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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191화 (191/230)

회귀한 탑 등반자 191화

191화 대전쟁 (3)

그녀의 옆에는 일행이 있었는데.

일행의 얼굴을 확인한 오진하는 뜻밖의 인물에 당황했다.

‘부기사단장 라오그 경?’

그는 한때 악령 계약자들이 있던 곳에 소속되어 있던 자였다.

최근에 소속된 곳에서 나왔다는 얘기를 듣긴 했지만 여전히 어떤 속내를 가지고 있을지 모르는 인간이다.

“오진하 씨! 오랜만에 보네요.”

유희가 반갑게 인사하자, 경계의 눈빛을 띠던 오진하는 표정을 풀고서 왼쪽 가슴에 손을 올려 예를 취했다.

“성녀님을 뵙습니다.”

유희는 뾰로통한 얼굴로 팔짱을 끼었다.

“저는 오진하 씨랑 친하다고 생각했는데, 제 착각이었나 봐요.”

“예? 아니, 그게 아니라…….”

오진하가 라오그를 바라보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자 유희는 살며시 입꼬리를 올리며 오진하의 왼팔을 툭 쳤다.

“장난이에요! 장난. 뭘 진짜로 당황하고 그래요. 그래도 호칭은 이름으로 불러 주셨으면 좋겠어요.”

유희는 여전히 성녀라는 호칭이 낯간지럽기만 했다.

“원하신다면 그리하겠습니다.”

“정말로 이러기예요?”

“음…….”

오진하가 라오그의 시선을 신경쓴다는 걸 눈치챈 유희는 그에게 뒤로 물러나 있으라고 명령했다.

“이제 됐나요? 말 편하게 하세요.”

오진하는 멀리 떨어진 라오그를 힐끗 보더니 유희와 거리를 좁히곤 말을 이었다.

“유희 씨, 대체 왜 저런 놈과 같이 다니는 겁니까? 뒤에서 무슨 꿍꿍이를 벌일지 모르는 자입니다.”

“꿍꿍이요?”

“예! 악령 계약자들과 같이 있던 자입니다. 그건 유희 씨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네. 알죠. 하지만 최근에 라오그 경은 그곳을 나왔어요. 물론 완전히 신뢰하는 건 아니에요. 얻을 게 있으니 곁에 둘 뿐이죠.”

“그리 말한다면 딱히 할 말은 없지만…… 언제 등에 칼을 꽂을지 모르는 인간입니다. 조심하세요.”

“충고 새겨들을게요. 그보다 교회에 무슨 일 있나요?”

“네?”

“아니. 이유도 말 안 해 주고 절 호출하더라고요. 계속 물어봐도 급한 일이라고만 할 뿐이고.”

“아!”

라오그에게 관심을 쏠려서 깜박 잊고 있었다.

“그거, 제가 호출해 달라고 부탁한 겁니다.”

“진하 씨가요?”

“네. 도움을 청할 일이 좀 있거든요.”

“말만 해요. 제가 도울 일이 있다면 뭐든 도울게요.”

오진하는 현재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간략하게 설명을 이어 나갔다.

유희는 휘둥그레진 눈으로 그에게 되물었다.

“그러니까, 지금 당장 그 많은 인원을 잡겠다는 거예요?”

“예.”

“으음…… 아무리 생각해도 위험해요.”

“유희 씨가 도와주기만 하면 충분히 실현 가능합니다.”

“그게 아니라, 이렇게 일을 저질러 버리면 오진하 씨가 난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어요.”

교단에는 규칙이란 게 있다.

유희도 처음에 아무런 집행 권한 없이 악령 계약자들을 처단하는 바람에 징계를 받을 뻔한 적이 있다.

다행히 성녀에게는 면책권이 있지만, 오진하는 평범한 사제에 불과하다.

그런 그가 직접 나서서 행동을 벌인다면 옳은 일을 해 놓고도 무거운 징계를 받을 수도 있었다.

“전 괜찮습니다.”

오진하가 이단심판관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유희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괜찮고 안 괜찮고를 떠나서 징계를 받을지도 모르는 일이라고요! 그러니 정식으로 절차를 밟고 이단심판관들에게 일을 맡기세요.”

유희도 답답한 심정이었다.

증거까지 확보한 상황에서 그들을 곧바로 집행하지 못한다는 것은, 적을 눈앞에 두고 손을 놓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다고 자신이 책임지고 움직이자니 이전에 이미 경고를 받아서 막무가내로 행동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또 일을 저질렀다가는 성녀의 신분은 유지할지 몰라도 교단에서 쫓겨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리되면 미션은 실패로 돌아간다.

“제가 징계를 받을 일은 없을 겁니다.”

오진하가 자신감 있게 대답하자, 유희는 고개를 갸웃했다.

“징계 받을 일이 없다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말 그대로입니다.”

그는 이단심판관이 가지고 있는 배지를 보여 주었다.

원래는 남들에게 보여 줘서는 안 되지만 유희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이건…….”

배지의 존재를 알아본 유희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대체 언제부터……?”

“사제가 된 날, 지급받은 겁니다.”

“그럼, 준석이도?”

“네.”

“으음. 이러면 얘기가 달라지는데.”

골똘히 생각에 잠겼던 유희는 결정을 내린 듯 확고한 눈빛으로 말을 내뱉었다.

“도와줄게요.”

오진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혹시 그녀가 거절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마음속 한편에 하고 있었는데.

수락함으로서 일이 훨씬 수월해졌다.

“근데 조심해야 될 사람이 있어요.”

“조심해야 될 사람?”

“라자 주교를 조심하세요.”

유희는 어렴풋이 그녀가 악령 계약자라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다만 아직 능력이 부족해 확신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지만 그녀가 교단에 숨어 있는 악령 계약자들의 리더일 가능성이 높았다.

“라자 주교…….”

오진하도 라자를 예의주시하는 중이었기 때문에 그녀가 위험한 인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나도 돕겠다.”

그때 멀리 떨어져 있던 라오그가 이쪽을 향해 말했다.

‘설마 엿들은 건가!?’

오진하는 곧바로 할버드를 꺼내 들었다.

“어디까지 엿들은 거지?’

“내가 악령 계약자들과 함께 있어서 믿을 수 없다고 욕했던 시점부터?”

“무슨 속셈이냐!”

“속셈 같은 건 없다. 그대가 말한 대로 난 악령 계약자들이 있던 단체에 속해 있었지. 의심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야. 하지만 만회할 기회를 한 번은 줘야 하지 않겠나?”

라오그가 천천히 이쪽으로 걸어온다.

“라자 주교는 내가 직접 정리하겠다.”

“당신이?”

“못 믿겠다면 어쩔 수 없지만, 최대한 많은 도움이 필요할 텐데? 성녀님이 나선다고 해도 수적으로 불리하면 어떤 변수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지.”

틀린 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가 진심으로 둘의 뒤통수를 칠 생각이었으면 지금 여기서 나서는 게 아니라 몰래 들은 정보를 같은 편에게 전달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악령 계약자들과는 손을 잡지 않은 건가.’

여전히 신뢰할 수 없는 인간이지만 최소한 악령 계약자들 편이 아니라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그럼, 라오그 경은 저와 함께 라자 주교를 잡는 걸로 하죠.”

라오그를 감시하는 목적도 있었지만 본래 꼬리보다는 머리를 잡는 게 최우선적 과제이다.

따각! 따각! 따각!

누군가가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가 풀어 뒀던 사제들 중에 한 명이 다가와 귓속말로 말을 전달했다.

유희가 궁금함에 묻는다.

“무슨 일이죠?”

오진하는 한쪽 어깨에 할버드를 기대며 말했다.

“하나둘씩 모이고 있답니다. 슬슬 움직이시죠.”

그가 먼저 발걸음을 떼자 이어서 유희와 라오그도 검을 뽑아 들었다.

그리고 각자 맡은 일을 수행하기 위해 빠르게 몸을 움직였다.

* * *

쿠와아아앙! 콰아앙!

땅을 뒤흔드는 충격과 굉음이 연이어 터져 나왔다.

화가 잔뜩 나 있는 켈니스가 제대로 폭주하고 있는 중이었다.

타엘의 날개로 하늘로 날아오른 나는 관망하듯 위에서 켈니스를 내려다봤다.

아무리 공격을 퍼부어도 켈니스를 죽일 수 있는 특수한 무기가 없으면 녀석의 목숨을 빼앗기는 어렵다.

그러나 아예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전조현상이 나타난 이후로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 두었다.

여러 가지 대안을 만들어 뒀지만 그중에 확실한 방법은 마법으로 녀석을 봉인시키는 것이다.

물론 봉인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에너지가 필요했고, 기간이 길어질수록 필요한 에너지 역시 늘어난다.

‘내가 가진 마나로도 충분히 유지가 가능하긴 하지만, 그리되면 지속적으로 마나가 빠져나가게 돼.’

언제 어디서 위협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탑에서 전력이 깎여 나간다는 것은 그다지 좋은 수라고 볼 수 없었다.

또한 오래 살려 두면 다른 변수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른 대안을 생각해 두었는데, 확실하지 않은 방법이다.

통할지 안 통할지는 직접 해 봐야만 알 수 있었다.

다만 이 대안을 실행할 경우에 전력 손실을 감수해야만했다.

‘하지만 걸림돌을 곧바로 정리할 수도 있어. 그리만 된다면 처음과 끝을 잇는 자는 매개체를 잃고 이곳에서 끼칠 수 있는 영향력이 줄어들겠지.’

켈니스를 미리 정리할 수만 있다면 여러모로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어 나갈 수 있었다.

이내 굳게 마음을 먹은 나는 프로켈의 인형을 꺼내 들었다.

‘네크로맨서야 다시 찾으면 돼.’

어쩌면 잘된 일일지도 몰랐다.

매번 에이사의 모습으로 변할 때마다 남자로서 자괴감이 들곤 했는데.

이전보다 전력이야 줄어들긴 하겠지만 최근에 히라이스 마도서를 읽으며 힘을 키웠으니 충분히 대체제가 될 것이라 여겼다.

촤아악-

켈니스가 입에서 뿜어낸 회색 독액이 정면으로 날아들었다.

촤악! 촤악!

다른 곳에서도 독액이 날아 들어온다.

어느덧 하늘에는 독액으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저 독액은 절대 닿으면 안 된다.

직접 노출될 시. 급속도로 육체의 세포들이 파괴될 뿐만 아니라 마나 회복을 저지시키고 기생충처럼 마나를 갉아먹기 때문에 매우 치명적이었다.

나는 크게 오른쪽으로 선회해 공격을 피하고 지그재그형으로 비행하며 켈리스에게 접근을 시도했다.

하지만 독액이 워낙 촘촘하게 날아오는 바람에 제대로 접근을 할 수가 없었다.

“쯧.”

금방 별의 정수를 꺼내 독액들이 몸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제지했다.

치익……!

일부 독액이 보호막에 튀자 금세 구멍이 생겨난다.

나는 구멍을 메우고서 마나볼트를 독액 숫자만큼 만들어 냈다.

[마나볼트 레벨이 올랐습니다!]

[행운의 룰렛이 발동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룰렛에서 <2>이 나왔습니다!]

[발동한 스킬 레벨에 <+2>이 일시적으로 적용됩니다!]

…….

…….

[행운의 룰렛 레벨이 올랐습니다!]

구체가 쪼개지고 또 쪼개져 타깃에게 날아간다.

그리고 적과 일정 거리에 닿은 순간 다크웨스트림을 시전해 녀석의 몸통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접근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없었다.

몸통 주위로는 독안개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주륵…….

보호막이 빠르게 녹아내리기 시작한다.

등가교환.

독안개에 견딜 수 있도록 보호막을 강화시키고 곧바로 프로켈의 인형을 녀석의 몸에 터치했다.

[대마물, 켈니스]

[형태 저장이 되었습니다.]

‘됐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독안개가 보호막을 관통하고 체내로 스며들고 있었다.

‘보호막은 멀쩡히 그대로 있는데.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자세히 확인해 보니 회색이었던 독안개가 검게 물들어 있었다.

보호막을 관통하고 지나온 것도, 아무래도 저것과 연관이 있어 보였다.

“크흐억!”

생각보다 빠르게 신체의 반응이 오고 있었다.

육체가 더 약화되기 전에 치유를 해야 했지만 그 대신에 나는 손에 쥐고 있는 인형을 꽉 쥐었다.

형태 변화!

고양이로 변한 적은 있어도 거대한 마물로 변신하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긴장이 된다.

두근!

순간 심장이 멎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잠시 후.

콰지직! 콰드드드!

육체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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