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탑 등반자 196화
196화 교황 선출식 (2)
45표 중에 25표.
알베스토를 비롯해 그의 추종자들이 내게 표를 몰아주며 과반수를 넘길 수 있었다.
“후아~.”
공개되기 직전부터 표를 많이 받을 것이란 예상은 했지만 다른 한편으론 기권자가 속출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끝까지 긴장감의 끈을 놓지 않았는데. 만족스러운 결과가 나와 정말로 다행이었다.
‘이번에 교황이 될 기회를 놓쳤으면 모든 계획이 늦춰졌겠지.’
“축하하네.”
알베스토가 먼저 다가와 악수를 청해 왔다.
나는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았다.
“감사합니다.”
“축하해요.”
경쟁자였던 엘리자 역시 진심 어린 축하를 건넸다.
그러나 모두가 결과를 인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무효야! 무효라고!”
내가 교황이 되는 것에 반대 의사를 표했던 아렌이 이번에는 투표결과를 부정하고 있었다.
“저자가 무슨 수를 쓴 게 틀림없어!”
아렌은 내게 삿대질을 하며 화를 냈다.
하지만 그의 주장에 아무도 옹호하지 않았다.
되레 사람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아렌 추기경, 아무리 그래도 투표를 부정하다니. 그리고 이곳이 어디인지 잊었는가?”
같은 편에 섰던 추기경이 그에게 쓴소리를 뱉었다.
“거룩한 방에서 누군가를 음해하는 것도 모자라 신성한 선출식의 결과를 부정하다니. 이는 자신에게 침을 뱉은 것만이 아니라 교단을 부정하는 것과도 같네.”
아렌은 다른 추기경의 말은 들은 체도 하지 않았다.
그저 계속해서 다시 투표해야 된다고 억지를 부렸다.
결국 같은 편에 섰던 자들이 나서서 직접 그를 끌어냈다.
“쯧쯧쯧. 어쩌다 저렇게 됐는지.”
이를 지켜보던 알베스토가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처음 교단에 들어왔을 때는 그리 신실했던 자가 어느 순간 자기 욕심에 눈이 멀어 가지고.”
“주어진 위치에 따라 사람은 변하는 법입니다.”
내 생각을 나직이 내뱉자, 알베스토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처음부터 끝까지 신념을 지키는 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애초에 그리 사람이 완벽했다면 신을 따르지도 않았겠지. 불안정한 존재이기에 비로소 종교가 필요한 것 아니겠나?”
“예. 그런데 왜 저를 뽑았습니까?”
그가 나를 뽑을 확률은 반반이었다.
만일 자신이 교황이 되고자 했다면 내가 투표에서 이길 일은 없었을 것이다.
잠깐 생각에 잠긴 듯 허공을 응시하던 알베스토가 입을 열었다.
“그저 최선의 선택을 했을 뿐이네.”
“최선의 선택…….”
“현재 에펠 왕국은 위험에 처해 있지. 이때 내가 욕심을 내어 교황 자리에 앉는다고 해도 크게 바뀔 것이 없다고 판단했지. 지금 교단에 필요한 것은 굳건하고 강한 자이네.”
“그래서 절 뽑았단 말입니까?”
“그대는 교단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변화를 불러오지 않았는가.”
“으음.”
“그리고 난 아네제 님의 선택을 믿네.”
내가 이단심판관이었다는 것은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아네제 님과 가까운 사이였습니까?”
“가깝다고는 볼 수 없지만 존경하던 분이었지. 항상 백성들의 안위만을 생각하는 그런 분이셨네. 그저 너무 빨리 떠나서 안타까울 뿐이지.”
나는 아네제와 잠깐 대화를 섞은 것이 전부이기 때문에 그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와 대화를 하는 것도 잠시.
“준석 주교는 이리로 올라와 주십시오.”
어느 추기경의 안내로 역삼각형 표식이 그려진 단상 앞으로 이동했다.
“그럼, 약식으로 선포식을 진행하겠습니다.”
선포식은 사람들 앞에서 내가 교황이 되었음을 알리는 자리였다.
하지만 지금은 추기경들밖에 없기 때문에 약식으로 진행하려는 것이었다.
나는 약식 진행마저도 생략하고 싶었으나, 이곳에는 등반자들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만히 서서 의식을 치렀다.
추기경이 정해진 구절을 읊기 시작한다.
약식이라고 했으나 의식을 치르는데 꽤 오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이제 슬슬 끝냈으면 하는 마음이 들 때쯤.
“……에페르교는 새 교황을 맞이했음을 이 자리를 빌려 선포합니다!”
드디어 연설이 끝이 났다.
끝나자마자 앞에 서 있던 추기경들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교황 성하를 뵙습니다!”
“교황 성하를 뵙습니다……!”
방금 전까지 주교였던 내게 그들은 예우를 다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만 일어나십시오.”
말을 하니 즉각 반응을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왜 사람들이 권력을 가지려고 하는지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에페르교의 선출식과 교황 선포식을 무사히 치렀습니다!]
[에페르교의 정식 교황이 되었습니다!]
[대단한 업적을 세웁니다!]
[등반자들 중에 최초로 최단기간 안에 교황이 되었습니다!]
[미션 기여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칩니다.]
[49층 클리어 조건이 충족됩니다.]
[50층 클리어 조건이 충족됩니다.]
[51층 클리어 조건이 충족됩니다.]
…….
…….
…….
[55층 클리어 조건이 충족됩니다.]
[다층의 조건을 한 번에 충족하였습니다.]
[이명의 격이 대폭 오릅니다.]
[미션 기여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칩니다.]
[메인 미션 누적 기여도 순위가 변동되었습니다.]
[변동된 메인 미션 누적 기여도 순위가 공개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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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5층]
1위) 비공개 – 55층, 200,850점
2위) 천공을 뚫은 자 – 55층, 125,400점
3위) 고귀한 섬멸자 – 55층, 110,994점
4위) 그늘 속에 묻혀 버린 칼잡이 – 55층, 100,019점
5위) 비공개 – 55층, 100,000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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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위) 노력에 찌든 자 – 55층, 45,772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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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미션 누적 기여도에서 1위를 차지하였습니다!]
단숨에 55층까지 클리어된 것도 모자라 메인 미션 누적 기여도 1위를 탈환했다.
그것도 2위와 무려 7만 점이라는 크나큰 차이를 보였다.
‘이거 어지간해서는 깨질 일이 없겠는데?’
새로운 업적을 세웠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으나 아주 잠시였다.
어차피 탑에 기록되는 순위는 꼭대기 층을 클리어하고 나면 전혀 필요가 없었다.
순위가 밥을 먹여 줄 것도 아니고 끝내 지구로 돌아가면 잊힐 기록이다.
여태껏 내가 그토록 순위에 신경 썼던 것도 다름 아닌 보상 때문.
충분하게 보상을 챙겨야 내가 강해질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내 보상과 관련된 메시지에 눈길이 간다.
[누락된 보상이 있습니다.]
[누락된 보상을 지금 당장 지급받으시겠습니까?]
“보상을 하나로 묶어 줘.”
[누락된 보상을 하나로 묶습니다.]
[통합 보상이 지급됩니다.]
[탐욕의 반지가 지급되었습니다.]
카오스 스트림을 얻었을 때처럼 처음 보는 물건이었다.
반지에는 물음표가 새겨져 있는 보라색 보석이 박혀 있었다.
들여다보고 있으니 물음표가 곧 느낌표로 바뀌었다.
‘대체 뭐지?’
정보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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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속) 탐욕의 반지
효과: 사용자가 원하는 스킬 한 개에 탐욕의 힘을 불어넣어 완전히 초월적인 형태로 변화시킬 수 있었다.
영구 습득: 정신력+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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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적인 형태라…….’
대체 어떤 식으로 변화한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누락된 보상을 하나로 묶어서 받은 보상인 만큼 분명 쓸모 있는 힘을 지니고 있을 것이다.
또한 영구 습득으로 정신력이 200이나 상승했다.
안 그래도 정신력은 다른 능력치에 비해 한참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잘되었다.
“저어, 교황 성하……?”
그런데 내가 한참을 침묵하고 있으니 선포식을 진행했던 추기경이 나서서 눈치를 주고 있었다.
잠깐 아이템에 정신이 팔려 눈앞에 추기경들이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크흠.”
탐욕의 반지를 남은 손가락에 낀 후 정면을 내다봤다.
“우선은 저를 뽑아 주신 분들께 감사하단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제가 마음에 안 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아렌을 끌어낸 이들의 낯빛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지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습니다. 애초에 모두를 만족시킬 생각도 없고요.”
나는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만일 여전히 내가 교황 자리에 앉은 것이 큰 불만이고 그런 불만을 나중에 토해 낼 생각이라면 지금 이 자리에서 하십시오.”
괜한 소란이 일어나는 것은 사절이다.
특히나 전쟁을 앞두고 있는 시기엔 더더욱 말이다.
그래서 밑밥을 깔았으나 아무도 불만을 드러내지 않았다.
“정말로 없습니까?”
“저…….”
그때 아렌과 뜻을 함께 했던 추기경이 입을 열었다.
무슨 말을 할까 지켜보는데.
“혹시 제가 교황 성하께 무례를 저지른 것이 있다면 사과드립니다.”
불만을 얘기할 줄 알았던 그는 되레 사과를 해 오고 있었다.
“저도!”
이어서 다른 이들도 내게 사과를 하기 바빴다.
그들이 진심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저들의 행태를 보았을 때, 아렌에게 붙었던 이유가 그저 권력 때문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손을 뻗어 그들을 조용히시킨 후 얘기했다.
“지나간 일은 잊겠습니다.”
“하아~.”
“후~.”
안도의 한숨들이 터져 나온다.
“그러나.”
내 한 마디에 다시 긴장한 얼굴이 되었다.
“만일 큰 전쟁을 앞두고서 제 욕심 때문에 교단에 해가 되는 짓을 한다면. 그땐 그 누가 됐을지라도 규율에 따라 엄히 처벌할 것입니다.”
강한 어조로 경고하자 몇몇 추기경들이 몸을 움츠렸다.
“얘기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단상에서 내려오자, 선포식을 진행했던 추기경이 다가왔다.
“교황 성하, 수행원이 붙기 전까지는 제가 곁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
“저야 감사하죠. 그런데 이름이 뭐라고 했죠?”
“라일 코웨이입니다.”
“라일 추기경, 앞으로 잘 부탁합니다.”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이미 교황을 해 본 적이 있기 때문에 큰 도움은 필요 없었지만 일손이 없는 것보단 하나쯤 있는 게 나았다.
나는 라일의 안내를 받아 곧장 교황실로 이동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 빛의 서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지만 교황이 되고 난 뒤에 기본 인계 절차라는 것이 있다.
정해진 시일 내에 인계 절차를 무사히 받지 않으면 교황으로 선포됐다고 해도 자리에서 내려와야만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귀찮지만 꼭 해야만 했다.
“여깁니다.”
끼이익-
교황실 안으로 출입하자, 그동안 일 처리되지 않은 문건들이 책상에 한가득 쌓여 있었다.
‘저걸 다 처리하려면 며칠로는 안 되겠는데?’
다행인 점은 저 문건들을 전부 처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지금부터 인계받으셔야 할 사항들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예.”
라일이 차근차근 설명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한데 어질러진 책상 위에 놓인 어떤 물건을 보고선 더 이상 그의 설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