 있다.

그 결과,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외부의 마나는 내 뜻대로 움직여 주질 않았고 마법에 호응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근원의 힘이라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 생각으로 시도를 해 봤지만 지금도 외부의 마나는 내 의지를 들어주지 않았다.

당연히 마법도 발동되지 않았다.

‘마나라는 에너지를 이용해서 힘을 가져오는 것은 똑같아. 그런데 대체 뭐가 문제지.’

생각의 꼬리를 물고 꼬리를 문다.

-준석!

그 사이, 찰나의 유예가 끝나 버렸다.

나와 다칼은 거검에 밀려 땅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위급한 상황에서도 준석은 생각에 집중했다.

뭔가 잡힐 듯하면서 잡히지 않는 미묘한 느낌이 든다.

‘집중하자. 집중해…….’

그때였다.

왜 하필 이때 진리의 차원에서 보았던 세상의 이치가 떠오르는 것일까.

만일 안개처럼 껴 있는 그 기억을 들여다본다면 어떤 해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강제로 기억을 들추는 건 매우 위험한 일이지만 죽기보단 나을 것이다.

‘지금이라면 그때 견디지 못했던 기억을 견딜 수 있을지 모르지.’

그는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등가교환을 시전해 머릿속의 잊힌 기억을 들추었다.

…….

…….

…….

…….

-준석! 준석! 일어나라!

“흐어억!”

실제로 흐른 시간은 수 초에 불과했지만 준석은 영겁의 기억 속에 헤매다 돌아왔다.

“허억, 허억!…….”

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이러다가 우리 둘 다 죽는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땅이 닿기까지 이제 겨우 십여 미터를 남겨 두고 있었다.

하지만 준석의 얼굴은 더없이 평온했다.

“걱정 마.”

-걱정 말라니. 그게 무슨!

준석과 두 눈을 마주친 다칼은 그가 어딘가가 달라졌음을 깨달았다.

여태껏 그는 마나는 소유하는 것이고 그걸 자신의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그것은 크나큰 착각이었다.

‘마나는 그 누구의 것도 아니야.’

다만 동시에 그 누구의 것이 될 수도 있다.

마나는 만물의 가장 순수한 형태이자 모든 생명체의 시초였다.

또한 영겁의 시간을 축적한 살아 있는 집념체이자 무의식체였다.

그리고 그런 마나를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이 그 일부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지금이라면 그것이 가능할 것 같았다.

준석은 손끝에 있는 지팡이에 집중했다.

위이잉-!

작아져 가던 빛의 검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지팡이에서 흘러나오던 마나를 마법으로 변환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의 행동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팡이에 있던 마나뿐만 아니라 대기에 있던 마나까지 끌어와 마법으로 변환했다.

위이이이잉-

점차 커져 가는 빛의 검에, 거침없이 밀어붙이던 거검이 멈추었다.

그도 모자라.

콰그그극!

거검이 밀리고 있었다.

“뭣이!?”

미소를 짓던 하데스가 크게 놀란 표정으로 거검이 밀리는 광경을 바라본다.

“대체 어떻게……!”

여태까지 온갖 잔재주를 부려 신좌인 자신과 대등이 싸웠다지만 그 약빨도 떨어진 상태였다.

그런데 다시 말도 안 되는 거대한 힘을 부리고 있었다.

“네노오옴! 어떤 수작을 부린 것이냐!”

하데스는 얼굴을 붉히며 기어코 온 힘을 끄집어냈다.

쿠웅!

그로 인해 다시 거검이 승리하는 듯했으나 이젠 자신의 검보다 커진 빛의 검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럴 순 없다! 고작 인간 따위가 신좌인 내 힘을 밀어내다니!”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은 하데스는 곧 주변의 기류가 바뀌었음을 알게 됐다.

대기에 흩어진 마나가 빛의 검에 모이고 있는 중이었다.

“크흐흐, 흐허허허!”

하데스는 광인이라도 된 것처럼 웃어대더니 이내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럴 리가 없다. 어찌 인간이 마나를 지배할 수 있단 말이냐. 신좌들조차 지배하지 못했던 마나를!”

하지만 너무도 명확한 진실이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또 요상한 수를 쓴 것이겠지.”

하데스는 그리 자신을 다독였다.

그렇게라도 생각하지 않으면 도저히 견디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유일하게 지배하지 못한 것이 유일하게 탑과 세상의 이치와 맞닿아 있는 마나이건만.

마나를 한낱 수십 년에 불과한 세월을 보낸 인간이 지배를 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속임수 따윈 통하지 않는다!”

하데스가 두 손을 뻗어 힘을 보태 본다.

그러나 대기에 모인 마나로 만들어진 빛의 검을 막기엔 그의 힘이 너무나도 작았다.

고오오-

“안 돼, 안 돼에에!”

빛의 검이 코앞에 다가왔음을 뒤늦게 인지한 하데스가 발악하는 목소리로 발버둥을 쳤다.

하나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

곧 하데스는 자신에게 죽음이 도래했음을 본능적으로 알았다.

“세포네에…….”

마지막 순간에 그녀를 떠올리며 소멸을 맞이했다.

번쩍!

별이 폭발하듯 하늘에 빛이 퍼져 나갔다.

밝으면서도 칠흑처럼 어두운 느낌의 빛은 하데스가 죽으며 남긴 잔해였다.

이를 올려다보는 준석은 자신이 해냈음에도 불구하고 믿기지 않는 얼굴로 서 있었다.

달그락!

손에 힘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아 지팡이를 떨구고 말았다.

이후 그의 시야에는 무수한 메시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제야 정신이 번뜩 든 준석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내가 신좌를 해치웠어…….”

얼떨떨했다.

절대로 불가능할 거라 여겼던 신좌와의 싸움에서 승리를 하다니.

그것도 어중이떠중이에 불과한 신좌가 아니고 한때 최강의 신좌로 불리었던 하데스를 말이다.

그런 그를 소멸시켰으니 선뜻 믿기지 않는 것도 이해가 됐다.

“아!”

뒤늦게 유희를 떠올린 준석은 곧장 밑으로 내려갔다.

“김유희!”

기절한 상태인지라 대답이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몸이 이전처럼 회복이 되어 있었다.

‘호흡도 정상적으로 돌아왔어.’

“하아~.”

안도의 한숨을 내쉰 그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내 지친 기색이 가득한 다칼이 그의 곁으로 다가온다.

“수고했어.”

“크릉.”

-어떻게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에 그대가 해내지 못했다면 지금쯤 우리 둘이 저 어딘가 깊숙한 곳에 처박혀 있겠지.

다칼은 준석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을 이어 나갔다.

-지금도 믿겨지지가 않는군. 등반자가 신좌를 해치우다니. 그대가 얼마나 대단한 짓을 벌인 건지 아는가? 탑 역사상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믿겨지지 않는 건 나도 마찬가지야. 막연히 언젠가 넘어서야 할 산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도저히 엄두가 나지 않았거든.”

회귀 전에 가지고 있던 신좌에 대한 두려움이 남아 있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신좌를 넘어서니 그러한 두려움도 싹 다 사라진 기분이었다.

준석은 다시 한번 다칼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곤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의 눈길이 향한 곳은 메시지가 떠 있는 자리였다.

다른 메시지들은 그다지 눈길이 가지 않았지만 마지막 내용은 도저히 무시하고 지나치기가 어려웠다.

[당신은 신좌에 걸맞은 격을 얻었습니다.]

[탑을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세상의 한 축이 되는 절대적 신좌 자리에 오르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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