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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204화 (204/230)

회귀한 탑 등반자 204화

204화 라에프 (2)

[메나이어 배지 조건부 효과를 발동합니다!]

“크하아아아응!”

한 마리의 야수가 포효를 내지르며 유희를 보호했다.

장인의 혼이 깃든 보호 장갑으로 인해 강화된 배지의 능력은 이전과 차원이 달랐다.

마치 진짜 메나이어가 등장한 듯했다.

파치잉-!

하지만 라에프의 일격은 강력한 보호막조차 버티질 못했다.

‘일회성이라…….’

배지의 성능이 좋아진 만큼 타인에게 보호막을 시전할 때 마나 소모도 큰 편이었다.

물론 그것을 커버할 정도로 방대한 마나량을 지니고 있긴 하지만 라에프를 상대로 마구잡이로 마나를 소모하면 안 된다.

회귀 전에 고전했던 몇 안 되는 상대 중 하나가 라에프였으니까 말이다.

‘꽤 골치 아픈 놈이었지.’

특히나 녀석의 고유 능력은 신좌와 필적할 정도이다.

하늘을 올려다보자 어느덧 라에프는 수백 여 개의 빛의 창을 소환한 채 대기하는 중이었다.

마치 이것도 막아 보라는 듯, 그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피어났다.

이미 유희는 변신이 풀려 전력을 잃어버린 상태였다. 그러나 여전히 싸울 의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김유희! 저놈은 내게 맡기고 넌 도시를 구해!”

라에프가 등장하자마자 저질러 놓은 짓거리 때문에 도시가 불타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도시가 타게 내버려 둘 거야!?”

“…….”

유희는 입술을 깨문 채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

찌푸려진 얼굴에는 자신이 마무리를 짓지 못해 분한 마음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도 수많은 녀석들과 싸우며 유희와 똑같은 마음을 가져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가 됐다.

하지만 지금은 물러설 때였다.

나는 유희를 다독이듯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충분히 해 줬어.”

그 사이에 창들이 매섭게 떨어졌다.

화개.

화아아아악!

주홍빛의 불기둥이 떨어지는 창들을 집어삼키며 하늘로 치솟았다.

이내 유희의 옷깃을 끌어 잡았다.

“어서 가!”

두 눈을 마주친 유희가 고개를 끄덕이며 뒤로 물러섰다.

한편 라에프는 끝까지 추격해 오는 불기둥을 검으로 튕겨 내려고 시도했다.

화아악!

그러나 불기둥이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크게 불타올랐다.

“어림도 없지.”

신좌 헬리오스의 힘이 깃들어 있는 불꽃은 그에 준하는 상성의 힘이 맞부딪치는 게 아닌 이상 튕겨 내기 어려웠다.

화아악! 화악!

이를 모르는 라에프는 당황한 기색이 가득했다.

그러나 계속해서 요리조리 피하니 공격이 맞질 않았다

‘하나 더.’

또 하나의 불기둥을 소환해 그를 추격한다.

앞뒤로 불기둥이 들이닥치자 라에프는 땅으로 내려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성벽 앞으로 이동했다.

‘잡았다!’

뒤로 갈 곳은 없고 위로 날아올라도 반응이 늦는다.

그렇다고 정면 돌파하자니 사정권 안에 있었다.

‘어떻게 할 거냐.’

그때 발밑으로 빛으로 만들어진 사각 마법진이 생겨났다.

회귀 전에 그와 오랜 전투를 하며 마법진 색깔과 문양만 봐도 어떤 마법을 구사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역시 순간이동인가.’

나는 씨익 웃으며 기다렸다는 듯 불기둥 하나를 없애고 등가교환을 시전했다.

쩌저적-

순간이동 마법진에 금이 가자, 원자 단위로 조각나던 몸이 원래대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그리고.

“……!?”

화아아악- 콰앙!

미처 피하지 못하고 화개를 정면으로 맞았다.

그러나 한 방으로 녀석을 정리할 수 있을 거라 여겼으면 그리 인상이 찌푸려지진 않았을 것이다.

우웅, 우웅!

모습을 드러낸 녀석의 등에 빛의 십자가가 등장했다.

빛으로 물들어 있던 십자가는 곧 어둠의 기운에 감싸이며 죽음을 뜻하는 해골들이 나타나 십자가를 끌어안았다.

“이제야 쓰셨구만.”

신좌와 필적할 정도의 고유 능력.

타락의 부활.

몇 초간 무적상태가 되는 사기적인 힘이었다.

무엇보다 저 능력이 골치 아픈 점은 쿨타임이 짧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방법이 없는 건 아니지.’

이전이었다면 고전했을지 몰라도 지금은 그때와는 다르다.

신발의 날개가 빛이 서려 있는 것을 보곤 허리를 굽혀 앞으로 빠르게 나아갔다.

[날개 달린 목동의 신발 조건부 효과의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효과 ‘효과 증폭’이 발동합니다!]

[효과: 이동 방해 면역, 이동속도 600%증가, 민첩x6]

츠즈즈즛!

신발의 효과가 발동한 순간 발밑에 고요한 기폭이 일어났다.

달리는 속도가 한계치를 뛰어넘으니 오히려 시야에 환경이 빠르게 지나치기보단 멈춰 있는 사진을 보는 듯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라에프 앞에 당도해 있었다.

“……!?”

크게 놀란 라에프가 반사적으로 검을 든 양손을 움직였지만 그 이전에 음속을 넘어선 속도가 만들어 낸 돌풍이 그를 덮쳤다.

파아아아아앙!

여파로 견고하던 성벽이 부서지고 라에프는 밖으로 튕겨져 나갔다.

“쯧쯧. 그거 하나 버티질 못해선.”

풍압이 발생할 것은 알고 있었지만 녀석이 날아갈 것이란 생각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원래 실행하려던 계획과는 다른 결과가 나와 버렸다.

“뭐, 상관없나.”

날아갔으면 쫓아가면 그만이었다.

타앙!

발을 디딘 지면에 커다란 크레이터를 발생시키며 메마른 땅에 내동댕이쳐진 라에프 앞으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풍압에 날아가지 않도록 공중제비를 하며 착지했다.

퍼엉!

“끄억!”

녀석의 얼굴을 짓밟은 채로 아이템 하나를 꺼내 들었다.

“네놈……! 내가 누군 줄 알고…….”

쾅!

다시 한번 발로 얼굴을 내리찍었다.

“시건방진!”

쾅!

“……이 몸은 대천사이자.”

쾅! 쾅! 쾅!

“……그, 그만!”

쾅!

“끄억……!”

반격할 틈을 주지 않은 채로 나지막이 말했다.

“절대영역.”

100미터 이내로 소유자를 제외한 모든 이들의 마법이 무효화되며 신체 능력을 절반으로 떨어뜨리는 힘을 가진 올체크메이트.

회귀 전에도 가지고 있던 물건이지만 그때는 횟수가 전부 소진되어서 녀석을 상대로 사용할 수가 없었다.

하나, 지금은 미리 대비를 해 두었기 때문에 남아 있는 횟수는 차고 넘쳤다.

사악-

라에프는 자신의 피를 재물 삼아 마법진 형성 없이 순간이동을 시도했다.

하지만 입자로 흩어지던 몸은 다시 원상태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그의 낯빛이 삽시간에 어두워진다.

“왜 또 도망쳐 보시지?”

“네놈……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쿠구구구!

마법으로 도망치는 것이 안 되니 이젠 무력으로 빠져나가려고 했다.

스르륵! 스르륵!

그런데 마침 어둠의 끈이 녀석의 손과 발을 옭아맸다. 인기척을 느낀 나는 뒤를 돌아보았다.

“캬하아앙!”

“다칼!”

‘지원군도 도착했으니 슬슬 마무리를 지어 볼까.’

타락의 부활은 마법의 일종.

지금 녀석을 흔적도 없이 태운다면 다신 부활을 하지 못하리라.

염옥.

화르륵!

머리 위로 태양 하나를 소환하자, 라에프는 어떻게든 빠져나가보려고 발악을 해 댔다.

“으아아아!”

파슥!

그 순간 어둠의 끈 두 개가 풀어지며 녀석의 손이 자유로워졌다.

‘그렇게는 안 되지.’

홀리크로스.

씨이잉!

“으아악!”

잠시 손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견제 공격을 날린 후 다크웨스트림을 시전해 그와 멀리 떨어졌다.

가까이 붙은 채로 염옥을 사용한다면 같이 휘말리게 될 터.

다칼이 녀석을 계속해서 붙잡고 있는 동안 나는 준비해 둔 공격을 날려 보냈다.

다크포스.

녀석이 절대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주변을 완벽히 차단한다.

그 틈에 자그만 태양이 녀석에게 당도했다.

“으으으윽! 이 까짓것!”

그리 말한 것치고는 그가 감당해 내기 버거워 보였다.

그때, 녀석의 몸에서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는 신성력이 대량으로 뿜어져 나왔다.

“어?”

이내 라에프의 모습이 변하고 있었다.

머리에는 검정색과 하얀색이 섞인 뿔이 자라났으며 화려하던 두 쌍의 날개는 헌것처럼 여기저기에 작고 큰 구멍이 생겨났다.

그리고 피부는 반이 하얗고 반이 검게 변질했다.

‘저건…….’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모습에 넋을 놓고 지켜보던 나는 메시지를 보곤 확신했다.

[라에프가 족종을 초월하였습니다!]

‘초월종!’

회귀 전에 상대했던 라에프는 초월종이 되지 못했건만, 눈앞에 그는 기어코 종족을 넘어섰다.

‘기세가 달라졌어.’

스겅-!

두 눈을 놀라게 하는 장면이 펼쳐졌다.

가른다고 해서 가를 수 있는 것이 아닌 염옥이 두 쪽이 나 버린 것이다.

그리고 어느새 라에프가 코앞에 이르러 있었다.

스걱!

“……!?”

보이지 않았다.

반응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빠른 검격이 지나쳤다.

그리고 분명 보호막을 두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오른팔이 달아나 있었다.

“준석!”

다칼이 다급히 부른다.

나는 서둘러 뒤로 물러서곤 등가교환으로 재빠르게 팔을 회복시켰다. 그리고 떨어져나간 오른팔에 있던 마검을 회수했다.

이내 머리 위로 싸한 느낌이 들어 몸을 비틀었다.

스아악!

라에프의 연이은 일격이 날아들었다.

‘하마터면 몸이 두 쪽 날 뻔했어.’

콰아앙!

다칼이 틈에 끼어들어 라에프를 견제했다.

-준석, 정신 차려라! 아까와는 완전 다른 놈이 됐다!

가슴에 흘러내리는 피를 보며 대답했다.

“나도 알고 있어.”

하필 지금 초월종이 되다니, 골치 아픈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럼, 나도 전력을 다하는 수밖에 없겠군.’

그리고 시간을 오래 끌수록 불리해지는 것은 이쪽이었다.

어둠의 반지를 만지작거리며 스킬을 발동했다.

[다크소울(Lv8)을 사용하였습니다.]

[영혼들의 힘을 흡수하여 모든 능력치가 놀라울 정도로 상승합니다!]

[다크소울 스킬이 시전되는 동안에만 상승한 능력치가 유지됩니다.]

[영혼들이 가지고 있던 일부 스킬들을 획득합니다!]

[소드 마스터(Lv20)을 배웠습니다.]

[축복의오라(Lv29)를 배웠습니다.]

[약점포인트(Lv31)을 배웠습니다.]

[다크소울 스킬이 시전되는 동안에만 획득한 스킬들을 사용이 가능합니다.]

[다크소울 레벨이 올랐습니다!]

다크소울을 시전하자마자 임시로 세 개의 스킬이 지급되고 능력치가 몰라보게 상승했다.

자세한 수치를 보지는 않았지만 보이지 않았던 라에프의 움직임이 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민첩이 올랐다는 것을 뜻했다.

리치네스, 엘리렌스.

마나최대량을 늘리고 속성 강화와 내성을 증폭시켰다.

“다칼! 시간 좀 끌어 줘!”

“캬앙!”

-알았다!

촤르륵!

등가교환.

이내 빛의 서를 띄우고서 문장을 보며 주문을 외웠다.

“rkosai. tokjs, gorkllwm.”

기존에 사용하던 마법이면 보지도 않고 주문을 외우겠지만 지금 사용하려는 마법은 연습 때만 써 보고 실전에서는 처음 써 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주문을 외우다 말고 옆을 쳐다봤다.

차앙! 창!

다칼에게 엄호를 맡기긴 했지만 라에프가 빈틈을 노려 공격을 해 왔다.

다행히 신체능력이 상승한 덕분에 침착히 대응이 가능했다.

‘다시 집중하자.’

“grsfdr…….”

[탐욕의 반지 효과가 발동합니다!]

[빛의 서에 각인된 ‘레이가이아스’ 마법에 탐욕의 힘을 불어넣습니다.]

레이가이아스는 마나 수치가 1만을 넘어야만 사용할 수 있는 극악의 난이도를 가진 빛마법.

하지만 조건이 까다로운 만큼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법이다.

물론 거대한 에너지도 같이 소모해야겠지만.

잠시 후, 체내에서 마나가 쭉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apon.”

이어 마지막 주문을 읊는 순간.

슈우웅-!

검붉은 하늘에 둥그렇게 생긴 광원이 생겨났다.

이후 빛을 가득 머금은 뇌격이 점점 줄기의 크기를 키워 가며 밑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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