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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184화 (184/230)

회귀한 탑 등반자 184화

184화 헬리오스의 숨결 (2)

츠즈즛!

마나가 접근하니 강한 반발을 일으켰다.

다른 성질의 힘이 다가오려고 하니 방어기제가 발동한 것이다.

하지만 나는 물러서지 않고 다시 헬리오스의 힘에 다가섰다.

츠즈즈즈!

여전히 반발은 강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시도했다.

수백 번을 시도한 끝에 겨우 헬리오스의 힘에 접근할 수 있었다.

그 과정에 상당한 기력이 빠져나갔다.

순간 집중력이 풀릴 것 같았지만 그걸 꾹 참아 내고 마나로 헬리오스의 힘을 옭아맸다.

츠즈즛! 츠즛!

이전보다 더욱 강한 힘으로 마나를 밀어내려고 했다.

‘어떻게 찾아냈는데! 절대 놓치지 않겠어!’

여기서 풀어 주는 순간 다시 녀석을 찾아 나서야 한다.

기력은 또 떨어질 것이고. 다시 찾아냈을 때 헬리오스의 힘을 제대로 옭아맬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리고 가디언들과 싸우고 있는 다칼도 지금은 잘 버텨 주고 있지만, 다음번에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랐다.

나는 천천히 숨결 안에서 헬리오스의 힘을 끄집어냈다.

턱 끝에 모인 땀방울이 뚝뚝 떨어져 내린다.

‘거의 다 왔어!’

이윽고. 헬리오스의 힘이 내 몸속으로 들어왔다.

하나, 안심할 수 없었다.

헬리오스가 모습을 감추었다고는 하지만 신좌라는 점은 변치 않는다.

지금 내가 흡수하려는 힘도 신좌의 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아주 위험한 짓거리를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본래 등반자는 신좌의 힘을 받아들일 수 없다.

격의 차이. 육신과 영혼의 차이. 힘의 차이 등등 질적으로 다르다 보니 마치 물과 기름처럼 서로 융화가 되는 건 꿈도 꿀 수 없다.

다만 여러 가지 조건만 갖춰지면 융화가 가능했다.

우선 신좌와의 격의 차이를 최대한 좁히는 것이다.

또한 육신과 영혼. 힘의 밸런스까지 격차가 많이 나지 않는다면 최소한의 조건을 충족시킨 셈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그것은 신좌의 의도.

굳이 신좌가 아니더라도 남의 힘을 흡수하는 것은 보통의 방법으론 도저히 이룰 수 없는 일이다.

그게 쉬웠다면 진작에 남들의 힘을 빼앗았을 것이다.

헬리오스는 대체 무슨 생각인 것인지. 태양의 신이라는 자리를 내려놓고 이곳에 자신의 숨결을 두고 갔다.

그리고 숨결은 그의 힘을 흡수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었다.

비록 그 힘이 헬리오스가 가지고 있던 힘에 비하면 티끌에 불과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같은 신좌도 아닌 등반자라면 더더욱이.’

“크윽!”

통증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뼈와 살이 녹아내리고 신경이 타들어 가는 듯한 고통이었다.

체내의 피와 마나는 솥에 끓여지는 것처럼 팔팔 끓어 올랐다.

비단 기분 탓이 아닌 실제로 몸은 녹아내리는 중이었다.

헬리오스의 힘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는 상상을 초월했다.

“크하아아!”

나는 고통에 울부짖었다.

탑에서의 고통은 일상과도 같다.

그렇기 때문에 어지간한 고통으론 꿈쩍도 하지 않건만.

역시 헬리오스의 힘을 받아들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체내로 들어온 헬리오스의 힘은 곧 마나 통로를 통해 전신으로 퍼져 나갔다.

여전히 섞이지 않는 헬리오스의 힘과 마나가 충돌을 일으킨다.

앞으로 이 충돌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반복해서 충돌하다 보면 융화의 기회가 생긴다.

그때 융화를 시도하면 헬리오스의 힘을 흡수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회귀 전에 택했던 방법이다.

충돌의 빈틈을 이용해 융화하게 되면 커다란 문제가 있었다.

치명적이라고 해야 할까.

그 과정을 겪으면 헬리오스의 힘은 절반 이상 사라지고 일부만 남게 된다.

한마디로 온전히 흡수를 해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회귀한 직후 충돌하지 않고 힘을 흡수할 방법이 없을지 고심했다.

헬리오스의 힘을 마나와 융화시키는 게 아니라 따로 저장시킬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 주면 어떨까?

가설일 뿐이지만 마나 그릇과 비슷한 것을 만들어 낸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시도해 보는 거야.’

앞으로 들이닥칠 시련들을 이겨 내기 위해서는 과감한 선택도 필요하기 마련이다.

나는 몸속에 멋대로 돌아다니고 있는 헬리오스의 힘을 배꼽 쪽에 있는 통로로 이동시켰다.

배꼽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점점 참아 내기가 힘들어진다.

애써 고통을 무시한 채 헬리오스의 힘을 배꼽 안쪽에 있는 공간으로 밀어냈다.

수많은 등반자들이 모르는 사실이지만. 신체 능력이 일정한 경지를 넘어서면 자신의 몸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상태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로 인해 자신의 몸에 대해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곤 한다.

지금 이동한 자리도 내가 일정한 경지를 넘어서고 나서 발견한 미지의 공간이었다.

배꼽 안쪽에는 아주 자그만 빈 주머니 같은 공간이 존재했다.

그것이 거기에 왜 존재하는지.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알 수는 없었다.

다만 헬리오스의 힘을 담아내기에 최적화가 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과연 주머니가 버텨 줄지는 그 아무도 몰랐다.

그저 시도해 보는 수밖에 없었다.

헬리오스의 힘이 빈 주머니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으으윽……!”

헬리오스의 힘이 주머니 통로를 지날 때마다 몸이 움찔거렸다.

그러나 문제는 고통이 아니었다.

‘더 빨리! 신체가 못 버텨!’

겨우 유지 중이던 육체가 열기를 버티지 못하고 밸런스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마법을 사용할 수도 없었다.

그쪽으로 신경을 돌렸다가는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전부 망쳐 버린다.

‘빨리! 빨리!’

다급해져서일까.

통로를 지날 때의 고통이 줄어든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하아~.”

기어코 헬리오스의 힘을 주머니에 넣는 데 성공했다.

나는 주머니 통로 입구를 마나로 차단하고 상황을 주시했다.

힘에서 뿜어져 나오던 열기가 사라지면서 밸런스가 무너지던 육체도 원래대로 되돌아오고 있었다.

이제 주머니가 헬리오스의 힘을 견뎌 내기만 하면 끝이었다.

주머니 안에 있는 헬리오스의 힘은 그곳을 나가기 위해 미친 듯이 날뛰어 댔다.

하지만 곧 안정화를 찾더니 마치 보금자리를 찾은 것처럼 뿜어져 나오던 열기도 사라졌다.

그러며 전신에 따스함이 감돌았다.

힘이 넘쳐 나는 느낌도 들었다.

착각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 주듯 연신 메시지가 올라왔다.

[등반자들 중 최초로 신좌의 힘 일부를 흡수하였습니다!]

[등반자의 이명의 격이 크게 오릅니다!]

[같은 등반자들 중 일부는 당신의 이명의 격을 보고 두려움 혹은 경외감을 가질 것입니다!]

[불에 대한 완전 내성을 가집니다!]

[신좌 헬리오스의 힘 일부인 ‘화벽’ 스킬을 획득합니다.]

[신좌 헬리오스의 힘 일부인 ‘화개’ 스킬을 획득합니다.]

[신좌 헬리오스의 힘 일부인 ‘염옥’ 스킬을 획득합니다.]

회귀 전에는 겨우 스킬 한 개를 얻었다면 이번에는 세 개나 얻어 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신좌 헬리오스의 힘이 마나와 같은 에너지를 품고 있습니다.

[헬리오스의 힘에 깃든 에너지를 마나 수치에 통합합니다.]

[마나 수치가 재산정되었습니다.]

마나와 융화를 시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헬리오스의 힘은 마나와 똑같은 에너지로 취급했다.

한마디로 새로 생긴 에너지를 이용해 마법 사용이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변화한 수치를 파악하기 위해서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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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 회귀한 마도사 (자격을 갖춘 자)

칭호: 좀비 학살자 외 7개

능력치

근력:1804(+250)

민첩:1912(+5986)

체력:1841(+3932)

정신력:1542(+250)

마나:4101(+4921)

스킬

점지(Lv5) 마나볼트(Lv27) 마법컨트롤(Lv33) 다크웨스트림(Lv13)

어스월(Lv16) 행운의룰렛(Lv8) 다크소드(Lv17) 다크소울(Lv8) 원드퍼드(Lv18) 등가교환(Lv-) 마나방출(Lv17) 루트딥트리(Lv32) 리치네스(Lv8) 다크레인(Lv14) 컬스버닝(Lv10) 홀리크로스(Lv8) 엘리렌스(Lv14) 다크포스(Lv5) 힘의 천칭저울(Lv5)

광염(Lv7) 고양이격투술(Lv8) 다크싱어(Lv7) 악재통(Lv6) 다크스피어릿(Lv7) 소울브링(Lv4) 메테오(Lv4) 다크레이어(Lv4) 더블캐스팅(Lv6) 일렉트릭 자이언트(Lv5) 파이어랜스(Lv4) 다크퍼지(Lv3) 다크핸드(Lv4) 프로스트쇼크(Lv3) 일루전(Lv3)

고양이마법술(Lv3) 코어체인지(Lv1) 화벽(Lv20) 화개(Lv21) 염옥(Lv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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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마어마하게 오른 수치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두 배나 올랐다고?”

이번에는 헬리오스의 힘을 하나도 날려 먹지 않았으니 많이 오를 것이란 기대는 있었지만 이는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그간 모았던 마나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다는 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다른 한편으론, 역시 이게 신좌의 힘인가 하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

‘어쩐지 지금이라면 그 어떤 누구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응?”

끝일 줄 알았던 메시지가 또 생겨났다.

[진리에 가까운 초월적인 힘을 흡수하였습니다.]

[진리의 일부를 쫓았습니다]

[길(道)의 특성이 발동합니다.]

[초대량의 마나가 올랐습니다!]

길의 특성이 발동하며 추가로 마나가 100이나 치솟았다.

‘기본 수치와 아이템으로 추가된 수치까지 합하면 회귀 전에 가지고 있던 마나를 초월했어.’

이것이 가지는 의미는 남달랐다.

중층부.

탑의 중간 지점이라고 볼 수 있는 위치에서 회귀 전의 나를 뛰어넘은 것이다.

이는 그간 발악해 왔던 것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해 주었다.

그리고 보통 하나가 잘 풀리면 다른 하나도 잘 풀리는 법이다.

[마나가 충족되었습니다.]

[히라이스 마도서를 열람할 수 있게 됩니다.]

그간 아공간에 묵혀 뒀던 히라이스 마도서를 읽어 볼 수 있게 됐다.

히라이스 마도서는 어쩌면 나를 한 단계 위로 끌어 올려 줄지도 모른다.

당장에라도 마도서를 펼쳐 보고 싶었지만 주변의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크하아아웅!”

가디언들과 사투를 벌이고 있는 다칼의 몸은 피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가디언들만 상대한 것이 아니군. 바닥이 새카맣게 그을렸다.’

도중에 주변의 열기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는데. 아무래도 르켈라가 직접 공격을 한 듯하다.

이미 나가떨어진 가디언들이 수십쯤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살아 움직이는 가디언들 숫자가 많았다.

끼익. 끼익. 끼익.

머리에 태엽을 달고 있는 인간형 골렘들이 나와 다칼을 에워싼다.

굳이 이들을 상대하지 않고 귀환석을 이용해 복귀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당한 만큼 그대로 돌려줘야지.’

다칼이 호되게 당한 것을 보고서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나는 지팡이를 공중에 띄우고 양손을 펼쳤다.

등가교환.

다칼에게 최상급 치유 마법인 미라클 큐어를 시전했다.

사아아아!

온몸에서 초록빛이 피어오르며 빠르게 상처를 치유해 나갔다.

이어서 나는 골렘들을 쳐다봤다.

등가교환.

마법을 시전한 순간 방대한 마나가 소진됐다.

동시에 가디언들의 목이 180도로 비틀려지며 몸 내부에서 강력한 폭발이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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