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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172화 (172/230)

회귀한 탑 등반자 172화

172화 주교 회의 (1)

“결과가 극과 극이네요.”

“그렇습니다. 어떻게 되든 상당한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제가 교단에 속하기 이전에도 신자가 주교 회의에 출석했다는 얘기는 들어 본 적이 없으니까요.”

이런 일이 매우 드물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회귀 전에 대주교가 된 이후 몇 번이고 주교 회의에 참석을 했지만 신자가 회의에 불려 온 일은 여지껏 한 번도 없었다.

사뮤엘은 인자한 눈빛으로 내 어깨를 다독였다.

“분명 신자님이라면 괜찮을 겁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신자님께서 나쁜 인성을 가진 분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주교 회의도 좋은 일로 부르는 것일 테죠.”

“말씀이라도 감사합니다.”

“헛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디 마음을 편안히 가지시길.”

사뮤엘의 진심 어린 위로 덕분일까.

복잡한 머릿속이 차분해졌다.

나는 손목의 시계를 들여다보며 말을 이었다.

“이만 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주교님, 저도 가보겠습니다!”

조용히 곁에 붙어 있던 오진하도 사뮤엘에게 인사를 하고 같이 교회를 빠져나왔다.

밖으로 나온 오진하는 물끄러미 나를 바라봤다.

“바로 거기로 가실 거죠?”

“가야지.”

“같이 갈까요?”

“당연히 같이 가야지.”

“예……?”

“내가 말 안 했었나? 출석 명령서에 너도 포함되어 있어.”

오진하의 이름은 구석에 조그마하게 적혀 있긴 했지만 말이다.

“네에!? 왜 그걸 지금 말해요!”

“가기 전에 알았으면 됐지.”

“하~ 진짜. 마음의 준비도 안 됐는데. 이리 갑자기…….”

“몇 시간 전에 그 사실을 알았다고 해서 마음의 준비가 될 것 같아? 그때까지 불안해서 가슴만 졸이고 있었겠지.”

“그래도 전 미리 알았으면 했다고요.”

“그래? 다음부터는 참고할게.”

내내 가벼운 표정이던 오진하는 금세 똥 씹은 얼굴로 서 있었다.

“멀뚱하니 서 있지 말고 빨리 따라와.”

나는 어물쩍대는 오진하를 끌고 대교회로 향했다.

대교회에 다다르자 그 주변은 며칠 전에 왔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흘리고 있었다.

대교회 직원들이 거리를 나와 길을 통제하는 중이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자 직원들이 우리들의 앞길을 막아섰다.

“죄송하지만 지금은 이곳에 출입할 수 없습니다.”

옆에 직원이 설명을 덧붙였다.

“곧 주교 회의가 시작될 예정이거든요.”

주교 회의가 있는 날에는 대교회에서 보던 행정업무가 모두 정지되어 버린다.

그동안에는 회의를 보는 관계자를 제외하곤 대교회에 출입할 수가 없었다.

나는 직원에게 출석 명령서를 보여 주었다.

“이거, 실례했군요. 두 분은 들어가셔도 됩니다.”

직원들이 길을 터주었다.

곳곳에는 성기사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주변 건물 옥상에는 주교들이 자리를 지키는 중이었다.

‘역시 경계가 삼엄하군.’

아무래도 교단의 중요 인물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날이다 보니 그들의 입장에서는 경계를 강화시키는 건 당연한 조치였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직원 한 명이 걸어 나왔다.

“신자분들은 이쪽으로.”

직원은 우리가 어디로 가야 할지 안내를 해 주었다.

물론 딱히 안내를 하지 않아도 회의 장소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다.

다만 중간에 관계자들만 가지고 있는 열쇠가 있어야 회의장소에 다다를 수가 있었다.

1층 로비를 지나 복도 끝에 이르렀다.

벽에는 한 인물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

은색으로 빛나는 왕관과 화려한 색감이 들어간 고급스로운 복장을 차려입은 인물은 에펠 왕국의 초대 교황 아스라도 플린이었다.

플린은 손에 역삼각형의 문양이 새겨진 열쇠를 쥐고 있었다.

열쇠가 있는 곳에 자그만 홈이 존재한다.

직원은 그곳에 손을 뻗어 빛의 형상으로 된 열쇠를 만들어 냈다.

고트 키.

회의에 참석할 자격이 있는 자들에게만 지급되는 교단의 핵심 키였다.

그 뜻은 눈앞에 있는 직원 또한 그만한 권한을 쥐고 있는 고위직자라는 소리다.

철컹!

요란한 소음와 함께 뒤로 벽이 움직였다.

지하로 향하는 통로가 드러났다.

“와…….”

오진하가 감탄사를 흘렸다.

평소에 보던 지하 통로와는 달리 대교회의 지하 통로는 밝고 화려 했다.

계단은 광이 나는 회색 대리석에, 벽에는 에펠 왕국의 역사가 담긴 그림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벽의 틈 사이로는 신성력으로 만든 등불이 은은하게 주변을 비추었다.

“가시죠.”

직원을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이윽고. 주교 회의가 진행이 될 마트리아 성관의 모습이 드러났다.

“우와…….”

오진하는 감탄을 내뱉기 바빴다.

나도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저런 반응이었다.

반원의 형태로 만들어진 천장에는 별을 수놓은 듯 수많은 빛들이 칠흑 속에 빛나고 있었다.

유독 눈에 띄는 건 역삼각형의 별자리였다.

저것은 다른 곳에 있던 교단의 심볼처럼 단순한 심볼이 아니었다.

바로 아래 있는 커다란 원탁에 엄청난 신성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과다한 신성력으로 인해 신성력의 잔해가 대기에 떠다니기까지 했다.

어둠에 친화력을 가진 나는 거부감이 들긴 했지만 참아 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다칼이 있었으면 아주 날뛰었겠어.’

어둠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는 다칼에게는 마트리아 성관은 치명적인 장소가 될 수밖에 없었다.

“두 분은 저쪽 자리에 착석하시면 됩니다.”

직원은 우리들에게 자리를 알려 준 후 목례를 취하며 어디론가로 사라졌다.

오진하는 주변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저 사람들이 전부 대주교나 추기경급이라는 거죠?”

나는 원탁에 둘러앉아 있는 인물들을 살피며 그의 말에 대답했다.

“그래. 여기서는 입조심하는 게 좋아. 괜히 꼬투리를 잡혔다가는 너만 피곤해질 테니까.”

“이거 무서워서 입이나 열 수 있을까요?”

“실수할 것 같으면 저들이 묻는 것 말고는 대답하지 않는 것도 방법 중 하나지.”

“지금부터 전 입 다물고 있겠습니다.”

오진하는 입을 닫는 시늉을 하며 직원이 말해 준 자리에 착석했다.

나도 그 옆에 앉아 대기했다.

‘아직 절반 정도가 안 왔군.’

이미 와있는 인물들 중에 낯익은 얼굴도 보였다.

‘엘리자.’

그녀와는 계약을 맺은 관계이기 때문에 이제 같은 편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계약서의 효력이 없다는 것을 알아채기 전까지는 말이다.

엘리자와 두 눈을 마주쳤지만 딱히 아는 체를 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현명하군.’

만일 이 자리서 그녀가 날 아는 체를 했다면 여러 가지 문제들이 생겨났을 것이다.

무엇보다 동맹은 비밀이었는데.

그것이 탄로가 난다면 몰래 동맹을 맺은 이유가 사라져 버리지 않겠는가.

그렇다 보니 내가 공식적인 자격을 갖추고 이 자리에 앉기 전까지는 엘리자와 대화를 하는 것조차 조심해야 했다.

나는 시선을 돌려 교단의 핵심이 되는 자들의 얼굴을 하나씩 익혀 두었다.

이지 난이도에 있을 때와는 모든 것이 달랐다.

사람. 환경. 시기. 등등 회귀자라고 하여 익혀야 될 정보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사이에 하나둘씩 빈자리가 채워졌다.

슬슬 회의가 시작될 시점이 다가옴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공석이 많았다.

‘역시 참석을 하지 않은 건가.’

공석의 주인들이 누구인지는 금방 예측이 가능했다.

인듀어 길드원들이다.

그들이 교단에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은 기정사실화된 일이다.

즉 대주교와 추기경급에 인듀어 길드원이 많이 포진해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나 이 자리에는 인듀어 길드원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 확신할 수 있는 이유는 이전에 인듀어 길드의 아지트를 털었을 때 에펠 왕국에 거주하고 있는 길드원 명단을 빼돌렸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김동혁과 함께 꿍꿍이를 벌이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어느덧 시간이 다되었다.

쿵! 끼익-

통로의 문이 굳게 닫히더니, 반대편에 있는 금색 문이 열리고 있었다.

웅성웅성.

대주교와 추기경들 사이에 소란이 일었다.

열린 문을 통해 화려한 복장을 차려입은 여성이 걸어 나왔다.

저 문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은, 교황 단 한 명뿐이다.

‘교황이 회의에 직접 올 줄이야.’

보통 회의는 교황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이유는 교황의 자리가 공석일 때가 많고 한 사람이 오랫동안 자리를 유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애초에 교황이 된 자는 최대 1년까지 그 자리를 유지할 수가 있다.

이후가 되면 자연스레 교황 직위에서 내려와야만 한다.

한데 그 마저도 지켜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

교황이 되는 자는 대체로 등반자일 때가 많은데. 그들이 교황이 된 목적은 보통 층을 오르기 위해서이다.

그러니 그들은 교황이 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를 버리고 떠나 버린다.

간혹 권력의 자리가 탐나 1년을 가득 채우는 등반자들이 있긴 하지만 그 마저도 매우 드물었다.

교황이란 자리가 단순히 앉아 있기만 하는 자리라면 편하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

지속되는 업무와 스케줄은 어지간한 각오로는 견뎌 내기 어렵다.

또한 다른 등반자들이 층을 오르기 위해서 암살을 시도하기도 한다.

‘강인한 의지와 힘이 없다면 채 한 달도 못 버티는 게 보통이지. 그런데 저 여성, 얼굴이 낯설어.’

등반자들 중에 교황이 됐던 자는 얼굴이나 특징을 전부 외우고 있었다.

모르기도 어려운 것이 아무리 난이도가 그때와는 다르다고 해도 통합 층에서 그들에 대한 소문은 쫙 퍼지는 편이었다.

교황 자리에 오른 자는 각종 매체를 통해 높은 인지도를 얻게 된다.

한데 여성의 얼굴이 낯설다는 것은…….

‘등반자가 아니군.’

아마 에펠 왕국의 백성 중에 한 명일 것이다.

교황이 자리에 착석하자, 그 옆에 앉아 있던 추기경이 헛기침을 했다.

교황 바로 옆자리는 가장 권위가 높은 추기경이 앉는 자리이다.

그리고 그 추기경이 보통 회의를 진행한다.

하나 교황이 회의에 참석했다면 교황이 직접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 맞는 절차였다.

교황은 옆자리에 앉은 추기경을 바라보며 입을 뗐다.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회의 진행하세요.”

“아, 네!”

아무래도 교황은 직접 회의를 진행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참석은 했다고? 무슨 의도가 있는 거지?’

오히려 등반자가 아닌 교황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부담감이 가중됐다.

교황 옆자리에 앉은 추기경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교황님의 뜻에 따라 오늘 회의는 제가 주관하도록 하겠습니다.”

회의가 시작되기 전에 추기경은 에페르를 향한 기도문을 읊었다.

그러자 회의에 참석한 대주교와 추기경들 모두가 눈을 감고 기도를 올렸다.

기도가 끝나고 회의를 주관하는 추기경이 나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오늘 회의에는 특별한 손님들이 초대됐다는 것을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이쪽으로 시선이 쏠렸다.

“두 신자는 일어서 주십시오.”

나와 오진하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준석 신자와 진하 신자.”

“예.”

“예에!”

“당신들을 왜 주교 회의에 불렀는지 알고 계십니까?”

나는 속으로 욕을 지껄였다.

명령서에 이유가 쓰여 있지도 않았건만, 그 이유를 내가 어떻게 알겠는가.

“모릅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두 분은 며칠 전에 처음으로 전장에 참가하셨습니다.”

“예.”

“네. 그렇습니다.”

추기경은 다음 말을 이었다.

“그 전장에서 악마들을 처치하셨고요.”

“네.”

“예!”

“얘기를 듣지 못한 대주교. 추기경 분들을 위해 그저 확인차 물어보았습니다. 아마 지금 같은 이유를 들었을 땐 왜 이런 자리를 만들었는지. 왜 교단에 속하지 않은 신자들을 불러들인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추기경의 눈빛이 매섭게 바뀌었다.

“며칠 전 라프하 초원에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초원에 등장하지 않던 상급 이상으로 추측되는 악마가 등장한 것이죠. 뭐 아주 간혹 상급에 준하는 악마가 등장하는 경우도 있으니 그다지 놀랄 일은 아닙니다. 한데 그곳에서 그 악마를 목격했던 대주교 한 명이 초원에 나타난 악마는 상급 악마가 아니라 대악마라고 표현했습니다.”

대악마 언급에 주위가 시끌벅적해졌다.

“대악마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그게 현실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동쪽 초원에 대악마가 나타났다는 얘긴 살면서 처음 들어 보는군. 북쪽이라면 모를까.”

북쪽은 55층까지 뚫은 등반자에게만 입장이 허락되는 고층부 지역이었다.

회의를 주관하는 추기경이 손을 번쩍 들어 사람들을 조용히시키고 말을 이었다.

“여러분들 말대로 동쪽 초원에 대악마가 등장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그래서 대주교의 말도 바로 묵살되어 버렸죠. 그런데 사흘 전. 이곳에 서 있는 준석 신자는 워볼에 새겨진 공적치를 대교회에 와서 기록하고 갔습니다. 참고로 준석 신자는 상급으로 추측되는 악마를 단신으로 처단했습니다. 여러분들이 보기에 공적치가 몇 나왔을 거라고 봅니까?”

웅성웅성.

수많은 추측들이 오갔다.

추기경은 그들의 추측을 들은 뒤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며 내 공적치를 공개했다.

“15344입니다.”

“그 무슨!”

“공적치가 만이 넘었다고!?”

“아까 전장에 처음 참가했다고 하지 않았나?”

추기경은 주변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말을 이어 나갔다.

“아시다시피 악마 한 놈당 5정도를 얻는 것이 평균이죠. 워볼은 조작이 불가능한 아이템. 그렇다면 준석 신자의 공적치를 설명할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대악마. 준석 신자가 처치한 악마는 상급도 아닌 대악마가 맞았던 것이죠.”

교단에 속하지도 않은 이름 모를 신자가 대악마를 처치했다는 말에 모두들 놀라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거기다 준석 신자는 에페르 님께서 직접 축복을 내리신 명예의 증표자입니다! 명예의 증표자가 나타나 대악마를 처치했다? 이것이 하늘의 뜻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말하는 것을 보니 추기경은 에펠 왕국의 백성인 듯했다.

그는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마지막을 고했다.

“그리하여! 저 알베스토는 준석 신자를 주교로 승격! 그 예하 진하 신자의 사제 승격을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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