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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탑 등반자-157화 (157/230)

회귀한 탑 등반자 157화

157화 40층 (3)

“카햐읍! 캬압! 캬압!”

내가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에 다칼이 먼저 게걸스럽게 음식을 해치우고 있는 중이었다.

턱받이가 필요해 보일 정도로 입 주변과 턱 밑에는 밥풀과 튀김가루, 소스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자연스레 매점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대체로 불편한 반응을 보였지만 음식을 만든 매점 주인은 흐뭇한 미소로 다가와 말했다.

“소환수가 참 복스럽게도 먹네.”

미트볼에 소스가 발린 음식을 서비스로 내주며 말을 이었다.

“이건 서비스.”

매점 주인이 다칼의 머리를 쓰다듬으려고 손을 뻗었다.

“크하앙!”

하나 다칼은 만지는 것을 허락치 않았다.

매점 주인은 겁에 질려 서둘러 주방으로 돌아갔다.

-감히 이 몸의 머리를 만지려고 하다니. 건방진 인간이구나.

“캬압!”

다칼은 서비스로 가져온 음식을 입에 털어 넣었다.

-그럭저럭 맛있군. 날 만지려고 했던 것은 특별히 봐주도록 하지.

“야. 그걸 왜 나한테 말하고 있어. 매점 주인한테 직접 전하면 되지.”

“캬압! 쩝쩝쩝.”

다칼은 내 말을 듣는 채도 안하고 먹는 데만 집중했다.

“하아~ 그래. 더 말해 봐야 뭐 하냐.”

의미없는 대화는 그만두고 식사나 즐겼다.

간만에 먹는 김치볶음밥과 콩나물국은 어렸을 때 엄마가 해 주었던 음식을 떠오르게 만들었다.

다만 엄마가 해 주었던 음식과 비교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나는 밥그릇이 전부 비워질 때까지 침묵을 일관했다.

들려오는 소리라곤 밥을 씹는 소리와 국물을 들이켜는 소리뿐이었다.

“크허~.”

마무리로 남아 있는 콩나물국을 전부 마신 나는 배를 슥 문질렀다.

‘역시 밥에 국물이지.’

평소보다 적은 양을 먹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포만감이 느껴졌다.

잠시 휴식 시간을 가지다가 계산을 마치고 매점을 나왔다.

“푸하아~.”

다칼이 빵빵해진 배를 툭툭 두들기더니 어둠이 되어 내 어깨 위로 이동했다.

그리고 앞발로 머리를 괴며 편안한 자세를 취했다.

나는 그런 다칼을 힐끔 쳐다보다 앞을 내다봤다.

대략 오백여 미터 정도 되는 시장 골목을 지나 이윽고 거대한 크기의 회전 계단 앞에 이르렀다.

천장에서 쏟아지는 새하얀 빛은 계단을 신성한 분위기와 화사하게 만들었다.

고개를 들어 계단의 끝자락을 바라봤다.

큰 톱니바퀴가 작은 톱니바퀴들과 완벽히 맞물려서 돌아가고 있었다.

큰 톱니바퀴 중앙에는 동력원인 마나핵이 아래를 밝혀 주고 있는 빛을 방출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톱니바퀴와 이어진 와이어 들은 양쪽 모퉁이에 붙어 있는 캡슐 모양의 엘리베이터들과 연결되어 있었다.

왼쪽과 오른쪽 각 세 대씩 존재하는 엘리베이터는 사람이 타는 용도로 만들어졌다고 하기에는 매우 작았다.

다칼도 겨우 들어갈 정도이다.

철커덕!

갑자기 톱니바퀴가 반대로 돌았다.

후우우우우웅!

천장 가까이에 있던 미니 엘리베이터들이 밑으로 하강한다.

순식간에 바닥까지 다다른 엘리베이터들은 도착하는 순서가 제각각이었다.

치이이이!

노이즈 섞인 소리가 들려온다.

계단 옆에 있던 삼각기둥의 LED전광판에서 <식스 로켓 게임>이라고 문구가 올라왔다.

바로 아래 칸에는 10분이란 시간이 카운트 다운되고 있었다.

동시에 알림 메시지가 떴다.

[앞으로 10분 후에 식스 로켓 게임이 시작됩니다.]

[식스 로켓은 여섯 대의 엘리베이터 중에 어떤 것이 가장 먼저 골인지점에 도착할지 맞추는 게임입니다.]

[게임 참가금은 최소 1만 포인트이며 최대 1천만 포인트입니다.]

[만일 정답을 맞힐 시에는 투자한 포인트에 50퍼센트의 추가금을 얹어 상금으로 돌려줍니다.]

[포인트를 왕창 얻을 수 있는 기회.]

[식스 로켓 게임에 참가하시겠습니까?]

게임의 참가 메시지를 보고 있으니 내가 중층부에 도달했다는 것을 몸소 느낄 수 있었다.

식스 로켓 게임은 보너스 미션 같은 개념으로 게임에서 실패한다고 해도 목숨을 잃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대박의 기회를 노리고 포인트를 투자했다가 그간 모았던 것을 다 날려 먹을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게임을 포기해 버리기에는 그 안에 달콤한 유혹이 존재했다.

“참가하지.”

[식스 로켓 게임에 참여를 선택하였습니다.]

[엘리베이터를 선택한 뒤 얼마큼 포인트를 투자할지 말씀해 주십시오.]

엘리베이터 선택은 직접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버튼을 눌러야만 했다.

어떤 엘리베이터를 선택할지 주변을 둘러보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 득달같이 달라붙어 있었다.

“언제까지 멀뚱히 서 있을 거야! 당장 안 비켜!?”

“어디서 새치기질이야! 내가 먼저 왔다고!”

자기들끼리 몸싸움을 하고 난리가 났다.

‘하여간 도박이라면 사족을 못 써요.’

어차피 뒤늦게 선택해도 충분히 게임에 참가할 수가 있는데. 왜들 저러는지 모르겠다.

나는 사람들이 뒤로 빠지길 기다렸다가 1분을 남겨 두고 우측에 있는 5번 엘리베이터를 선택했다.

보통은 어떤 엘리베이터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느라 머리가 무거운데 나는 전혀 고민 따윈 하지 않았다.

운이 좋아 돈을 따면 좋지만 애초에 다른 목적이 있었다.

[얼마나 포인트를 투자할지 말씀해 주십시오.]

“천만 포인트.”

[5번 엘리베이터에 10,000,000포인트를 투자합니다.]

빰빠밤!

전광판에는 1번부터 6번까지 숫자가 뜨고 그 옆에 사람들이 총 얼마나 투자를 했는지 표기가 됐다.

“뭐야, 저거.”

“누가 5번에 천만 포인트를 투자했는데?”

“나도 봤어. 천만이 순식간에 올라가는 거.”

“대체 그런 돈을 누가 투자한 거야?”

한순간에 모든 걸 잃을 수도 있기 때문에 천만 포인트를 쏟아붓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누가 천만 포인트를 썼는지 웅성거림이 커져 갔지만 곧 수백 명이 한 자리에 모여 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을 만큼 고요한 정적이 찾아왔다.

전광판에 있던 카운트다운이 제로를 가리켰다.

철커덩!

큰 톱니바퀴가 멈췄다가 반대로 돌자.

푸슈우우!

여섯 대의 엘리베이터가 동시에 곧게 뻗어 올라갔다.

수많은 이들의 시선이 여섯 대의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나 역시 5번 엘리베이터를 올려다봤다.

“가라! 1버어어언!”

“3번 달려!”

“6번 다 제껴버려!”

정적이 깨지고 응원 소리로 가득 찼다.

어찌나 소리가 크던지 홀 전체가 울렸다.

“안 돼에에에!”

“오오오!”

골인지점에 다다를수록 감정이 고조되었다.

탁! 타타타탁!

1번부터 6번까지 전부 골인지점을 지났다.

“아아아…….”

“하. 시발…….”

“우호오! 예~!”

“땄다! 땄어!”

각자의 반응이 갈렸다.

딴사람들은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했고 못 딴 사람들은 모든 걸 잃은 듯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5번 엘리베이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게 아닌데.”

원하던 결과와는 전혀 다른 결과가 나왔다.

[5번 엘리베이터가 가장 먼저 골인지점을 통과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상금으로 15,000,000포인트가 주어집니다.]

육분의 일 확률을 뚫고 상금을 거머쥐었다.

하지만 내가 원하던 것은 실패였다.

실패하야만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괜찮아. 아직 두 번이나 더 남았으니까.’

식스 로켓 게임은 총 세 번의 참여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20분 간격으로 게임이 진행되니 앉을 만한 곳에 찾아갔다.

“읏차.”

딱딱한 파이프에 앉은 채로 현재 가지고 있는 포인트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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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12,004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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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만 포인트라…….”

어쩌다 5백만 포인트를 공짜로 얻게 되었다.

본래 1천만 포인트의 손해를 봐야 했는데, 그 금액이 5백만 포인트로 줄었다는 점은 고무적이었다.

“준석 씨!”

쇼핑을 마치고 돌아온 오진하가 머리 위로 손을 흔들며 뛰어왔다.

“중앙에 계시지. 왜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계십니까.”

“이게 편해서.”

오진하는 옆에 나란히 앉으며 말을 이었다.

“쇼핑은 잘 마치고 오셨어요?”

“아니. 아직 남았어.”

“그럼 이러고 앉아 있을 게 아니라 가서 쇼핑을 해야죠.”

“쇼핑 하고 있잖아.”

“네에?”

그는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말 그대로야. 이게 쇼핑을 하고 있는 거라고.”

“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면 안 됩니까?”

“하~.”

설명하기가 귀찮았지만 일단 나는 식스 로켓 게임의 룰을 간략히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로켓 게임에서 1천만 포인트를 투자해서 실패하면 숨겨진 보상으로 씰스톤을 준다는 사실도 말해 주었다.

“그러니까, 그걸 얻으려고 했는데. 되레 5백만 포인트를 땄다고요?”

“어.”

“와…… 준석 씨. 아니, 형!”

오진하는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서 애절한 눈빛을 보냈다.

“어떻게 십만 포인트라도 떼어 주시면 안 됩니까?”

“안 돼.”

“오만 포인트라도…….”

“오만이든 일만이든 안 돼. 정 포인트를 벌고 싶으면 너도 참가해 봐.”

“역시 매정하시네. 흐윽.”

오진하와 말을 섞는 사이에 게임은 다시 시작됐다.

선택한 번호는 처음과 똑같이 5번으로 정했다. 설마 또 똑같은 번호가 될까라는 심리가 작용했다.

투자하는 포인트 역시 처음과 똑같았다.

그러자 주변에서 술렁이는 소리가 들렸다.

“대체 또 누가 5번에 투자를 한 거야.”

“아까 그놈 같은데? 처음에 따서 맛이라도 들렸나 본데, 박수칠 때 떠나란 말도 모르나. 딴 돈 다 잃겠네. 낄낄!”

되지 말라고 저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지만 딱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되레 그렇게 되기를 바라고 있었다.

‘이번에는 실패해야 하는데…….’

푸슈우우!

여섯 대의 엘리베이터가 힘차게 솟아올랐다.

“가즈아아앗!!”

“우오오! 이번에는 기필코 2번이다아아!”

열광의 분위기 속에서 여섯 대의 엘리베이터는 골인지점을 향해 달려 나갔다.

잠시 후.

“응?”

나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뺨을 손으로 긁적였다.

[5번 엘리베이터가 가장 먼저 골인지점을 통과하였습니다.]

[축하합니다! 상금으로 15,000,000포인트가 주어집니다.]

같은 번호가 연속으로 먼저 골인지점에 도착한 것이다.

“안 돼에에! 내 돈!”

같이 게임에 참가했던 오진하는 돈을 잃어 절규하고 있었다.

한편 5백만 포인트를 추가로 얻게 된 나는 심각하게 얼굴이 굳어 있었다.

‘포인트를 딴 건 좋지만 다음이 마지막 기회다.’

세 번째에서도 만일 상금을 받는다면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었다.

그렇다 보니 진지한 고민에 빠졌다.

‘등가교환으로 내 행운을 낮추는 저주라도 새겨야 하나.’

생각을 곧 실행으로 옮겼다.

어떤 미친놈이 스스로에게 저주를 새기겠냐마는 지금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었다.

등가교환.

[일시적으로 육체와 영혼에 온갖 악운이 깃듭니다.]

마법을 시전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마나량을 확인해 본 나는 얼굴이 일그러졌다.

“빌어 처먹을. 더럽게도 많이 처먹네.”

마나가 십분의 일가량이 날아갔다.

마나량이 이전에 비해 엄청나게 늘었다는 것을 고려하면 말도 안 되는 소모량이었다.

하나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에까지 저주를 새겼기에 이해는 갔다.

“후~.”

‘드디어 시작이군.’

세 번째이자 마지막 도전.

나는 여섯 대의 엘리베이터를 진중히 살피다 이내 5번 앞으로 이동했다.

‘두 번은 몰라도 연속으로 세 번이 되는 일은 없을 거야.’

거기다 저주까지 걸었으니 그 확률은 더욱 떨어질 것이다.

물론 다른 자의 행운의 영향을 받아 5번이 될 확률도 있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선택할 수 있는 번호 따위는 없었다.

틱!

5번 버튼을 눌렀다.

‘이제 되돌릴 수 없어.’

나는 숨을 죽이며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1번 엘리베이터가 가장 먼저 골인지점을 통과하였습니다.]

[투자하였던 10,000,000포인트가 전부 소실되었습니다.]

[최대치 투자금을 잃었습니다.]

[숨겨진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시크릿 씰스톤이 지급됩니다.]

일반 씰스톤과는 다르게 별모양의 돌이었다.

‘드디어 얻었다.’

힘겹게 얻어서일까.

보고 있으니 절로 웃음이 나왔다.

파아앗!

“어?”

시크릿 씰스톤이 사라졌다.

손바닥 위에는 주황색 빛 가루가 흩날리는 것을 보는 순간 마법의 흔적이라는 걸 알아챘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내 것을 가로챈 것이다.

온갖 악운을 꼈기 때문일까? 웬 벌레가 꼬여들었다.

꽈악…….

어떻게 얻어 낸 씰스톤인데.

주먹을 말아 쥔 나는 두 눈을 시퍼렇게 뜬 채로 분노를 꾹꾹 눌러 담아 말했다.

“누군진 모르겠지만, 넌 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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