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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178화 (178/230)

회귀한 탑 등반자 178화

178화 전조 (2)

밖이 시끌벅적하여 창문을 내다보았다.

“호외요! 호외!”

거리를 뛰어다니며 신문을 뿌리는 한 청년.

길을 가던 사람들이 바닥에 떨어진 신문을 주워 펼쳐 본다.

“캬웅~.”

두 앞발을 쭉 뻗어 스트레칭을 하던 다칼이 창문 틀로 올라와 같이 밖을 내다본다.

-어제 일이 신문에 난 것 같군.

나는 고개를 흔들며 단정지어 말했다.

“인듀어 길드 관련 기사는 아냐.”

다크핸드.

검은 손으로 바닥에 떨어져 있던 신문 하나를 회수해 1면에 실린 기사 내용을 자세히 훑어보았다.

상단에는 머릿속에 각인시키기 위한 자극적인 제목이 대문짝만하게 써져 있었다.

[교황 아네제, 기도실에서 암살당하다!]

보자마자 저절로 인상이 구겨졌다.

‘미래가 바뀌었어.’

회귀 전에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부 알 수는 없지만 교황 암살 사건은 중대한 사건에 포함되기에 다른 난이도 세계관이어도 통합 층을 통해서 소식을 전해들을 수가 있었다.

한데 아네제라는 이름의 교황이 암살당한 기억은 없었다.

차근차근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그 여잔 살아남았군.’

교황의 수행원이던 라자는 암살자와 대면했으나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고 되어 있었다.

라자는 암살자의 인상착의를 밝혔는데.

얼굴은 로브 두건을 쓰고 있어서 확인하지 못했고 남청색 로브에 갈색 가죽 신발을 신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손등에 역삼각형 표식이 있다고 말했는데.

그 말은 즉 암살자가 명예의 증표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꽤 논란이 되겠군.’

신좌 에페르가 축복을 내린 인간이 교단의 최고 존엄성을 가진 교황을 죽였다.

이는 에페르에 대한 신뢰 기반이 뒤흔들릴 수도 있는 심각한 발언이었다.

‘그런데 나 말고 명예의 증표를 가지고 있는 놈이 있었나?’

알려진 바에 의하면 없다.

그렇다고 날 타깃으로 삼았다고 하기에는 인상착의 부분이 전혀 맞지 않았다.

거기다 확실한 알리바이까지 가지고 있어서 용의선상에 오르려야 오를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누구지?’

그보다 라자가 얘기한 것들이 전부 사실일까?

솔직히 암살자한테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는 것도 그다지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범인은 아무나 출입할 수 없는 신전 내부에서 암살을 저지를 정도의 실력자.

그런 실력자가 라자 정도의 목격자를 마무리 짓지 못했다는 것이 말도 안 되었다.

그리고 확률상 이 암살은 내부 소행일 가능성이 높았다.

남들에게 의심을 받지 않고 신전에 출입을 할 수 있는 자.

경계심 없이 교황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자.

나는 딱 한 명을 떠올렸다.

라자 주교.

만약 그녀가 범인이라면 사건을 조작하기도 쉬웠다.

정말로 그러하다면 암살자의 인상착의도 그녀의 의해서 꾸며졌다는 것인데.

실존 인물을 용의 선상에 올려놓고 증언을 한 것이라면 죄 없는 인간이 사형대에 올라갈 수도 있었다.

‘이거 곤란한데.’

교황 아네제는 우리에게 호의적이었던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단에서 활동할 때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녀가 죽어 버렸다.

교황 자리가 공석이 된 지금.

교단 내부에는 이미 권력 다툼이 시작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파생된 혼란은 내게 그다지 좋은 영향을 끼치지 않으리라.

‘혼란에 휘말리지 않으면 다행이지.’

“젠장.”

교단에 세력을 구축하기 전에 이런 일이 생겨나다니.

우선은 혼란을 잠재워야 하는데. 그러려면 사람들이 하나로 모일 수 있는 중심이 필요했다.

당장에 떠올릴 수 있는 인물로는 엘리자를 꼽았다.

나랑 동맹을 맺기도 했고 추기경이라는 직급을 갖추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교단에서 가장 큰 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것은 알베스토라고 볼 수 있었다.

‘현실적으로 알베스토를 밀어주는 게 가장 확실해.’

알베스토는 나를 주교로 올리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자이다.

내게 호의적이니 그를 밀어줘도 괜찮다고 보고 있었다.

“하아~.”

생각할 것이 많아지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관자놀이를 손으로 꾹꾹 누르며 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을 떠올렸다.

‘사뮤엘을 찾아가 보자.’

교단의 혼란을 잠재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세력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내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사람들은 전부 끌어들일 생각이었다.

그래야 혼란의 여파에 끌려 다니지 않고 나만의 위치를 유지할 수가 있었다.

방에서 나오자 마침 오진하가 계단에서 내려 오고 있었다.

“밖이 시끌벅적하던데. 무슨 일 있어요?”

“교황이 죽었어.”

“예……? 교황이 죽었다고요?”

“그래. 앞으로 모든 게 급변할 거야.”

오진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오진하, 네가 해 줘야 할 일이 있어.”

“아, 네. 뭐든 말씀하세요.”

“소리 녹음이 되는 위치 추적기를 만들어 줘.”

“얼마나요?”

“한 백여 개쯤.”

“네에!? 그렇게나 많이요?”

“왜 힘들어?”

“아, 아뇨. 시간만 주시면 얼마든지 만들죠. 그래서 언제 필요하신대요?”

“만들어지는 대로 필요하니까, 최대한 빨리겠지.”

“후~ 알겠습니다. 가서 필요한 재료들 좀 사 와야겠네요.”

그는 급하게 외출 준비를 했다.

갑작스럽게 일이 생겨 귀찮아할 법도 한데, 오진하는 오히려 생글생글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역시나, 물건을 만드는 일에 열정이 넘쳐 났다.

곧 다칼을 포함해 셋이서 길거리를 배회했다.

“그런데 준석 씨는 어디갑니까?”

“사뮤엘을 만나러.”

“아. 얘기를 해 보시려는 거군요.”

오진하는 내가 사뮤엘을 우리쪽 소속으로 끌어들일 것이라는 것을 전해들어 알고 있었다.

“만약 거절하면 어떻게 합니까?”

“어떻게든 꼬득여 봐야지.”

“준석 씨라면 할 수 있을 겁니다. 힘내십시오.”

오진하는 화이팅을 외치며 반대편 길로 사라졌다.

“후~ 우리도 가 볼까.”

“캬야아앙!”

다칼이 적당히 덩치를 키워 옆을 나란히 걸었다.

원래는 쉬고 난 뒤에 곧장 히든피스가 있는 장소로 향하려고 했는데. 그것은 잠깐 미뤄 두기로 했다.

그로부터 10분 후.

교회 부근에 다다른 나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왜 성기사들이 있는 거지?’

인적이 끊긴 곳에 성기사들이 찾아올 이유는 없었다.

곧 성기사 두 명이 걸어나와 교회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막아섰다.

“죄송하지만 지금은 출입할 수 없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죠.”

성기사는 딱히 답을 해 주지 않았다.

그보다는 무시에 가까웠다.

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성기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성기사가 주교의 말을 무시하게 되어 있습니까?”

그제야 성기사가 입을 열었다.

“그쪽이 정말로 주교시라면 신분을 밝혀 주십시오.”

신분을 밝히는 방법은 복장을 보여 주는 것인데.

아직 복장은 지급을 받지 않았다.

이외에 신분을 밝힐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 가장 확실한 방법은 어제 받았던 배지를 보여 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단심판관이라는 신분은 밝혀서는 아니된다.

성기사가 말을 이었다.

“밝힐 수 없다면 물러나 주십시오. 더 이상 방해를 하면 체포를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물러나는 수밖에 없나.’

몰래 교회 안으로 출입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지켜보기로 했다.

교회 주변에는 수십 명의 성기사들이 서 있었다.

그 시선들을 피해 들어가는 방법은 지붕을 이용하는 것뿐이었다.

“크르응.”

-예감이 좋질 않군.

나 역시도 다칼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평소 코빼기도 보이지 않던 성기사들이 이리 모였다는 것은 사뮤엘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의미했다.

다크웨스트림.

스르륵!

지붕 위에 선 나는 천장에 붙어 있는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보았다.

사뮤엘이 어떤 성기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성기사 어깨에 달린 금색 칼 휘장을 보고서, 그가 기사단장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기사단장씩이나 되는 자가 여길 왜.’

기사단장은 왕국에 중대사를 제외하곤 절대 움직이지 않는 최고위급 기사였다.

그런 자가 움직였다는 건 내가 예상한 것보다 더 심각한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뜻했다.

‘대화를 엿들어 봐야겠어.’

감각을 높여 대화 내용을 들어 보려고 했지만 소음차단 마법을 사용한 것인지 둘의 대화를 들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등가교환.

“……인정할 수 없습니다.”

사뮤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당신이 인정하든 하지 않든 교단은 당신이 교황을 시해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멜.”

기사단장의 한쪽 눈썹이 꿈틀였다.

“정말로 내가 교황을 시해했다고 생각하나?”

“제 의견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아멜.”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마십시오! 그 이름은 버린 지 오래입니다.”

아무래도 둘은 예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인 듯했다.

스릉-

아멜이 검을 뽑아 들었다.

“교황을 시해했을 경우 즉결처형이 가능합니다.”

사뮤엘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렇군. 교황 다음에는 날 다음 타깃으로 정한 것인가.”

그가 말을 잇는다.

“악이 어디까지 뿌리를 내렸는지 신성한 곳에서 마저 썩은 내가 진동을 하는구나, 아멜. 결국 그대도 타락해 버렸군.”

“그 입 닥쳐!”

화르륵!

아멜의 검에서 파란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 파란 불꽃이 사뮤엘을 덮쳤다.

‘안 돼!’

쩅그랑!

나는 창문을 부수고 밑으로 떨어졌다.

검을 휘두르던 그의 시선이 이쪽을 향했다.

그 순간.

번쩍!

사뮤엘의 손끝에서 거대한 빛줄기가 뻗어 나왔다.

우우우우우우웅!

정면으로 맞은 아멜이 검으로 공격을 막아 보지만 사뮤엘이 방출한 힘은 주변에 영향을 끼칠 정도로 강대했다.

“크으윽! 으아아아!”

그때 아멜의 등 뒤에 검은 형상의 악마가 드러났다.

화악!

아멜의 검에서 뿜어져 나오던 불꽃도 검붉은색으로 바뀌었다.

한순간에 기세가 변했다.

파앙! 콰앙!

그는 강대한 힘이 담긴 빛줄기를 튕겨 내고 사뮤엘을 노려보았다.

“크흐흐, 흐하하하!”

쿠웅!

아멜은 광기가 깃든 웃음소리를 내며 바닥에 검을 내리꽂았다.

사악한 악의 불꽃이 교회의 바닥을 불태웠다.

“아멜.”

사뮤엘의 눈에는 분노가 서렸다.

“이만 죽어라! 사뮤에엘!”

아멜이 바닥에 꽂았던 검을 뽑아 허공에 일격을 날렸다.

칼날에서 방출된 날카롭고 흉포한 검기가 사뮤엘에게로 날아갔다.

“흐앗!”

사뮤엘이 신성력이 담긴 보호막을 형성해 교회와 자신을 지키려고 했다.

채애앵-

하지만 보호막은 무참히 깨져 버렸다.

엘리렌스.

다크소드.

나는 그 대신 앞에 나서서 검기에 맞섰다.

양손으로 잡고 있는 어둠으로 정제된 검을 머리 위로 쳐들었다.

검기가 코앞에 도달한 순간.

아래로 횡을 그리며 육체에 압축된 힘을 전부 발산했다.

찰나, 손등에 표식이 빛으로 물들었다.

[만인에게 사랑을 받는 자가 당신에게 힘을 더해 줍니다.]

파챠자아앙!

역삼각형의 형상이 방패막이 되어 적의 검기를 막은 것도 모자라 주변에 피해가 되지 않게 소멸을 시켰다.

곧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은 어둠으로 가득 찬 검기가 아멜의 몸을 관통했다.

“으어엇…….”

아멜의 짤막한 신음에 이어 그의 몸이 정확하게 반쪽으로 갈라졌다.

“키에에에에에!”

그의 등 뒤에 숨어 있던 악령도 고통스러운 울부짖음과 함께 먼지처럼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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