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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175화 (175/230)

회귀한 탑 등반자 175화

175화 인듀어 길드와의 혈투 (1)

쿵!

지팡이를 땅에 내리찍어 거대한 마법진을 형성했다.

고개를 돌리자 뒤늦게 적들을 감지한 오진하가 할버드를 꺼내든 상태였다.

“전에 상대했던 그놈들인 거 같은데요?”

나는 오진하에게 경고했다.

“조심해. 긴장을 놓는 순간 죽을 수 있어.”

“알고 있습니다.”

하긴. 오진하도 인듀어 길드원들을 상대해 본 적이 있으니 방심은 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김동혁이었다.

등반자들 중에 오진하는 강한 편에 속하지만 김동혁을 당해 낼 정도는 아니었다.

‘만일 그 녀석이 나타나 오진하를 집중적으로 노린다면 상당히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어.’

그리고 엄호를 하다 보면 공격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대신 엄호해 줄 자가 필요해.’

-다칼!

텔레파시를 이용해 다칼에게 말을 걸었다.

다행히 곧장 답변이 돌아왔다.

-무슨 일인가?

-당장 내가 있는 곳으로 와!

나의 다급한 목소리 때문일까?

-알았다. 최대한 빨리 가도록 하지.

다칼은 군말 없이 말을 따랐다.

재빨리 주위를 둘러본다.

잔챙이들의 발을 묶어 놨다고 해도 아직 김동혁은 나타나지 않고 있었다.

놈이라면 극한의 공포는 물론이고 일루전의 힘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이내 직경 백 미터에 이르는 마법진이 완성되었다.

다크스피어릿!

검붉은 창들이 땅에서 치솟았다.

환각에 걸려 있던 적들은 공격을 인지하지도 못한 채 쓰러져 나갔다.

씨히이잉-

그때 뒤에서 무언가가 날아 들어왔다.

느껴진 감각만으로 위치를 파악하고 몸을 비틀었다.

날아든 병기는 90도로 방향을 틀더니 곧바로 추격해 왔다.

채애앵!

보호막이 부서지고 오른쪽 뺨을 스쳤다.

흘러내리는 피를 손으로 슥 닦아 내며 어느덧 코앞에 모습을 드러낸 두건을 쓴 사내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김동혁.”

두건으로 가려져 얼굴은 보이지 않았으나 그의 마스코트라고 부를 수 있는 적색 코트가 눈에 띄었다.

그는 입꼬리를 올리며 손에 쥐고 있는 무기를 휘둘렀다.

화르륵!

얇고 가느다란 레이피어가 불은 품은 채로 정면을 파고들었다.

동시에 뺨을 스치고 지나갔던 병기가 다시 이쪽으로 날아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뒤로 손을 뻗었다.

다크퍼드.

날카로운 바람으로 병기를 쳐 내고 눈앞에 파고든 레이피어는 지팡이로 막아 냈다.

카강!

바람에 부딪힌 병기는 잠시 힘을 잃고 본래 모습을 드러냈다.

푸른 형상을 띠고 있던 병기는 단순한 이쑤시개처럼 보였으나 외형만 보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김동혁이 주로 사용하는 메타로스라는 형태 변환 무기였다.

사용자가 원하면 그 어떤 모습으로도 변할 수 있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지이잉!

이내 이쑤시개가 아닌 도끼로 변해 움직였다.

다크소드.

챙! 채채채챙-

도끼와 검이 충돌하며 연달아 소음을 일으켰다.

그 사이에 김동혁은 몸을 뒤로 빼고 다음 동작을 펼치고 있었다.

레이피어를 쥐고 있는 손을 빠르게 움직여 십수 개의 잔상을 일으켰다.

하지만 내 눈에는 어떤 것이 진짜인지 뚜렷이 보였다.

정확하게 지팡이로 레이피어를 내려쳐 움직임을 제동시키고 다크웨스트림을 시전했다.

등 뒤로 이동하니 빈틈투성이이다.

그대로 지팡이를 이용해 목을 가격했다.

타앙!

저 멀리 녀석을 날아갔다.

나는 날아가는 방향으로 지팡이를 겨누며 더블캐스팅으로 다크볼트를 연사했다.

콰가가가가가강!

줄을 잇듯 연쇄폭발이 일어났다.

[행운의 룰렛이 발동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룰렛에서 이 나왔습니다!]

[발동한 스킬 레벨에 이 일시적으로 적용됩니다!]

[마나볼트 레벨이 일정 레벨에 도달하여 번개처럼 재빠르고 변칙적인 공격이 가능해집니다.]

룰렛의 잭팟이 터지며 이어서 시전된 다크볼트는 육안으로 보기에 구체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기다란 선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단순히 곡선이나 직선을 그리던 궤적은 번개처럼 지그재그로 가거나 직선으로 가다가 90도로 꺾이는 등 훨씬 더 자유로운 움직임이 가능해졌다.

김동혁은 몸을 일으켜 세우고 도망을 쳐 보지만 소용없었다.

그때. 다크소드와 결투를 벌이던 도끼가 주인에게로 돌아가 거대한 방패로 변신했다.

쾅! 콰가가가가가!

무자비한 폭격에도 불구하고 방패는 견뎌 내고 있었다.

하지만 공격을 멈추지는 않았다.

리치네스. 엘리렌스.

여유가 있는 틈을 타서 마나 그릇을 넓히고 속성 강화와 내성을 높였다.

그리고 시야를 넓혀 상황을 주시했다.

‘다크볼트 파괴력이 세다고 해도 메타로스를 부수진 못해.’

메타로스 내구성은 매우 뛰어난 편이었다.

아마 메테오를 날려도 가뿐히 견뎌 낼 것이다.

이대로라면 마나만 소비할 뿐이었다.

나는 별의 정수를 꺼내 마나를 주입하고 하늘로 올려 보냈다.

그리고 폭격을 멈추었다.

쿠우우우우-

쾌적했던 날씨가 폭발 먼지로 인해 어둡게 변했다.

잠시 후, 공격을 견뎌 내던 거대한 방패가 사라졌다.

정적이 흐른다.

나는 양옆을 살폈다.

살기가 느껴지진 않지만 기척이 느껴지고 있었다.

‘누구지?’

이미 잔챙이들은 전부 처리했다.

콰앙!

그때 김동혁이 서 있는 자리에 거대한 포신이 생겨났다.

건물을 통째로 날려 버릴 것 같은 덩치를 지닌 포신에 붉은빛이 번쩍였다.

퍼어엉! 화아아아아아악-

포신 끝에서 튀어나온 불덩이가 주변의 것을 태우며 흉포하게 날아들었다.

그리고 양옆에서 낯선 인물들이 튀어나와 포획망과 갈고리를 던졌다.

다크월!

공격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양쪽에 벽을 세우고 타엘의 날개를 써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러자 나를 따라 포신이 움직였다.

퍼어엉!

다시금 강력한 포격이 날아들었다.

나는 우측으로 선회한 후 다음 포격이 날아들었을 때 지팡이를 들어 등가교환을 시전했다.

이내 정면으로 생겨난 포탈이 불덩이를 집어삼켰다.

잠시 후 아래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크으윽.”

자기가 날린 불덩이를 맞은 김동혁이 만신창이가 된 얼굴로 나타나 몸을 비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곧 온몸이 빛으로 물들더니 멀쩡한 상태로 돌아와 버렸다.

‘여전하군.’

방금 사용한 능력은 녀석의 고유 스킬이었다.

신체 상태를 몇 초 전으로 되돌리는 것.

아무리 엉망이 돼도 몇 초 전의 몸으로 되돌아가면 되니 가히 무적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능력에도 빈틈은 있었다.

지이이이잉!

조용히 공중에 떠 있던 별의 정수가 녀석을 향해 빛을 쏘아 보냈다.

“크억!”

미처 반응하지 못한 그는 어깨를 관통당했다.

분명히 머리를 노렸건만, 그 사이에 몸을 비틀어 치명상을 피했다.

지팡이 대신 주피로의 단검을 꺼냈다.

다크웨스트림.

파지짓!

등을 노리고 검을 휘둘렀다.

주륵……

녀석의 등에 그어진 선이 붉게 물들었다.

뒤늦게 몸을 돌린 그는 경계의 눈빛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아까 전처럼 몸이 멀쩡해지지도 않았다.

김동혁은 이죽거리며 처음으로 입을 뗐다.

“왜 보낸 놈들이 죄다 죽어 나갔는지 알 것 같군. 큭큭큭.”

몸에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모습에서는 여전히 여유로움이 묻어나 있었다.

스으윽!

양옆에서 포획망과 갈고리를 던졌던 인듀어 길드원들이 하나둘씩 나를 에워쌌다.

다들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은 것이 어중이떠중이가 아닌 정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허억. 헉…….”

다른 놈을 상대하다가 온 오진하가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괜찮냐?”

“예. 괜찮습니다.”

딱히 다친 데는 없어 보였다.

김동혁은 갑자기 박수를 쳐 댔다.

주목을 끌기 위함이다.

그는 공중에 떠 있던 이쑤시개를 입에 물며 말을 이었다.

“몸풀기는 이쯤하고 본격적으로 가 볼까?”

쿠과강!

땅에서 치솟은 흙이 내 두 발을 붙잡았다.

연이어서 몸을 속박하고 빛의 고리가 생겨났다. 고리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신성력은 힘으로 풀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거기다 누군가가 주변에 장막을 둘러 마법 시전을 방해하고 있었다.

나 하나를 잡기 위해서 단단히 준비를 해 둔 모습이다.

하지만 전부 부질없는 짓이었다.

“체크메이트.”

절대영역을 전개하는 순간 몸을 속박하던 모든 것이 소멸해 버렸다.

녀석들의 당황한 표정에 비릿한 미소를 지어 주며 다크포스를 시전했다.

어둠의 공간이 주변을 빠르게 잠식시켜 나간다.

이후 지배력을 끌어 올려 어둠을 움직였다.

그리고 어둠에 동화되었다.

“어, 어디 갔어!?”

“녀석을 찾아!”

그들은 나를 볼 수도 감지할 수도 없었다.

기민한 감각을 지닌 김동혁조차 바로 옆에 서 있는 나를 감지하지 못했다.

“으으으, 저리가!”

“달라붙지 마! 저리 꺼져!”

정예라 치부되는 자들이 무기력하게 어둠에 잡아먹히고 있었다.

모든 마법이 무효화되고 신체능력이 절반으로 떨어진 지금.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김동혁은 머리를 썼다.

메타로스로 총을 만들어 내 빛의 탄환을 갈겼다.

타앙! 타앙! 타앙!

탄환이 날아간 방향에는 구멍이 뚫렸다.

그는 그곳으로 어둠의 공간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어림도 없지.’

지이잉!

별의 정수가 그를 땅으로 끌어내렸다.

“으아아아아-!”

주변은 비명 소리로 가득 찼다.

하지만 김동혁은 동요하지 않은 채 분노한 얼굴로 소리쳤다.

“어디 있어! 나와! 이 빌어먹을 새끼야!”

나는 그 앞에서 서서 주먹을 뻗었다.

파앙! 파차아앙!

주먹으로 날아간 그를 뒤쫓았다.

그런데 고개가 돌아가 있던 그가 이쪽을 보며 씨익 웃었다.

무언가가 잘못됐다고 느끼는 순간 그의 손에서는 불길한 소용돌이가 치고 있었다.

나는 그의 손가락에 껴져 있는 반지를 보곤 놀랐다.

‘저건!’

틀림없었다.

마나 이터.

회귀 전에 내가 그토록 얻고 싶어 하던 아이템이었다.

‘저게 어떻게 저놈한테 있는 거지?’

설마 자리를 비웠던 이유도 저것 때문이었나.

불길한 소용돌이는 나를 강제로 옭아매더니 체내에 있는 마나를 빼앗아 가고 있었다.

“크흐으!”

벗어나기에는 반지의 힘이 너무도 강력했다.

그 힘에서 벗어나기 위해 등가교환을 시도하려고 했지만 순간 머뭇거림이 있었다.

지금 가진 힘으로도 풀어내기 어려운 속박인데. 과연 등가교환으로 이 속박을 풀어내려면 얼마나 많은 마나를 쏟아부어야 할까?

위험성이 컸다.

‘마나 이터는 마나만 뺏어 갈 뿐이지만 등가교환은 내 신체 일부를 뜯어 갈 수도 있어.’

선택지에 놓였다.

“아우우우우-!”

그때 반가운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콰하아앙!”

“뭐, 뭐야!?”

김동혁은 당황한 표정으로 이쪽으로 뛰어든 다칼을 쳐다봤다.

다칼은 녀석에게 잠깐의 생각할 틈도 주지 않고 입을 벌려 머리를 집어삼켰다.

단숨에 그의 목이 달아나 버리자, 나를 옭아매고 있던 반지의 힘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다.

하지만 반지에게 빼앗긴 마나는 다신 돌아오지 않았다.

‘그새 절반을 빼앗겼군.’

“퉤에!”

다칼은 집어삼켰던 머리를 뱉으며 말했다.

-오라고 하자마자 바로 달려온 것인데. 혹시 내가 늦은 건 아닌가 모르겠군.

나는 다칼을 보며 씨익 웃었다.

“아니. 딱 맞춰 왔어.”

덕분에 마나를 다 빼앗기지 않고 속박을 끊어 낼 수 있었다.

“캬르르르르…….”

다칼이 몸체만 남은 시신을 보며 경계의 목소리를 냈다.

-아무래도 죽지 않은 듯하군.

몸체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잠시 후, 녀석의 머리가 다시 생겨났다.

“후우~ 하마터면 정말 죽을 뻔했네.”

김동혁은 목 스트레칭을 하며 이쪽을 바라봤다.

“네놈 곁에 붙어 있던 펫이 없길래 이상하다 싶었는데. 다른 데 있다가 온 건가. 뭐. 좋아. 이래야 재밌지.”

뒤에서 한 명을 마무리 지은 오진하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준석 씨, 저놈 빼고 다 정리됐습니다.”

나는 김동혁을 보며 말했다.

“그렇다는데?”

“큭큭큭. 크하하하!”

그는 미친놈처럼 웃어댔다.

‘남아 있는 카드라도 있는 건가?’

이윽고, 웃음을 멈춘 그가 싸늘한 표정과 함께 말을 잇는다.

“애초부터 저런 병신들한테 기대하지도 않았어. 그냥 힘만 빼 주면 그 역할을 다한 거지. 근데. 그 역할조차도 제대로 못한 것 같네.”

김동혁은 뒷걸음질을 치며 두 팔을 벌렸다.

“그래서 준비했지. 도심 속에 폭탄을 말야!”

내 표정은 차갑게 변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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