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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194화 (194/230)

회귀한 탑 등반자 194화

194화 대전쟁 (6)

누적된 보상을 지급받자 다섯 개의 아이템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눈에 봐도 매우 강한 신성력을 머금고 있는 대천사의 눈물이었다.

정보창을 당장에 확인해 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먼저 해결해야 될 문제가 있었다.

[고유 미션이 주어집니다.]

[일시적으로 악마 군단이 쳐들어오지 못하게 막았지만 이미 왕성에 들어온 적들이 존재합니다.]

[내부에 들어온 적들을 정리하고 사태를 진정시킵시오.]

[시간제한은 없습니다.]

아직 상황이 종료된 것이 아니었다.

새로운 미션도 중요하지만 우선적으로 성역을 유지해야 했다.

성검 덕분에 신성력이 대폭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회복력도 몰라보게 빨라졌다.

하지만 성역을 시전한 범위가 워낙 광대한 수준이라 신성력이 소모되는 속도를 회복력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조심하지 않으면 성역이 풀려 버릴 거야.’

파아아앙!

저 멀리 폭발음이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검은 연기가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파앙! 파아앙!

다른 곳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귀를 기울이니 사람들의 비명 소리도 같이 섞여서 들려온다.

아무래도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

유희는 성검을 손에 꼭 쥔 채로 지붕 위를 달렸다.

탓!

있는 힘껏 도약한 그녀는 시야에 들어온 적들을 향해 심판을 내렸다.

곧 하늘에서 섬광의 비가 쏟아져 내린다.

“크하아아!”

“크히익! 키히!”

한 곳에 모여 있던 악마들이 아무런 반항도 해 보지 못한 채 소멸해 버렸다.

길목 한가운데 착지한 유희는 빠르게 주변을 살폈다.

“으으…….”

“흑, 흐흑…….”

근방에 있던 악마들을 모두 처리했지만 이를 모르는 사람들이 몸을 움츠린 채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이제는 괜찮다고 입을 떼려는 순간.

또다시 몰려오는 악한 기운들을 느끼고 인상을 찌푸렸다.

성검에서 뻗어 나온 빛의 물결이 이전에는 감지를 하지 못했던 악마들의 존재를 인지시켜 주고 있었다.

“흐읍.”

한번 숨을 크게 들이쉬고 목소리를 냈다.

“모두들 교회로 대피하세요!”

현재 상황에서는 집으로 피신하는 것보다 교회로 가 있는 것이 안전했다.

교회에는 기본적으로 주교급 한 명이 배치되고 있고, 비상사태가 벌어질 경우 교단에서는 각 교회에 성기사들을 파견하게 되어 있다.

이내 하나둘씩 고개를 들었다.

“어, 성녀님이다!”

누군가의 외침에 전혀 반응이 없던 사람들마저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정말 성녀님이야!”

“우린 살았어! 성녀님! 저희를 좀 도와주십시오!”

유희는 사람들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입을 열었다.

“여기 있으면 위험합니다! 그러니 모두들 근처 교회로 대피하세요!”

그러나 사람들은 성녀가 있다는 사실에 안심한 것인지 그녀의 말을 들어먹질 않았다.

“하~.”

‘어쩔 수 없겠어.’

“곧 있으면 이곳으로 악마들이 몰려올 겁니다!”

일부로 겁을 주고 싶지 않았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을 것 같았다.

다행히 악마라는 단어를 들은 사람들이 교회 쪽으로 도망을 쳤다.

하나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성녀님! 발이 안 떨어집니다!”

“어떻게…… 몸에 힘이 들어가질 않아!”

여전히 두려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일부 사람들이 몸을 제 뜻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부상을 당한 사람들 또한 제대로 대피를 하지 못하는 중이었다.

유희는 그들을 향해 기적의 노래를 사용했다.

기적의 노래는 일정 범위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복돋아 주고 상처를 치유하는 신성 마법이었다.

기적을 경험한 사람들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멍 때리지 말고 빨리 움직여요!”

유희가 다그치듯 소리치자 사람들이 서둘러 움직인다.

“후우~.”

사람들이 물러난 것을 확인하곤, 시계탑이 서 있는 방향을 쳐다봤다.

아까 전에 감지했던 악마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한데 만만치 않은 숫자였다.

‘최소 오백은 넘겠어.’

벌써부터 쉽지 않을 것이란 예감이 든다.

스아아아아-

그때 코앞에서 검은 소용돌이가 몰아쳤다.

유희는 굳은 얼굴로 그 안에서 걸어 나온 인영을 쳐다봤다.

세 개의 황금 눈을 가진 붉은 피부의 사내가 눈을 감고 숨을 들이켰다.

“흐음~ 냄새가 나는군. 냄새가…… 그대가 말로만 듣던 성녀인가?”

“…….”

그녀는 굳이 대답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슈아아악!

대신에 신성력이 가득 담긴 검기를 날려 보냈다.

차앙!

“예의가 없는 녀석이구나.”

사내는 칼날처럼 버무려진 팔로 검기를 쳐 냈다.

팔에서 피가 흘러내리자, 사내는 그것을 자신의 늘어나는 혀로 핥았다.

“아직 설익었군. 그러나 그 또한 매력이지.”

유희는 변태스러운 표정을 짓는 그를 보며 성검을 집어 던졌다.

그가 여유롭게 손을 내뻗는다.

서걱!

하지만 공격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그의 생각과 달리 성검은 단숨에 팔을 잘라 내버렸다.

유희는 안색이 어두워진 그를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역겨운 입은 그만 나불대고 덤비지그래.”

“크으윽……! 당장 저년을 죽여라!”

사내의 말에 뒤에 서 있던 악마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악마들에게 명령을 내린 사내, 아니 상급 악마 데블린도 그녀를 향해 무기를 꺼내 들었다.

* * *

나는 황금 장막으로 둘러싸인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무리 봐도 유희가 가진 성역 스킬이었다.

어떻게 저런 거대한 크기의 장막을 만들어 낼 수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장막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신성력을 소모해야 될 것이다.

나조차도 이렇게 큰 보호 장막을 만들어 내려면 상당수의 마나를 쏟아부어야 한다.

‘유희가 생각 없이 썼을 리는 없고, 성검이라도 얻은 건가.’

그러할 가능성이 높았다.

성검은 신성력을 대폭 증폭시켜 주는 무기이다.

만일 성검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장막은 사라져 버릴 것이다.

‘현재로썬 유희가 성검을 가지고 있길 바랄 수밖에 없어.’

만일 없다면 성검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줄 생각이었다.

그럼 대략 한 달은 버틸 수 있으리라.

‘우선 유희부터 찾아야겠군.’

이미 왕성 내부로 기어 들어온 악마들과 여기저기에 소환된 마물들을 처리해야 했지만 그 전에 장막을 유지하는 것이 먼저였다.

등가교환.

‘저기 있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었다.

펄럭!

목적지까지 타엘의 날개로 이동하며 왕성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파악해 나갔다.

‘개판이 따로 없군.’

도심 속에 마물들이 활개를 치는 중이었다.

거기에 악마들이 합세해 사람들을 학살해 나가고 있었다.

마냥 지켜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우웅!

놈들이 집중되어 있는 곳에 별의 정수를 던져 대신 정리를 시켰다.

그리고 서쪽 거리에 잠깐 들려 목걸이를 사용했다.

[황혼의 죽음 목걸이의 ‘저물지 않은 황혼’ 효과가 발동합니다.]

그어어어!

죽어 있던 마물의 시체들이 되살아나 악마들을 상대한다.

다크웨스트림.

다시 공중으로 이동해 유희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미 싸우고 있는 중이네.’

유희는 수백 명의 악마와 혈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그런데 다수를 상대하면서도 전혀 밀리지 않고 있었다.

‘꽤 강한 놈도 섞여 있어. 다행히 성검도 가지고 있고.’

더 이상 장막이 사라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됐다.

‘그럼.’

딱히 도움이 필요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나는 공중지원을 하기 위해 지팡이 끝으로 마나를 끌어모았다.

파지짓! 파지지직!

일렉트릭 자이언트.

[7951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755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10005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9804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

…….

…….

수십 개가 넘는 거인 발이 악마들을 무참히 짓밟았다.

이내 워볼의 적힌 수치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칭호 ‘악마를 두려움에 떨게 만든 자’가 발동합니다!]

[두려움에 떤 악마들의 능력치가 일시적으로 크게 저하됩니다.]

[두려움에 떤 악마들의 몸이 경직됩니다.]

새로 얻은 칭호의 효과가 발동하며 악마들을 사냥하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밥상이 깔렸는데,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전부 죽을 때까지 자이언트 폭격을 지속했다.

[당신에게 두려움을 느낀 악마들이 도망을 치기 시작합니다.]

“어딜!”

나는 도망치는 놈들마저 정리를 끝내고 유희에게 다가갔다.

“꽤 화려한 짓을 벌여 놨던데.”

손가락으로 하늘을 가리키자, 유희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왜 마음에 들어?”

“아주 마음에 들어.”

잠시, 서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쳐다보기만 했다.

“김유희.”

“어?”

“앞으로 더 힘들어질 거야.”

“알아. 나도 이젠 탑이 어떤 곳인지 감이 오거든.”

이전하고는 달랐다.

저층부에서의 유희는 내가 챙겨줘야 할 존재였지만 지금은 든든한 나의 동료이자 친구였다.

“넌 네가 할 일을 해. 난 내가 할 일을 할 테니.”

“뭐야. 원래 그러고 있던 거 아니었어?”

“맞아.”

“실없긴.”

“아, 그리고 잔챙이 녀석들 처리가 끝나고 여유가 생기면 아폴리네 공원으로 가봐.”

“아폴리네 공원? 거긴 왜.”

“너한테 도움이 되는 게 있을 거야.”

아폴리네 공원은 오직 교황과 성녀만 출입할 수 있는 장소이다.

그곳엔 신신수라 불리는 열매가 존재하는데 바닥난 신성력을 단번에 회복시켜 주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다만 신신수는 십 년에 하나씩 밖에 생기지 않아 그 수가 매우 한정되어 있었다.

그래서 먹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고 해도 한 명당 한 개씩만 먹을 수 있었다.

“알았어. 나중에 한번 가 볼게.”

쾅! 콰아앙!

우리는 동시에 폭발음에 반응했다.

여전히 정리가 되지 않은 녀석들이 왕성에 날뛰고 있었다.

나는 서둘러 공중에 떠올랐다.

“그럼 나중에 보자고.”

유희가 고개를 끄덕인다.

“내가 이쪽으로 갈게.”

“그래.”

유희의 뒷모습을 잠깐 지켜보던 나는 고개를 돌려 반대편으로 날아갔다.

* * *

에펠 왕국에 한바탕 소란이 일어난 직후.

열흘이 흘렀다.

그동안에 참 많은 일이 있었다.

교단에 숨어 있던 악령 계약자들을 전부 소탕되며 정화 작업은 성공했지만 하루아침에 교단이 가지고 있던 전력의 사분의 일이 사라져 버렸다.

그로 인해 교단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였다.

현재 인원으로 시스템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탓에 모든 업무가 마비되어 버린 것이다.

교회는 어쩔 수 없이 수습들을 서둘러 사제로 올리고 그 위에 있는 직급들 또한 빠르게 진급을 시켰다.

그리고 왕성 곳곳에 소환됐던 마물들은 거의 다 정리됐으나.

마물을 소환하는 악령 계약자들이 지속적으로 나타나 문제가 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에페르 보호 아래에 있던 에펠 왕국이 위기에 처해 있었다.

유희가 형성한 장막 덕분에 악마 군단이 쳐들어오는 것을 막아 냈지만 그들은 물러나지 않은 채 계속해서 숫자를 늘리고 있는 중이었다.

대략 파악한 숫자만 해도 수십만은 되었다.

온 백성들이 나서서 싸운다고 해도 이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을 정도의 대군이다.

그런 대군에 맞서기 위해서는 좋은 묘안이 필요했다.

한데 그보다 앞서서.

“준석 주교! 말씀해 보세요. 지금 이 안건이 타당하다고 봅니까? 스스로 추기경 자리에 오르길 원하다니. 아무리 대단한 활약을 했다지만 이것은 너무 과한 욕심을 부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일단 눈앞에 있는 일부터 해결해야 할 듯싶다.

추기경급들이 모두 모인 회의실.

지금 회의의 목적은 내가 추기경이 될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 토론하기 위해 모인 것이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안건에 반대한 추기경을 쳐다봤다.

“다 말씀하셨으면 제가 한마디 해도 되겠습니까?”

“어디 한번 말해 보십시오.”

나는 다른 추기경들을 한 번씩 둘러보곤 말을 이었다.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제가 언제 추기경이 된다고 했습니까?”

“그게 무슨……?”

“추기경이 아니라 교황 자리에 앉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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