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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216화 (216/230)

회귀한 탑 등반자 216화

216화 잊혀진 사막의 유산

세포네는 준석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애초에 농담을 하는 편도 아니었지만 그의 표정이 더없이 진중했다.

“네. 진심이에요.”

“사막의 인도자를 끌어내릴 방법이 있습니다.”

“예? 방법이 있다고요?”

그녀가 깜짝 놀라 되묻자, 준석은 다시 한번 말했다.

“사막의 인도자를 끌어내릴 방법이 있다고 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세포네는 그의 어깨를 다급하게 붙잡았다.

“그게 정말인가요!?”

“다만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이 뭐든지 상관없어요! 뭔지 빨리 말해 봐요!”

눈빛만 보면 정말로 뭐든지 들어줄 기세였다.

준석은 그녀를 진정시키고 정보를 풀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조건부터 이야기했다.

찬찬히 얘기를 듣던 세포네는 끝내 그의 조건을 받아들였다.

* * *

카락의 끝자락에 위치한 공터에는 커다랗게 구멍이 나 있었다.

휘오오오-

주기적으로 구멍 안에서는 자그만 모래 알갱이들이 빠져나와 자욱한 모래 바람을 일으켰다.

“콜록콜록! 혼자서도 괜찮을까요?”

모래 바람 때문에 입을 가린 오진하가 구멍 안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제 한 몸은 지킬 수 있으니 괜찮겠지.”

애초에 위험한 함정 같은 건 없다.

“그런데 아까 전부터 궁금했는데. 왜 준석 씨가 직접 안 가고 저 여자를 보낸 거예요? 물론 아무런 이유도 없이 그랬을 리 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나는 고갯짓을 하며 말했다.

“들어가 봐.”

“예?”

“안으로 들어가 보라고.”

“하하, 갑자기 들어가라고 하니까 뭔가 무서운데요?”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한 오진하가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쏴아아아아!

“뭐야!”

그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엄청나게 많은 모래 알갱이가 쏟아져 나왔다.

“콜록콜록! 켁켁!”

모래 알갱이에 떠밀려 바닥을 뒹군 오진하가 눈을 깜박이며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왔다.

“아니, 저런 식으로 모래 알갱이가 덮친다고 해도. 퉤! 마법을 사용하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는 거 아니에요?”

“그랬으면 진작에 들어갔겠지. 허락받지 못한 자가 강제로 들어가면 찾던 물건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려.”

이미 회귀 전에 수도 없이 시도해 본 결과. 어떤 꼼수를 써서 빼 오는 건 불가능했다.

“근데, 포네 씨는 어떻게 들어갈 수 있는 거예요?”

“어머니의 유품. 그녀가 가지고 있던 팔찌가 이 유적지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유일한 키거든.”

“아!”

“팔찌가 계승 아이템이라서 누군가를 건네주거나 빼앗지도 못해. 유일하게 그 팔찌를 가질 수 있는 방법이 계승인데. 어머니의 유품을 내게 계승해 달라는 건 말도 안 되잖아. 애초에 줄 리도 없고. 그러니 히든피스를 대신 갖다 달라고 하는 수밖에.”

“듣고 보니 이게 최선이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오진하에게 물었다.

“들어간 지 얼마나 됐지?”

“어…… 한 2시간쯤 지났을 겁니다.”

“2시간이라…….”

슬슬 나올 때가 된 것 같은데.

“어, 저기 나온다!”

오진하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곳을 쳐다보자 그림자가 비치고 있었다.

사각지대를 벗어난 그녀는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나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 이곳까지 한달음에 달려오더니, 내게 유적지에서 발견한 물건을 건네주었다.

[잊힌 사막의 유산을 획득합니다.]

랩터의 발톱처럼 생긴 회색돌에서 황금빛 마름모 보석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절로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회귀 전에는 이것을 얻기 위해 온갖 고생을 했던 걸 떠올리면 치가 떨릴 정도였다.

점지 스킬 덕분에 일찌감치 유적지에 히든피스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누가 이곳에 출입할 수 있는지 몰랐다는 게 문제였다.

뒤늦게 세포네가 죽고 세리느가 이어받은 유품이 이곳에 출입할 수 있는 키라는 것을 알고 그녀에게 부탁한 기억이 난다.

‘그때 이걸 얻으려고 1년을 허송세월하며 보냈었지.’

하지만 이번에는 고작 한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정보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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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사막의 유산

내용: 만물에 적용되는 쇠락의 모래가 깃들어 있다.

효과: 무한의 쇠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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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겨 있는 정보는 단출하기 그지없었으나 그 안에 담긴 힘은 절대로 무시할 수 없었다.

무한의 쇠락에 걸린 대상은 신체가 퇴화하고 회복력을 상실한다.

이것이 무서운 점은 어떤 대상이든지 간에 효과가 적용된다는 점이었다.

심지어 완벽한 신체를 가진 신좌에게 일부 영향을 끼친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적이 있다.

‘응?’

때늦게 점지 스킬이 발동했다.

[잊힌 사막의 모래를 담으면 쇠락의 힘이 강화되리라.]

‘쇠락의 힘을 더욱 강화시킬 수가 있다고?’

회귀 전에는 점지 스킬 레벨이 낮아서 전혀 알지 못했던 정보이다.

‘그런데 잊힌 사막이 어디지?’

우선은 그것부터 알아내야 했다.

다만 그 전에.

“준석 씨! 제 말 안 들려요!?”

“그만 소리치세요. 잘 들리니까.”

“약속대로 가져다줬으니 이제 그쪽 차례예요.”

아직 그녀에게 사막의 인도자를 끌어내릴 방법을 말하지 않은 상태였다.

“설마. 이제 와서 방법이 없다고 하는 건 아니겠죠?”

“제가 헛말을 하는 사람으로 보입니까?”

“아뇨. 그건 아니지만…….”

“던전의 땅끝에 가 보세요.”

“네?”

“거기에 정령왕이 잠들어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사람에게 호의적일지 아닐지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 정령왕과 계약을 맺는데 성공한다면 아마 사막의 인도자를 끌어내릴 수 있을 겁니다.”

“정령왕…… 여태껏 무수한 정령들을 죽여 온 제가…… 계약을 맺을 수 있을까요?”

세포네는 자신이 없어 보였다.

“그야 모르죠. 하지만 정령왕과 계약을 맺으려면 아마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겁니다.”

“전에도 말했듯이, 그자를 끌어내릴 수만 있다면 어떤 대가를 치를 준비가 되어 있어요.”

“그럼, 뭘 망설이는 겁니까?”

마음을 다진 그녀가 서둘러 움직였다.

나는 뛰어가는 뒷모습을 보며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떠올렸다.

* * *

콰아아앙! 콰앙!

“꺄아아!”

“으아악!”

도시 사방에는 불꽃이 솟구치고 사람들의 비명 소리로 가득 찼다.

하늘에는 불의 신수 클리드와 불의 정령왕 살라만드라가 격렬히 충돌하고 있었다.

그 아래 싸움을 지켜보고 있는 세포네가 보인다.

그녀는 결국 정령왕 살라만드라와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내가 미리 살라만드라와 입을 맞춰 뒀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결과였다.

세포네는 부디 살라만드라가 싸움에서 이기길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었다.

“케케케!”

-끝났군. 뒷배만 믿고 나대더니 아주 꼴좋구나!

같이 싸움을 지켜보던 다칼이 기분 좋게 한마디를 쏘아붙이곤 더 이상 볼 필요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돌렸다.

다칼이 말한 대로 싸움의 결과가 나와 있었다.

몰골을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상처를 입은 클리드가 너덜해진 채로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살라만드라 역시 크게 다쳐 온전한 형태를 유지하지 못했다.

더욱이 봉인을 해제할 때부터 완전한 영체가 아니었다 보니 당분간 회복을 하려면 오랜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곧 세포네의 곁으로 살라만드라가 다가갔다.

세포네는 대신 자신의 염원을 들어 준 살라만드라를 끌어안으며 고마움을 표했다.

물론 살라만드라는 썩 좋은 표정은 아니었다.

육신이 지치기도 했고, 본래 인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듯했다.

이후 그녀는 싸움의 여파로 인해 다친 주민들을 챙기고 다녔다. 당장에 말을 걸 상황이 아니었기에 몸을 돌렸다.

“가자.”

“예.”

오진하와 함께 거주지로 돌아가 휴식을 취했다.

일이 정리되고 나면 그녀가 알아서 찾아올 터.

소파에 누워 있던 오진하가 갑자기 생각난 듯 입을 뗐다.

“전에 알아보라고 했던 잊힌 사막 있잖아요.”

“어. 건진 거라도 있어?’

“예. 아무래도 이곳 카락에는 없는 것 같고. 밖의 사막지대에 삼각형 모양으로 오아시스가 자리 잡고 있는 곳이 있대요. 거기서 가끔 신기루가 발생하는데, 그곳을 잊힌 사막이라고 부르더라고요.”

“삼각형 모양의 오아시스…….”

머릿속으로 사막의 모습을 떠올려 보지만 딱히 떠오르는 장소는 없었다.

‘나가서 찾아 봐야겠군.’

바깥에 사막지대가 말도 안 되게 크긴 하지만 마법을 사용하면 오아시스의 위치는 금방 찾아낼 수 있으리라.

그보다.

[죽음이자 어둠을 그늘에 진 자가 언제 세포네를 보낼 것이냐며 소리칩니다!]

[죽음이자 어둠을 그늘에 진 자가 서둘러서 세포네를 데려오라고 말합니다!]

[죽음이자 어둠을 그늘에 진 자가 당장 세포네를 데려오지 않으면 신약을 파기하겠다고 외칩니다!]

…….

…….

“쯧. 이 미친 영감탱이가 어련히 알아서 할까. 아주 닦달을 하고 있어. 닦달을.”

귀찮음에 메시지를 무시해 버리곤 침대에 몸을 눕혔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도 지금 뿐이었다.

세포네를 죽은 자들의 세계로 보내고 나면 다시 층 공략에 나서야 한다.

상기도 시킬 겸해서 전에 받았던 미션 내용을 띄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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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미션)

에툰라 대륙의 지배자가 되십시오. (0/1)

80~99층의 미션을 모두 클리어하십시오 (0/1)

진행상황)

80층 - 클리어

81층 - 클리어

82층 - 클리어

83층 - 클리어

84층 - 클리어

……

……

……

97층 - 미클리어

98층 - 미클리어

99층 - 미클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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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 미션을 수행하며 다른 등반자와 ‘미션 공유’가 가능하게 됩니다.]

[’미션 공유’는 일종의 파티로서 파티원들은 기여도를 함께 공유하게 됩니다.]

[88층 클리어 조건]

[불의 사막을 횡단하십시오. 0/1]

[시간제한은 없습니다.]

앞으로 99층까지 겨우 11층밖에 남지 않았다.

하지만 서브 미션으로 남아 있는 층이 중요한 게 아니라 통합 미션에 집중해야 했다.

에툰라 대륙의 지배자가 되는 것.

아직 살아남아 있는 십멸을 모두 처치하고 곳곳에 네임드로 자리 잡고 있는 악마들과 마물을 처단해야 한다.

그리고 타종족 혹은 인간들이 통치하는 왕국과 제국도 내 발아래로 둬야 비로소 에툰라 대륙의 지배가 될 수 있었다.

회귀 전에는 대륙을 지배하는데 무려 1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빨리 밑바탕을 깔아 두는 중이었다.

‘유희가 이끄는 화이트 길드 덕분에 더욱 수월해졌지.’

아마 혼자였으면 이전보다는 빨랐을지 몰라도 지금보다는 느렸을 것이다.

나는 하늘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앞으로 반년.’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앞으로 반년 뒤 나는 100층에 올라서리라.

‘그곳에서 데카인이 기다리고 있겠지.’

꽈악……

데카인에게 당했던 수모를 떠올리면 여전히 분노가 서렸다.

‘기다려. 내가 반드시 그 목을 베어 줄 테니까.’

나는 데카인의 목을 베는 상상을 하며 이내 두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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