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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219화 (219/230)

회귀한 탑 등반자 219화

219화 하데스와의 대격돌 (2)

파쟈자자작-!

순간 폭풍이 내려앉듯 날카로운 공기가 온몸을 짓눌렀다.

쿠웅!

손끝에는 엄청난 무게감이 느껴진다.

마치 거대한 바위를 움켜쥐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지팡이가 묵직해져 있었다.

단순히 무거워지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속성이 빛으로 바뀐 지팡이는 새하얗게 변했으며 동시에 고유의 속성을 유지한 검은 날개 한 쌍이 끝자락에 생겨나 있었다.

그리고 무한에 가까운 마나가 자연스럽게 전신으로 흘러 들어오고 있었다.

오히려 전부 흡수를 하지 못해 대기에 새어 나갔다.

‘벌써부터 손목이 저릿해지는 느낌이 드는 걸 보면 오래 들고 있지는 못하겠어.’

어차피 싸움을 오래 끌어 봐야 자신만 불리해진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이미 정해진 셈이다.

‘단숨에 끝낸다!’

이내 그를 중심으로 신성한 빛이 포근하게 감쌌다.

“크윽!”

빛에 노출된 하데스가 재빨리 어둠을 흩뿌려 자신을 보호했다.

파사사삭!

그러나 그를 감싼 어둠이 삽시간에 소멸해 나갔다.

어둠에 대항하기 좋은 속성은 단연코 빛.

준석은 근원의 힘으로 만들어 낸 무수한 빛살을 하데스를 향해 날려 보냈다.

슈슈슈슈슛!

“우매한 놈! 이따위 공격으로 나를 죽일 수 있을 것 같나! 크나큰 착각이라는 것을 보여 주마!”

하데스 등 뒤로 커다란 블랙홀이 생겨났다.

블랙홀에서 뻗어 나온 어둠의 손길이 방패가 되어 다가오는 폭격을 막아 냈다.

짙은 죽음이 느껴지는 어둠의 비를 쏟으며 반격한다.

“크윽!”

재빠른 대응에도 준석은 모든 공격을 막아 내지 못했다.

스친 곳에는 살이 순식간에 썩어 들어간다.

“흐흐흐, 하하하하!”

하데스가 다 썩은 이빨을 드러내며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겨우 이 정도로 내게 맞서려고 한 것인가!? 실망이구나! 그래도 조금은 이 몸을 즐겁게 만들어 줄 줄 알았건만.”

이전이었다면 신좌가 남긴 상처를 치유하지 못하고 천천히 죽음을 맞이했을 테지만 지금은 달랐다.

임시로 만들어 냈다고는 하나 신기를 손에 쥐었고, 신좌의 힘도 뛰어넘는 근원의 힘을 사용할 수 있었다.

퍼펙트 힐.

우웅!

빠르게 썩어 들어가던 상처가 아물기 시작한다.

“흠.”

이를 목도한 하데스의 얼굴에 음습함이 드리운다.

“다른 놈이었다면 진작에 육체와 영혼이 소멸했거늘. 하긴. 이 몸과 신약까지 맺었으니 그 정도는 해 주어야겠지.”

이윽고 하데스가 머리 위로 데스칼을 들어 올렸다.

스아아-

검 주변으로 어둠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더니 그 중심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영혼의 구체가 형성되었다.

두 눈을 벌겋게 번뜩인 그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입을 뗐다.

“그렇다면 이것도 한번 막아 보거라!”

구아아아앙-

죽은 자들의 절규 어린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영혼의 집결체가 경기장을 전부 집어삼킬 기세로 떨어지고 있었다.

‘젠장……!’

준석은 암담해진 표정으로 다가오는 죽음과 직면했다.

‘막아 낼 수 있을까?’

절로 고개가 흔들어졌다.

차원이 다른 공격에 도저히 막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마 곧장 이곳을 벗어난다면 자신은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 있는 사람들은 전부 다 죽겠지.’

모르는 사람들이야 죽으면 안타깝긴 해도 금방 기억 속에 잊힐 테지만 이 자리엔 동료가 있었다.

유희와 오진하 그리고 다칼.

영생을 얻은 다칼은 살겠지만 지금처럼 멀쩡하지는 못하리라.

전부 공간 이동을 시킨다면 애초에 그럴 일은 안 벌어지겠지만 하데스는 교활한 작자였다.

이미 근방에는 공간이동을 하지 못하게 막아 놓았다.

‘시발…….’

달리 선택지가 없는 준석은 두려움에 맞서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근원의 힘을 한곳에 집중시켰다.

‘긍정적으로 보자. 저것을 뚫어 낸다면 오히려 크게 반격할 수 있는 기회야.’

우우웅-

준석은 빛의 신이 사용하던 천공의 활을 떠올리며 그것을 형상화했다.

자신의 몸집보다 큰 활의 형상을 거머쥔 채 천천히 활시위를 당겼다.

“크흐으으…….”

그런데 활시위를 끝까지 당기기란 쉽지 않았다.

활시위에 압축된 에너지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컸다.

거기다 근원의 힘의 집약체인 빛의 화살을 유지하기도 어려웠다.

덜덜덜.

양손이 떨려 온다.

그 와중에 하데스의 공격이 코앞까지 접근한 상태였다.

“아우우우우-.”

-내가 시간을 끌겠다!

마침 다칼이 나서서 어둠으로 그물망을 만들어 냈다.

치지지지짓-

채 1초도 버티지 못하고 끊어져 버린다.

그러자 다칼은 체내 깊숙한 곳에서부터 끌어낸 태양 에너지를 입에 머금고서 그 주위로 어둠의 기운을 둘렀다.

피유웅!

찰나, 어둠으로 둘러싸인 불줄기가 하늘로 치솟았다.

콰아아앙!

다칼이 뿜어낸 광선이 영혼의 구체와 충돌하며 일대를 산산조각 낼 정도의 파동이 일어났다.

멈칫한 건 겨우 몇 초에 불과했지만, 준석에게는 충분했다.

“크으…….”

기어코 끝까지 당긴 활시위를 놓았다.

티잉!

경쾌한 소리와 함께 빛의 화살이 날아갔다.

화살 속도가 워낙 빨라 공기에 저항하는 소리조차도 들려오지 않았다.

퍼어엉!

뒤늦게 화살에는 어울리지 않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럴 수가!”

하데스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눈앞에 광경을 쳐다봤다.

다칼이 쏘아낸 광선에도 끄덕도 하지 않던 구체가 화살 한 방에 커다란 구멍이 생겼다.

그것도 모자라 그 화살이 하데스를 위협해 오고 있었다.

설마 공격이 이곳까지 도달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하데스는 급급히 피하려고 했다.

쉐에에엑-

하지만 화살이 더욱 빨랐다.

탕!

“크허억!”

그는 마치 탄환을 맞은 것처럼 온몸을 들썩이며 아래를 힐끔 내려다봤다.

있어야 될 육체가 사라졌음을 깨달은 하데스는 자신의 몸을 복구하려고 시도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라진 육체는 되돌아오지 않았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그는 믿기지 얼굴로 다시 회복을 시도했다.

하나, 회복이 되기는커녕 상처가 더욱 깊어지고 있었다.

아까 전에 몸속에 들어왔던 이물질 때문인 듯하다.

문제는 그것이 깊숙이 박혀 있어서 잘 꺼내지지도 않았다.

몸이 쇠락해 간다.

생과 사를 지배하는 그에게 죽음이란 잊을 수 없는 일.

그렇기 때문에 죽음이란 공포에서 벗어나 영원의 삶을 영위할 수 있었다.

그에게는 죽음이란 한없이 가까우면서도 한없이 머나먼 존재.

분명 그랬을진대.

자신의 몸을 뚫고 지나갔던 빛의 화살이 다시금 날아오는 것을 보고 그는 처음으로 자신이 소멸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두 동공이 살짝 떨려 오고 있었지만 그는 자신이 지금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깨닫지 못했다.

사실 그가 공포를 느끼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그저 너무나도 오랜 세월 동안 잊고 지내 왔을 뿐.

“으아아아아!”

궁지에 몰린 하데스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한계를 뛰어넘는 힘을 발휘했다.

데스칼을 채찍처럼 이용해 날아드는 빛의 화살을 낚아채곤 어둠에 잠식시켜 버렸다.

다만 힘이 많이 소모됐다.

“허어억, 허억…….”

이리 숨을 거칠게 내쉬는 것이 얼마만일까?

그러나 그는 망망대해처럼 넓은 기억을 되새겨 볼 틈도 없었다.

어느덧 준석이 코앞에 나타나 빛의 형상을 띤 괴물을 날려 보내고 있었다.

“건방진!”

하데스는 그보다 큰 어둠의 형상을 만들어 내 그 괴물을 집어삼켰다.

푹!

“…….”

그런데 정면으로 날아들었던 공격은 속임수였다.

하데스가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대천사의 날개를 가진 유희가 굳은 표정으로 서 있었다.

턱!

“끄으윽!”

하데스는 유희의 목을 조르며 분노가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어리석은 계집애!”

기습적으로 공격을 해 온 건 좋았으나 하데스에게 유희의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그녀가 아무리 공격을 퍼부어도 흠집 하나 낼 수가 없다.

그가 죽음의 신인 것을 떠나 신좌와 등반자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했다.

“끄어어억…….”

스아아-

죽음과 대면한 유희의 몸이 검게 말라비틀어지고 있었다.

“김유희!”

준석이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 다급히 다가섰지만 이미 늦어 버렸다.

탓.

하데스가 손을 놓자, 빛을 잃은 유희가 힘없이 아래로 떨어졌다.

“쯧쯧. 저놈과 함께하지만 않았어도 대성했을 것을.”

준석은 떨어지는 유희를 껴안고서 땅에 착지했다.

“김유희! 정신 잃지 마!”

“끄으, 준석아…….”

준석은 유희의 상태를 체크하며 이를 꽉 깨물었다.

온몸에 죽음의 기운이 퍼질 대로 퍼져, 신체 장기들이 이미 제 기능을 잃은 상태였다.

퍼펙트 힐!

준석은 자신의 몸에 사용했던 힐을 유희에게 사용했다.

처음에는 회복이 되는 듯싶었으나, 다시 죽음의 기운이 되살아나 체내의 장기와 세포를 파괴시켰다.

‘제길!’

몸속에 침투한 죽음을 없애야 되는데 그전에 유희가 죽게 생겼다.

‘몸의 저항력이 조금만 더 셌어도! ……잠깐, 그래! 그거야.’

준석은 유희의 몸이 버틸 수 있도록 어둠에 대한 저항력과 죽음의 대항력을 버프로 부여했다.

상당한 마나가 소모되었지만 지팡이로 마나를 계속 지급받고 있기 때문에 상관없었다.

‘이제 몸에 남은 죽음만 제거하면…….’

그러나 이를 가만히 보고 있을 하데스가 아니었다.

“아주 끈덕진 우정이구나. 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안타까워.”

“그 입 닥쳐!”

“호오, 여태 냉정하던 놈이 감정적으로 변했군. 그 얘긴, 그 여자가 그만큼 소중하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이미 늦었다는 걸 네놈도 알고 있을 텐데? 인간의 몸으로 죽음을 견딜 수는 없다. 네놈 또한 찰나 신좌에게 대항할 힘을 얻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보니 그 힘도 약해져 가는 것 같군.”

인정하지 싫지만 그가 말한 대로였다.

스르르……

새하얗던 지팡이는 어느새 검게 변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지팡이에서 무한히 공급해 주던 마나가 점차 사라져 간다.

페이크북으로 만들어졌던 신기가 소멸하고 있는 것이다.

‘하필 이런 때에!’

“어디 죽는 순간까지도 그 우정이 계속될 지 지켜보겠다!”

어느덧 왕국을 반으로 갈라 버릴 정도로 거대한 검이 하데스 머리 위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저건 데스칼!’

과연 저런 어마 무시한 공격을 막으며 유희를 구할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 준석은 선택을 해야만 했다.

신기의 힘이 남아 있을 때 하데스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느냐.

아님 유희를 구하는데 힘을 쓰느냐.

그에게 있어 유희는 소중했다.

지구에서의 삶과 추억을 공유한 유일한 친구이자 받침목이 되는 가족이었다.

하지만 유희를 선택하면 하데스를 죽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럼 나 역시 죽게 되겠지.’

그러나 유희 없이 탑을 최정상까지 오르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가 회귀한 직후에 자신이 틀리지 않은 길을 걷고 있다고 믿을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유희가 살아 있기 때문이었다.

만일 여기서 그녀를 떠나보낸다면 이전과 다를 게 없어지리라.

‘아니, 하나만 하는 게 아니라 둘 다 해내는 거야. 그래야만 돼!’

흐릿했던 준석의 눈빛이 다시 뚜렷해졌다.

유희를 살리고, 하데스를 죽인다.

‘데카인을 상대할 때를 대비해 아껴 두려고 했는데.’

준석은 그녀의 머리 위에 손을 올리며 끝내 아껴 두었던 스킬을 시전했다.

‘세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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