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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160화 (160/230)

회귀한 탑 등반자 160화

160화 중층부 (2)

고개를 돌리자 오진하도 미션을 확인하는 중이었다.

곧 허공에서 시선을 뗀 그는 이쪽을 바라보며 말문을 텄다.

“미션 보셨어요?”

“어. 봤지.”

“미션이 두 개던데. 사제는 그렇다고 쳐도 교황이 되라니. 너무 허무맹랑한 소리 아니에요? 아, 물론 준석 씨라면 가능할 것 같기도 한데. 저는 백 퍼센트 불가능! 응?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아니, 그래도 남편인데…… 너무 냉정하게 말하는 거 아니야?”

내가 봤을 때는 오진하는 등반자들 사이에서 충분히 강한 편에 속했다.

그러지 않았다면 그를 선택하지도 않았으리라.

“너무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거 아니야?”

내 말에 오진하가 몸짓까지 써 가며 격렬히 부정했다.

“천운이 따르면 모를까, 안 돼요. 무엇보다 교황은 한 명이 될 텐데. 그럼 더 가능성 없죠. 특히 그쪽이랑도 싸워야 할 텐데. 사장과 직원을 떠나서 어후~.”

그는 추위에 떨듯 몸을 떨었다.

“그건 제 쪽에서 먼저 사절할 게요. 보니까 미션 공유라는 게 있던데. 차라리 전 준석 씨가 만든 파티에 들어가겠습니다.”

말을 안 해도 어차피 그럴 생각이었다.

“근데 미션 공유는 어떻게 하는 거지?”

“공유할 대상을 떠올리고 미션 공유를 외쳐 봐.”

“미션 공유.”

[‘인챈트에 능한 자’가 미션 공유를 신청해 옵니다.]

[미션 공유를 받아들이게 되면 당신은 파티장이 되며 통합 미션의 주체가 됩니다.]

[’인챈트에 능한 자’를 파티원으로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수락.”

[’인챈트에 능한 자’를 파티에 받아들였습니다.]

[인챈트에 능한 자와 미션 공유하게 됩니다.]

“오오~ 됐다!”

“알고 있겠지만 이제 무르고 싶어도 무를 수 없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55층까지는 함께해야 되는 거야.”

“무르긴요. 오히려 넣어 줘서 고맙지. 따라다니기만 해도 꿀이 떨어지고 떡이 떨어지는데. 그런 걸 마다할 인간이 어디 있겠어요. 그리고 아직 개인적으로 빚진 것도 갚지 못 했구만.”

그리 말해 줘서 고맙긴 하다만, 회귀 전에 탑에서 지내며 배운 점이 있다면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점이었다.

불변의 진리처럼 바뀌지 않을 것 같아도 바뀌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캬하아암~.”

내 어깨에서 숙면을 취하던 다칼이 기지개를 켜며 머리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고개를 밑으로 내려 나랑 두 눈을 마주쳤다.

-밥은 언제 먹나?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찾아.”

-배가 고픈 걸 어쩌겠나.

“이건 뭐 식충이가 따로 없네. 기다려.”

아공간에서 비상식량을 꺼내 던져 주었다.

착!

다칼은 음식을 받자마자 곧바로 입에 우겨 넣었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앞을 내다봤다.

흉측하게 생긴 악마와 그에 맞서고 있는 사제를 표현한 동상이 있는 광장으로 이동했다.

뒤따라 온 오진하가 물었다.

“저희는 어디로 갑니까?”

“당분간 이곳에서 지내게 될 텐데. 그럼 거주지부터 정해야지.”

“쩌업. 쩌업. 캬항!”

-거주지 근처에 맛있는 식당이 붙어 있으면 좋겠군.

“아무래도 그게 좋겠지.”

광장 중앙에서 인프라가 잘 형성되어 있는 위치가 어딘지 살펴보았다.

이지 때 겪었던 왕국과 완전히 일치한다면 살필 필요도 없겠지만 전체적인 환경만 비슷할 뿐.

거리의 모습은 확실한 차이를 보였다.

‘저기가 좋겠어.’

위치를 정하자마자 에펠 부동산을 찾아갔다.

에펠 부동산은 왕국이 직접 관리하는 사업체로서.

토지를 사들이는 건 불가능하지만, 건물을 임대 혹은 사고파는 행위는 가능했다.

곧 부동산 안으로 들어서니 거리보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바글거리고 있었다.

“어우.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네.”

오진하가 말한 대로 입구부터 꽉 막혀 있었다.

약 10분 정도 흘러서야, 겨우 직원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임대를 하러 오셨나요?”

“아뇨. 메인스트리트 1번지에 건물을 매입하고 싶은데. 혹시 매물로 나와 있는 게 있습니까?”

“잠시만요.”

보통 인기가 있는 핫플레이스는 매물이 없는 편이었다.

주로 건물 있는 사람들이 임대를 내놓으며 한 달마다 평균 10만 포인트에 이르는 임대료를 받아먹었다.

임대만 내놓으면 무조건 이득을 취할 수 있는 구조.

그러나 가끔 매물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크게 두 가지의 경우가 있었다.

하나는 건물주가 죽음을 맞이했을 때고 또 하나는 왕국에게 권리를 박탈당했을 때이다.

왕국에게 권리를 박탈당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인데.

대다수는 최대 건물을 소유할 수 있는 기간인 1년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기간을 넘으면 건물을 재구매해야 하며 재구매하지 않으면 강제로 매물로 나오게 된다.

“마침 두 채가 매물로 나와 있네요.”

“사진을 볼 수 있을까요.”

“그럼요.”

나는 마법으로 인쇄된 사진 두 장을 확인하곤 마음에 드는 건물을 선택했다.

가격은 205만 포인트.

평균적으로 메인스트리트 1번지에 있는 건물들 가격은 200만 포인트를 웃도는 수준이었다.

그러니 적정한 가격이라고 볼 수 있었다.

하나 건물 내부를 보지도 않고 구매할 수는 없기에 직원과 함께 건물로 들어가 내부를 확인했다.

50평 크기의 2층 건물은 고딕한 느낌이 물씬 풍겼다.

‘마음에 드는군.’

결정을 내리자마자 그 자리서 직원에게 말했다.

“이 건물로 하죠.”

* * *

돈을 지불하자 서류 정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나는 부동산에서 지급해 준 왕국의 보증 문서를 들여다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일시적이라도 건물주가 됐으니 기분이 안 좋을래야 안 좋을 수가 없었다.

보증문서를 아공간에 집어넣고서 이젠 내 집이 된 건물을 올려다봤다.

‘나중에 창문은 손을 좀 봐야겠네.’

이윽고 낡은 열쇠로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오진하도 조용히 뒤따라 들어온다.

그는 앞으로 걸어 나오더니 계단을 가리키며 말했다.

“제가 2층을 사용하겠습니다.”

“누구 마음대로.”

“네?”

“집 사는데 한 푼이라도 보탰어?”

“그건 아니지만…….”

“원하는 대로 2층을 내줄 테니. 달마다 10만 포인트씩 지불해.”

“10만 포인트요!? 준석 씨. 아니 형! 그건 너무 비싼 것 같은데…… 하하. 조금만 더 싸게는 안 될까…… 요?

“5만 포인트. 대신에 1층 청소는 네가 도맡아서 해라.”

“예!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뭐? 자기야.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잡혀 산다니. 이 정도 인프라가 있는 건물에서 지내며 5만 포인트면 혜자라고. 혜자.”

“왜 와이프가 마음에 안 든대?”

“하하! 그게 아니라…… 너무 좋답니다! 그저 가격대가 조으금~ 아쉽다는 거지.”

“그런다고 안 깎아 줘. 나가서 집을 구하든가. 2층에서 살든가. 마음대로 해. 같이 다닌다고 굳이 같은 집에서 살 필요까진 없지.”

“아이, 제가 어딜 갑니까. 2층에서 잘 지내겠습니다!”

오진하는 행여 내가 다른 말이라도 할까 싶어 서둘러 2층으로 올라갔다.

나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1층의 방들을 둘러보았다.

방은 세 개에 부엌은 한 개. 화장실 두 개.

혼자서 지내기에는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필요한 가구들은 이미 구비가 되어 있어 따로 구매할 필요가 없었다.

“크르응~ 크르응~.”

다칼도 새로운 집이 마음에 드는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기분 좋게 웃고 있었다.

잠시 후 나는 거실에 있는 창문을 내다보며 생각을 정리했다.

“가장 중요한 거주지는 만들었고…… 이제 미션에 신경을 써야 하는데 말이지.”

통합 미션은 아직 머나먼 얘기이니 배제하고.

서브 미션에만 신경을 쓰자면 에펠 왕국의 사제가 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자격 요건이 필요했다.

매일매일 에페르교에 출석해 얼굴도장을 찍을 것.

에페르교의 주교에게 추천장을 받을 것.

에펠 왕국의 공적치를 쌓을 것.

하나하나가 쉽지 않은 요건들이었다.

그나마 에페르교에 출석하는 일이 제일 쉬워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꼬박 100일간 출석을 해야 자격을 얻는 만큼 꾸준함과 기나긴 인내의 시간이 필요했다.

주교에게 추천장을 받는 것도 관계를 쌓고 신뢰를 얻어야 하기 때문에 엄청난 심적 소모가 든다.

간혹 뇌물을 먹여 추천장을 받는 경우도 있지만 자칫 그것이 독이 되어 모든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기에 그다지 추천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마지막으로 에펠 왕국의 공적치를 쌓는 일은 앞서 말한 것들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정성을 들여야 하는 작업이었다.

우선은 오늘부터 에페르교에 출석해 얼굴도장을 찍기로 결정했다.

“오진하!”

나는 오진하를 호출해 같이 이동했다.

아무런 말도 없이 끌려나온 오진하는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물어보았다.

“이번엔 또 어디를 가는 겁니까?”

“교회.”

“네? 거긴 왜요?”

“왜긴. 예배하러 가지.”

“예배요? 뜬금없이 예배는 뭐 하러…….”

“잊었어? 41층 미션이 뭔지?”

“아니. 사제가 되는 거랑 예배하는 거랑 무슨 연관이 있다고. 그럴 시간에 교단에 찾아가서 수련생 신분이 돼야 하는 거 아닙니까?”

“네가 찾는 교단이 바로 교회에 있고, 수련생 신분이든 뭐든지 되려면 예배는 기본으로 해야 교단이 눈여겨보지 않겠어?”

“뭐. 틀린 말은 아니네요.”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하려는 일은 철저히 신앙심이 깊은 신자처럼 활동해야 돼. 그들처럼 되려고 노력하고 그들처럼 행동하지 않으면, 교황 자리는 꿈도 꾸지 못할 거야.”

여태까지 탑을 오를 때는 힘만 있으면 뭐든지 해결이 됐다.

하지만 41층부터는 달랐다.

힘이 있다고 해서 모든 것이 해결되지 않으며 때론 머리를 쓰고 때론 연기를 하고 때론 사람들을 이용할 줄도 알아야 했다.

그것이 통합 미션을 깨기 위한 조건이었다.

“근데. 여기로 가면 교회가 있는 거 맞아요? 갈수록 사람도 없고 건물도 몇 채 없는 것 같은데.”

“내가 언제 잘못된 길을 안내한 적이 있나?”

“그런 적은 없죠.”

“그럼 조용히 따라와.”

어느덧 길거리에는 한적함이 돌고 있었다.

주변의 낡은 건물들은 으스스한 분위기를 흘렸다.

“와…… 아까 광장 근처랑은 완전 딴판이네.”

거리가 한적해지니 말수도 줄어들었다.

침묵 속에서 얼마나 걸었을까?

낡아빠진 건물 앞에 멈춰 섰다.

고개를 들자 꼭대기 위로 에페르교의 상징인 역삼각형 문양이 곧게 뻗어 있었다.

이내 먼지가 쌓인 퍼석한 계단을 올라 곳곳에 금이 가 있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당장이라도 귀신이 튀어나올 것 같은 어둡고 칙칙한 풍경이 드러났다.

관리가 제대로 안 된 듯 천장에는 거미줄들로 가득했다.

그나마 이곳이 신성하다고 느끼게 해 주는 건 천장 유리로 내리쬐는 햇볕뿐이었다.

오진하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제대로 찾아온 거 맞아요? 교단이고 뭐고 여기서는 신자 한 명도 발견하기 어려울 것 같은데.”

“쉿.”

이곳에 사람이 드나들지 않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사람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떤 교회든 주교가 한 명씩 나와 있지.’

설사 그곳이 폐허에 가까운 곳일지라도 말이다.

그때 예배지의 뒤편에서 사람의 인기척을 느꼈다.

철컹!

뒤편의 문이 열리고, 새하얀 예복을 차려입은 남자가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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