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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212화 (212/230)

회귀한 탑 등반자 212화

212화 하데스의 여인 (1)

“리저드 구이~! 리저드 구이~! 사냥가기 전에 먹으면 기력 회복에 최고! 한 마리당 단돈 5천 포인트!”

“직접 공수해 온 특별 냉열팩! 부작용 없이 성능은 일반 냉열백보다 두 배는 좋고 유지시간도 깁니다. 남은 개수는 단 열 한 세트. 한 세트당 3만 포인트에 팝니다.”

“초고열도 견딘다는 상급 불의 정령석을 소재로 한 파이니스 가죽 장갑 한번 보고 가세요.”

안으로 조금 들어가니 포스칼에 모여든 사람들이 한가득했다.

“던전이라길래 사람도 없고 을씨년스러울 거라 생각했는데, 이 정도면 시장보다 사람이 많은 것 같은데요?”

오진하의 말에 짤막히 대답했다.

“카락에서 살아가는 자라면 피할 수 없는 선택이지.”

그러자 오진하는 어리둥절한 눈을 하며 물었다.

“피할 수 없는 선택이라뇨? 반드시 이곳에 와야 하는 이유라도 있는 겁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에게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우선 주변이 온통 사막지대뿐인 카락이 모래의 도시가 아니라 불의 도시라 불리는 것은 불과 깊은 연관이 있기 때문이었다.

카락에서 유일하게 흐르는 강물은 붉은색을 띠고 있으며 성분 속에는 불의 성질이 깃들어 있었다.

불의 성질은 보통 인간이 먹으면 치명적이어서 아무리 물과 섞여 있을지라도 섭취가 불가능했다.

하지만 고대 던전인 살라만드라에 사는 정령들을 죽이면 자연스레 불의 기운이 몸에 축적되어 불의 성질이 깃든 강물도 먹을 수가 있었다.

단순히 물만이 아니고 카락에 있는 모든 생명체가 불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 사람이 음식을 먹으려면 살라만드라에 있는 정령을 죽이는 건 필수였다.

“불공평하네요.”

“뭐가?”

“준석 씨 말을 들어 보면 결국에는 사람만 불의 성질을 안 가지고 있다는 거 아니에요? 다른 생명체들은 다 가지고 있는데.”

“생각해 본 적 없는데. 듣고 보니 그러네.”

“그럼, 이곳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은 전부 살라만드라의 정령을 죽여야 한다는 거죠?”

“그렇지. 그것도 주기적으로 사냥하지 않으면 체내에 남아 있던 불의 기운이 사라져 더는 물과 음식을 못 먹게 되지.”

“와~ 그걸 신경 쓰면서 살아가려면 꽤 피곤하겠네. 잠깐만! 그러면 저희가 아까 먹은 음식들도 전부 불의 성질이 깃들어 있는 거 아니에요?”

“맞아.”

오진하는 잔뜩 흥분한 얼굴로 소리쳤다.

“맞아라뇨! 그거 먹으면 치명적이라면서요! 이렇게 한가하게 굴 때입니까!? 어서 들어가요! 들어가서 정령부터 사냥하고!”

“그렇게 흥분할 필요 없어. 굳이 정령을 사냥하지 않아도 별일 없을 거니까.”

“예?”

“사막에 오기 전에 먹었던 거 기억해?”

“어떤 거요? 오기 전에 먹은 게 워낙 여러 가지라.”

“시뻘겋게 생긴 고기 줬잖아.”

“아! 그, 엄청 맵던 거!”

“그래. 메시지로는 안 뜨지만 그걸 먹으면 영구적으로 불의 성질에 대한 내성이 생겨나지.”

“에이! 그런 효능이 있었으면 진작 말씀해 주셔야지!”

나는 불에 대한 완전 면역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굳이 내성이 생기는 고기를 먹지 않아도 됐다.

그리고 사실 카락의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오는 이유는 한 가지 더 있었다.

불의 신수 클리드.

그 녀석이 굳이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은 자신에게 안성맞춤형의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점도 있지만 주기적으로 인간을 잡아먹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정확하게는 불의 기운을 품은 인간만을 취했다.

녀석에게 있어 불의 기운은 자신을 살아가게 하는 에너지이다.

그 에너지를 얻으면 얻을수록 육신은 강해지고 회복력도 빨라진다.

클리드를 카락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살아가기 위해 일정 주기마다 재물을 바친다.

재물은 뽑기로 행해지며 왕을 제외하곤 예외란 없다.

다만 일정 수준 이상의 불의 기운을 품게 될 경우에는 뽑기에서 제외된다.

그렇게 제외된 자들은 매 달마다 따로 클리드에게 중급 이상의 정령석을 바쳐야 하며 바치지 못할 시 다시 재물로 넘겨진다.

“완전 개새끼네요.”

클리드의 악행을 들은 오진하가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때, 면상을 후려쳤어야 하는 건데. 지금 당장이라도 불러다가 없애는 건 어떻습니까?”

“크르응. 캬앙!”

-이 친구! 간만에 맞는 얘기를 하는구만! 준석. 더한 악행을 일삼기 전에 당장 그 녀석부터 잡아 족치는 것이 어떤가!?

가만히 있던 다칼도 합세해 클리드의 타도를 외쳤다.

‘이것들이 진짜.’

“조용!”

마나피어를 이용해 너무 시끄럽게 구는 두 녀석을 단숨에 제압했다.

“으윽.”

“딸국……!”

둘은 경직된 얼굴로 서 있었다.

털썩!

그리고 분명히 힘 조절을 했건만.

먼 거리에 떨어져 있던 사람들에게도 영향을 끼쳐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기절해 버렸다.

‘괜한 시선을 끌었군.’

마냥 의미 없지는 않았다.

고개를 숙이거나 뒤돌아 있던 이들이 이쪽을 바라보며 한꺼번에 신원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곳에 세포네는 없다.’

파티를 구하는 이들로 넘쳐 나는 이곳에 그녀가 없는 것은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었다.

‘또 혼자서 던전에 들어갔겠지.’

그래도 혹시나 허탕을 칠 수 있으니 등가교환을 이용해 세포네의 위치를 파악했다.

찰나, 머릿속으로 세포네의 모습이 드러났다.

무언가에 쫓기고 있는 그녀.

뒤에는 상급 불의 정령인 칼로드가 보였다.

그녀의 능력으론 세 마리도 벅찰진대, 열 마리가 따라붙은 상태였다.

‘서둘러야겠군.’

“가자!”

“예? 으, 으으어! 잠깐! 잠깐만!”

“케헥!”

나는 멀뚱히 서 있던 둘의 목덜미를 잡아끌며 던전의 깊숙한 곳으로 뛰어 들어갔다.

* * *

“허헉, 허헉!”

세포네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상황에 급히 뒤를 돌아봤다.

“그아아앙!”

재규어를 닮은 칼로드 무리가 날렵한 몸놀림으로 접근해 오는 중이었다.

‘아까 전보다 가까워졌어.’

이대로라면 녀석들에게 따라잡혀 꼼짝없이 죽임을 당할 것이다.

네다섯 마리까지는 상대할 수 있을지 몰라도 열을 상대할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지 않았다.

‘제길!’

오늘은 평소보다 욕심을 냈다.

몸 컨디션도 좋았고 최근에 처치한 상급 정령에게서 나온 신체 강화 버프 아이템이 생각보다 효과가 뛰어나 더욱 과감한 시도를 한 것인데.

하필 건드린 둥지에는 칼로드가 열 마리나 있었다.

보통 칼로드는 최대 네다섯 마리가 뭉쳐 다니는 것이 특징이건만, 예외가 발생한 것이다.

결국 그녀는 도망치길 선택했고 지금 상황을 맞이하게 됐다.

‘아직 안전한 곳까지 벗어나려면 멀었어. 어떻게 하지?’

그녀는 자신의 손에 들린 검을 쳐다봤다.

반복된 사냥으로 인해 날이 닳았지만 그래도 예기는 살아 있었다.

신체 강화 버프 아이템을 이용한다면 칼로드를 단칼에 벨 수 있으리라.

그리고 이내 몸에 차고 있는 갑옷을 바라봤다. 왕이 하사한 최상급 정령 갑옷은 녀석들의 날카로운 공격을 두세 번은 막아 줄 것이다.

그 이후엔 목숨을 장담할 수 없다.

‘계속 도망쳐 봐야 체력만 소진되고 결국 잡아먹히고 말 거야. 그럼 체력이 떨어지기 전에 승부를 보는 게 더 살 가능성이 높아.’

하지만 살 확률이 1퍼센트에서 5퍼센트가 오른 것일 뿐.

죽을 확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나도 파티가 있었으면…….’

그럼, 목숨을 위협받는 일도 줄어들고 조금 더 과감한 사냥이 안정적으로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와 사냥을 같이 가려는 사람은 없었다.

두건으로 얼굴을 가려 왕족이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그녀와 함께하길 거부하는 이유는 너무 깊숙한 곳에서 사냥을 하려고 하기 때문이었다.

던전 밑으로 내려갈수록 더욱 강력한 정령이 나온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밑으로 내려가 위험을 감수하는 이들은 드물었다.

살기 위해서 이곳을 왔는데 굳이 목숨을 내놓는 짓은 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간혹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는 이들이 있다고 해도 그들은 이미 파티 정원이 차 있거나 혼자서 움직이는 이들뿐이었다.

‘그래. 이제 와서 무슨 파티를 찾아. 당장에 죽게 생겼는데. 그래도 희망은 놓지 말자. 내가 어떤 각오로 여기까지 걸어왔는데. 싸워 보는 거야!’

그녀는 급하게 턴을 하며 힘껏 검을 휘둘렀다.

쩌저저적!

냉기를 품은 검기가 정면에 있던 칼로드의 목을 단숨에 벴다.

기습적인 공격이었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한 마리를 처치했지만, 나머지 아홉 마리도 그렇게 보내 버리기엔 녀석들은 사냥감 하나를 어떻게 옭아매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르르르…….”

순식간에 반원으로 진을 친다.

세포네는 후방을 점령하려는 녀석들을 향해 크게 포물선을 그린 검기를 날려 보냈다.

쩌저적!

이내 땅에 닿은 검기가 뾰족한 얼음벽을 형성했다.

후방을 지켜 낸 그녀가 정면을 응시하며 고함쳤다.

“덤벼!”

“그르릉…….”

순간 패기에 밀린 칼로드 무리가 살짝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곧 다시 이빨을 드러내며 접근을 시도했다.

“내가 죽어도 너희들은 다 잡고 간다!”

“그햐아아앙!”

선두에 서 있던 칼로드가 먼저 급습했다. 세포네는 유연한 자세로 공격을 피하며 빈틈을 보인 칼로드의 목을 그대로 내려쳤다.

하나, 칼로드는 공격이 날아들 것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뒷걸음질을 쳐 회피했다.

“갸아아앙!”

그 사이에 두 칼로드가 양쪽을 치고 들어왔다.

“크흐읍!”

세포네는 다급히 얼음 보호막을 형성했다.

하지만 임시로 막아 내기만 했을 뿐.

몇 초 뒤면 얼음 보호막이 깨져 나가리라.

‘전력으로 간다!’

그녀는 깨져 나가는 순간을 이용해서 단숨에 셋을 제압할 비장의 수를 준비했다.

스아아아-

검에 차가운 한기가 서리고, 그녀의 몸에서도 수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챙강!

보호막이 깨져 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주변에 무언가가 번쩍하며 그녀와 붙어 있던 세 마리의 칼로드 목에 뚜렷한 실선이 생겨났다.

투두둑.

세 놈의 머리가 동시에 땅에 떨구어졌다.

“하아~ 하아~.”

한편 셋을 한꺼번에 제거하는데 성공한 세포네는 지친 얼굴로 몸을 떨고 있었다.

검을 들고 있는 손은 제 뜻대로 움직여 주질 않는다.

방금 전의 일격으로 인해 후유증을 겪는 것이었다.

“그르르르…….”

“갸아앙! 갸앙!”

하나 여전히 해치워야 할 놈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제발, 움직여!’

기술을 사용하기 전에 몸에 반발이 있을 거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녀석들을 잡는 방법은 이것뿐이었다.

“그하아아!”

다행히 한 놈이 그녀를 덮치기 전에 몸이 움직여졌다.

까앙!

가까스로 공격을 피하긴 했지만 완전히 피하지는 못하고 갑옷에 스쳐 버렸다.

한데 예상보다 강한 일격에 빈틈이 없어야 할 갑옷에 구멍이 생겨났다.

‘어차피 갑옷이 엉망이 될 거라는 건 알고 있었어. 지금은 사는 데만 집중하자!’

“흐아아압!”

넷을 제거한 상태에서 그 이후로 여섯 놈과 계속 싸워 나갔다.

압도적으로 밀릴 것이라 여겼던 그녀의 생각과 달리 오히려 여섯 놈을 상대로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었다.

‘아깐 죽을 것 같이 힘들더니, 지금은 이상하게 몸이 가벼워.’

새로 얻은 아이템에 신체 강화 버프가 작용하고 있다고 해도, 그것이 체력까지 회복시켜 주지는 않았다.

하나 마지막 둘을 남기고서 갑자기 체력이 소진되었다.

“크허어~ 크허어어~.”

다만 지친 것은 그녀만이 아니었다.

‘도망칠까? 지금이라면 녀석들도 쫓아오지 않을 거야.’

그때.

피핑-

털썩!

어디선가 어둠의 화살이 날아와 두 놈의 머리를 관통하고 지나갔다.

‘안 보였어…….’

세포네는 무언가가 눈앞에 지나쳤다는 느낌만 들었을 뿐.

자세히 뭐가 지나갔는지 알 수 없었다.

‘대체 누구지!?’

던전에 살다시피 하는 그녀는 상급 정령을 잡을 정도의 실력자들은 전부 머릿속에 꿰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압도적인 힘의 소유자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괜찮습니까?”

이내 정체가 궁금하던 그녀 앞으로 검은 보석이 박힌 지팡이를 든 남자가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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