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탑 등반자 183화

183화 헬리오스의 숨결 (1)

다칼은 땅에 착지한 직후 연이어 두 앞발을 휘둘렀다.

그 영향으로 두 개의 칼날이 날아들었다.

처음 날려 보낸 공격보다 칼날의 두께가 두꺼웠다.

한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다칼은 곧바로 좌우로 움직이며 빠르게 접근했다.

어느새 앞발톱은 검붉은 색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다칼은 최후의 일격을 가하듯 뒷다리로 몸을 지탱해 몸을 일으켜 세웠다.

이어서 오른쪽 앞발을 머리 위로 쳐들었다.

“크하아앙!”

화아악!

앞서 날아든 공격에 치명상을 입은 샤이어가 발악을 하듯 입으로 불꽃을 내뿜었다.

파스스스-

하지만 오른쪽 앞발톱에서 흘러나온 아지랑이가 가까이 접근한 불꽃을 소멸시켜 버렸다.

샤이어의 공격을 단숨에 무력화시킨 다칼은 잠시 멈칫했던 몸을 움직였다.

오른쪽 앞발이 샤이어의 머리로 향했다.

“크라아앙!”

공포를 느낀 샤이어는 서둘러 도망을 쳐 보지만. 그때는 이미 다칼의 일격이 녀석의 머리에 맞닿아 있었다.

서걱!

보름달 형태의 어둠이 샤이어의 몸을 두 쪽 내고 저 멀리 하늘로 치솟았다.

위잉- 위잉-

두 쪽이 난 가슴에는 샤이어 가 집어삼켰던 태양의 일부가 숨 쉬고 있었다.

“크르륵!”

다칼은 그것을 보고 침을 흘리더니 기어코 입을 벌려 한입을 베어 물었다.

“저래도 괜찮으려나…….”

보통은 저런 걸 집어삼키면 몸이 녹아내려 견디질 못한다.

그리고 태양은 불꽃을 품고 있긴 하나 동시에 빛을 품고 있기도 했다.

빛은 어둠과 완벽한 상성이다.

은근히 다칼이 걱정된 나는 상태가 괜찮은지 유심히 살폈다.

이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기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었다.

“크욱!”

다칼이 토할 것처럼 움찔했다

“크우욱!”

그것을 두어 번 반복한다.

다칼이 불사의 능력을 지녔다고 해도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 모르는 일이다.

나는 다칼에게 소리쳤다.

“곰탱이처럼 미련하게 버티지 말고 흡수하지 못할 것 같으면 그냥 뱉어!”

“커헉!”

그러자 다칼이 입을 벌린 채로 무언가를 기다리듯 가만히 서 있었다.

‘뭐지?’

무언가가 크게 터질 것처럼 공기의 흐름이 바뀌었다.

어디선가 뜨거운 열기가 몰려왔다.

그때.

“커허어억!”

화아아아아아악!

다칼이 트름 소리를 내며 엄청난 불을 토해 냈다.

화력이 좋아 전방 백 미터를 불바다로 만들어 버렸다.

잠시 얼이 나간 채로 그 광경을 바라보다가 다시 다칼을 바라봤다.

툭툭.

다칼은 자기 배를 두들기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야…… 괜찮아?”

-괜찮다. 바싹 익힌 바비큐를 먹은 기분이군.

거짓말은 아닌 듯 얼굴이 평온해 보였다.

시야에는 메시지 창이 올라왔다.

[동행자가 태양의 일부를 집어삼켜 흡수하는데 성공합니다!]

“그어억!”

화아악!

다칼은 다시 트름을 하며 불을 내뿜었다.

하지만 이전과는 다르게 불꽃의 색깔이 붉은색에서 검은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묘하게 느낌도 달라졌어.’

자세히 보니 털 갈기 몇 개가 붉게 변해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태양의 일부를 집어삼킨 영향인가.’

그리고 다칼은 아직 인지하지 못한 듯하지만 녀석이 소환한 어둠의 크기가 커져 있었다.

갑주의 만월이 발동됐다고 해도 신체 능력은 상승할지언정 어둠의 크기가 커질 일은 없었다.

커질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다칼이 본래 가진 힘을 되찾는 것이다.

한데 태양의 일부를 삼키고서 어둠의 크기가 커졌다는 건 다칼이 이전의 힘을 되찾았다는 것을 뜻했다.

물론 태양을 전부 집어삼킨 게 아니라, 모든 힘을 되찾지는 못했을 것이다.

다칼이 샤이어를 보며 맛있을 것 같다고 했을 때부터 이런 상황이 올 것 같다는 예상은 했지만.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그것이 다칼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태양의 일부는 그냥 먹다가 뱉을 줄 알았더니.’

되레 샤이어의 시신에는 관심도 없고 태양의 일부만 집어삼켰다.

“하.”

짧은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태초의 어둠이 태양을 삼키고 강해진다니.

완벽한 상성을 이루는 두 성질이 뭉쳐 강해진다는 것은 어찌 보면 말도 안 되는 얘기였다.

마치 코미디 한 편을 보는 듯하다.

“크응?”

여전히 큼지막한 몸집을 유지 중이던 다칼은 뒤늦게 자신에게 온 변화를 인지하고 있었다.

“캬하앙! 컁!”

다칼이 잔뜩 흥분했는지 몸을 펄쩍이며 말했다.

-준석! 내 힘이 돌아왔다!

“알아. 근데 전부 돌아온 것은 아닐 텐데?”

-그대 말 대로 전부 돌아온 것은 아니다! 대략 절반 정도를 되찾았다고 볼 수 있겠지!

절반이라.

그 정도만 해도 상당한 전력이었다.

본래 힘을 되찾으면 신좌는 아니더라도 반신급에 해당된다.

그러니 그에 절반만 돼도 어중간한 녀석들은 전부 다칼의 선에서 정리가 가능하다는 뜻이었다.

‘다칼이 강해진 건 희소식이지만, 한순간에 얻은 힘은 한순간에 잃을 수도 있어. 그리고 추후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모르니 조심해야겠지.’

들떠 있는 다칼에게 얘기했다.

“몸이 뜨겁거나 어딘가 불편하지는 않아?”

-처음에는 목구멍이 살짝 뜨겁긴 했지만 이후에는 그런 건 없었다.

“혹시 다른 증상은?”

-으음. 딱히 증상이라고 할 것도 없지. 몸 컨디션은 그 어느 때보다 최상이다.

“그래도 당분간은 몸 상태를 잘 살펴봐. 추후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방심하지 말라는 건가.

“그런 셈이지. 애초에 어둠 그 자체인 네가 빛이나 마찬가지인 태양의 일부를 흡수했어. 몸에 어떤 부작용이 발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지. 오히려 긍정적인 부분만 발생했다는 게 아이러니한 일이야.”

-흠. 그리 얘기하니 정말로 이상하군. 빛이라면 몸에서 거부해야 정상일 터인데.

애초에 저걸 보며 먹고 싶다는 욕구가 들었다는 자체부터 말이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다.

그리고 해답을 찾지 못하는 결과물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인지만 하고 넘어가기로 했다.

오히려 신경 써야 할 것은 따로 있었다.

나는 샤이어가 지키고 있던 입구를 지났다.

그그그그-

몸집을 작게 만든 다칼이 뒤따른다.

쿠구궁!

둘이 입구를 지나자마자 문이 닫혔다.

돌기둥 안의 풍경은 밖에서 예측한 풍경과는 많이 달랐다.

위로 향하는 길만 있을 거라는 고정 관념과는 달리 오히려 정면으로 길이 나 있었다.

뭔가 허전해 보이는 공간은 먼지만 가득할 뿐 아무것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붉은 카펫이라도 깔아두었으면 좋으련만, 그럼 덜 허전해 보였을 텐데 말이다.

나는 멈췄던 발걸음을 뗐다.

앞으로 쭉 나아가다 보니 밖에 보았던 돌기둥과 똑같이 생긴 미니 돌기둥이 등장했다.

미니라고 표현했지만 인간의 키와 비슷한 높이였다.

그리고 그 돌기둥 위에는 미니 태양이 올려져 있었다.

미니 태양은 밖에 있는 태양을 축소해 놓은 것이다.

다만 축소만 해 놨을 뿐 가지고 있는 힘의 크기는 똑같았다.

나는 그것을 거머쥐기 위해 손을 뻗었다.

화아악!

그러자 미니 태양은 내게 경고를 하듯 플레어를 분출했다.

다른 곳에서도 경고가 날아왔다.

[태양과 달을 지배하는 자가 지금 하는 짓을 당장 그만두라고 말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단죄를 내릴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단죄? 웃기는 소리.”

태양과 달을 지배하는 자의 또 다른 이명은 르켈라.

녀석에게 단죄를 받을 일은 없다.

르켈라는 다칼과 내가 처단해야 할 대상일 뿐이었다.

물론 당장에 녀석을 제거할 힘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나는 르켈라의 경고를 무시한 채 미니 태양에 손을 댔다.

번쩍!

그 순간 사방이 광휘로 물들었다.

잠시 후 빛이 꺼지며 손에 쥐고 있는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뜨겁게 불타오르던 미니 태양은 어느덧 차갑게 변해 있었다.

본래는 손에 쥐고 있기도 힘든 물건이다.

하나 어둠의 반지가 가진 잠식의 힘이 태양에서 나오는 뜨거운 열기를 잡아 주었다.

[헬리오스의 숨결을 얻었습니다.]

이것이 미니 태양의 정체였다.

헬리오스는 르켈라가 태양의 신이 되기 전에 있던 태초의 태양의 신이었다.

지금은 잠적을 감추고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게 됐지만 르켈라가 그 자리를 꿰찰 수 있었던 건 오직 헬리오스가 그 자리에 내려오길 선택했기 때문이다.

아니었으면 르켈라는 영원히 태양의 신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이카루스는 헬리오스가 다시 나타나길 바랐지.’

그래야 자신의 영혼을 속박한 르켈라를 끌어내릴 수 있을 테니까.

‘정보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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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오스의 숨결

내용: 무한한 열에너지를 품고 있으며 일부 헬리오스의 힘이 깃들어 있다.

내용2: 헬리오스의 힘에 의해서 열에너지가 완벽하게 통제되고 있기는 하나 언제 통제력을 잃고 터질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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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창엔 내용 이외에는 딱히 표시되어 있지 않았다.

두 개의 내용을 들여다봐도 크게 주목할 만한 것은 없다고 느꼈다.

회귀 전에도 점지 스킬의 메시지가 뜨기 전까지는 그리 생각하고 있었다.

[숨결에 들어 있는 헬리오스의 힘을 흡수하면 어마어마한 기연이 맞닿으리라.]

점지 레벨이 오르며 문장이 확연하게 달라지긴 했지만 그런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여기서 포인트는 숨결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이다.

“다칼.”

“크르응?”

-무슨 문제라도 있나?

“지금은 문제가 없지만 앞으로 문제가 생길 거야. 그때 나서서 방해꾼 좀 처리해 줘.”

-알았다. 그런데 무엇을 하려는 거지?

나는 헬리오스의 숨결을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흡수를 좀 하려고.”

-위험한 것은 아니겠지?

“뭐. 위험할 수도 있고 안 위험할 수도 있고. 하기 나름이지.

쿠구구구! 콰앙!

마침 르켈라가 자신의 영역으로 가디언들을 보내왔다.

지금 자리를 뜨게 되면 가디언들과 싸울 일은 없겠지만 반드시 이곳에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정보창 설명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헬리오스의 숨결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것은.

헬리오스의 힘 덕분도 있지만 썬즈 부유섬의 특수성 때문이기도 했다.

만일 이걸 가지고 썬즈 부유섬을 떠나려고 한다면, 헬리오스의 숨결은 힘의 유지가 불안정해져 폭발해 버리리라.

헬리오스의 힘을 흡수하지도 못한 채 히든피스를 잃을 수도 있었다.

그러니 여기서 힘을 흡수해야만 했다.

그래도 안심이 됐다.

가디언들이 얼마나 몰려오든. 혹은 르켈라가 다른 수작을 부리든. 절반의 힘을 되찾은 다칼이라면 충분히 막아 내어 줄 것이다.

“아우우우우!”

다칼이 뛰쳐나갔다.

나는 그 뒷모습을 보다가 이내 숨결에 집중했다.

콰앙! 쾅!

주변에서 격렬한 소리가 들려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중을 위해 두 눈을 감았다.

우선 체내에 남아 있는 마나를 숨결 쪽으로 이동시키는 작업부터 했다.

화악! 화아악!

마나가 스며들기를 거부하듯 숨결은 차가운 냉기 속에서도 불을 내뿜었다.

찰나, 손바닥이 타 버릴 것처럼 뜨거웠으나 인내하고 참았다.

마나는 숨결 곳곳에 퍼져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나 지금부터가 시작이었다.

마치 마나를 탐색꾼으로 이용하듯 숨결 안에 숨어 있는 헬리오스의 힘을 찾아 나섰다.

…….

…….

…….

…….

…….

…….

얼마나 흘렀을까?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전신이 땀으로 가득 차 비를 맞은 것처럼 축축했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다 보니 몸을 움직일 때보다 더욱 힘이 들어갔다.

시간을 많이 걸리는 것도 이유가 있었는데. 회귀 전에도 이와 똑같은 작업을 해 본 적은 있지만 헬리오스의 힘은 주기적으로 이동을 하기 때문에 찾아내기가 어려웠다.

그때 길을 지나던 마나 줄기 중에 하나가 무언가를 발견해 냈다.

‘찾았다!’

고귀하고도 순수한 결정체.

헬리오스의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