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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190화 (190/230)

회귀한 탑 등반자 190화

190화 대전쟁 (2)

마법진 위로 기괴하게 꺾인 두 팔이 튀어나와 땅을 짚더니 대마물이 다시 고개를 쳐들었다.

“고오오오오오!”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듯 대마물은 한껏 포효를 내질렀다.

콰강! 콰가가가가!

입에서 뿜어져 나온 풍압이 모든 것을 휩쓸었다.

건물들은 모래성이 무너지듯이 부서져 내렸고.

“으아아아!”

“꺄악!”

사람들은 폭풍에 휩쓸려 나가듯 공중에 휘날렸다.

“……!”

풍압은 준석에게도 들이닥쳤다.

윈드퍼드.

휘이이이잉! 탕!

압축된 바람으로 날아든 풍압을 튕겨 내곤 루시펠을 노려본다.

‘새로운 매개체가 생겼다면 잘라 내면 그만이야.’

당장에 루시펠을 죽이면 매개체는 끊어지고 대마물은 다시 모습을 감추리라.

한데 이를 눈치챈 것인지 루시펠은 도망을 치고 있었다.

그의 몸이 먼지가 되어 사라져 가는 것이 보였다.

“어딜!”

등가교환.

공간이동 혹은 순간이동이 불가능한 빛의 채찍을 형성해 녀석을 붙잡은 뒤 다크소드를 시전했다.

동시에 십수 개가 넘는 검의 형상이 주위에 생겨나 루시펠을 향해 날아갔다.

푸푸푹!

“쿠헉……!”

공격을 피하지 못한 루시펠이 피를 토하며 나를 노려본다.

“고작 이 따위 공격으로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은가?”

루시펠 등 뒤로 악령이 나타났다.

악령은 루시펠의 육신을 지배하듯 팔과 다리를 두르고 이내 얼굴을 뒤덮었다.

“크하하하하!”

기세가 변한 루시펠의 눈동자가 루비처럼 붉게 변했다.

파지지짓! 콰강!

이내 붉은 번개가 다각도에서 날아 들어온다.

그러나 준석은 자리를 벗어나지 않은 채로 그저 손을 뻗었다.

[칭호 ’만뢰자’ 효과가 발동합니다!]

다각도에서 날아들던 붉은 번개들이 한곳에 모여 구체로 만들어졌다.

준석은 날아든 공격을 구체 형태로 완벽히 통제하여 루시펠에게 그대로 되돌려줬다.

그리고.

소울브링.

“크읏!”

생각해 보면 악령은 일종의 악마의 영혼이다.

물론 영혼이 온전치 않고 파편에 불과하지만 그 파편을 제거만 해도 충분히 효과가 있었다.

“크아아!”

쿠과가강!

루시펠이 괴로워하는 동안 전기 구체가 날아들어 직격했다.

“으아아아!”

비명을 지르더니 이윽고 의식을 잃은 듯 고개를 밑으로 떨구었다.

“그오오오-.”

하지만 여전히 대마물은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었다.

‘서둘러야겠군.’

준석은 지팡이 끝에 신좌의 힘 일부가 깃든 마법을 시전했다.

화개.

화르륵!

태양처럼 주홍빛을 띤 불기둥이 한 마리의 용처럼 직선으로 쭉 뻗어 나가 루시펠을 뱀처럼 옭아맸다.

“크으윽!”

의식을 잃은 척을 하다가 기습을 하려던 루시펠은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을 감싼 불기둥을 쳐다본다.

“젠장!”

그는 벗어나기 위해서 온갖 발버둥을 쳐 댔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안 돼! 으, 으아아아악!”

절규의 목소리를 내던 그는 결국 자리를 피하지 못한 채 불기둥에 잡아먹혀 잿더미가 되어 버렸다.

대마물을 소환한 놈치고는 허무한 말로였다.

이지 난이도에서 상대했던 놈보다는 그나마 버틴 편이었지만 결국에는 둘 다 비슷한 수준이었다.

준석은 대마물이 있는 곳을 바라봤다.

“응?”

그런데 사라져야 될 대마물은 어느새 전신을 드러내고 있었다.

“갸하아아아!”

기괴하게 꺾인 여덟 개의 다리와 커다란 머리가슴과 복부.

붉게 번뜩이는 수십 여 개의 눈동자.

거미를 닮은 대마물은 이지 때 보았던 놈과는 완전히 다른 녀석이었다.

거미 형태라는 것은 별반 다를 바가 없지만 커다란 덩치나 은연중에 흘러나오는 기운은 매우 위협적이었다.

준석은 시야에 뜬 메시지가 올려다봤다.

[대마물 켈니스가 소환되었습니다!]

[돌발 미션이 발생합니다!]

[정해진 시간 안에 대마물 켈니스를 무력화하고 성내에 떠도는 마물들을 정리하십시오.]

[남은 시간: 10:00:00]

주어진 시간은 10시간 남짓.

하지만 돌발 미션은 수행하지 않아도 그다지 상관없었다.

중요한 것은 돌발 미션 이후에 벌어지는 일들이다.

준석은 나지막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결국은 이렇게 되나.”

대마물 소환을 막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가 나선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준석은 서쪽 광장을 차지하고 있는 켈니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구궁-

이내 하늘이 붉어지기 시작하고 사방에서 들려오는 기괴한 소리를 쫓아 주위를 살폈다.

곧 건물 벽과 바닥에서 붉은 새끼 거미들이 떼거리로 모여들고 있었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숫자가 광장을 뒤덮는다.

그리고 붉어진 하늘은 불길하기 그지없었다.

그때.

[광장에 새로운 영역이 생겨납니다.]

[어느 신좌의 영향력이 강대해집니다.]

[만인에게 사랑을 받는 자가 자신의 영역에 쳐들어온 침입자를 보며 크게 분노합니다.]

어느 신좌.

준석은 그가 누군지 알고 있었다.

모든 악마들의 아버지이자 십멸의 수장.

처음과 끝을 잇는 자라는 이명을 가진 신좌였다.

다만 다른 이명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회귀 전에도 몇 번 메시지를 보내온 것이 전부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처음과 끝을 잇는 자는 만만하게 볼 대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강력한 힘을 지닌 에페르를 밀어내고 에펠 왕국에 종말을 가져왔던 자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대마물이었다.

루시펠이 대마물 소환의 매개체가 되었듯이 대마물은 처음과 끝을 잇는 자의 매개체일 뿐이다.

“그어어어어!”

신좌의 매개체가 된 켈니스는 쉽사리 죽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

강함을 떠나서 특수한 무기로만 죽일 수 있다.

마치 신좌를 신기로만 죽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츠즈즈즈즈-

어느새 새끼 거미들이 가까이 접근해 왔다.

“으으, 누가 좀 살려 주세요!”

“에페르 님이시여. 제발 부디…… 기적을…….”

‘이대로 내버려 두면 새로운 희생자들이 나오겠지.’

당장에 켈니스를 정리할 방법은 없었다.

녀석을 죽일 수 있는 무기는 그가 출입이 불가능한 곳에 존재한다.

무기를 얻으려면 더 층을 올라야만 한다.

‘일단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자.’

켈니스는 정리할 수 없어도 새끼 거미들을 정리하는 것은 가능했다.

어느 정도 희생자가 나오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최대한 피해를 줄일 수는 있었다.

준석은 하늘 높이 지팡이를 쳐들고 체내의 마나를 그 끝에 응집시켰다.

순식간에 거대한 양의 마나가 밖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우우우웅! 우우웅!

소환된 마나가 공기를 무겁게 짓누른다.

츠즈즈-

준석은 코앞까지 다가온 새끼 거미들을 보며 등가교환을 시전했다.

잠시 후.

쿠와아아아아앙!

그를 중심으로 강력한 중력파가 발생했다.

중력파는 반경 수 킬로미터까지 날아가 영향을 주었다.

드드드드!

건물은 불안정하게 흔들렸고 대리석 바닥 또한 들썩였다.

“후우~.”

그의 몸에서 뜨거운 열기가 배출된다.

준석은 찬찬히 주위를 보았다.

기괴한 소리를 내던 새끼 거미들이 중력파에 맞아 전부 압사당한 상태였다.

반면 궁지에 몰렸던 사람들은 아주 멀쩡했다.

“후아~.”

준석은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닦아내며 속이 후련하다는 듯 상쾌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 나지막이 말을 잇는다.

“이제야 좀 깨끗해졌는데, 너는 별로인가 봐?”

“크오오오오오!”

반면 켈니스는 화가 많이 나 보였다.

* * *

“후하아~.”

대교회로 들어선 오진하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일단 준석을 대신해서 오긴 했는데 과연 자신이 해낼 수 있을까?

그는 머릿속으로 자문하고 또 자문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준석은 자신에게 불가능한 일을 시킬 사내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짝!

양손으로 뺨을 때려 정신을 일깨운다.

“아자! 할 수 있다!”

마음속에 있던 염원을 목소리로 내어 말하니 정말로 자신감이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오진하는 당당한 발걸음으로 소집실로 향했다.

덜컹!

문을 열자 소집실에 있던 직원들이 모두 그를 쳐다봤다.

이내 담당자 한 명이 걸어 나왔다.

“사제님, 여긴 무슨 일이십니까?”

오진하는 속으로 긴장하고 있었다.

‘말하는 순간 물릴 수 없어.’

하지만 반드시 해야만 한다.

잠시. 입을 꾹 다물고 있던 그는 단호한 표정과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지금 당장 소집명령을 내려 주십시오.”

“예?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알고 있습니까?”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소집명령을 내리겠다고요?”

소집명령은 계급을 막론하고 모여야 하기에 교단에 있어서는 비상사태 선포나 마찬가지였다.

“예. 다만 부분 소집명령입니다.”

“부분 소집명령이요? 음…… 아무리 그래도 이유도 없이 소집명령을 내리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사유가 무엇인지 말씀해 주세요. 사유가 정당하다고 판단이 들면 사제님이 말씀하신대로 하겠습니다.”

오진하는 아공간에서 서류를 꺼내 들었다.

“이거면 소집할 명분은 충분한 것 같은데.”

그는 교단에 얼마나 많은 악령 계약자들이 있는지 증거를 보여 주었다.

이를 본 담당자는 다급하게 직원들에게 소리쳤다.

“지금 당장 부분 소집명령을 내린다! 서둘러!”

이내 오진하는 명단 리스트도 건넸다.

담당자는 그것을 보고 소집할 이들을 선택했다.

“아. 그리고 성녀님도 호출해 주십시오.”

“예? 설마…… 성녀님께서도 악령과 계약을…….”

“네에? 그럴 리가요. 그저 성녀님의 도움이 조금 필요할 것 같아서요.”

혼자서 소탕하기에는 인원이 많으니 쓸 만한 인력을 끌어다 쓸 생각이었다.

안 그래도 손이 필요해 추가적으로 인력을 부른 상태이다.

소탕할 대상들이 이곳에 오는 동안 그는 밖에 나가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오, 왔네.”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두 명이 얼굴을 드러냈다.

이후 금방 여섯 명이나 되는 인원이 그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그들은 전부 사제의 신분으로서, 준석을 중심으로 모여든 이들이었다.

앞으로 준석이 교단에 세력을 구축하는데 도움이 되어 줄 인재들이라고 볼 수 있었다.

“호출을 받아서 오긴 했는데. 갑자기 무슨 일인 겁니까?”

사제 중에 한 명이 그에게 질문했다.

이어서 옆에 있던 사제가 말한다.

“보니까 밖이 소란스럽던데. 혹시 그것과 관련된 겁니까?”

“자자. 질문은 나중에 하고. 너희들이 해 줄 일이 있어.”

그는 사제들에게 간략히 계획을 설명한 후 탈출로를 봉쇄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보통 실력의 사제라면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오진하가 뽑은 사제들은 하나같이 강한 힘과 뛰어난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도망치려는 악령 계약자들을 잡지는 못할 수 있어도 발을 묶어 둘 실력 정도는 되었다.

“가자!”

계획을 전해 들은 사제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본 오진하는 양손을 비볐다.

“이걸로 탈출로는 봉쇄됐고…….”

그때.

“어?”

그의 눈앞으로 새하얀 드레스를 차려입은 여성이 다가오고 있었다.

‘유희 씨잖아?’

벌써 호출을 받고 온 것일까?

고개를 저었다.

사제들이야 미리 호출을 했기에 빨리 올 수 있었던 것이고.

아무래도 대교회에 볼일이 있어서 찾아온 듯했다.

오진하는 얘기를 전하기 위해 이쪽으로 다가오는 유희에게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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