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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162화 (162/230)

회귀한 탑 등반자 162화

162화 중층부 (4)

마침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다칼, 물속에서 포탈을 찾아.”

“캬아앙?”

-물속에 같이 들어가는 것 아니었나?

“그러고 싶은데. 난 못 들어가.”

-대체 그게 무슨 소리지?

“물이 마나를 튕겨 내. 그래서 나도 튕겨져 나왔고. 그곳에 들어가려면 몸에 있는 마나를 전부 비워야 돼.”

-흠. 어쩐지 이상하긴 했다. 분명히 같이 뛰어들었다고 생각했는데. 그대는 물 위에 서 있으니.

확인차 다시 한번 수면 위에 발을 대자 자석이 밀어내는 것처럼 강하게 튕겨 냈다.

“푸후~ 푸후~.”

반면 여전히 다칼은 편하게 헤엄을 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무얼 하면 되지?

“일단 포탈을 찾아. 그리고 찾는 즉시 내게 알려 줘.”

-그거만 하면 되나?

“그래.”

-잠시만 기다려라.

다칼이 물속으로 모습을 감춘 동안 혹시나 놓친 것은 없는지 주변을 살펴보았다.

별다른 점은 발견하지 못했지만 지하로 내려왔을 때부터 신경이 쓰이는 점이 있었다.

‘하필 시련 장소가 교회 밑이라는 게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

평범한 교회라면 몰라도 이곳은 에페르가 영역으로 삼고 있는 곳이기에 괜한 마찰은 피하고 싶었다.

에페르가 두려워서가 아닌,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 우려됐다.

중층부에서 강한 영향력을 지닌 에페르를 적으로 돌리면 교단에 들어가는 것조차 어려워질 수 있었다.

‘그런 불상사는 없도록 해야지.’

1, 2분쯤 지났을까?

다칼이 희소식을 전해 왔다.

-찾았다.

“좋았어.”

등가교환.

나는 다칼이 전달하는 텔레파시 방식으로 말을 전달했다.

-포탈이 어떻지?

-어떻다니? 외견을 묻는 건가?

-그래. 어때 보여?

-으음. 검다.

-그게 끝이야?

-동그랗게 생겼군. 그리고 뭔가…….

-뭔가 뭐?

되물었지만 돌아오는 것은 침묵뿐이었다.

-다칼. 다칼!

-젠장!

목소리가 다급해 보였다.

-대체 무슨 일이야!?

-잠시…… 지금은 말할 상황이 아니다!

다칼이 당황할 정도면 분명히 심각한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밑을 내려다보자, 시커먼 수면만이 보일 뿐이었다.

“답답해 죽겠네.”

-다칼!

다시 한번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었다.

“칫!”

어지간해서는 마나를 비우고 싶지 않았건만.

다칼이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 이상 내게 선택권 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등가…….’

스으으으-

마법을 시전하려는 순간 잔잔하던 호수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소용돌이 중심에 물이 밑으로 빨려 들어가는 중이었다.

나는 저 멀리에 있는 벽을 내다봤다.

수면이 점점 낮아지고 있었다.

‘그런 거였나.’

포탈은 차원이동을 하는 장치임과 동시에 물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었다.

‘곧 있으면 여기에 있는 물이 전부 사라지겠지.’

그렇다면 다칼은 이미 포탈에 빨려 들어가 버린 것일까?

모른다.

하나 어디에 있든지 간에 쉬이 당할 놈이 아니었다.

“푸하아!”

그리 생각하자마자 다칼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다칼!”

스르륵-

다칼은 어둠이 되어 내 어깨에 안착하곤 숨을 거칠게 내쉬었다.

“캬후~.”

-하마터면 빨려 들어갈 뻔했다.

“다급했던 목소리치곤 멀쩡하네.”

“캬항! 캬항!”

-그게 죽다 살아난 놈에게 할 말인가! 어딘지 모를 미지의 공간에 미아가 될 뻔했단 말이다!

“안 죽어. 말은 안 했지만 빨려 들어가도 문제는 없었을 거야.”

-그걸 어떻게 알지?

“이미 점지로 확인했거든. 세이브 스킬을 얻으려면 어차피 포탈 안으로 들어가야 해.”

-크흠! 진작에 얘기해 주면 좋았을 것을.

한데 무언가가 이해가 되지 않는 듯 다칼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어차피 들어가야 한다면 굳이 포탈의 외견 같은 걸 물어볼 필요도 없이 나보고 미리 들어가라 말했으면 되는 거 아니었나?

“조심해서 나쁠 건 없으니까.”

-그도 그렇군. 그보다 힘을 썼더니 배가 고프다.

꼬르륵.

다칼은 배를 문지르며 그대로 몸을 축 늘어뜨렸다.

“끝나면 고기나 실컷 먹어. 한 근이든 열 근이든 얼마든지 사 줄 테니까.”

“캬하앙!”

다칼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하여간. 먹을 거만 언급하면 눈빛이 살아난다니까.’

수우우우우-

한편 물이 전부 빠져나간 지면에는 감춰져 있던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놈은 뭐지?’

10미터가 넘는 육중한 몸집에 전신을 감싸고 있는 찢겨진 두 날개.

날개 때문에 잘 보이지 않는 얼굴은 절반만 드러났다.

틈새 보이는 이마에는 두 개의 검은 뿔이 솟아나 있고 두 눈은 새빨간 두건으로 가려져 있었다.

그리고 손에 쥐어진 비스듬하게 꺾인 투박한 양날검에는 수많은 핏자국들이 흔적으로 남아 있었다.

외견만 봤을 때는 악마가 확실했지만, 놈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파악할 수 없었다.

펄럭!

나는 날개를 움직여 수십 미터 높이를 내려갔다.

탓!

물을 흡수해서일까?

검고 동그랗게 생겼다던 포탈은 어느덧 푸른색을 띠는 중이었다.

그러며 뒤편에 있는 악마를 바라봤다.

볼일이 있는 것은 포탈이었지만 자꾸만 놈에게 시선이 갔다.

‘거슬려.’

지금이야 전혀 위협이 되지 않고 있지만 언제 저 악마 놈이 움직일지 모르는 일이다.

‘문제가 생기기 전에 제거한다.’

지팡이를 하늘 높이 쳐들어 악마 놈을 가리켰다.

파짓, 파지지짓!

푸르스름하게 바뀐 지팡이 주변으로 스파크가 일어났다.

곧 체내에서 엄청난 양의 마나를 방출하며 대기의 마나 밀도가 급격하게 올라갔다.

쿵! 쿠궁!

강한 압력이 땅을 짓눌렀다.

파지짓! 파지지짓!

지팡이 주변에만 겉돌던 스파크는 점점 영역을 넓혀 악마가 서 있는 곳에까지 이르렀다.

일렉트릭 자이언트.

파쟈자자잣!

수많은 전자들이 하나로 뭉쳐 거인의 발을 만들어 냈다.

내가 앞차기 발동작을 취하자, 거인발도 똑같이 앞 차기를 했다.

콰아아앙!

악마 놈은 공격을 버티지 못하고 나가떨어졌다.

‘모자라.’

쾅! 쾅! 쾅!

녀석이 흔적도 없이 사라질 때까지 발길질을 멈추지 않았다.

단순히 거인 발이 물리적 충격만 가하는 것이 아니었다.

뿜어져 나온 초고열의 전기가 주변의 일대를 초토화시켰다.

마법을 해제했을 때는 오직 검은 잿더미만이 남았다.

스윽.

정리를 끝낸 나는 고개를 돌려 포탈에 손을 뻗었다.

팡!

흠칫하며 손을 뒤로 뺐다.

“크릉.”

-보아하니 들어가는데 문제가 생긴 것 같군.

“호수의 물만 마나를 튕겨 내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이놈도 똑같네.”

아예 예상치 못한 결과는 아니었다.

물이 마나를 튕겨 내는 성질을 가졌다면 포탈 또한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은 했으니까 말이다.

‘결국에는 그 수밖에 없나.’

“다칼.”

-무슨 방법이라도 있는 거겠지.

“그래. 될지는 확신이 안 들지만, 일단은 네가 먼저 들어가. 난 곧바로 뒤따라 들어갈게.”

-공간 이동을 할 생각인가?

“현재로써는 그 방법밖에 없어.”

“크릉.”

다칼은 밑으로 뛰어내리며 말했다.

-알겠다. 그럼 들어가서 신호를 보내지.

“조심해.”

다칼은 곧바로 포탈을 넘었다.

그리고 신호를 보내올 줄 알았건만.

“응?”

채 1분도 되지 않아 다시 걸어 나왔다.

입에는 웬 책을 물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르응…….”

다칼이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들어가니 아주 협소한 공간에 이 책밖에 없더군. 그래서 그냥 가지고 나왔다.

“설마 그게?”

-직접 확인해라.

다칼이 책을 건네주자마자 메시지가 떴다.

[세이브 스킬책을 얻었습니다.]

“맞네?”

나 역시 황당했다.

뭔가 더 기다리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이리 허무하게 스킬책을 얻어 내다니 말이다.

‘혹시 스킬을 배우는 조건이 까다로운 거 아니야?’

어렵지 않게 얻어 냈으니 조건이라도 까다롭지 않을까 싶어 곧장 책을 펼쳐 보았다.

[책의 새겨진 스킬을 획득하려면 조건이 충족시켜야 합니다.]

[생명의 천사 베리트리오를 처치하십시오.]

“천사? 근처에 천사가 있었나?”

나는 생명의 천사 베리트리오가 어디에 있는지 주변을 살폈다.

하나 아무리 찾아도 천사는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문득 아까 전에 처리한 놈이 떠올랐다.

“설마. 그놈이?”

[생명의 천사 베리트리오를 처치하였습니다!]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스킬책에 각인된 스킬을 습득합니다.]

[세이브(Lv-)을 배웠습니다.]

누가 봐도 악마처럼 생긴 놈이 사실은 생명의 천사라는 것이 얼떨떨했다.

하나 얼빠져 있는 것도 잠시. 세이브 스킬을 얻었다는 것에 뒤늦은 기쁨이 밀려왔다.

회귀 전에는 실마리조차 얻지 못해 뒤꽁무니도 보지 못했던 스킬이다.

‘어쩌면 층의 정상에서 클론 소환석만큼이나 도움이 될 수 있겠지.’

나는 스킬의 옵션을 열어 확인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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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킬 종류: 특수

스킬 이름: 세이브(Lv-)

내용: 1회 한정으로 몸을 원래대로 회복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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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간단했지만 이것이 내게 가져다주는 힘은 상상이상으로 컸다.

세이브는 타인을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지만 나를 위해서도 사용할 수 있는 스킬이었다.

만신창이가 되어 죽기 직전까지 가도 한 번은 더 싸울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뜻이다.

물론 세이브 스킬을 사용할 만한 상황이 아예 나오지 않는 게 최상의 결과이겠지만.

이지 난이도의 데카인에게 무기력하게 당했던 것을 떠올리면 상황을 항상 비관적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평소에 시각을 비관적으로 바라봐야 최악의 상황이 와서도 그에 대처를 할 수 있다.

“캬하앙!”

-준석!

다칼이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왜 그래?”

-저길 봐라!

녀석이 포탈 쪽을 가리켰다.

우우웅! 우우웅!

푸른색을 띠고 있던 포탈이 빨간색이 되었다가 노란색이 되었다가 주황색이 되었다가 자기 멋대로 색깔이 변하고 있었다.

문제는 동그랗게 유지 중이던 포탈이 유지력을 잃은 듯 일그러지며 강한 파동이 전해졌다.

‘심상치 않아.’

불길함을 느낀 나는 서둘러 다칼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등 쪽에 마나를 쏟아부어 타엘의 날개의 성능을 높였다.

쿠웅!

발 돋음과 함께 날갯짓하자 시야가 빠르게 바뀌었다.

뒤에서는 하얀빛이 번쩍였다.

고개를 돌리자 포탈로부터 시작된 빛 폭발이 빠른 속도로 다가오고 있는 중이었다.

‘이러다 따라잡힌다!’

등에 마나를 더욱 쏟아붓자 날개에서 푸른빛의 가루가 떨어져 나왔다.

날개에 과다한 마나가 주입되어 그것을 실시간으로 배출해 내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정권에서 멀어지기 시작했지만.

‘대체 어디까지 쫓아오는 거야?’

이대로라면 지상에 있는 교회까지 닿을 수 있었다.

만일 빛 폭발로 인해서 교회가 증발해 버린다면 내 계획뿐만 아니라 신좌 에페르와 단숨에 적대 관계가 되어 버리리라.

이를 눈치 빠르게 알아챈 신좌들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전투에 미친 투신이 진퇴양난의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 매우 궁금해 합니다! 하지만 그대라면 어떻게든 난관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죽음이자 어둠을 그늘에 진 자가 이대로 가면 또 하나의 신좌를 적으로 돌리게 될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그러나 그것 또한 재미있을 것 같다고 호탕하게 웃습니다.]

[힘을 중시하는 자가 폭발 따윈 무시하고 에페르와 적대하기를 기대합니다.]

이놈도 저놈도 자기 일이 아니라고 막 떠들어 댄다.

‘그렇게는 안 되지!’

도망치는 것을 그만두고 뒤로 돌았다.

수십 미터 높이를 따라온 빛 폭발은 전혀 위축되는 기세를 보이지 않는다.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었다.

나는 지팡이를 앞세우며 마법을 시전했다.

다크핸드.

사람 하나쯤은 간단히 잡을 수 있는 손이 생겨났다.

하지만 빛 폭발을 잠재우기에는 너무나도 작고 미약했다.

더블캐스팅.

순차적으로 마법을 시전하는 것이 아닌 동시에 마법을 시전하는 기술.

짧은 찰나, 검은 손이 빠르게 늘어 갔다.

수 초 안에 수십여 개가 넘는 손을 만들어 낸다.

이제 해야 할 일은 수십여 개가 된 손을 하나로 뭉치는 것.

지팡이를 들지 않은 손을 앞으로 뻗어 움켜쥐었다. 그러자 수십여 개에 이르던 손이 한 곳으로 뭉쳐 하나가 되어 갔다.

‘빨리빨리…….’

그새 코앞까지 빛이 접근했다.

‘됐다!’

나는 하나로 완성된 거대한 손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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