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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166화 (166/230)

회귀한 탑 등반자 166화

166화 자격을 갖춘 자

왕성 동쪽 방어의 요충지인 라프하 초원은 한때 끝없이 펼쳐진 푸른 들판에 산뜻한 바람이 불어오던 곳이었다.

하지만 악마들이 침공해 오기 시작하며 모든 것이 변해 버렸다.

생명의 기운이 넘쳐흐르던 들판에는 죽음이 뿌리내렸고, 그것은 곧 끝나지 않는 전쟁의 초석이 됐다.

수백, 수천 년이 지나 현재에 이르러 라프하 초원은 여전히 전란의 중심지였다.

팽팽한 힘의 균형은 양쪽 진영을 반으로 갈라 놓았다.

하나 지금 수십 년간 유지되어 오던 힘의 균형이 무너지려고 하고 있었다.

기나긴 전투로 인해 얼룩져 있던 새카만 하늘에 붉은빛이 석양처럼 내비쳤다.

악마나 인간 할 것 없이 모두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쿠웅! 수우우우웅-

먹구름을 걷어 내며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운석이 뜨거운 불꽃을 품고서 땅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직경 20미터가 넘는 크기에 한 인간이 말을 더듬으며 외쳤다.

“피, 피해!”

그것이 신호탄이 되어 수천 명의 인간이 왕성으로 도망을 쳤다.

“모두 퇴각하라!”

뒤늦게 악마들도 후퇴 명령을 내렸을 때는 이미 운석이 코앞에까지 다다라 있었다.

쿠하아아아아앙!

엄청난 굉음이 울려 퍼졌다.

낙하지점을 중심으로 수백 미터 내에 있던 모든 것이 증발해 버렸다.

충돌로 인해 발생한 충격파와 뜨거운 열기는 수 킬로미터까지 영향을 끼쳤다.

이를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오진하는 운석의 파괴적인 힘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핵폭탄이 따로 없다니까.’

오진하는 십여 미터 떨어진 거리에 서 있는 준석을 바라봤다.

그가 강하다는 것은 층을 같이 오르면서 충분히 체감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나 그가 저런 파괴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여전히 믿겨지질 않았다.

자신과 같은 인간일 텐데.

가진 힘은 가히 인간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같은 편이라서 참 다행이란 말이지.’

그의 존재는 아군에게는 희망이 될지 몰라도 적군에게는 절망이나 다름없었다.

오진하는 저 멀리를 내다봤다.

충격 여파로 인해서 전투가 일시적으로 소강상태에 빠졌다.

하지만 금방 어디선가 기어 나온 악마들이 앞으로 돌진해 오고 있었다.

“악마 놈들이 몰려온다!”

“녀석들이 파고들지 못하게 막아!”

운석 때문에 물러났던 사람들이 다시 전선에 합류한다.

“나도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오진하는 아공간에서 자신의 키보다 큰 할버드를 꺼내 들었다.

사용자가 강해질수록 무기도 강해지는 성장형 아이템인 할버드 끝에는 드래곤의 쌍날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스아아아-

무기에 깃들어 있는 드래곤의 힘이 밖으로 방출되며 전신에 붉은 기운이 생겨났다.

콰앙-

오진하가 지면을 박차고 앞으로 나아간다.

달리고 있는 아군들을 추월해 금방 교전이 일어나는 곳까지 이르렀다.

“우아아!”

5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던 악마가 그를 노리고 다가왔다.

악마의 압도적인 몸집에 기세가 위축될 법도 하건만.

오진하는 기세등등한 표정을 지으며 할버드를 위로 쳐들었다.

“흐앗!”

그리고 단숨에 머리 높이까지 도약해 할버드를 정면으로 내려찍었다.

스강-!

악마의 몸에 하얀 실선이 생겨난다.

“으어?”

뒤늦게 악마는 자신이 공격당했다는 것을 인지했다.

하나 이미 반응하기에는 늦었다.

쿠궁!

몸이 반토막이 나서 바닥에 패대기쳐졌다.

“덩치만 크지. 쉽네?”

오진하는 다른 악마를 상대하기 위해서 자리를 벗어나려고 했다.

푸하악!

“크윽!”

죽었다고 생각한 악마가 꼬리를 이용해 그의 어깨를 찔렸다.

“크흐흐흐!”

악마는 비열한 웃음소리를 내며 상처를 입은 오진하에게 말했다.

“심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길래 긴장을 좀 했더니. 이제 보니 벌레 녀석들만 상대해 온 잔챙이에 불과하군.”

후웅!

오진하는 다급하게 할버드를 휘둘렀다.

가까이 붙어 있던 악마는 꼬리를 회수하며 공격을 피했다. 덩치가 큼에도 불구하고 움직임이 민첩했다.

“으아아아!”

오진하는 자신이 방심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전력을 드러냈다.

장신구의 힘을 이용해 악마의 등 뒤로 이동한 그가 무기로 획득한 스킬 드래고니스를 사용했다.

촤자자자자잣!

머리와 몸통만을 노린 스무 번의 연격이 펼쳐졌다.

공격 하나하나가 재빠르고 정확했다.

무방비한 상태로 모든 일격을 맞은 악마는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두 동강 나 버렸다.

“크흐흐, 크하하하!”

하지만 떨어져 나간 악마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스르륵!

악마는 순식간에 조각났던 몸을 원상태로 되돌렸다.

‘공격이 안 통해……?’

오진하의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

그는 여태껏 하급 악마들만 상대해 왔기 때문에 중급 악마들 태반은 초고속회복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중급 악마는 한 놈이 아니었다.

근처에서 싸우고 있는 악마들은 죄다 중급 반열에 오른 놈들이었다.

하급? 그런 쩌리들은 존재하지 않았다.

강한 자만 살아남을 수 있는 곳.

라프하 초원으로 나와 싸운다는 것은 죽음을 각오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제야 오진하는 사람들이 게이트를 넘기 전에 왜 그리 긴장을 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제길! 한 놈을 상대하는 것도 쉽지 않아.’

새삼 깨달았다.

메테오로 단숨에 악마 수백 명을 정리해 낸 그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말이다.

* * *

메테오가 떨어진 직후, 무수히 많은 메시지가 시야를 어지럽혔다.

[8,95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9,994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8,554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8,411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악마 지휘관 베리톨을 처치하였습니다!]

[업적을 달성합니다.]

[특별보상이 지급됩니다.]

[1,500,000포인트가 지급되었습니다.]

[1,015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7,600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9,414포인트를 획득하였습니다.]

……

……

……

……

[단숨에 수백에 이르는 악마를 처치하였습니다!]

[악마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됩니다!]

[등반자의 이명의 격이 오릅니다!]

[등반자의 격이 일정한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자격을 갖춘 자의 대열에 오릅니다.]

[같은 등반자들 중 다수는 당신의 이명의 격을 보고 따르거나 혹은 우러러볼 것입니다!]

[그러나 당신이 적대한 이들은 공포와 두려움을 느낄 것입니다!]

[??이 되기 위한 조건 중 하나를 충족하였습니다!]

[??에 가까워지며 일부 능력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포인트 획득 메시지가 뜰 때까지만 해도 별 감흥도 없었다.

이미 포인트는 충분한 상태이고 그에 조금 얹어진 것뿐이니까.

하지만 마지막에 뜬 메시지들은 두 눈이 크게 뜨일 수밖에 없었다.

수백 명이 넘는 중급 악마를 죽였으니 이명의 격이 오른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벌써 격이 일정한 수준을 넘어설 줄은 모르고 있었다.

일정한 수준이란, 최하위에 노는 신좌가 가진 격의 절반을 내가 가지게 되었다는 뜻이다.

그간 격이 얼마나 올랐는지 체감이 되지 않고 있었는데.

이대로라면 정상에 도달했을 때 최하위 신좌의 격에 도달할지도 모른다.

회귀 전에도 다다르지 못했던 진짜 신좌의 격을 얻게 되는 것이다.

아직 다가오지 않는 미래였지만 그것이 내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예상치 못한 건 그것만이 아니야.’

그간 초월종에 대한 진전은 하나도 없었는데. 신좌의 격이 일정한 수준을 넘어서며 조건 중에 하나가 충족되었다.

그러며 일부 능력치가 대폭 상승하기까지 했다.

‘온몸에 힘이 넘쳐.’

자세히 능력치를 확인해 보기 위해 상태창을 열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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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 회귀한 마도사 (자격을 갖춘 자)

칭호: 좀비 학살자 외 7개

능력치

근력:1742(+250)

민첩:1791(+5623)

체력:1785(+3820)

정신력:1311(+250)

마나:2054(+2715)

스킬

점지(Lv5) 마나볼트(Lv25) 마법컨트롤(Lv32) 다크웨스트림(Lv11)

어스월(Lv15) 행운의룰렛(Lv7) 다크소드(Lv15) 다크소울(Lv7) 원드퍼드(Lv16) 등가교환(Lv-) 마나방출(Lv16) 루트딥트리(Lv31) 리치네스(Lv7) 다크레인(Lv10) 컬스버닝(Lv9) 홀리크로스(Lv6) 엘리렌스(Lv10) 다크포스(Lv4) 힘의 천칭저울(Lv3)

광염(Lv5) 고양이격투술(Lv8) 다크싱어(Lv5) 악재통(Lv3) 다크스피어릿(Lv5) 소울브링(Lv3) 메테오(Lv2) 다크레이어(Lv3) 더블캐스팅(Lv4) 일렉트릭 자이언트(Lv3) 파이어랜스(Lv2) 다크퍼지(Lv1) 다크핸드(Lv2) 프로스트쇼크(Lv1) 일루전(Lv1)

고양이마법술(Lv3) 코어체인지(Lv1) 세이브(L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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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절로 입꼬리가 올라갔다.

체력과 정신력. 마나가 50씩이나 올라갔다.

나머지 근력과 민첩이 안 오르는 것은 아쉽긴 하나, 따지고 보면 민첩은 더 이상 안 올라도 상관없었다.

다른 능력치에 비해 2, 3배는 높은 수치이고 근력 또한 체력과 정신력. 마나에 비하면 중요도가 떨어지는 편이었다.

‘점점 이전의 힘에 가까워지고 있다.’

“캬응? 킁킁! 킁킁!”

이와 중에도 잠을 자던 다칼이 갑자기 일어나 내 머리 냄새를 맡았다.

나는 상태창을 닫고서 위를 쳐다봤다.

“뭐 하는 거야? 냄새는 왜 맡아?”

“킁킁!”

다칼은 아랑곳하지 않고 냄새를 맡아 댔다.

잠시 후 밑으로 내려 와 날 올려다보았다.

-냄새가 흐릿하기는 하지만…… 그대한테서 신좌들에게만 나는 냄새가 나는군.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뭘 하긴. 저기 있는 악마들을 죽였지.”

곧 다칼은 무언가를 알아챈 듯 크게 놀란 얼굴로 점점 입이 벌어지고 있었다.

-설마. 벌써 자격을 갖춘 건가?

나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래.”

-놀랍군! 중층부에 들어서자마자 자격을 갖추다니. 그간 범상치 않은 행보를 보이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자격을 갖출 줄은…… 오랜 세월 살아왔지만 그대처럼 이렇게 자격을 빨리 갖춘 자는 없었지. 어쩌면 신좌의 격을 가지게 될지도 모르겠어.

“가질 거야. 아니, 가져야만 돼.”

신좌의 격을 얻고자 하는 생각은 회귀한 순간부터 해 왔었다.

언젠가는 신좌들과 부딪힐 일이 올 것이다.

회귀 전에는 감히 신좌와 맞서려고 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에 들지 않아도 항상 부딪치는 상황을 피해 다녔다.

그러나 이번은 달랐다.

신좌와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는 격과 신좌를 죽이기 위해 필요한 신기.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킬 수 있는 위치에 오르고 있었다.

‘그 어떤 놈에게도 고개를 숙이지 않도록 반드시 그 위치까지 오르겠어.’

사아아악!

옆으로 스쳐 지나간 얼음 화살에 번뜩 정신을 차렸다.

“아!”

뒤늦게 내가 전장 한가운데에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단은 여기에 집중하자.’

나는 메테오를 떨구고 난 뒤 악마들을 처치하자마자 시스템으로 지급된 구슬 ‘워볼’을 쳐다봤다.

본래 하얀색이던 워볼은 검게 물들어 있었다.

끝자락에 살짝 하얀색이 비친다.

그리고 가운데 숫자가 적혀져 있었다.

[1344]

워볼에 적힌 숫자는 내가 처치한 악마들의 총합의 힘을 수치로 표기화한 것으로 주로 왕국이 공적치를 판단할 때 쓰인다.

“천은 넘겼네.”

보통 중급 악마 하나당 평균 5정도 오르는 것을 감안하면 결코 적은 수치라 볼 수 없었다.

콰가가가강!

나는 소음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한창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보다 더욱 먼 곳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적진에서 나는 소리군.’

메테오를 떨군 자리에 웬 자그만 막대기 같은 검정색 탑이 보였다.

탑의 꼭대기에서 붉은 번개가 하늘로 치솟고 있었다.

아까 전만 해도 저런 것은 없었다.

하나 저 탑이 무엇인지는 알고 있었다.

‘저게 왜 여기에 있는 거지?’

탑을 바라보는 내 표정이 굳어져 갔다.

애초에 저 탑은 이곳에 존재하면 안 되는 것이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탑이 아니라 그 존재였다.

하늘에서 붉은 번개가 하나의 얼굴을 만들어 내고 사라졌다.

탑은 점점 크기가 작아지더니 한 인간의 형태로 변화해 나갔다.

구오오오오-

탑이 있던 곳에 거센 충격파가 일었다.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충격파는 여기까지 날아들었다.

포악한 기운이 느껴진다.

탑이 있던 곳에 먼지가 걷히자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마 한쪽에 당당히 드러난 안쪽으로 굽어진 뿔과 차갑고 매혹적인 루비색의 두 눈동자.

입술과 상반신을 가린 적색의 두 날개.

불을 머금은 것 같은 비늘로 된 하반신.

틀림없었다.

저 여인은…….

‘대악마 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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