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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188화 (188/230)

회귀한 탑 등반자 188화

188화 히라이스 마도서

쏴아아아!

“……!?”

책장 속에서 뿜어져 나온 강력한 바람은 내 주변을 휘돌고 있었다.

푸른빛이 섞인 바람에 손을 대자 압축된 마나가 느껴졌다.

‘누구 마나지?’

책에서 나온 마나이니 히라이스의 마나이지 않을까?

사악-

손으로 움켜쥐자 원래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 버린다.

마나 바람에 정신이 팔려 있던 것도 잠시.

“뭐야?”

책을 들여다보자마자 인상이 찌푸려졌다.

글이 빼곡하게 쓰여져 있긴 한데 해석이 되어 있지 않아 읽을 수가 없었다.

난관 하나를 넘었더니 또 하나의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해결 방법이 없지는 않았다.

등가교환.

문자를 해석하는 마법을 사용하자 지렁이 같이 보였던 글이 해석되고 있었다.

다만 문자만 해석한 것치고는 마나 소모가 큰 편이었다.

‘마나가 부족했으면 읽지도 못했겠는데?’

나는 찬찬히 문장을 읽어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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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이 글을 읽는다는 것은 내가 진리를 깨우치는데 실패했다는 뜻이겠지.

만일 성공했다면 책을 남기지 않았을 테니 말이야.

이렇게 기록을 남긴 이유는 간단해.

내 일평생 일구었던 연구성과들이 허망하게 사라질까 봐 기록해 둔 것이지.

그러니 너무 고마워할 필요는 없네.

오히려 내용을 읽어 가며 날 원망하게 될지도 모르지.

잡담은 이쯤 떠들고.

그대가 이 책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내가 정해 둔 마나량을 충족했다는 뜻일 걸세.

진리를 깨우치는 데는 깨달음도 중요하지만 마나량도 상당히 중요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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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나량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밑에는 마나량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 그 이유가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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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우주의 근원을 이해하는 것.

그것을 이해하고 접목시키기 위해서는 만물의 에너지 ‘마나’가 필요하지.

거대한 에너지는 거대한 근원의 힘을 끌어오는 법.

만일 에너지가 없다면 근원의 힘도 끌어오지 못해.

자네가 진리를 깨우치고 근원의 힘을 직접 끌어다가 사용하고 싶다면 한가지 명심하게.

마나량을 늘리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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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페이지에 적힌 내용은 이것으로 끝이었다.

“후우~.”

겨우 몇 분을 들여다본 것이 다인데 이상하리만큼 눈이 뻑뻑해진 느낌이 들었다.

나는 잠깐 쉬었다가 다시 책을 읽기로 결정했다.

그러며 책에 나온 내용을 되새겨보았다.

‘근원의 힘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거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러니 마나량은 필수적으로 늘려야 한다는 건가?’

원리는 대충 이해가 갔다.

다만 마나량이 아무리 많아도 근원의 힘을 어떻게 끌어오는지 알지 못한다면 말짱 도루묵이지 않는가.

“읽다 보면 알게 되겠지.”

이내 다음장을 살폈다.

“응?”

중요한 내용이라도 나올 줄 알았건만.

뜬금없이 히라이스. 그자의 일기가 적혀져 있었다.

하소연 혹은 사소한 하루 일과 같은 것이 적혀 있었기에 대충 넘길 수도 있었지만.

혹시 중간중간에 필요한 내용들이 적혀 있을까 싶어 쭉 읽어 내려갔다.

하지만 수십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전부 별 볼 일 없는 내용 뿐이었다.

다만 히라이스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단편적으로 알 수 있었다.

히라이스는 자신과 똑같은 등반자였다.

그리고 아주 오래전에 존재했던 인물이라는 점과 등반자들 사이에서는 딱히 눈에 띄지 않았던 인물로 묘사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열심히 탑을 올랐고 탑에 대해서 연구했다.

또한 탑의 진실에 다가가려고 한 흔적들은 일기 곳곳에 남아 있다.

읽으며 놀랐던 점은 그가 탑에서 수백 년을 살았다는 사실이다.

이론상으론 탑에서는 육체가 늙지 않는다.

늙기는커녕 점점 인간을 초월한 힘을 얻으며 신격과 가까워져 간다.

그러나 대체적으로는 탑에 존재하는 위협 때문에 백 년도 넘기지 못하고 죽어 버린다.

회귀 전에도 등반자들 중에는 50년이 가장 오래 산 인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등반자들의 수명이 얼마나 짧은지 알 수 있으리라.

‘그런데 수백 년을 살았다면 이름이 알려질 법도 한데…….’

나는 일기가 끝나갈 때쯤에 왜 그의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진리를 깨우치기 위해 스스로를 가두고 폐관 수련에 들어갔다.

그리고 언제 나왔다는 얘기는 적혀 있지 않았다.

“후우~.”

다 읽고 나니 온몸이 뻑적지근했다.

굳어진 몸을 풀어 주려고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 시야에 메시지가 올라왔다.

[진리의 일부를 엿보았습니다.]

[길(道)의 특성이 발동합니다.]

[대량의 마나가 올랐습니다!]

“어?”

[히라이스 마도서에 깃든 마나를 흡수하였습니다.]

[마나가 올랐습니다!]

[마나가 올랐습니다!]

[마나가 올랐습니다!]

[마나가 올랐습니다!]

…….

…….

…….

…….

…….

[히라이스 마도서를 전부 독해하지 못했습니다.]

[히라이스 마도서에 깃든 마나를 전부 흡수해 내지 못합니다.]

그저 일기를 읽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진리의 일부를 엿보았다는 메시지가 뜬 것도 모자라 마도서에 깃든 마나가 체내에 스며들었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뿜어져 나왔던 마나 바람.

그 바람에 있던 마나가 어느덧 체내에 흡수된 것이다.

전혀 뜻하지 않았던 결과에 얼떨떨했다.

그리고 히라이스가 처음에 했던 말이 떠올랐다.

마나량을 늘리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

그것을 돕기 위해 마도서에 자신의 마나를 불어넣어 놓은 것이다.

한데 희한한 점이 있었다.

보통 마나는 자연에 떠도는 마나 말고는 고유의 성질을 가지고 있어 각자 다른 성질을 가진 마나끼리는 융화되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히라이스가 책에 담아넣은 마나는 내 것과 아무런 문제없이 융화가 되었다.

“어떻게 한 거지?”

그에 대한 비밀을 알고 싶었지만 도저히 알 방법이 없었다.

상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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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 회귀한 마도사 (자격을 갖춘 자)

칭호: 좀비 학살자 외 7개

능력치

근력:1811(+250)

민첩:1917(+6001)

체력:1846(+3942)

정신력:1547(+250)

마나:5015(+6268)

스킬

점지(Lv5) 마나볼트(Lv27) 마법컨트롤(Lv33) 다크웨스트림(Lv13)

어스월(Lv16) 행운의룰렛(Lv8) 다크소드(Lv17) 다크소울(Lv8) 원드퍼드(Lv18) 등가교환(Lv-) 마나방출(Lv17) 루트딥트리(Lv32) 리치네스(Lv8) 다크레인(Lv14) 컬스버닝(Lv10) 홀리크로스(Lv8) 엘리렌스(Lv14) 다크포스(Lv5) 힘의 천칭저울(Lv5)

광염(Lv7) 고양이격투술(Lv8) 다크싱어(Lv7) 악재통(Lv6) 다크스피어릿(Lv7) 소울브링(Lv4) 메테오(Lv4) 다크레이어(Lv4) 더블캐스팅(Lv6) 일렉트릭 자이언트(Lv5) 파이어랜스(Lv4) 다크퍼지(Lv3) 다크핸드(Lv4) 프로스트쇼크(Lv3) 일루전(Lv3)

고양이마법술(Lv3) 코어체인지(Lv1) 화벽(Lv20) 화개(Lv21) 염옥(Lv17) …….

(((((((((((((((((((((((((((((((((((((((()

마나가 대폭 상승하며 총합 1만이 넘어섰다.

그토록 달성하고 싶었던 꿈의 숫자가 이루어지자 새로운 일이 생겨났다.

[마나가 기본 한도치를 뛰어넘었습니다!]

[마나를 품은 자 칭호가 주어집니다!]

[초월한 마나 소유자가 되었습니다.]

[기존의 마나 그릇이 새롭게 변화합니다!]

[기존의 마나 통로가 새롭게 변화합니다!]

“크윽!”

메시지가 뜬 직후 갑자기 온몸에 통증이 일었다.

통증은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고 근육을 긴장시켰다.

나는 눈을 감고 마나 그릇이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는지 확인했다.

‘그릇 자체가 바뀌고 있어.’

둥그렇게 생긴 그릇이 점점 고리의 형태로 변하며 크기는 오히려 이전보다 작아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나가 흘러넘치기는커녕 안정화된 느낌으로 그 안을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최근에는 그릇이 가득 찬 느낌이었는데. 지금은 더욱 편안해진 느낌이야.’

곧 완성된 고리는 마나를 빛처럼 빠르게 이동시키며 전신에 흐르는 마나의 흐름이 가속화시키고 있었다.

마나 통로도 점점 두께가 두꺼워지고 있었다.

그렇게 두 개의 변화를 살피며, 한시도 긴장을 놓지 않았다.

몇 분이 흘렀을까?

눈을 뜨자. 결과물들이 메시지를 채우고 있었다.

[마나의 흐름이 이전보다 스무 배는 빠른 속도로 이동합니다.]

[마나의 흐름이 빨라지며 이전보다 더욱 빨리 마법을 구사하는 게 가능해집니다.]

[마나가 압축되어 이전보다 더욱 강한 마법을 구사하는 게 가능해집니다.]

[새로운 마나 그릇 더 이상 마나 과부하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후아~.”

마치 사우나에 갔다온 것처럼 개운함이 들었다.

이내.

마나볼트.

파지짓! 파지직!

찰나, 구체가 생겨났다.

‘빠르군.’

확실하게 시전 속도가 몇 배는 빨라졌다.

그리고 빛을 번쩍이며 손 위에 생겨난 전기 구체는 이전과는 질적으로 달라보였다.

파즈즈즛!

‘구체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 때문에 방이 녹고 있다.’

구체의 열기가 상승했다는 것은 볼트가 상승했다는 의미이다.

녹는 범위를 보면 말도 안될 정도로 높이 상승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스으읏-

나는 집이 다 타 버리기 전에 시전을 멈추었다.

그리고 책상에 놓인 히라이스 마도서를 쳐다봤다.

저 책이 대체 내게 어떤 도움이 될까 매번 생각했는데.

책이 가져다준 보상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러나 아직 보상은 끝나지 않았다.

‘아직 절반도 읽지 않았어.’

이대로 만족한다면 마도사라고 할 수 없었다.

나는 다시 책상에 앉아 마저 책을 읽어 내려갔다.

* * *

그로부터 15일이 흘렀다.

퉁!

책을 덮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하아~.”

며칠간 밤을 새 가며 히라이스 마도서를 읽고 또 읽었다.

중반부까지는 이해도 되고 곧바로 활용도 가능할 정도였지만 후반부에 적힌 내용은 아무리 읽어도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해석이 잘못된 건가 의심도 해 봤지만 등가교환의 능력은 그 어떠한 능력보다도 확실했다.

결국은 더 읽는 것을 포기하고 당분간은 머리를 비우기로 결정을 내렸다.

끼익.

“쿠후우. 쿠후우~.”

방을 나오자 거실 복도에는 배를 드러내 놓고 잠을 자고 있는 다칼이 보였다.

“며칠 밥만 먹더니 요샌 잠만 자네.”

팔자도 좋다.

딸그락.

부엌에 인기척이 들려 가 보니 오진하가 식사를 차리는 중이었다.

“어? 웬일로 나오셨대. 며칠 동안 방에 틀어박혀서 나오지도 않더니. 볼일은 끝내신 거예요?”

“아니.”

“밥 드실래요?”

오진하가 밥그릇을 들며 나를 바라본다.

꼬르륵.

마침 배에서 신호를 보내오기에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앉으세요.”

메뉴는 평범한 한식이었다.

의자에 착석하고 식사를 즐겼다.

슬슬 배가 찰 때쯤, 나는 고개를 들어 오진하를 바라봤다.

“맡긴 일은 어떻게 진행되어 가지?”

“아, 숨어 있는 쥐새끼들을 대부분은 찾아냈어요. 그리고 이전에 엘리자 씨가 넘겨줬던 명단에서 절반 이상은 끄나풀이더라고요.”

“증거는?”

오진하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답했다.

“말씀하신대로 전부 확보했죠. 이제 터트리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군.”

나는 15일간 벌어졌던 일들을 되새겨 보았다.

사뮤엘을 반역자로 몰던 세력은 현재 꿈쩍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엘리자의 도움도 있었지만 가장 세력이 큰 알베스토의 도움이 컸다.

어쩌면 사뮤엘을 보낸 것이 신의 한 수가 된 셈이다.

물론 그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가 또 있었다.

성녀.

유희의 거침없는 행보에 악령 계약자들의 움직임에 제약이 걸렸다.

최근에 유희에게 도는 호칭이 있다.

악령 사냥꾼.

교단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녀는 수십 명의 악령 계약자들을 잡아냈다.

하지만 여전히 교단 안에는 악령 계약자들로 들끓고 있다.

“명단이랑 증거 좀 가져와 봐.”

“아, 예. 잠시만요.”

하지만 숨어 있는 놈들도 이제는 끝이었다.

곧 오진하가 명단 리스트와 증거품들을 가지고 왔다.

‘이거면 확실히 모조리 잡을 수 있겠어.’

오진하가 열심히 뛰어 준 덕분이다.

“음. 그리고 내가 따로 부탁했던 것은? 어떻게 됐지?”

“아! 사람 구하는 거요?”

“그래.”

미션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우선 나만의 세력을 꾸려야 한다.

나는 사람을 구할 시간이 딱히 없었기 때문에 그 일은 오진하에게 맡겨 둔 상태였다.

오진하는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 두 개를 펼쳤다.

“이제 두 명만 구하면 됩니다. 그럼 총 열 명이에요.”

“곧이네.”

“네.”

나는 오진하가 건네준 명단 리스트와 증거품들을 가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밖으로 나갈 채비를 했다.

“어디 가세요?”

“대교회. 아, 너도 따라와.”

“설마. 지금 당장 일을 저지르시려고요?”

“그럼? 준비가 됐으면 바로 쳐야지. 원래 꾸물거리다가 되레 당하는 거야.”

“듣고 보니 그러네요. 그럼 옷만 챙기고 바로 나올 게요!”

쿠당탕!

오진하는 오두방정을 떨며 2층을 올라갔다.

“크함~.”

소란 때문인지 복도에서 자던 다칼이 눈을 떴다.

“크릉?”

-며칠 동안 집에만 처박혀 있더니. 오늘은 밖에 나가려는 것인가? 대체 어디에 가는 거지?

“대교회. 마침 깨우려고 했는데. 너도 따라와.”

-안 그래도 몸이 뻐근한 참인데. 잘되었군.

“크하아암~.”

입이 찢어지게 하품을 하는 다칼은 조용히 현관문 앞으로 걸어왔다.

오진하가 내려올 동안 나는 문을 열어 바깥을 살폈다.

하늘에 구름이 껴 있어서 그런지, 길거리 분위기가 적적해 보였다.

그때.

콰아앙! 쾅!

저 멀리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뭐지?”

‘무슨 사고라도 터졌나?’

“꺄아아아아!”

“으아아악!”

이어서 비명 소리가 들렸다.

나는 심상치 않음을 느끼곤 다크웨스트림을 시전했다.

이내 건물 옥상으로 올라선 나는 곧장 아래를 내려다봤다.

“썩을…… 하필 이런 때에.”

-크하아아앙!

도심 한가운데 웬 건물 한 채 만한 크기를 지닌 마물이 흉측하게 입을 벌리며 울부짖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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